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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속 미생물 이야기] 미생물과 뇌 (Gut-brain axis)
Bio통신원(박지은)
뇌와 장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장의 기능이 조절된다는 기전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장 내의 미생물이 이러한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오래 되지 않았다.1) 뇌는 장내 환경에 영향을 미쳐 장내 미생물에게 영향을 간접적으로 미치기도 하고, 직접적으로 신호 인자를 내보내게 하여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뇌와 장의 상호작용의 주 기전을 살펴보면 아래 그림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러한 장과 뇌의 상호작용은 Gut-brain axis (GBA)라고 부르는데, 이번 연재에서는 이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처음 이러한 연구를 접하였을 때, 어떻게 장내 미생물이 두뇌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궁금하여 이런 저런 논문도 찾아보고, 기사도 찾아보았었다. 제일 흥미로웠던 기사 제목은,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미생물이 나의 식욕도 조절한다고!” 라는 내용을 다루었던 외국 기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 몸속에서 그저 공생하며 소화를 도와준다고만 생각했던 미생물이, 식욕이라는 나의 본능을 조절할 수 있다니. 그 기사에서는 조금 과장되게 표현했던 것 같은데, 이런 표현도 있었다. “사실은 내가 배고픔을 느끼는 것이 미생물이 배고파서 그런 것일 지도 모른다.”와 비슷한 표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뭐라고! 내가 살찌고 있는 것의 일부는 미생물이 조장(?)한 것이라고! 참 흥미롭지 않은가.
미생물이 체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는 다양한 방법으로 수행되고 있지만, 특히 GF mice (Germ-free mice, 무균쥐) 로 수행한 연구가 많다. GBA에 관한 연구도 그러한데, GF animals를 연구한 결과, 미생물이 중추신경계의 발달과 성숙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2) 미생물이 다양한 신경전달 물질의 발현에 관여하여,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러한 이상은 장 내에 미생물을 넣어주었을 때 정상 상태로 복귀된다고 한다. 이 뿐만 아니라, GF animals (무균 동물)이 기억에 장애를 가진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되었다. 이는 아마도 BDNF (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신경영양물질의 일종)의 발현 변화로 인한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3)
미생물은 심지어,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에 반응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자체를 합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Lactobacillus 종은 아세틸콜린과 GABA(gamma-amino butyrate)를 생산하며, Bifidobacterium 종도 GABA를 생산할 수 있다. 또한, Escherichia는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도파민을 생산할 수 있으며 Streptococcus와 Enterococcus도 세로토닌을 생산한다. 그리고 이러한 미생물들은 사람의 호르몬이나 신경전달물질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역으로 스트레스로 인해 미생물군의 변화가 야기된다는 발표도 존재한다.
미생물이 신경전달물질을 생산하는 만큼, 사람의 기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 또한 존재한다. 실제로 흔히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에 들어가는 균 중 하나인 Lactobacillus casei가 들어있는 제품을 건강한 노인에게 복용시킨 결과, 3주 후에 우울한 기분이 개선되었다고 한다. 또한, Bifidobacterium animalis ssp. Lactis, Streptococcus thermophiles, Lactobacillus bulgaricus, 그리고 Lactococcus lactis ssp. Lactis가 함유된 유제품을 먹은 군과 프로바이오틱스가 함유되지 않은 유제품을 먹은 군을 fMRI를 찍어 비교해 본 결과, 프로바이오틱스가 함유된 유제품을 먹은 군에서 중뇌부위에 변화가 보였고(midbrain connectivity), 감정과 내장의 감각을 통제하는 뇌의 부위에서 task-related response가 감소하였다.4) 장내 미생물이 뇌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물론이고, 우리가 섭취한 장내 미생물 또한 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프로바이오틱스나 항생제, 병원성 균 등에 노출된 동물을 실험한 결과, 장내 미생물이 불안한 감정, 인지, 통증 등을 조절한다는 주장도 존재할 정도다.5) 이에 관한 정리는 “Mind-altering microorganisms: the impact of the gut microbiota on brain and behaviour” 에 잘 나타나 있다.
이정도 쯤 되면, 미생물이 우리 몸속에서 얼마나 다양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을 듯싶다. 한창 취업 준비를 하며,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주변 지인들에게 보여주었던 적이 있다. 지식의 지평을 넓히고자 장내 미생물이 우리에게 미치는 다양한 영향에 관해 공부하고 있다고 적어두었던 문장이 있었는데, 결국 수정하게 되었다. ‘미생물’에 대한 공부가 지식의 지평을 넓히는 것과는 조금 어색하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본인으로써는 ‘다양한 영향’이 광범위하게 느껴져서 그런 표현을 사용하였지만, 잘 모르는 이에게는 우주와 같이 거대한 무언가가 아니기에 충분히 그렇게 생각될 수 있다고 납득하여 수정하게 되었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에서도 그 지적이 생각난다. 글 솜씨가 조금 더 좋았더라면, 더 설명할 수 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참 좋은데, 정말 좋은데, 뭐라고 설명할 방법이 없네. 직접 말하기도 그렇고”. 유명했던 광고문구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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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Rhee,S.H. et al, (2009), Principles and clinical implications of the brain-gut-enteric microbiota axis, Nat Rev Gastroenterol. Hepatol.
2) Stilling RM et al, (2014), Microbial genes, brain and behaviour-epigenetic regulation of the gut-brain axis, Genes Brain Behav.
3) Gareau MG et al, (2011), Bacterial infection causes stress-induced memory dysfunction in mice, Gut.
4) Leo Galland, (2014), The gut microbiome and the brain, J Med Food.
5) Cryan JF et al, (2012), Mind-altering microorganisms: the impact of the gut microbiota on brain and behaviour, Nat Rev Neurosci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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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임상병리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석사과정중에 있는 대학원생입니다. 보건복지부 기자단으로 1년 활동하였으며, 평소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여 과학의 매력을 일반인에게 전하고 싶은 꿈을 품고 지내던 차에 감사한 기회가 생겨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분자미생물화학연구실에서 실험하며 체내 미생물의 매력에 빠지게 되어, 연재주제를 미생물로 잡게 되었습니다. 공부중인 학생인지라, 부족한 점이 많겠지만 글 연재를 통해 성장해 나갈 모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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