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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신기술] 핵전쟁 발발 가능성이 골수이식을 가능케 하다 (4)
Bio통신원(땡칠이닥터)
SUMMARY
1945년 8월 6일 전쟁중이던 일본에 핵폭탄이 터지면서 인류는 핵전쟁에 의한 인류 멸망이라는 두려움에 떨었다. 핵전쟁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방사선 피폭으로부터 치료할 수 있는 치료기법의 개발에 의학자들은 몰두했다. 1949년 방사선 조사가 주로 혈액을 만드는 조혈 기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되고 1951년에는 방사선에 노출될 때 각종 장기를 납으로 보호했을 때 마우스의 폐사율을 측정했는데 비장을 치명적인 수준의 방사선으로부터 납으로 보호하자 생존율이 76%로 증가하고 간, 장, 머리, 뒷다리 전체를 보호했을 때 생존율이 30%가 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다음으로는 여러가지 장기를 이식했을 때 생존율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는데 다른 마우스의 배아(embryo)를 주입한 경우와 골수를 주입한 경우 각각 30%, 75%의 생존율을 기록했고 이러한 실험은 훗날 Edward Donnall Thomas 박사가 사람의 백혈병이나 재생불량성 빈혈을 치료하는데 골수를 이용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후에 Edward Donnall Thomas 박사는 골수이식에 대한 연구 공로로 1990년 노벨 의학상 생리학상을 수상했다.
1868년 Ernst Haekel로부터 시작한 줄기세포의 역사를 리뷰하고 있는데 지난번 연재에서 1954년 Leroy Stevens의 논문까지 리뷰를 했다. 1954년부터 Leroy Stevens가 줄기세포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테라토마에 대한 연구를 집중적으로 수행하고 있었다면 또 다른 한곳에서는 줄기세포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골수이식(bone marrow transplantation)에 대한 연구를 집중적으로 수행하고 있었다. 이번 연재에서는 초창기 골수이식 연구에 대한 부분을 이해하는 것은 줄기세포라는 신기술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1945년 8월, 일본의 두 도시에 핵폭탄이 터지다.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에 리틀보이 (little boy)가, 8월 9일 나가사키에 팻맨(Fat man)이라는 핵폭탄이 각각 투하되었다. 한 원자탄의 이름은 작은 소년(little body), 그리고 또 하나의 원자탄은 생긴 모양을 따서 유머러스하게 ‘뚱뚱한 사람 (fat man)’이라고 불리웠지만 핵폭탄 투하의 결과는 결코 ‘작지도 유머러스’하지도 않았다. 두개의 원자탄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잿더미로 만들어 버렸다. 핵폭탄이 가진 엄청난 살상능력과 파괴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전 세계는 핵전쟁의 두려움에 떨었다. 지금은 핵무기의 숫자가 사용연한이 도래하여 지속적으로 폐기되고 있는 실정이지만 실제로 핵무기에 대한 군비 경쟁이 한창일 때 미국과 소련이 보유한 전체 핵무기의 숫자는 21,000개나 되었으며 이는 인류를 몇번씩 완전히 멸망시키고도 남는 수준이었다. 그 당시 지식인들은 인류가 멸망한다면 그것은 바로 핵전쟁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다. 전세계 인류는 사람(human being)이라는 존재가 말도 안되는 정치적 이유로, 또 아주 사소한 갈등으로 얼마든지 지구를 생명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바꿀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당시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학자들의 관심은 핵전쟁 발발로 고준위 방사선에 직, 간접적으로 노출된 환자가 발생할 경우 그들을 어떻게 치료할 수 있는가 하는 것에 자연스럽게 모아졌다. 그래서 의학자들은 핵물리학자들과의 공조를 통해 실험동물을 방사선에 노출시켜 어떤 생리학적 변화가 생기는지 관찰하기 시작했다.
