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김두철)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 장영태 부연구단장(포항공대 화학과 교수)연구팀은 국제 공동 연구를 통해 종양줄기세포에만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형광물질 TiY(Tumor initiating cell probe Yellow)을 발견하고, 암의 재발이나 전이를 막는 항암 치료의 가능성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TiY는 종양의 종류에 상관없이 종양줄기세포를 탐지해낼 수 있어 광범위한 암 치료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종양줄기세포(Tumor Initiating Cells)는 암 세포로 분화하기 전 단계의 세포로, 재생․분화 능력이 강해 종양 형성과 암 전이, 재발에 관여한다. 때문에 생체 내에서 다양한 종류의 종양줄기세포를 얼마나 선별적으로 정확히 검출해낼 수 있는지의 여부가 항암 치료의 관건이 된다. 그러나 종양줄기세포 검출에 사용되던 기존 항체 치료법은 암 종류나 사람에 따른 편차를 보여 널리 활용하기 어려웠으며, 일반종양세포와 종양줄기세포를 선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IBS 연구진은 종양줄기세포만을 탐지해내는 형광물질을 찾기 위한 실험을 고안했다. 실험은 대표적 악성 종양인 폐암줄기세포를 폐암 환자 표본으로부터 추출하고, 폐암줄기세포에 형광분자들을 종류별로 처리하며 세포와 결합하는 형광분자를 찾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자체개발한 약 1만여 종류의 형광 유기 분자 라이브러리의 형광물질들을 폐암줄기세포에 처리하는 스크리닝 과정을 거쳐, 수많은 형광물질 중 TiY 분자가 폐암줄기세포에만 선택적으로 결합한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구체적으로 연구진은 TiY가 종양줄기세포의 비멘틴(Vimentin)이라는 단백질에 결합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비멘틴은 종양줄기세포의 골격을 이루는 근육단백질의 일종으로, 일반 종양세포보다 종양줄기세포에 그 양이 압도적으로 많아 종양줄기세포임을 표지하는 지표임이 잘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처음으로 비멘틴에 결합해 종양줄기세포만을 탐지해내는 형광물질 TiY의 메커니즘을 밝혀낸 것이다.
이어 연구진은 면역력을 결핍시킨 세 그룹의 생쥐를 이용해 TiY의 종양줄기세포 선별 능력을 검증했다. 종양줄기세포는 공 모양의 종양구(Tumor Sphere)를 형성하는 특징이 있어 일반종양세포와 구분된다. A 그룹 생쥐에게는 종양에서 무작위로 추출한 세포(일반폐암세포+폐암줄기세포)를 주입하고, B그룹 생쥐에게는 TiY로 형광 염색된 세포만 추출해 주입, C그룹 생쥐에게는 TiY로 염색되지 않은 세포만 추출해 주입했다. 실험 결과, TiY 염색 세포만 주입한 B그룹 생쥐에서 종양구가 가장 크게 형성됐고, A그룹 생쥐는 보다 작게 종양구가 생겼으나 C그룹의 생쥐는 종양구가 형성되지 않았다. TiY가 일반종양세포가 아닌 종양줄기세포에만 결합해 형광을 띠게 한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그림 2 참고).
TiY는 범용성도 탁월하다. 폐암뿐만 아니라 신장암, 뇌종양, 피부암, 전립선암, 유방암, 난소암, 결장암 등 총 28 종류의 암 조직에서 분리한 TiY 염색 세포를 체외 배양한 결과, 모두 종양구를 형성함을 확인했다. TiY가 암 종류에 상관없이 암줄기세포만을 정확하게 찾아 분리하는 탐지기로 활용될 수 있음이 증명된 셈이다.
한편, 연구진은 유기분자인 TiY를 세포에 일정 농도 이상으로 처리할 경우, TiY와 결합하는 비멘틴의 작용에 부담을 줄 것으로 예측했다. 관찰 결과, 정상 폐 세포와 일반폐암세포는 TiY를 높은 농도로 처리해도 세포의 생사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반면, 폐암줄기세포는 TiY 농도가 일정 수준 이상이 되자 세포가 급격히 사멸함에 따라 종양구 형성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관찰됐다. TiY는 종양줄기세포를 탐지해낼 뿐 아니라 이처럼 종양 형성을 억제할 수 있어 항암 치료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장영태 IBS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 부연구단장은 “이번 결과는 살아있는 종양줄기세포 내부에서 발현되는 단백질을 표적으로 한 최초의 형광물질 개발에 의의가 있으며, 향후 암 치료 약물 개발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성과”라고 밝혔다. 본 연구결과는 독일 응용화학회지(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 IF 11.994) 온라인판에 독일시간으로 지난 1월 26일 게재됐다.
