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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토픽] 2020 노벨화학상 수상자
생명과학 양병찬 (2020-10-08)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10월 7일 「크리스퍼 캐스나인(CRISPR/Cas9) 유전자가위」를 발견한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에마뉘엘 샤르팡티에와 UC 버클리의 제니퍼 다우드나를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2020 노벨화학상 수상자


역시 CRISPR였다. 혁명적인 유전자편집 기술(gene-editing technology)을 개척한 두 명의 과학자들이 2020년 노벨화학상을 거머쥐었다.

노벨위원회는 에마뉘엘 샤르팡티에(Emmanuelle Charpentier; 現 독일 베를린 소재 막스 플랑크 병원체과학 유닛; 참고 1)와 제니퍼 A. 다우드나(Jennifer A. Doudna; 現 미국 UC 버클리; 참고 2)를 선택함으로써, '누구를 CRISPR-Cas9 유전자편집 도구(참고 3)의 개발자로 인정할 것인가?'라는 해묵은 의문에 종지부를 찍었다. CRISPR는 정밀한 유전체편집을 가능케 함으로써, 2010년대에 등장한 이후 전세계 연구소들을 휩쓸었다. 이 기술의 용도는 무궁무진하다: 예컨대 연구자들은 그것을 이용하여, 질병을 제거하기 위해 인간의 유전자를 변형하고, 병충해에 강한 식물을 창조하고, 병원체를 박멸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유전체 중에서 원하는 부위의 DNA를 절단하는 능력은 생명과학에 혁명을 일으켰다"라고 노벨 화학워원회 위원인 페르닐라 비퉁 스타프스헤데(생물물리학)는 시상자 발표문에서 말했다. "유전자가위는 불과 8년 전 발견되었지만, 이미 인류에 크게 기여했다."

다우드나와 샤르팡티에는 CRISPR를 특징짓는 결정적인 초기연구를 수행했지만, 다른 많은 연구자들도 CRISPR 개발의 핵심 공헌자로 언급되었다(그리고 다른 명망있는 상을 수상함으로써, 그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들 중에는 펑장(MIT와 하버드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소재 브로드 연구소), 조지 처치(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소재 하버드 의과대학), 그리고 생화학자 비르기니유스 식스니스(리투아니아 빌리니우스 대학교; 참고 4; 한글번역)가 있다.

전화벨 소리에 잠에서 깨어나 《Nature》 기자에게 수상 소식을 전해들은 다우드나는 정말로 곤히 잠들어 있었다. "하와이의 작은 마을에서 성장한 나에게, 이런 일은 1억 년에 한 번도 일어나기 힘든 일이었어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나는 너무 놀라 기절할 뻔 했다니까요."

"나는 훌륭함에도 불구하고 노벨상을 받지 못하는 과학자들을 많이 알고 있어요. 그러나 상(賞)은 그들의 능력이나 인품과 무관해요." 다우드나는 말했다. "나는 아주 미천한 과학자예요."

CRISPR의 원조(元祖)는 세균

CRISPR는 「일정한 간격으로 분포하는 짧은 회문성 반복 서열(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의 약자로, 원핵생물(prokaryote)—세균과 고균—이 바이러스(파지)의 감염을 방어하기 위해 사용하는 미생물의 면역계를 말한다. 핵심을 간추려 말하면, CRISPR 시스템은 원핵생물에게 (파지나 다른 침입자의) 정밀한 유전자 시퀀스를 인식하고 (특화된 효소를 이용해 그것을 파괴하기 위해) 겨냥하는 능력을 부여한다.

CRISPR 시스템의 핵심 요소인 효소들—이것을 CRISPR 관련 단백질(Cas: CRISPR-associated proteins)이라고 하며, Cas9도 그중 하나다—은 선행연구에서 발견되었다. 그러나 (처음에는 오스트리아 빈 대학교에서 일하다, 나중에 스웨덴 우메오 미생물 연구센터로 자리를 옮긴) 샤르팡티에는 또 하나의 핵심요소를 발견했다. 그것은 RNA 분자로, 인간에게 질병을 초래하는 화농연쇄구균(Streptococcus pyogenes)에서 파지의 시퀀스를 인식하는 데 관여하는 것이었다.