혈액성분에 가장 먼저 영향을 미치는 방사선 (1949년)
먼저 과학자들은 치명적인 용량의 방사선을 실험동물인 마우스에 쪼여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정밀한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1949년에 600 뢴트겐 수준의 방사선을 마우스에 쪼이면 심각한 빈혈(anemia), 백혈구 감소증(leucopenia), 그리고 혈소판감소증 (thrombocytopenia)이 발생하는 것을 밝혀낼 수 있었다 (Jacobson, Marks et al. 1949). 뢴트겐이라는 단위는 X선이나 감마선의 강도를 나타내는 단위인데 지금은 이 뢴트겐이라는 단위 대신에 시버트(sievert)라는 단위로 대체해서 쓰고 있다. 600뢴트겐 정도의 방사선량이 어느 정도의 양이냐면 500 뢴트겐 정도의 방사선량을 5시간 이상 쪼이면 사람도 죽을 수 있는 치명적인 수준이다. 작은 마우스에 600뢴트겐 수준의 방사선을 조사시키면 그 마우스가 죽는 것은 당연해 보이는데 문제는 어떤 증상을 보이며 죽는가 하는 것이다. 방사선에 노출된 마우스들은 조혈기관에 치명적인 손상이라도 입은 듯 전체적으로 빈혈이 나타나는데 그중에서도 백혈구와 혈소판이 특히 더 심각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혈에 중요한 부위에 대한 단서를 찾다 (1951년)
다시 3년이 지난 1952년, 이번에는 시카고 대학의 Leon Orris Jacobson은 매우 중요한 리뷰 논문을 발표했는데 이 리뷰 논문 안에는 이미 치명적인 수준의 방사선에 노출된 동물들이 하나 이상의 조직이나 장기에서 원래상태로의 복원에 실패하는 경우에 대한 언급이 되어 있었다. 대표적인 조직 손상의 하나가 바로 적혈구, 백혈구 등을 만드는 조혈시스템 (hematopoietic system)의 이상이었다.
실험에서 1,025 뢴트겐 수준의 강력한 방사선을 조사하면 실험에 사용한 마우스의 99.2%가 폐사하는데 같은 1,025 뢴트겐 수준의 방사선을 쪼이더라도 비장(spleen)을 납으로 보호하면 빈혈과 백혈구 감소증, 혈소판감소증이 발생은 하지만 혈액이 정상으로 복구되어 생존확률이 76%로 증가하였다 (Jacorson 1952). 그런데 추가로 밝혀진 매우 흥미로운 사실은 납으로 간(liver), 장(intestine), 머리전체 그리고 뒷다리 전체를 각각 방사선에 피폭되지 않도록 보호해서 방사능에 피폭하는 실험을 한 경우인데 이 경우에서 마우스의 생존율은 30%를 기록했다. 비장을 납으로 보호한 경우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간, 장, 머리, 그리고 뒷다리도 방사선에 노출된 다음 회복에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런데 신장의 경우 한쪽 신장을 보호해 보아도 전혀 생존율이 높아지지 않았다. 같은 내부 장기라도 신장에는 그런 기능이 없는 것으로 보였다.
필자는 이 실험 데이터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 어떻게 1952년 발표된 리뷰 논문에 이런 내용이 포함될 수 있는지 믿기지 않아서 였다. 발생과정중 간에서 조혈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밝혀지기 시작한 것은 1983년 이후이고 지금이야 사람의 경우 어린이는 주로 대퇴부(femur) 또는 정강이뼈 (tibia)에서 조혈 작용이 일어나고 어른의 경우 머리뼈, 골만, 요추, 흉골 등에서 조혈작용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1952년 당시에는 이런 내용을 정확히 알 수 없었을 텐데 어떻게 지금에서야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실험을 정확히 수행했는지 놀라울 뿐이다.
Leon Orris Jacobson의 1952년 리뷰 논문에 정리된 실험 결과들은 본인 자신이 1949년부터 수행한 실험결과와 네 편의 논문 내용을 정리한 것인데 이 리뷰 논문은 발표이후 총 192회 인용되어 그 실험의 중요성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러나 60년 훨씬 지나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적어도 필자는 Jacobson 박사가 훌륭한 과학자이며 매우 정확한 실험을 수행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과학은 그런 것이다. 논문을 발표하고 나면 당장은 모르지만 나중에 그 논문을 보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Leon Orris Jacobson 박사도 미쳐 몰랐을 것이다. 60년 뒤 한국에서 자신의 논문을 읽고 감탄하는 과학자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우리가 실험 하나하나, 논문 하나하나를 최선을 다해서 수행하고 작성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Figure 1. 사람의 각 나이별 조혈작용을 요약, 정리한 그래프. 간과 비장의 조혈작용은 출산을 기준으로 없어지는 반면에 골수의 조혈기능은 매우 오랜 기간 유지되는데 각 뼈의 종류별로 골수의 조혈기능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https://en.wikipedia.org/wiki/File:Hematopoesis_EN.svg
방사선에 노출된 마우스에 세포를 이식해 보다
다시 1952년 리뷰 논문으로 돌아가서 이 논문에는 추가로 2가지 중요한 실험 결과에 대한 친절한 리뷰도 더 들어 있었는데 첫번째는 방사선 조사를 한 다음 임신한지 12일된 마우스 배아 (embryo)를 잘게 부숴서 주사한 경우와 비장을 갈아서 주사한 경우에 대한 실험 결과이다. 배아와 비장을 주사한 경우에서는 30%의 생존율을 보였다. 호기심 많은 과학자들은 닭 배아도 같은 방법으로 잘게 부숴서 방사선 조사 마우스에 주사했으나 이 경우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어서 한 마리도 생존하지 못했다. 60년 전에 나온 논문이기 때문에 활자나 인쇄상태는 형편없지만 그 내용은 정말 놀랍도록 정확했다. 그의 논문에 적혀진 내용을 일부 발췌하여 옮겨 본다.