논문명 Identification of Tumor Initiating Cells by a Small Molecule Fluorescent Probe through Vimentin as the Biomarker (Angewandte Chemie, Online published)
저자정보 Yong-An Lee, Jong-Jin, Kim, Jungyeol Lee, Jia Hui Jane Lee, Srikanta Sahu, Haw-Young Kwon, Sung-Jin Park, Se-Young Jang, Jun-Seok Lee, Zhenxun Wang, Wai Leong Tam, Bing Lim, and Nam-Young Kang*, Young-Tae Chang*
연구내용보충설명 종양줄기세포의 종양형성 능력: 다양한 종류의 종양에서 종양줄기세포의 존재가 확인 된 이후, 바이오마커를 이용한 종양줄기세포의 분리 기술이 연구되어 왔다. 분리된 세포의 종양형성능력의 검증은 분리 기술의 효율성에 있어서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가장 널리 알려진 방법으로는 NOD.Cg-PrkdcscidIl2rgtm1Wjl/SzJ (NSG)와 같은 면역력결핍마우스에 세포를 이식 후 이식된 자리에서의 종양의 형성여부를 관찰하거나 세포의 체외배양을 통해 종양구 형성을 관찰하는 것이다. 본 연구에서 DOFLA 스크리닝을 위해 사용된 종양줄기세포주는 폐암환자의 종양에서 분리된 세포로서 종양구 배양 방법을 통해 그 종양형성능력이 유지되었다.
연구이야기 [연구 배경] 암중에서도 폐암은 가장 높은 사망원인을 보이는 대표적인 악성 종양이다. CD166와 같은 다양한 표면 분자는 폐암 종양줄기세포의 특이적 바이오마커로 알려져 있다. 이미 다양한 연구를 통해 표면 분자를 인식하는 항체를 이용한 폐암 종양줄기세포의 분리, 진단, 생체 이미징 또는 표적 치료기술 개발의 성과가 발표되고 있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 암 종류에 따라 종양줄기세포의 표면 분자의 종류가 달라져 항체 치료법은 범용성이 낮은 한계가 있다. 또한 해당 표면 마커가 발현되는 세포가 종양형성능력이 없거나 또는 마커가 발현하지 않는 세포가 종양형성능력을 보이기도 하는 등의 연구결과를 보면, 종양줄기세포의 선별능력도 의심된다. 이에 따라 다양한 조직 유래의 종양줄기세포를 위한 범용적 분자물질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 연구팀에서는 DOFL 스크리닝을 통해 특정 세포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형광물질들을 개발하여 발표한바 있다. 라이브러리를 구성하는 저분자 물질의 특성에 따라, 세포질 내에서 발현되는 바이오마커를 살아있는 상태로 결합하는 형광분자를 찾은 것이다.
[연구 과정] 적절한 목표세포와 대조세포의 설정은 성공적인 DOFL 스크리닝 결과를 위해 중요한 요소이다. 종양줄기세포 탐지물질을 찾기 위한 스크리닝은 폐암종양줄기세포의 안정적인 종양구 배양법을 습득하는 데서부터 시작되었다. 종양구의 장기간 배양이 진행 된 후에도 종양형성능력 및 바이오 마커 발현이 유지됨을 확인 한 후 스크리닝 진행을 통해 최종 형광분자물질을 고르는 데 약 1년이 소요되었다. 그 후 1년에 걸쳐 TiY를 폐암환자샘플에 적용 가능한지 확인했고, TiY의 범용성을 입증하는 데 1년이 추가로 소요됐다. 최대한 많은 종류의 암 세포주에서 TiY의 범용성을 확인하기 위해 노력하였고, 폐암, 신장암, 뇌종양, 피부암, 전립선암, 유방암, 난소암, 결장암 등의 다양한 조직 유래의 28종류의 세포주에서 TiY가 탐지 프로브(Probe)로 작용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어려웠던 점] 많은 종류의 세포주의 안정적인 배양 그리고 그 세포주에 TiY를 적용하는 것은 시간과 노력을 요하는 일이었다. 특히 다양한 세포주에서 공통적으로 효과를 보이는 효율적인 실험 조건을 탐색하는 과정은 매우 어려웠다. 게다가 폐암세포가 아닌 다른 조직 유래의 세포주에서 TiY와 결합하는 세포내 물질이 폐암세포에서와 같은 단백질 이라는 것을 검증하기 위하여 진행된 실험에서는 많은 중간 과정이 필요했던 탓에 효율적인 실험 조건을 확립하는 과정에 있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다양한 조건과 방법을 시도한 결과 효율적인 실험 조건이 확립되었고 그 결과에 따라 범용적 프로브로서의 능력을 보이는 종양줄기세포 특이적 형광물질을 개발할 수 있었다.
[성과 및 차별점] 이번 연구결과는 세포질에서 발현하는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여 살아있는 상태의 종양줄기세포를 대상으로 한 프로브(형광분자 탐지물질) 개발을 보여 준 최초의 사례다.
