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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을 해봅시다] (1) 연구실 안전
Bio통신원(에스프리 (필명))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무슨 일이나 그 일의 시작이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연구자가 연구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생명과학 연구를 하다 보면 대부분의 경우주1) 많은 실험들을 하게 됩니다. 수많은 실험들이 있지만, 그 기반에는 기초적인 실험들이 있습니다. 따라서 기초적인 실험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수행하면 다른 실험들도 충분히 이해하고 수행할 수 있게 되며, 결과적으로 연구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됩니다(그림 1). 따라서 연구하면서 기초적인 실험들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연구를 시작하는 연구자들에게는 기초적인 실험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막막할 수도 있습니다. 연구실에 처음 들어오면 실험을 배우기는 배우는데, 방법은 프로토콜을 보고 하나하나 따라가되, 정작 왜 그렇게 해야하는지, 또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는 모를 수 있습니다. 또한 직접 실험을 설계해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언제까지나 교수님이나 박사님들에게 물어보기만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오늘부터 연재하는 ‘실험을 해봅시다’는 연구를 시작했던 시절, 생초보의 마음으로 기초적인 실험을 하는 방법과 원리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이 연재는 지난번에 연재되었던 ‘논문을 써봅시다’의 후속 연재로, 동일 필자가 생초보 시절 논문을 쓰는 만큼이나 실험을 하는 것으로 고생을 많이 한 경험을 바탕으로 실전에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이 연재를 읽으신 분들이 기초적인 실험에 대해서 만큼은 확실하게 이해하실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그림 1.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처럼, 기초적인 실험들에 대해 제대로 이해해야 다른 실험들도 충분히 이해하고 수행할 수 있고, 연구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됩니다(이미지 출처: Pixabay1)).
실험을 하기에 앞서, 연구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연구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험 결과를 잘 내는 것이 아니라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입니다. 아무리 실험 결과를 잘 낸다고 하더라도 몸과 마음이 성치 않게 되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매년 연구실에서 150건 이상의 사고가 발생하고 있고, 특히 대학 연구실 사고가 차지하는 비율이 80% 정도 됩니다(표 1)2). 최근에도 모 대학 연구실에서 화학물질을 폐기하던 중 누출 사고가 발생하여 연구실에 있던 10명이 병원 치료를 받기도 했습니다3).
표 1. 연도별 연구실 총 사고 건수 현황(2014년-2018년(2018년은 8월까지))2).
연구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제정된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및 시행령에서는 연구활동종사자들 중 연구실안전관리담당자를 지정하고, 연구활동종사자 전원에 대해 매년 안전 교육을 받도록 하고(표 2), 안전 점검도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표 3)4)-5). 신규 채용 연구활동종사자(근로자)의 경우 채용 후 6개월 이내에 4시간 이상, 대학생, 대학원생 등 연구개발활동에 참여하는 연구활동종사자는 참여 후 3개월 이내에 2시간 이상, 그리고 정기적으로 반기별 3시간 이상 안전 교육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안전 교육의 내용은 연구실 안전법, 연구실 유해 인자, 보호장비 및 안전장치 취급과 사용, 연구실 사고 사례 및 사고예방 대책, 물질안전보건자료, 사전 유해 인자 위험 분석 등이 있습니다. 또한 연구개발활동에 사용되는 기계, 기구, 전기, 약품, 병원체 등의 보관상태 및 보호 장비의 관리 실태 등을 매일 1회 육안으로 일상 점검, 매년 1회 이상 안전 점검 기기로 정기 점검하도록 되어 있고, 필요 시 특별안전점검도 수행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 외에는 연구개발활동종사자에 대한 건강검진, 보험가입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표 2. 연구활동종사자 교육 훈련4)
표 3. 연구실 안전 점검5)
다만 이러한 안전을 위한 제도들이 있더라도 정작 연구활동종사자들이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 무용지물입니다. 특히나 교육 내용은 매우 많기 때문에 연구활동종사자들이 충분히 숙지하기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따라서 일어날 수 있는 사고 유형별로 생각하여 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들을 취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안전 수칙은 제가 언급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있지만, 아래 언급하는 내용들은 반드시 숙지해야 합니다. 연구실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유형은 일반, 기계, 전기, 화공, 소방, 가스, 생물 분야로 나눌 수 있고(그림 2), 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들도 상기 분야별로 나눌 수 있습니다(그림 3).
우선 일반 사고로는 충돌, 낙하, 전도 사고가 있으며, 실험 기구가 깨지거나, 유해물질을 섭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계 사고로는 협착 사고와, 신체 일부가 신체 일부가 절단되는 사고도 있으며, 전기 사고로는 전격 재해(감전), 전기 화재, 전기 폭발이 있습니다. 한편 화공 사고로는 유해물질에 노출되거나, 유해물질이 환경으로 누출되거나, 높은 반응성으로 인한 폭발 사고가 있으며, 소방 사고로는 화상 및 질식, 물품이 불에 타는 것이 있습니다. 그리고 가스 사고로는 가스 폭발 사고(폭발성 가스(수소 가스 등)가 누출 후 발화하여 발생), 가스 중독(독성 가스(염소 가스 등)가 누출되어 발생) 및 질식 사고(질식성 가스(이산화탄소 등)의 다량 누출로 산소 부족으로 발생), 저온 화상(저온 액화 가스(액체 질소 등)의 누출 및 신체 접촉으로 발생)이 있고, 생물 사고로는 병원체 감염 및 병원체 환경 누출 등이 있습니다.
