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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거대 바이러스에게서도 발견된 CRISPR 유사 시스템
생명과학 양병찬 (2016-03-02)

지금껏 세균이나 기타 미생물들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온 CRISPR 유사 시스템이 거대 바이러스인 미미바이러스에서도 발견되었다. 미미바이러스의 방어체계를 이용하면 새로운 유전체교정 기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미바이러스

미미바이러스/ © Wikipedia

프랑스의 과학자들은 "거대한 미미바이러스(mimivirus)가 (세균이나 기타 미생물들이 사용하는) CRISPR와 비슷한 방어수단을 이용하여 침입자를 물리친다"고 보고했다(참고 1). 미미바이러스에서 작동하는 면역계가 발견됐다는 것은, 거대바이러스가 계통수(tree of life)의 새로운 가지(branch)라는 그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미미바이러스는 크기가 너무 커서(직경 약 0.5마이크로미터) 광학현미경으로도 들여다볼 수 있다. 급수탑 속에서 사는 아메바를 감염시키는 것으로 처음 밝혀졌으며, 일부 세균보다 큰 유전체를 자랑한다. 천연두 바이러스를 비롯한 바이러스의 먼 친척뻘로 보이지만, 대부분의 바이러스들과는 달리 아미노산, DNA 글자, 그리고 복잡한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바이러스와 미생물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한다. 나는 미미바이러스가 전형적인 바이러스가 아니라, 원핵생물(prokaryote)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라고 베르나르 라 스콜라 박사(미생물학)와 함께 이번 연구를 수행한 프랑스 엑스-마르세이유 대학교의 디디에 라울 박사(미생물학)는 말했다.

라울과 라 스콜라가 지휘하는 연구진은 2008년 발표한 논문에서, 미미바이러스가 원핵생물과 마찬가지로 바이로파지(virophage: 바이러스를 잡아먹는 바이러스)라는 바이러스에 감염된다고 보고한 바 있다(참고 2; http://www.nature.com/news/2008/080806/full/454677a.html). 그로부터 6년이 지난 2014년, 그들은 자밀론(Zamilon)이라는 바이로파지를 발견했는데, 그것은 일부 미미바이러스를 감염시키지만 다른 것을 감염시키지는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참고 3). 라울 박사는 이러한 감염이 미미바이러스의 복제 능력을 약화시키며, CRISPR와 매우 흡사한 방어시스템을 진화시켰을 거라는 가설을 세웠다.

바이러스의 면역방어

세균과 다른 종류의 원핵생물(고세균)의 경우, CRISPR 시스템은 「DNA 시퀀스 라이브러리」를 소장하고 있는데, 그 속에는 파지 등의 침입자 DNA와 일치하는 짧은 시퀀스가 저장되어 있다. 그리하여 라이브러리에 수록된 시퀀스와 일치하는 외부 DNA가 세포를 공격할 경우, 전문화된 Cas 효소가 침입자의 DNA를 풀어헤쳐 난도질함으로써 감염을 종료시킨다. 생물학자들은 지금껏 CRISPR를 유전체 편집기술로 전용(轉用)해 왔다(http://www.nature.com/news/crispr-1.17547).

미미바이러스가 CRISPR와 유사한 방어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라울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60가지 미미바이러스의 유전체를 분석하여 자밀론의 유전체와 일일이 대조했다. 그 결과, 자밀론에 저항성을 가진 미미바이러스들은 자밀론의 DNA와 일치하는 짧은 시퀀스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뿐만 아니라, 자밀론의 DNA를 인식하는 시퀀스 옆에서 발견된 유전자는 'DNA를 파괴하고 풀어헤치는 효소'를 코딩하는 유전자로 밝혀졌다. (CRISPR 시스템의 경우에도, Cas 효소를 코딩하는 유전자는 바이러스를 인식하는 시퀀스 옆에 위치하고 있다.) 연구진이 이 시스템의 여러 요소들을 불활성화시켰더니, 미미바이러스가 자밀론의 공격에 취약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상의 연구결과를 정리하여 『Nature』 2월 29일호에 기고했다(참고 1).

"미미바이러스가 면역계를 보유하고 있다는 건 말이 된다. 왜냐하면 미미바이러스도 다른 미생물 및 바이러스들과 자원획득 경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여러 생물들과 어울려 살 경우, 미미바이러스는 그들과 동일한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미미바이러스는 바이러스 및 원생생물과 싸워야 하며, 심지어 항균물질도 분비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라울 박사는 말했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라울은 지금까지 미미바이러스를 "세균, 고세균, 진핵생물(eukaryote)에 이어 네 번째 생물계(domain of life)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http://www.nature.com/news/2011/110803/full/476020a.html). 그는 미미바이러스의 방어체계(MIMIVIRE라고 명명됨)가 매우 오래 전에 환경에 적응함으로써 탄생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하여, "이번 연구를 통해 '미미바이러스는 계통수의 새로운 가지'라는 내 주장이 더욱 힘을 얻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1990년대에 원생생물에서 CRISPR 시퀀스를 발견한 스페인 알리칸데 대학교의 프란시스코 모히카 박사(미생물학)에 의하면, CRISPR는 다른 바이러스에서도 발견되었지만 작동 여부는 분명치 않았다고 한다. 그는 미미바이러스의 조상이 다른 미생물로부터 MIMIVIRE를 획득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MIMIVIRE 면역에 관여하는 메커니즘을 확인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울 것이다. 그건 아마도 CRISPR와 매우 다를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모히카 박사는 말했다.

미국 록펠러 대학교의 루치아노 마라피니 박사(세균학)는 MIMIVIRE가 바이러스의 방어시스템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임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바이로파지의 감염을 중단시키는 메커니즘을 알아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CRISPR의 작동 메커니즘이 밝혀짐으로써 이를 이용한 유전체 교정기법이 탄생했던 것처럼, MIMIVIRE를 연구하다 보면 놀라운 일이 벌어질 것이다. 거대한 미미바이러스는 엄청난 생물학 지식을 새로 제공할 것이며, 그중에는 물론 MIMIVIRE도 포함된다. 이러한 지식들 중 일부는 유전체교정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응용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마라피니 박사는 말했다.

※ 참고문헌
1. Levasseur, A. et al., “MIMIVIRE is a defence system in mimivirus that confers resistance to virophage”, Nature http://dx.doi.org/10.1038/nature17146 (2016).
2. La Scola, B. et al., “The virophage as a unique parasite of the giant mimivirus”, Nature 455, 100–104 (2008).
3. Gaia, M. et al., “Zamilon, a novel virophage with Mimiviridae host specificity”, PLoS ONE 9, e94923 (2014).

※ 출처: Nature http://www.nature.com/news/crispr-like-immune-system-discovered-in-giant-virus-1.19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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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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