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명고등학교 생물과 교사 김태원 -
냉이1
말냉이와 냉이2
말냉이 꽃3
별꽃4
쇠별꽃5
광대나물6
큰개불알풀7
꽃다지8
꽃다지와 냉이9
꽃마리10
꽃바지11
뿔냉이12
뿔냉이13
뿔냉이14
등대풀15
등대풀 군락 16
논두렁 밭두렁 듣기만 해도 싱그러운 단어들이다. 논두렁 밭두렁에 피어난 아름다운 꽃들에게도 눈길을 한번 주자구나. 추운 겨울을 넘기면서 땅속에 영양분을 한 껏 저장하고 있는 냉이의 도톰한 뿌리는 봄이면 된장에 넣어 쌉사름한 향기를 남겨주기도 한다. 햐얀 꽃 4개가 십자로 피어나 십자화과 식물로 대표되는 꽃, 삼각뿔 모양의 열매를 달고 따뜻한 사과밭 모퉁이, 담장 아래에서 한겨울에도 수수하게 꽃을 피운다. '나생이'라는 이명도 있다. 냉이의 강원도 사투리로 냉이보다 훨씬 더 정감이 넘치는 말이다. 냉이된장국보다 나생이된장국이 어감이 훨씬 좋지 않는가? 나지에 가면 찬바람 맞으면서 로젯형으로 땅에 딱 붙어 겨울을 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춥다가도 날이 따뜻해 지면 봄이 온 줄 착각하고 꽃대를 올리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냉이의 큰형 '말냉이'도 있다. 꽃도 잎도 열매도 냉이보다 더 크다. 특히 말냉이의 열매는 원반형으로 날개가 있으며 끝부분이 오목하게 들어가 있다. 열매가 흡사 부채꼴 형으로 특이하여 한번 본 사람은 잊혀지지 않는다. 냉이, 말냉이가 있는 주변엔 별꽃도 싱그럽다. 꽃잎이 5장으로 한장이 깊게 갈라져 있어 흡사 10장의 꽃잎처럼 보인다. 지금이 12월인데 논두렁 밭두렁의 따뜻한 양지녘엔 별꽃도 철을 잊고 피어난다. 그런데 자새히 관찰해 보면 봄에 피는 별꽃은 상당히 꽃이 큰데 반해 가을과 겨울에 피는 별꽃은 꽃의 크기가 봄형의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신비로움을 더해준다. 이것도 생존을 위한 스스로의 전략적 선택이 아닐까 싶다. 별꽃과 비슷한 쇠별꽃도 있다.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자새히 관찰해 보면 답이 나온다. 암술대가 3개로 갈라지면 별꽃, 5개로 갈라지면 쇠별꽃이다. 꽃잎과 꽃받침의 크기도 두 식물은 비교된다. 꽃받침이 꽃잎보다 더 크면 별꽃, 꽃잎이 더 크면 쇠별꽃이다.
물방울을 뒤집어 쓴 11월의 광대나물도 싱그럽다. 자옥히 안개비가 내리던 날에 저 광대나물을 만났다. 보통 광대나물은 봄에 꽃을 피우는데 날이 춥다가 따뜻해 지는 날이면 계절에 관계없이 봄이 온 양 착각하면서 아름드리 꽃을 피운다. 꽃의 형상을 보면 흡사 광대들의 춤사위가 생각난다. 도로가 논두렁에서 큰개불알풀도 싱그럽다. 저렇게 이쁜 꽃에 개불알이 왠말이냐고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이 꽃의 열매가 영락없는 개의 불알을 닮았다. 그래서 식물 이름에 그런 이름이 들어갔다. 개불알풀도 있고 큰개불알풀도 있다. 개불알풀속 식물 4종은 비교 한 부분이 따로 있으니 그 부분을 참고하길 바란다. 큰개불알풀의 군락을 만나는 날이면 괜히 횡재한 느낌이다. 아지랭이 피어 오르는 따뜻한 봄날에 그들만의 하모니에 객이 되어 그들의 노래소리를 듣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노란색 꽃을 피우는 꽃다지! 이름도 정겹다. 겨울을 힘겹게 보내고 올라온 3월의 꽃다지는 한파 눈치를 보느라 털옷도 두툼하게 입었고 꽃대도 한 껏 낮추었다. 5월이 되니 온 밭이 꽃다지 천지다. 노란 융탄자를 깔아 놓은 듯한 모습. 차를 타고 국도를 따라 봉화쪽으로 가는 도중에 환상적으로 펼쳐진 꽃다지 밭을 보고는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바쁜 걸음도 잠시 멈추고 저 풍경을 담았다. 노란색은 꽃다지요, 흰색은 냉이이다. 이름이 비슷한 꽃마리, 꽃바지도 있다. 꽃마리는 꽃이 피기 전에는 돌돌 말려 있는데 꽃대궁이 풀어지면서 꽃이 피어난다. 그래서 꽃이 말려 있다는 의미로 꽃마리(꽃말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꽃마리의 사촌지간 꽃바지(꽃받이)도 있다. 꽃마리, 꽃바지 역시나 정겨운 이름이다. 두 식물 모두 꽃의 크기는 5mm정도로 아주 작은 꽃이니 잘 관찰해야만 꽃을 볼 수 있다. 봄동산에 피어나는 꽃마리, 꽃다지를 볼 때 정겹게 이름을 불러 줄 수 있는 당신이 되길 바란다. 그러면 꽃다지, 꽃마리도 당신에게 와서 진정 아름다운 꽃이 되어 줄 것이다.
뿔냉이는 뿌리 잎이 냉이처럼 생겼고 열매가 위로 휘어지면서 동물의 뿔처럼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다. 귀화식물로 특정지역에서는 위처럼 엄청나게 군락을 형성하고 있지만 포항인근에서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위 뿔냉이는 대구쪽 강가에서 찍은 것이다. 대극과 식물 등대풀도 싱그럽다. 이 식물도 한 겨울에 잎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한파를 견뎌 낸 등대풀은 해안가 풀밭의 밭두렁, 내륙의 인가 부근에서도 많이 관찰된다. 옆에서 보면 흡사 등대를 닮았다. 등대보다는 등잔을 닮았다고 하는 꽃쟁이도 있다. 이 등대풀에 대해 아주 많이 고민해 본 인디카 아이디카(이재능)이라는 분은 "등대풀은 일본말을 그대로 번역한 것으로 등대풀의 '등대'는 '바다를 지키는 등대'도 있지만 '등잔을 받치는 나무로 만든 대'의 의미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 등대풀을 등잔풀로 하는 것이 더 한국적인 이름이 아니겠느냐라고 일갈하신다. 한국의 식물상은 일제의 잔재를 그대로 이어받은 식물 이름이 상당하다. 한국의 식물상을 일본인 식물학자들이 일제치하때 한국으로 들어와서 먼저 연구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항변한다. 시골길 밭두렁에도 흔히 보이는 이 등대풀에 호롱불 올려 놓고 할머니의 구수한 옛날 이야기라도 듣고 싶은 야밤이다. 아스라히 호롱불 밝혀진 사랑방이 그립다.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기사 오류 신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