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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생명과학
세균의 페놀산 해독효소 생산 조절과정 규명
Bio통신원(한국연구재단)
한국연구재단은 윤성일 교수(강원대학교) 연구팀이 패드알(PadR)*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연구하고, 이 단백질에 의한 해독효소의 유전자 발현 조절과정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 패드알(PadR, phenolic acid-responsive transcriptional regulator) : 바실러스균(고초균) 등 세균에 존재하는 전사조절 단백질로, 세균에게 유해한 페놀산이 감지되었을 때에만 페놀산분해효소의 발현을 유도한다.
자연환경에 존재하는 페놀산*은 일부 세균에서 생장을 저해한다. 이들 세균은 다양한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한 방편으로 페놀산을 인식하고 이를 분해하는 해독효소를 생산해내는 독특한 시스템을 지니고 있다.
* 페놀산(phenolic acid) : 식물의 분해산물로 토양에 많이 존재하며 일부 세균의 생존 및 증식을 억제한다.
패드알 단백질은 페놀산을 감지하고 분해효소 발현을 조절하는 전사인자*로서, 유해환경 극복에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이러한 기능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패드알 단백질이 어떻게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지 구조적·분자적 기전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 전사인자(transcription factor) : DNA 유전암호가 RNA중합효소에 의해 전령RNA(mRNA)로 옮겨지는 전사(transcription) 과정을 억제하거나 유도하는 단백질을 일컫는다.
연구팀은 엑스선 결정학*을 이용하여 패드알 단백질의 구조, 작동자 DNA*와 결합했을 때의 구조를 규명했다. 패드알 단백질은 2개의 단백질 분자가 결합한 형태로서, DNA의 굴곡부위에 결합한다.
* 엑스선 결정학 : 분자의 3차원 구조를 원자 수준에서 결정하는데 사용되는 기술로, 시료 결정에 엑스선을 입사하여 전자에 의해 엑스선이 회절 되는 현상을 이용한다.
* 작동자 DNA(operator DNA) : 구조유전자(아미노산서열로 번역되어 단백질로 해독되는 암호화된 유전자부위) 가까이 위치하여 구조유전자의 전사를 지배하는 유전자 부분. 작동자 DNA에 전사인자가 결합하여 구조유전자의 전사를 조절한다.
단백질의 구조적 분석은 유전자 발현 조절과정에 대한 가설을 제시하고 입증하는 기반이 되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페놀산이 패드알 단백질에 결합될 때 단백질의 일부 구조가 변형되면서 더 이상 작동자 DNA에 결합되지 못하고 분리되고, 이로써 해독효소 유전자 발현이 개시된다.
윤성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세균 내에서 어떻게 특이적으로 페놀산을 인식하고 해독효소 생산 스위치를 켜는가에 관한 비밀을 풀었다”며, “패드알 계열 단백질은 병원균의 항생제 내성 발현, 독소 형성과 밀접하기 때문에 향후 감염질환 치료제 개발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 연구는 교육부·한국연구재단 이공학 개인기초연구지원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되었고, 생화학·분자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뉴클레익 엑시드 리서치(Nucleic acids research) 11월 9일에 발표되었다.
논문의 주요 내용
□ 논문명, 저자정보
- 논문명 : Structural basis of effector and operator recognition by the phenolic acid-responsive transcriptional regulator PadR
- 저 자 : 윤성일 교수(교신저자, 강원대학교), 박순철(제1저자, 강원대학교), 곽윤미(참여저자, 강원대학교), 송완석(참여저자, 강원대학교), 홍민선 교수(참여저자, 연세대학교)
□ 논문의 주요 내용
1. 연구의 필요성
○ 생명체는 외부 환경에 적응하면서 생존하기 위해 외부 유해물질을 감지하고 이에 대항하기 위한 시스템을 다양하게 진화시켜 왔다. 세포는 유해물질의 독성을 극복하기 위해 유해물질을 분해하는 효소 단백질을 발현하거나 세포 내로 들어온 유해물질을 밖으로 배출하는 단백질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러한 해독단백질의 발현을 조절하는데 전사인자라는 단백질이 관여한다. 전사인자는 유해물질을 인식하고 해독단백질유전자의 발현시점을 조절하기 때문에 전사조절인자에 대한 연구는 생명체의 유해환경 극복과정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 일부 세균에게 페놀산은 독성을 나타낸다. 세균은 페놀산 독성을 극복하기 위해 페놀산을 분해하는 효소를 발현하고 이 효소의 발현을 조절하는데 패드알 전사인자가 관여한다. 페놀산이 없는 경우 패드알 전사인자는 페놀산분해효소 유전자의 작동자 DNA에 결합하여 유전자의 전사를 억제하기 때문에 페놀산분해효소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페놀산이 존재하면 패드알 전사인자는 페놀산에 결합하고 작동자 DNA에서 해리되어 페놀산분해효소 단백질의 발현을 유도한다. 이러한 페놀산과 작동자 DNA 사이에서 패드알 전사인자가 어떻게 전사유도과정을 조절하는가에 관한 궁금증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연구과제이다.
