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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의 담수생물 이야기]48. 성전환하는 민물고기 드렁허리 (담수생물 책 출판 소식도 알립니다)
Bio통신원(녹원담)
박종현(수생생물 커뮤니티 녹원담 운영자, BRIC 준동정위원)
드렁허리 사진
드렁허리는 펄흙이 많고 물의 흐름이 약한 호수나 논에 주로 서식하는 뱀 모양의 민물고기이다. 과거 사람들에게 끔찍한 미물이기도 했다. 드렁허리는 최대 1m까지 자라기도 하는 엄청난 크기의 민물고기이기에 힘이 굉장히 세서 논두렁은 어렵지 않게 헐어버릴 수 있는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드렁허리가 논두렁을 헐어버려 논물을 다 빼버리고 마는 사고가 자주 발생했다고 한다. 만약 농수 공급원인 수로와 저수지가 발달하지 못했던 과거에, 가뭄이 발생했을 때 드렁허리에 의해 논두렁이 무너져 얼마 남지 않은 물들마저 빠져 버렸다고 상상해 보면 드렁허리가 농사꾼들에게 얼마나 끔찍한 존재였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드렁허리’ 라는 이름도 논두렁을 헐어 버리는 끔찍한 사고를 자주 발생시키는 민물고기라고 해서 ‘논두렁헐이’ 라는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논두렁헐이’ ‘논두렁헐이’ 라고 계속 불리다가 말하기 편한 방향으로 ‘드렁허리’ 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모양이다.
그런데 이토록 끔찍한 미물이었던 드렁허리가 현대 들어, 갑자기 고귀(?)해지기 시작했다. 드렁허리의 수가 수질 오염으로 급감하게 된 것이다. 과거에는 논 생태계에 미꾸라지 못지 않게 드렁허리도 많이 발견되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논에 제초제와 방충제가 살포되면서 미꾸라지보다 상대적으로 수질오염에 취약한 드렁허리는 논에 완전히 모습을 감추고 만다. 급기야 드렁허리는 ‘희귀 민물고기’ 라는 명칭을 가지기에 이르고, 드렁허리가 많이 서식하는 친환경 논은 방송에도 출연할 정도가 되었다. 수가 많았을 때는 끔찍하게 싫어하다가, 수가 줄어들으니 희귀 민물고기에 귀한 몸, 심지어는 방송 출연이라니 완전 극과 극이다.
하지만 드렁허리가 귀한 몸으로 취급받게 된 데에는 단순히 희소적인 가치가 그리 크게 관여하지는 않았다.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드렁허리는 뱀과 거의 유사한 효능을 낸다고 한다. 세포막이나 뇌세포를 구성하는 다량의 DHA와 레시틴을 함유하고 있고, 류마티스 관절통의 완화와 정력과 기력의 회복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그래서 동남아시아나 중국에서는 친환경 농법을 이용해 벼와 함께 드렁허리, 미꾸라지, 참게 등의 생물들을 기르면서, 드렁허리를 많은 나라에 수출함으로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도 드렁허리가 논두렁을 허는 범죄를 저지리는 끔찍한 민물고기는 맞지만, 드렁허리는 과거부터 주요 수출품 중 하나였다고 전해진다. 특히, 삼국시대 신라의 경우에는 백제, 고구려, 중국으로부터 사신이 오면 드렁허리를 선물했고, 중국에 역사서에는 서라벌 인근의 드렁허리가 약재로 귀족들 사이에서 굉장히 인기가 높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드렁허리는 성전환 하는 트렌스젠더 민물고기로도 유명하다. 태어날 때에는 단 한 마리도 빠짐없이 암컷으로 태어난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40cm이상 성장하게 되면 모두 수컷으로 성전환을 한다. 그런데 암컷이 크기가 클수록 더욱 많은 양의 알을 낳을 수 있을 텐데, 왜 크기가 커지면 수컷으로 성전환을 하는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여기에는 드렁허리만의 종족번식 노하우가 숨겨져 있다. 필자는 이미 ‘물방울의 담수생물 이야기 11’(/myboard/read.php?Board=news&id=224393)에서, 물고기는 모성애는 없고 부성애가 강하다는 사실을 설명한 바 있다. 그렇다면 대충 짐작이 가능하다. 알을 수없이 많이 낳는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잡아먹히는 것보다는, 알을 적게 낳더라도 몸집이 크고 힘이 강한 수컷이 알을 보호하는 것이 종족번식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독자분들께 드리는 말씀**
안녕하세요. 제가 드디어 3년이라는 긴 준비 끝에, '담수생물's노트: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물방울의 물생활 이야기' 라는 과학교양서적을 출판하였답니다. 다소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물방울의 담수생물 이야기' 와는 달리, 일반인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과학, 생태학적 요소 외에 다른 요소들도 가미했기에 생물 생태(민물고기, 열대어, 수서곤충, 담수무척추동물 등)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재미있는 책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아직 만 열아홉의 어린 학생이 쓴 책이기에 서툰 점도 없지않아 있지만, 구입하셔서 재미있게 읽어 주신다면 그것만으로 이 책의 의미는 충분할 것 같습니다.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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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근원인 물의 근본을 상징하는 ‘물방울’ 이란 이름으로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담수생태에 가장 관심이 많고, 일반 대중들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다양한 멘토링 및 강연을 하거나 과학서적을 출판하면서 과학 및 생태학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는 중입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어린 대학생이기에, 다양한 과학 분야의 눈을 넓히는 공부를 하며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의 자질을 키워나가는 것이 그의 현재 목표입니다. facebook : https://www.facebook.com/waterdrop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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