“(치명적인) 방사선에 노출된 다음 회복에 관여하는 마우스 배아나 비장에 들어 있는 어떤 인자는 어쩌면 비장을 납으로 보호하는 과정에서 밝혀진 효능과 깊은 관계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마우스 배아나 비장에 들어 있는 인자를 주사했을 때 나타나는 효과는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을 텐데 첫째는 주사한 희석액 내에 들어있는 세포들이 신속히 마우스 체내에 정착을 해서 마우스가 조직을 재생할 수 있도록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고 또 다른 가능성은 복강 (peritoneal cavity)이 주사한 세포에 대한 배양기 같은 역할을 해서 주사한 세포가 체내에서 생존할 수 있게 했을 뿐만 아니라 조직 재생과 생존에 도움이 되는 성분을 분비하도록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 등입니다. “
Leon Orris Jacobson 박사는 직감적으로 비장 안에, 그리고 같은 동물의 배아 안에는 조직을 재생시키는데 필요한 무언가가 존재할 것을 강력히 의심하고 있었다. 배아의 경우 줄기세포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생존율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지금은 필자와 독자 여러분 모두 줄기세포의 개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지금 소개해 드리는 이러한 실험 결과는 모두 줄기세포(stem cell)라는 개념이 나오기 이전에 나온 것이다. 그래서 놀라운 것이다.
Leon Orris Jacobson 박사가 1952년 발표한 리뷰 논문에는 방사선 조사 마우스에 진행한 골수이식 실험결과에 대한 리뷰도 포함되어 있다. 골수와 관련된 이 연구를 주도한 사람은 Egon Lorenz 박사였다. Egon Lorenz 박사는 1951년부터 방사선 조사 마우스에 골수를 이식하는 실험을 반복하고 있었다 (Lorenz, Uphoff et al. 1951). 900 뢴트겐 수준의 방사선을 쪼이면 마우스는 99% 폐사하게 되는데 여기에 방사선 조사를 하지 않은 같은 종류의 마우스에 정상적인 마우스의 골수를 정맥으로 이식하자 75%가 생존한 것이다. 이 리뷰 논문이 발표하고 바로 다음달인 1952년 6월에 Egon Lorenz 박사는 방사선 조사 마우스와 기니픽에서 골수를 정맥주사했을 때의 효과에 대한 논문을 발표한다. 그는 이 논문에서 납으로 비장을 감싸서 방사선으로부터 보호했을 때 회복효과가 관찰된 것은 비장에 있던 조혈인자가 각 장기로 심겨졌기 때문이라고 적었으며 같은 이유로 골수이식이 효과적인 이유 역시 골수에 있던 조혈인자가 각 장기로 심겨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골수이식이 실패했던 이유에 대해서도 매우 완성도 높은 의견을 제시했는데 생존능력이 없는 골수세포를 이용했거나 이식받는 마우스와 이식하는 골수의 유전적으로 사로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생길 수도 있다고 기술했다. 이러한 실험과 연구논문은 골수가 백혈병이나 혈액 이상에서 치료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 Edward Donnall Thomas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Figure 2. 골수를 이식 받은 마우스의 비장 조직염색사진. 방사선을 조사하고 같은 종류의 마우스유래 골수를 정맥 주사한 다음 마우스의 비장을 현미경으로 관찰해 보면 캡슐 바로 아래 과립구의 생성과 megakaryocyte가 관찰된다 (Lorenz, Uphoff et al. 1951).