[향후 연구계획] 개발된 프로브가 높은 농도로 처리 되었을 때 보였던 종양줄기세포에 대한 선택적인 치료 효과는 아직까지 체외배양 체계에서만 검증된 결과이다. 따라서 체내에서도 치료 효과를 보이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중이다. 그리고 스크리닝을 통해 발굴된 또 다른 후보 형광분자물질의 새포 내 표적 분자 탐색과정을 통한 새로운 바이오 마커 발굴도 진행중이다. 근적외선 파장의 라이브러리 스크리닝을 통한 생체이미징 프로브 개발 또한 현재 진행중인 연구다.
 [그림 1] TiY 개발 및 종양줄기세포 선별 실험 절차 (위에서부터) 폐암 조직에서 종양세포 중 종양줄기세포가 단 한개만 있어도 암이 재발하거나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 일반종양세포와 종양줄기세포가 섞여있는 세포에 형광분자들을 종류별로 처리, 폐암줄기세포에만 결합하는 형광분자를 찾는 DOFL스크리닝 과정을 거친다. 이러한 과정으로 찾은 연구진은 수많은 형광물질 중 TiY 분자가 폐암줄기세포에만 결합함을 확인했다. 종양 세포에 TiY를 처리 후, TiY로 염색된 세포를 분리해 체외배양하면(In vitro) 종양구를 형성함을 볼 수 있다. 또한, TiY 염색 세포들을 생쥐에 주입하면(In vivo) 주입된 부위에 역시 종양을 형성함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TiY가 종양구 형성 가능한 종양줄기세포만을 선택적으로 탐지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림 2] TiY의 종양줄기세포에 대한 선별능력 검증 a. TiY의 화학 구조. b. 광현미경 관찰을 통해 검증된 TiY의 종양줄기세포에 대한 선별성. TiY는 노란색을 띠나 실험의 편의를 위해 추가 처리를 하여 빨간색으로 보인다. 파란색은 세포핵을 염색한 것. 일반암세포주에서는 TiY가 형광을 나타내지 않지만, 종양근원(줄기)세포주에서는 TiY가 형광을 띠며 세포를 선별해낸다. c. 대조군(Con; 왼쪽) 생쥐에게는 종양에서 무작위로 추출한 세포(일반폐암세포+폐암줄기세포)를 주입하고, TiY+ 생쥐(가운데)에게는 TiY로 형광 염색된 세포만 추출해 주입, TiY-(오른쪽) 생쥐에게는 TiY로 염색되지 않은 세포만 추출해 주입했다. 실험 결과, TiY 염색 세포만 주입한 TiY+ 생쥐에서 종양구가 가장 크게 형성됐고, 대조군(Con) 생쥐는 보다 작게 종양구가 생겼으나 TiY- 생쥐는 종양구가 형성되지 않았다. TiY가 일반종양세포가 아닌 종양줄기세포에만 결합해 형광을 띠게 한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그림 3] TiY의 범용성 검증 다양한 조직 유래의 암세포주에서 TiY를 이용하여 분리한 세포의 종양구 배양이다. 을 통한 종양형성능력 검증. 왼쪽부터 폐, 피부, 전립샘, 난소, 신장, 유방, 중추신경계, 결장의 암 세포주들이다. 이들 세포주에 TiY를 처리, TiY로 염색된 세포를 체외배양하여 종양구 형성 여부를 관찰한 결과, 이들 모두 종양구를 형성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즉, 암의 종류에 상관없이 TiY를 종양줄기세포의 탐지물질로 활용할 수 있음이 증명된 것이다.
 [그림 4] TiY의 폐종양세포주에 대한 치료효과 검증 a. 폐에서 추출한 두 종류의 종양줄기세포(녹색, 주황색)와 정상 폐상피세포, 일반암세포 각각에 TiY를 처리하면, 일정농도까지는 살아있는 세포 수가 비슷하지만, 일정 수준의 농도 이상이 되면 종양줄기세포만이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한다. 즉, TiY는 종양줄기세포를 탐지해낼 뿐 아니라 종양 형성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음을 검증한 것이다. b. 종양구 배양체계에서 확인된 TiY의 종양형성능력 억제 기능을 검증한 것이다. 두 종류의 종양줄기세포 모두 일정 농도 이상 TiY를 처리한경우 종양구가 눈에 띄게 줄어든다.
[그림 5] TiY 과량 사용시 암 치료 효과 종양구가 형성된 생쥐의 일부 그룹에게는 소금물을, 다른 그룹에게는 TiY를 각각 주입했다. 생쥐 개체마다 종양구 크기에 차이가 있지만, 소금물을 주입한 생쥐 그룹(윗줄)에 비해 TiY를 과량 주입한 생쥐 그룹(아랫줄)의 종양구 크기가 훨씬 작거나 종양구가 사라졌다. TiY를 과량 사용하면 종양줄기세포의 사멸로 암 치료 효과를 갖는 것으로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