난 커가면서 꿈이 사라지고, 꿈이 없고 뭐라도 해야했기에 대학교도 들어가야'만' 했다. 따라서, 공대는 취업이 잘 된다는 말에 그저그런 성적으로 그저 그런 공대에 입학을 하였다.
그저 그런 공대에 입학하였기에, 이것이 나 자신에 대한 창피함이 되었다. 따라서 아주 좋은 성적으로 졸업하였고, 그에 따른 보상은 쉬운 취업이었다. 대기업 면접에서 많은 전공관련 질문을 쉽게 답했고, 난 스스로 (이 기업이 학벌을 보지 않는다면) 합격하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얼마 후, 난 다행히도 합격 통보를 받았으나 합격 통보 이틀 후 거절의 이메일을 보냈고 2-3년 후 유학을 떠났다.
(혹시 누구는 내가 금수저라 그런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다. 유학도 가본적이 없었고, 영어같은 경우 혼자서 공부했다..어렸을 적 남들이 가지던 레고, 장난감 총도 가져본 적도 없고, 친구들이 우유에 타먹던 제티도 사본 적이 없다. 비행기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수학여행으로 타봤으나, 유학을 떠나던 때가 내 인생 첫 국제 비행기였다. 유학을 와서도 돈이 아까워 다른 유럽 국가들을 가본적이 없다.)
난 2년 후 석사과정을 마치고 연구보조를 이어갔다. 6개월 정도 후 담당 교수로 부터 박사과정에 대한 오퍼가 들어왔고, 평생을 물 흐르듯 바람불듯 살아온 나로서는 오퍼가 온 박사과정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고 박사과정을 해온지 2년이 넘어간다.
(또한 이곳은 석사과정까지는 비싼 학비를 내지만 이후의 연구보조, 박사, 박사 후 과정 등은 괜찮은 월급을 받기에 평화로운 생활과 빚을 청산할 수 있다...)
(석사과정은 2년, 박사과정은 3년이다. 내가 알기론 한국의 박사과정은 교수의 재량에 따라 바뀌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곳은 정확히 3년이며, 정해진 기한 내에 끝내지 못할 때엔 6개월에서 1년 정도 연장을 할 수 있다.)
사실 박사과정이야 흔하디 흔하지만, 나의 집이나 주변 지인들에겐 유학과 박사과정은 남의 나라 이야기이다. 하지만, 박사라는 타이틀과 유학이라는 타이틀이, 나의 아버지는 옛날 사람이기에 (그리고 가난하셨기에) 우리 대부분이 느끼는 것과 다르다. 따라서 내가 박사과정을 시작하였을때 친구분들에게 많은 자랑을 하셨다고 한다.
이제 어느덧 박사과정의 끝까지는 8개월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박사과정 1년차가 넘어가면서, 쉴 새 없는 이메일과 부정적인 피드백, 그리고 좋지않은 나의 실험 데이터들은 탈모와, 강박증, 심하지 않은 공항장애로 돌아왔다. 정말로 관두고 싶지만, 힘들때면 한국에 있는 부모님 생각에 그러하지 못한다. 관둔다면 나중에는 뭐할까, 한국에서 뭐할까, 여기에선 뭐할까 겁이나고, 그렇게 난 관두지 못하기에 하고 있다.
이젠 내 능력 밖인 것 같고, 더 이상 할 수 있는게 없다. 영어도 부족하고, 능력도 부족하고,
물 흐르듯, 바람 불듯, 내 뿜은 담배연기처럼 얼른 멀어졌으면 좋겠다.
//외국에서 누구에게 풀 곳이 없어서 이렇게 마음 속 혼잣말을 풀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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