샤르팡티에는 그 발견을 2011년에 보고했고, 같은 해에 다우드나와 협동연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2012년 《Science》에 실린 기념비적 논문(참고 5)에서, 두 사람은 CRISPR–Cas9 시스템의 구성요소들을 분리하여 시험관에서 작동시켜 본 다음, "그 시스템을 프로그래밍함으로써, 분리된 DNA의 특이적인 부분을 절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들이 발견한 「프로그램 가능한 유전자편집 시스템(programmable gene-editing system)」은 수많은 의학·농업·기초과학적 응용에 영감을 불어넣었으며, CRISPR를 개량하고 다른 유전자편집 도구를 확인하는 연구(참고 6; 한글번역)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우리의 바람은, CRISPR를 '세포와 생물의 유전자 코드를 다시 쓰는 기술'로 전환하는 것이었다"라고 (다우드나의 연구실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일했고 《Science》에 실린 기념비적 논문의 공저자인) 취리히 대학교의 마틴 지넥(생화학)은 말했다. "그러나 다른 연구팀들이 우리의 기술을 급속히 받아들여 더욱 발전시키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노벨화학상 뒷이야기: CRISPR의 많은 개척자들
프란시스코 모히카, 비르기니우스 식스니스, 장펑, 처치, ...

▶ 만약 프란시스코 모히카가 없었다면, CRISPR는 문자 그대로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스페인 알리칸데 대학교의 미생물학자 모히카는 그 시스템에 이름을 붙여 준 사람이기 때문이다. 1993년, 모히카는 고균(archea)인 할로페락스(Haloferax)에서 특이한 반복적 DNA 시퀀스(repetitive DNA sequence)를 발견했다. 그는 나중에 "원핵생물 전체에 그와 유사한 시퀀스가 분포하며, 파지, (세균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인) 파지의 유전물질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2005년 모히카는 "그 시퀀스가 미생물 면역계의 일부"라는 가설을 제시했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교의 뤼트 옌센과 함께, 모히카는 「일정한 간격으로 분포하는 짧은 회문성 반복 서열(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의 이니셜인 CRISPR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그는 2017년, 샤르팡티에, 다우드나, 장펑, 루치아노 마라피니(뉴욕시 소재 록펠러 대학교)와 함께 올버니 의료센터(Albany Medical Center)의 의학상을 수상하고 상금 50만 달러를 나눠 가졌다.

'CRISPR 시스템을 프로그래밍하여 DNA의 다른 조각을 절단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은 다우드나와 샤르팡티에뿐만이 아니었다. 두 사람이 'CRISPR–Cas9 시스템으로, 분리된 DNA를 절단할 수 있다'는 내용의 실험을 출판할 때쯤인 2012년, 리투아니아 빌리니우스 대학교의 생화학자 비르기니유스 식스니스는 Cas9 효소를 제어함으로써 미리 정해진 DNA 시퀀스를 절단하는 메커니즘을 기술했다. 2018년, 식스니스는 다우드나, 샤르팡티에와 함께 나노과학 분야의 카블리상(Kavli Prize)을 공동 수상했다(참고 4, 한글번역).

노벨위원회가 장펑(유전학)을 제외하기로 결정한 것은 가장 큰 충격 중 하나였다. 장펑은 샤르팡티에, 다우드나와 함께 늘 'CRISPR로 노벨상을 탈 가능성이 가장 높은 3인조'로 불려 왔기 때문이다. 장펑은 2013년 《Science》에 기고한 논문에서(참고 7), "CRISPR–Cas9 시스템을 변형하여 인간과 생쥐의 유전체를 정밀하게 절단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처치도 그 즈음 인간 세포의 DNA를 절단한 연구결과(참고 8)를 발표했다.


상업화를 위한 경쟁

CRISPR가 발견된 지 10년이 채 안 지나, 연구자들은 CRISPR-Cas9를 이용해 유전체가 편집된 작물(참고 9)과 곤충, 유전적 모델, 실험적 인간 치료법(참고 10)을 개발했다. 그리고 CRISPR를 이용해 겸상적혈구빈혈증, 유전성 실명, 암을 치료하는 방법이 임상시험에 계류되어 있다. 다우드나와 샤르팡티에를 비롯한 유전자편집 분야의 연구자들은 바이오텍 업체를 설립하여, 이상과 같은 목표를 달성하는 기법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CRISPR는—특히 인간에서 섣불리 응용하는 것과 관련하여— 논란도 초래했다. 2018년 11월, 중국의 생물물리학자 허지안쿠이(贺建奎)는 "CRISPR-Cas9을 이용해 배아를 편집함으로써 쌍둥이 자매를 탄생시켰다(참고 11)"고 발표했다. 그 뉴스는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켜(참고 12; 한글번역), 배아 편집에 대한 윤리적·사회적·안정성 우려가 고조되었고, 전 세계의 많은 연구자들은 그의 연구를 신속히 비난했다.