사람에게 골수를 정맥으로 주사한 첫 시도 (1957년)
미국 콤럼비아 대학의 교수이자 내과의사였던 Edward Donnall Thomas는 골수에 대한 연구에 몰입하고 있었다. 그의 연속된 논문들을 읽어보면 그는 방사선, 골수에 대한 지독한 몰입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번 연재에서는 골수이식과 관련된 내용을 리뷰하고 있는데 골수이식과 조혈모세포 또한 줄기세포에 대한 역사를 정리함에 있어 빠질 수 없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내과의사였던 Edward Donnall Thomas는 37살이 되던 1957년, 다소 무모해 보이는 매우 용감한 시술을 감행한다. 사람에게 최초로 골수이식을 수행한 것이다. 하지만 아무런 근거도 없이 무모하게 바로 사람에게 적용한 것은 아니었고 그가 골수이식을 진행하기 바로 직전 설치류와 개, 영장류 등에서 골수이식 실험이 완료된 상태였다. 하지만 그 실험의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은 현재 의학 수준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태였고 특별한 가이드라인과 규제도 없이 사람에게 골수이식이 수행되었다. 1950년대 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고 우리는 지금 그 용감한 시술 덕분에 많은 경험과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게 되었다.
그가 골수이식 수술을 진행한 이유에 대해서 Edward Donnall Thomas는 1957년 발표한 논문에 이렇게 적고 있다.
“방사능에 오염되는 재앙이 발생하거나 (항암제등) 화학적 요법 등으로 골수가 파괴되는 경우에 그런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서 골수정맥주사의 적용가능성과 유용성을 평가해야 했습니다. “
골수 이식시 공여자에게서 추출한 골수를 희석액으로 희석해서 정맥으로 주사했기 때문에 1957년에는 골수정맥주사 (Bone-marrow infusion)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지금도 골수이식 (bone-marrow transplantation)을 할 때 빗장뼈 아래에 있는 중심정맥을 이용하지만 골수정맥주사라는 용어 대신 골수이식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1957년에 Edward Donnall Thomas가 논문에 적은 방사능에 오염되는 재앙이란 앞에서 말한 핵전쟁 상황을 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골수이식으로 백혈병 등 혈액암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가 자리를 잡고 있었던 것 같다. 1957년에 발표된 논문에는 총 6건의 사람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이 소개되고 있는데 6케이스 중 첫번째 케이스는 44세 만성 골수성 백혈병, 세번째 케이스는 63세 다발성 골수암 케이스, 여섯번째 케이스가 59세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으로 전체 여섯 케이스의 절반이 혈액암 관련 케이스였다. 특히 첫번째 케이스는 다른 케이스와 달리 현대의 골수이식 과정과 흡사 닮아 있었다. 4년 정도 만성 골수성 백혈병을 앓다가 고열을 동반한 감염에 빈혈과 출혈이 겹쳐 결국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였다. 3일 걸쳐 30 뢴트겐 수준의 방사선 치료를 받고 26주령된 사망 태아의 골수를 이식받았는데 이때 이식된 골수세포는 25억개 수준이었다. 하지만 환자는 결국 24시간 만에 사망했다.
Edward Donnall Thomas가 골수이식 수술을 감행했을 때의 자료를 분석해 보니 방사선의 적용을 통해 문제있는 혈구세포의 제거, 골수 이식 등의 과정은 매우 좋은 아이디어였지만 조직적합성항원(HLA)에 대한 검사가 충분하지 않았다. 골수이식을 위해서는 3쌍의 조직적합성항원이 일치해야 한다. 조직적합성항원에는 HLA-A, HLA-B, HLA-DR 등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3쌍 6개의 항원이 모두 일치하는 경우 골수이식을 고려할 수 있다. 형제간의 이식이나 1개 항원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도 예외적으로 3쌍 6갱의 항원이 모두 일치하지 않아도 골수이식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1957년 Edward Donnall Thomas의 이식 실험에서는 조직적합성항원에 대한 검사가 정밀하게 수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부작용도 상당부분 포함되어 있지 않았을까 판단된다. 조직적합성항원의 경우 줄기세포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고려사항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살펴 볼 예정이다. 