○ 패드알은, 9000개가 넘는 다양한 전사인자가 포함된 패드알 패밀리*의 대표 단백질이다. 패드알 패밀리의 전사인자는 항생제 생산, 독소 생성, 해독효소 발현, 그리고 독소 배출 단백질 발현의 조절 등 세균의 생장 및 생존에 필수적인 다양한 기능을 담당한다. 하지만 패드알 패밀리 전사인자들이 어떠한 활성인자를 인지하고 어떻게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가에 관한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부족하다. 따라서 패드알 전사인자의 삼차원 구조를 이해하고 패드알 패밀리를 대표하는 전사인자의 전사조절 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반드시 필요하며 동시에 병원균의 전사조절을 이용한 감염병 치료제를 개발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
* 패밀리 : 진화적으로 연관성이 있는 단백질들의 무리이다. 같은 패밀리에 속하는 단백질들은 기능적·구조적 유사성을 지닌다.
2. 연구내용
○ 생체분자의 3차원적인 모양을 이해하면 기능 및 일련의 유도과정을 이해하는데 매우 유용하다. 패드알 전사인자의 단일 구조와 더불어 작동자 DNA 복합체 구조와 페놀산 복합체의 3차원 구조를 엑스선 결정학을 통해 밝혔다. 또한 구조 분석을 통해 제시된 전자조절의 가설을 다양한 실험적 기법(등온적정열량계*, 형광편광*, 겔 전기영동 이동성 변화 분석*, 돌연변이 제작 분석)으로 증명하여 패드알 전사조절과정 이론을 확립하였다.
* 등온적정열량계(isothermal titration calorimetry) : 두 종류의 물질들이 상호작용할 때 발생하는 열량의 변화과정을 측정하여 분자 간 결합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해리상수, 엔탈피, 엔트로피 변화량 등을 결정하는 실험적 기법이다.
* 형광편광(fluorescence polarization) : 형광을 지닌 물질이 다른 물질과 상호작용할 때 감소하는 분자이동을 편광 편향으로 측정하여 두 물질 간의 결합력을 측정할 수 있다.
* 겔 전기영동 이동성 변화 분석 : 전하를 띤 분자들이 전기적인 힘에 의해 겔 층을 이동할 때 분자 간 결합으로 인한 운동성의 변화를 관찰하여 복합체 형성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 패드알 전사인자는 N-말단도메인과 C-말단도메인으로 구성된 단백질로서 두 개의 단백질 분자가 결합한 이량체(분자 두 개가 모여 있는 상태)를 형성한다. 패드알 이량체는 N-말단도메인을 통해 사슬형 DNA의 굴곡부위에 결합한다. 이때 종간 보존성이 높은 티로신(tyrosine) 잔기 두 개와 라이신(lysine) 잔기 하나가 DNA 결합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 패드알 전사인자는 N-말단도메인과 C-말단도메인 사이에 패드알 특유의 주머니를 가지고 있다. 이 주머니에 페놀산이 들어가면, 패드알 32번 글루타민(glutamine) 잔기와 33번 페닐알라닌(phenylalanine) 잔기를 포함한 주머니 일부에 구조적 변형이 유도되고, 인접한 N-말단도메인을 물리적으로 밀어내게 된다. 모양이 변화된 N-말단도메인은 DNA의 굴곡부위로부터 엇나가서, 결과적으로 패드알은 더 이상 작동자 DNA에 결합하지 못하고 떨어지게 되며 패드알에 의한 해독효소유전자 발현 억제가 해제된다.
3. 연구 성과
○ 패드알(PadR) 단백질의 단일 구조, 페놀산 복합체 구조, 그리고 작동자 DNA 결합 구조를 모두 밝혔고, 구조 비교 분석과 생물리화학적 연구를 통해 패드알 단백질이 어떻게 페놀산을 인지하고 관련 유전자를 조절하는지에 관한 구조적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였다.
○ 패드알 패밀리는 항생제 내성 형성과 독소 생산과 관련된 단백질의 발현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이번 연구는 병원균의 항생제 내성 획득에 대한 연구 및 독소 형성 억제를 통한 감염질환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 연구 이야기 ★
□ 연구를 시작한 계기나 배경은?