그림 2. 연구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이러한 사고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는 연구실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가져야 합니다. 연구실 사고의 유형은 다양하기 때문에 어디서 어떻게든 일어날 수 있으며, 피해 정도는 작게는 경미한 상처부터 크게는 사망까지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해두어야 합니다. 또한 실험복 및 보호구를 착용하고, 긴 바지와 운동화를 착용해야 합니다. 여름에 덥다고 연구실에서 실험복 및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고, 반바지와 슬리퍼를 착용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전형적인 안전불감증으로, 시약이 튀거나 실험 기구가 깨졌을 때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게 됩니다. 그리고 구급 약품함을 비치하고 관리하여 연구개발활동 중 발생할 수 있는 찰과상 등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합니다. 또한 연구실을 점검하고 정리 정돈을 잘하면 시약과 기구들의 위치를 파악하기 쉬워서 실험할 때도 편하지만, 무엇보다 충돌, 낙하, 전도 등의 사고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유해물질 섭취를 막기 위해 연구실 내 취식, 취사를 하면 안되며, 혹시 있을 수 있는 연구실 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되지 않기 위해서 취침을 해서도 안됩니다. 마지막으로 연구실 내에는 위험한 시약과 기구가 많기 때문에 뛰거나 장난치는 것을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합니다.
각 분야별 사고 예방 수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기계의 경우 기계 작동 전 이상 유무와 매뉴얼을 확인하고, 기계를 작동시킨 채 자리를 비우지 않으며, 기계 작동 후 정리 정돈해야 합니다. 전기의 경우, 문어발식 배선을 피하고, 젖은 손으로 전기 기기를 만지지 않고, 플러그를 완전히 꽂아서 사용해야 합니다. 화공의 경우, 화학물질의 화학물질 분류 및 표시에 관한 세계 조화 시스템(GHS, Globally Harmonized System of classification and labeling of chemicals)과 물질 안전 보건 자료(MSDS, Material Safety Data Sheet)를 반드시 숙지해야 합니다. 그리고 보호구와 안전설비를 사용해야 하는데, 보호구로는 호흡 보호구인 마스크, 피부 보호구인 장갑, 실험복, 신발, 안면 보호구인 보안경 및 보안면이 있고, 안전설비로는 흄후드, 시약장, 비상 샤워기, 안구 세정기가 있습니다. 또한 서로 반응성 있는 물질들은 분리하여 보관하고, 모든 시약은 뚜껑을 밀봉하여 누출되지 않게 해야 합니다.
소방의 경우, 소화기, 개인 보호구, 대피로의 위치와 사용법을 숙지해야 하며, 알코올 램프 등 불을 켜둔 채 자리를 비우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겨울철에 춥다고 개인 전열 기기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화재를 유발하기 쉬워 위험하니 지양해야 합니다. 가스의 경우, 용기를 고정 장치로 벽이나 기둥에 단단히 고정해 두어야 하며, 보관 시에는 별도의 캡을 반드시 씌워 두어야 용기가 넘어졌을 때 누출을 막을 수 있습니다. 또한 사용하지 않은 용기, 사용 중인 용기, 빈 용기는 구별하여 보관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생물의 경우, 감염성 물질/병원체는 생물안전작업대 안에서 조작해야 감염 사고를 막을 수 있고, 폐기물/폐수를 멸균하여 생물학적 활성을 제거해야 병원체 환경 누출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유전자조작생물체(LMO, living modified organisms) 보관 관리 대장과 보관물을 대조하여 꼼꼼히 검사해야 합니다.
그림 3. 연구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예방 조치
오늘은 ‘연구실 안전’이라는 주제로 연구실에서 가장 중요한 안전 수칙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실험 결과를 내기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용액 만들기’라는 주제로 찾아 뵙겠습니다.
주1) ‘대부분의 경우’라고 한 이유는, 생물정보학 연구를 하는 경우 직접 피펫을 잡고 실험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 문헌
1) Pixabay. https://pixabay.com
2)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최근 5년간 연구실 사고 현황’ (2018.08.)
3) KBS, 충남대 연구실서 ‘유해화학물질’ 누출...10명 다쳐(2020.07.24.)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501610&ref=A
4) 과학기술정보통신부령 제36호,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2020.07.01. 시행)
5) 대통령령 제30256호,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 시행령(2020.01.16.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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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 연구를 하다 보면 많은 실험들을 하게 됩니다. 수많은 실험들이 있지만, 그 기반에는 기초적인 실험들이 있습니다. 따라서 기초적인 실험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수행하면 다른 실험들도 충분히 이해하고 수행할 수 있게 되며, 결과적으로 연구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됩니다. 연구를 시작했던 시절, 생초보의 마음으로 기초적인 실험을 하는 방법과 원리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이 연재를 읽으신 분들이 기초적인 실험에 대해서 만큼은 확실하게 이해하실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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