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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명고등학교 생물과 교사 김태원 -
2011.8.24.
꿈속에서라도 만나고 싶은 꽃을 들라면 주저 없이 이 해오라비난초가 아닐까 싶다. 2012년 5월 새로이 멸종위기식물이 지정되었는데 그 전에는 이 해오라비난초가 멸종위기식물로 지정되지 않았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개체수가 많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고, 자료가 부족하여 지정할 수 없었을 수도 있다. 하여간 이 식물이 작년까지만 해도 멸종위기식물로 지정되어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 참으로 의아스러웠던 식물 중에 하나였다. 이 난초는 꽃이 해오라기라는 새를 닮은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해오라기라는 새는 어떻게 생겼지? 아마 아주 도도하고 이 난초처럼 멋스럽게 생겼을꺼야. 아주 궁금해 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 보니 그리 멋있게 생긴 새는 아닌 것 같은데 어찌하여 이 난초가 해오라기처럼 생겼다고 했지? 흰색 바탕의 배부분과 날개부분의 검은 색 그리고 빨갛게 충혈된 듯한 눈이 쫴끔 이색적인 멋을 풍기긴 했어도 이 해오라비난초같은 청초한 이미지는 아닌 것 같았다. 의아해 하면서 날개를 펼친 해오라기를 보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몸통에 비해 엄청 큰 날개와 날개 아랫 부분이 찢어진 듯한 모습에서 너무나 이 꽃과 닮아 있었다. 자신이 날고 있는 해오라기라도 된 것처럼 8월의 찌는 듯한 무더위속에서 힘차게 날개를 펼쳐 자신의 자태를 한껏 자랑하고 있었다. "푸른마음님은 마음이 하늘처럼 푸른가요? 마음이 하늘처럼 푸르다면 내가 지금 하늘을 날고 있다는 사실도 인정할 수 있겠네요?" "너가 지금 하늘을 날고 있다는 사실을 푸마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거니?" 너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고 너는 날 수 없는 식물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뭇 꽃쟁이들이 너의 모습을 "비상하는 해오라비난초"라고 서스럼없이 표현할 것이니 너는 지금도 날고 있는 해오라비난초임에는 틀림이 없으렸다. 힘차게 비상하여 경기도 모처에만 숨어 살지 말고 그 곳 못지 않은 습지가 남쪽에도 많이 있으니 이곳으로도 날아와서 희망을 전해주렴. 흐트러짐이 없이 비상하는 너의 모습에서 희망을 찾는다.
위 해오라비난초는 경기도쪽에서 두 번 본 적이 있고 경북 상주에서 한번 본 적이 있는데 상주 모 산의 개체는 이식한 식물이니 자생식물로 보면 안될 것이다. 물론 위 사진은 경기 쪽 야생 상태의 해오라비난초인데 이 꽃이 너무 이쁘다 보니 꽃쟁이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 되어버린 꽃이다. 매년 이 꽃이 필 때면 이 꽃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자생지 훼손이 큰 꽃 중에 하나이다. 국립수목원측과 연계하여 자생지 보존 대책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잘 보존되기를 희망한다.
최근 산림청 국립수목원측은 2010년 한반도 미기록식물인 '큰해오라비난초(가칭, Habenaria dentata)’가 국내에 분포하는 것을 처음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 큰해오라비난초는 중국, 대만, 동남아시아, 일본 등에 자생하는 남방계 식물로 근연종인 해오라비난초와는 달리 꽃받침은 흰색이고 더 크며, 순판 앞쪽 가장자리는 톱니가 짧게 발달하고, 순판 뒷쪽의 좌우 날개는 톱니가 발달되지 않으며, 줄기 끝에 꽃이 여러 개 핀다는 특징이 있다(해오라비난초는 꽃이 1-2개만 핌). 그런데 이화여대 이남숙 교수님은 이 큰해오라비난초의 자생을 검토 대상 분류군으로 지정해 놓고 자생이 확실한지 좀 더 심사숙고해 봐야 한다고 적고 있다. 한반도에 자생하는 해오라비난초속 식물로 지금까지 6종(해오라비난초, 잠자리난초, 방울난초, 제주방울란, 개잠자리난초, 민잠자리난초)이 있는데 이 큰해오라비난초가 자생이라고 확신한다면 총 7종이 되는 셈인데 결과는 좀 더 지켜 볼 일이다. 이 해오라비난초속은 아직 만나지 못한 종이 더 많다. 언젠가는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이 겨울부터 애잔한 그리움 하나 가슴속에 품고 살아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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