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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담수생물 이야기]50.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민물고기
Bio통신원(녹원담)
박종현(수생생물 커뮤니티 녹원담 운영자, BRIC 준동정위원)
국내의 아름다운 민물고기들 사진
묵납자루
버들붕어
흰줄납줄개
각시붕어
피라미
가시고기
칼납자루
참중고기
‘왜 이렇게 예쁘지 않지?’
필자가 민물고기를 키우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다. 모두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민물고기들은 열대어에 비해 발색이 화려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흰줄납줄개, 버들붕어, 각시붕어 등 그나마 발색이 화려하기로 잘 알려진 민물고기들도 아름다운 발색을 띠는 기간은 대체로 4~8월, 산란기에만 그쳐 있다. 그래서 민물고기의 발색이 가장 예쁜 봄이나 여름에 민물고기를 잡아 기르다가 8~9월 경 산란기가 끝나면서 발색이 사라져 충격을 받고 필자에게 질문메일을 보내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흰줄납줄개의 붉고 푸르던 아름다운 발색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는데, 혹시 병이 걸린 것은 아니냐고 말이다.
그렇다면 외국의 민물고기들은 어떨까? 일단 중국이나 일본 등 우리나라와 대체로 기후가 비슷한 지역의 민물고기들 역시 발색이 그리 예쁘지는 않은 편이다. 하지만 남아메리카나 남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동남아로 가면 민물고기들의 발색은 우리나라의 민물고기들과는 아름다움의 차원이 달라진다. 평상시에는 대체로 회색 계열의 발색을 가진 국내 민물고기들과는 달리, 열대지방의 민물고기들은 사시사철 흰색, 노란색, 붉은색, 푸른색 등의 매우 아름다운 발색을 뽐내고, 얕은 물에 사는 종은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을 내기도 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열대지역은 진화의 온상이다. 생물다양성이 가장 풍부한 곳이고, 최근 1~2만 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에도 상당수 동식물들의 종 분화가 일어났다. 특히, 아프리카 적도 부근에 위치한 말라위 호수는 약 300~400종이나 되는 시클리드과의 열대어들이 서식한다. 하지만 말라위 호수는 불과 몇 십 만 년 전만 해도 열대어들의 종다양성이 그리 풍부하지는 않았다. 시클리드는 불과 5종 내에 불과했다. 몇 십 만 년이라는 짧은 기간 만에 5종 내에 불과했던 호수 내의 시클리드들이 400종으로 종 분화를 이뤄낸 셈이다. 이는 말라위 호수 내에서 성선택적 진화의 힘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이성의 짝에게 큰 매력을 주기 위해(구애를 하기 위해) 발색이 아름다워지는 방향으로 진화하면서 종의 분화가 일어난 것이다. 이것이 열대지방의 열대어 발색이 아름다운 가장 큰 이유라고 학자들은 말한다. 빛이 강할수록 수초는 붉은 빛을 띠는데, 이 붉은빛 계열의 수초가 열대어들의 자연선택을 일으켰다고 말하는 학자도 있다. 하지만 이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름다운 발색을 띠게 되면 천적의 눈에 띌 위험이 상당히 높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하는 온대지방은 민물고기들에게 다소 열악한 환경이었기에, 열대지방의 민물고기들보다는 좀 더 진화된 몸을 갖출 필요가 있었다.(다른 생물들도 그렇다) 그래서 온대지방의 민물고기들은 열대어들과는 달리 산란을 하는 시기에만 이성의 짝을 유혹할 수 있도록 아름다운 산란색을 띠는 방향으로 좀 더 정교하게 진화했다. 이렇게 되면 산란기를 제외하고는 회색계열의 미미한 발색을 띠기 때문에 천적에 눈에 띌 일도 없게 된다. 실제로 외국에서 육식물고기의 먹이원을 계절별로 조사했는데 산란색을 띠고 있는 민물고기가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었다는 정량적인 결과의 논문도 발표된 바 있다. 예를 들어 6~8월 사이에 산란색을 띠는 민물고기 A가 있는데, 육식물고기가 이 기간 동안 가장 많은 수의 민물고기 A를 잡아먹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발색을 지닌 열대어만을 고집하지만, 알고 보니 국내 민물고기들도 열대지방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제 나름의 속사정이 있었던 셈이다.
비록 우리나라의 민물고기들은 소소하지만, 아름답다는 것은 확실하다. 실제로, 중국이나 일본의 일부 브리더들은 우리나라 고유 민물고기종을 관상어로 개량하기 위해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고 한다. 그 중 한강 하류 이북에 주로 서식하는 묵납자루는 이미 일본인이 밀반입 또는 보호종 지정 전에 비싸게 구입해서 알비노화하는 등 개량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민물고기도 개량이 활발히 진행된다면 열대어 못지않은 아름다운 관상어를 탄생시킬 수 있다고 필자는 확신한다. 많은 분들이 우리나라 민물고기에 좀 더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물방울의 담수생물 이야기’ 칼럼을 마치면서
올해 2월에 칼럼을 쓰기 시작하여, 9개월이라는 긴 기간 동안 칼럼을 연재했군요. 자연에 대한 호기심으로 중학생 때부터 꾸준히 배워 왔던 담수생물들을 다시 되짚어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생애 처음으로 사이트에 공식적인 칼럼도 써 보면서, 과학 칼럼리스트의 꿈도 가질 수 있었고요.
BRIC에 명함조차도 내밀기 힘든 만 열아홉의 어린 청년에게 이런 뜻 깊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김상욱 소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생태학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담수생태 뿐 아니라 다른 생물학 분야에도 시야를 넓히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칼럼을 읽어주신 독자 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군요. 혹시나 잘못된 부분을 발견하셨거나, 글솜씨가 미약해 눈살 찌푸리지는 않으셨을지 모르겠습니다. 부족한 제 글을 보시고 조언의 글과 질문 글을 보내주시며 큰 관심 가져주셨던 애독자 분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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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근원인 물의 근본을 상징하는 ‘물방울’ 이란 이름으로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담수생태에 가장 관심이 많고, 일반 대중들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다양한 멘토링 및 강연을 하거나 과학서적을 출판하면서 과학 및 생태학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는 중입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어린 대학생이기에, 다양한 과학 분야의 눈을 넓히는 공부를 하며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의 자질을 키워나가는 것이 그의 현재 목표입니다. facebook : https://www.facebook.com/waterdrop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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