패드알 패밀리에는 9000개가 넘는 다양한 전사인자가 포함되어 있으며 항생제 내성 발현 또는 독소 형성과 같이 감염질환과 관련된 단백질이 존재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패드알 전사인자에 의한 전사조절의 구조적 기전은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다. 패드알에 대한 연구는 기초과학 측면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될 뿐 아니라 감염질환 치료제 개발에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적용범위가 넓다. 이러한 점에 주목하여 패드알 단백질과 작동자 DNA 및 페놀산 활성인자와의 결합 연구를 엑스선 결정학을 포함한 다양한 생물리화학적 실험방법으로 수행하였다.
□ 연구 전개 과정에 대한 소개
엑스선 결정학을 이용하여 패드알 전사인자의 단일구조를 규명하였으며 더 나아가 작동자 DNA와의 복합체 구조 그리고 페놀산 복합체 구조도 밝혀 패드알이 어떻게 특이적으로 DNA와 페놀산에 결합하는지 확인하였다. 다양한 구조의 비교 분석을 통해 페놀산의 패드알 결합이 어떻게 DNA 결합을 저해하는지에 관한 구조적 기전을 제시할 수 있었다. 이러한 구조적 발견은 다양한 생물리화학적 실험 기법을 이용하여 증명되었다.
□ 연구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장애요소는 무엇인지? 어떻게 극복(해결)하였는지?
전사조절이 단백질 발현과 생명현상 규명에 중요하지만 동일한 전사인자 단백질에 대해 작동자 DNA 그리고 활성인자 결합 구조를 모두 규명하는 일은 흔치 않기 때문에 전사조절의 구체적 기전은 많이 밝혀져 있지 않다. 본 연구에서는 작동자 DNA 복합체 구조를 얻기 위해 다양한 길이의 DNA를 디자인하여 결정화 조건 스크린 및 최적화 실험을 수행하였으며 페놀산 결합 구조 또한 다양한 페놀산을 스크린하고 페놀산이 안정적으로 결합한 결정을 얻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구조의 비교 분석을 통해 패드알의 전사조절 기전을 제안할 수 있었지만 이를 증명하기 위해 새로운 실험을 디자인하고 수행하는 면에서 많은 어려움을 뒤따랐다. 다행히 돌연변이 패드알을 이용한 생물리학적 실험을 통해 제안된 기전을 증명할 수 있었다.
□ 이번 성과, 무엇이 다른가?
패드알 전사인자의 페놀산 결합구조와 작동자 DNA 결합 구조 모두 세계 최초로 규명하였으며 이를 통해 페드알의 특이한 전사조절 메커니즘을 제시하였다.
□ 꼭 이루고 싶은 목표와 향후 연구계획은?
생명체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유전자의 조절은 항상성을 유지하고 외부 환경에 대응하는데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많은 유전자 조절 메커니즘에 대한 분자적 구조적 연구가 부족하다. 때문에 패드알 연구 결과를 토대로 다양한 유전자 조절 단백질에 대한 구조적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고 이것이 향후 우리가 유전자 발현 조절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 기타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패드알 복합체 구조를 밝힌 후 전사조절 기전을 실험적으로 증명하는 점에 있어서 어려움이 많이 있었다. 포기하려 했던 순간마다 한번만 더 해보자는 생각으로 실험을 디자인하고 진행하였다. 그 결과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모든 연구에는 해결하고 극복해야 할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다.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계속 도전해 나간다면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림1) 패드알-DNA 결합구조(왼쪽)와 패드알-페놀산 결합구조(오른쪽)
패드알 이량체(하늘색, 파란색)는 작동자 DNA(분홍색, 살색)의 이중사슬 굴곡부분에 결합한다. 패드알은 두 개의 도메인 사이에 위치한 주머니를 이용해 페놀산(노란색)에 결합한다.
(그림2) 패드알의 전사 조절 기전
패드알 이량체는 평상시 패드알의 N-말단도메인으로 페놀산분해효소 유전자의 작동자 DNA에 결합하여 페놀산분해효소의 발현을 억제한다(왼쪽). 외부에서 독성물질인 페놀산이 유입되면 패드알 이량체는 페놀산 두 분자와 결합하게 된다(오른쪽). 그 결과 페놀산에 의해 패드알 이량체의 N-말단도메인이 양쪽으로 밀려나며 더 이상 작동자 DNA에 안정적으로 결합하지 못하고 해리된다. 결국 RNA중합효소에 의한 전사과정이 활성화되어 페놀산분해효소의 발현이 촉진되고 페놀산 독성물질이 분해된다.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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