또 방사선 적용 후 면역기능을 하는 백혈구세포가 없어지면서 면역이 없어지기 때문에 무균실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했는지 이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하지만 타인의 골수세포를 이식한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매우 훌륭한 아이디어였는데 이는 혈액세포를 만들어내는 씨앗세포인 조혈모세포 (hematopoietic stem cell)를 이식하는 시술이며 중요한 것은 지금으로 부터 이미 60년 전에 골수 중에 존재하는 혈액을 만드는 줄기세포를 치료에 이용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점이다. 다음 연재에서 골수 이식에 대해서 좀더 살펴보겠지만 Edward Donnall Thomas는 골수이식과 관련된 연구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0년 Joseph Edward Murray와 함께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골수이식의 아버지라 할 수 있는 Edward Donnall Thomas도 Egon Lorenz 등의 선행연구가 없었다면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EPILOGUE
1960년에 만들어진 영화 “타임머신”을 보면 1900년도의 주인공이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간다. 그 때 마침 도착한 곳이 1966년의 미국이었다. 핵전쟁이 막 시작되어서 사이렌이 울리고 사람들은 방공호로 피한다. 냉전시대의 긴장이 세계 제3차대전에 이 발발하고 세상은 멸망직전까지, 아니 멸망상태가 된 것이다. 핵폭탄 폭발을 피해 가까스로 피해간 타임머신이 멈춘 곳은 서기 802701년의 미래 지구. 그곳은 키가 작고 아름다우며, 감성은 뛰어나지만 지성은 떨어지는 엘로이(Eloi) 족과 또 다른 인류의 후손, 몰록 (Morlocks)족이 살고 있었는데 엘로이족은 몰록족이 주는 음식을 먹으며 놀다가 결국 몰록족의 먹이가 되고 있었다. 시간여행자인 주인공은 책도 없고 생각도 없는 802701년의 미래 지구를 개탄하며 다시 1900년대의 자기 집으로 돌아와 미래 지구인을 가르치기 위해 책을 세 권 가져간다. 1960년대 영화라고는 믿기 어렵게 열린 결말을 짓는데 사라진 주인공의 친구는 없어진 세 권 책의 빈자리를 보며 ‘미래를 위해 도대체 어떤 책을 가져갔을까?’ 궁금해 하며 주인공의 집을 떠난다. 필자는 가끔 생각에 잠긴다. 만약 내가 시간여행자와 같은 경우이고 미래 누군가를 위해 현존하는 세 권의 책을 선택해야 한다면 과연 무슨 책을 고를 것인가….?
Edward Donnall Thomas는 핵전쟁의 공포에 시달리던 냉전의 시대에 핵전쟁 발발시 노출되는 방사선 피폭자에 대한 치료방법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골수이식을 보며 방사선 조사와 병행하는 골수이식이 백혈병과 같은 혈액암이나 재생불량성 빈혈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인류를 위해 골수이식에 지독히 몰입하던 한 과학자가 마침내 새로운 치료법을 인류에게 제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그는 그 치료법이 줄기세포와 관련있다는 사실은 그 당시에는 전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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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 누가 최초로 줄기세포란 멋진 이름을 붙였나? / 줄기(stem)의 일부만 심어도 완전한 개체로 복구될 수 있는 식물의 놀라운 능력 / 줄기세포 (stem cell)라는 용어를 인류 최초로 사용한 과학자 Ernst Haekel (1868년) / 다른 세포로 분화되는 능력을 가진 세포를 줄기세포라 명명한 Valentin Häcker (1892년) (2016년 8월 9일 연재)
2편 - 매일 하루에 2333억개의 적혈구를 만들어내는 줄기세포 (2)/ 생각보다 일찍 시작된 혈구에 대한 연구 / 100년전 발견된 혈액에서의 줄기세포 (stem cell)라는 개념을 생각해낸 100년전 과학자 알렉산더 A. 막시모프 (2016년 8월 17일 연재)
3편 - 줄기세포 논란 때마다 나오는 테라토마 (teratoma) (3)/ “STAP세포는 있습니다….” / Obokata 연구원의 연구 성과는 왜 그렇게 주목 받았을까?/ 약 60년전, 마우스에서 발견된 테라토마 (1954) (2016년 8월 23일 연재)
참고문헌
Jacobson, L. O., E. Marks, E. Gaston, M. Robson and R. Zirkle (1949). "The role of the spleen in radiation injury." Experimental Biology and Medicine 70(4): 740-742.
Jacorson, L. O. (1952). "Evidence for a humoral factor (or factors) concerned in recovery from radiation injury: a review." Cancer Research 12(5): 315-325.
Lorenz, E., D. Uphoff, T. Reid and E. Shelton (1951). "Modification of irradiation injury in mice and guinea pigs by bone marrow injections." Journal of the National Cancer Institute (US) Changed to JNCI, J. Natl. Cancer Inst.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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