지난 9월 미국과 영국의 과학단체가 주최한 국제회의에서는 다시 한 번, "CRISPR는 착상하기로 되어 있는 인간배아에 사용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참고 13; 한글번역)"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CRISPR는—특히 브로드 연구소와 UC 버클리 사이에—격렬한 특허전쟁(참고 14)를 일으켜, '짭짤한 지적 소유권'을 차지하기 위한 진흙탕 싸움이 지금까지 벌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치는 노벨상이 샤르팡티에와 다우드나에게 돌아간 것을 수긍하고 있다. 비록 자신과 장평의 연구실에서 행해진 연구—그들은 CRISPR를 (포유동물의 세포에서 작동하도록) 각색함으로써, 모델링과 인간질병치료의 문을 열었다—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지만, 자신들의 연구는 '과학적 발견'이 아니라 '공학과 발명'으로 분류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그게 위대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고 그는 말했다.

"하나의 발견을 선별하여 상을 주는 것은 늘 어렵다"라고 미국 국립보건원의 프랜시스 콜린스 소장(유전학)은 말했다. "무에서 유가 창조되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 어떤 발견을 바라보며, 누구에게 공(功)을 돌려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CRISPR-Cas9 유전체편집의 독특한 면을 하나 들라면, 쉽고 다재다능하다는 것이다." 콜린스는 덧붙였다. "CRISPR-Cas는 매우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내가 아는 분자생물학 연구실 중에서 CRISPR-Cas를 사용하지 않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참고】노벨위원회 발표문: 유전체편집 방법의 발달을 위하여

에마뉘엘 샤르팡티에(Emmanuelle Charpentier)와 제니퍼 A. 다우드나(Jennifer A. Doudna)는 가장 예리한 유전자기술 중 하나인 「크리스퍼 캐스나인 유전자가위(CRISPR/Cas9 genetic scissors)」를 발견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연구자들은 동물·식물·미생물의 DNA를 극도로 정밀하게 바꿀 수 있다. 이 기술은 생명과학에 혁명적인 영향을 미쳤고, 새로운 암 치료제 개발에 기여했으며, 유전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꿈을 실현할 것으로 보인다.

유전자가위: 생명의 코드를 다시 쓰는 도구


▶ 생명체의 내부 작동방식(inner working)에 대해 알고 싶으면, 연구자들은 세포의 유전자를 변형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어려우며, 때로는 불가능한 작업이다. 그러나 이제 「크리스퍼 캐스나인 유전자가위」를 이용하면, 생명의 코드를 몇 주 만에 바꾸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 유전자 도구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으며,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것은 기초과학에 혁명을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혁신적인 농작물을 탄생시켰고, 장차 획기적인 새 치료법으로 이어질 것이다"라고 노벨 화학위원회의 클라에스 구스타프손 위원장은 말했다.

과학계에서 으레 있는 일이지만, 이 유전자가위의 발견은 뜻밖이었다. 에마뉘엘 샤르팡티에는 (인간에게 가장 많은 해를 끼치는 세균 중 하나인) 화농연쇄구균(Streptococcus pyogenes)을 연구하는 동안, 종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tracrRNA라는 분자를 발견했다. 뒤이은 심층연구에서, tracrRNA는 세균의 오랜 면역계인 CRISPR/Cas의 일부인 것으로 밝혀졌다. CRISPR/Cas는 바이러스의 DNA를 절단함으로서 바이러스를 무장해제 시키는 역할을 한다.

샤르팡티에는 2011년 자신의 발견을 출판했다. 같은 해에, 그녀는 (RNA에 관한 광범위한 지식을 보유한 노련한 생화학자인) 제니퍼 다우드나와 함께 협동연구를 시작했다. 두 사람은 함께 세균의 유전자가위를 시험관에서 재현하고, 가위분자의 구성요소를 단순화함으로써, 더욱 쉽게 사용되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신기원을 이룬 한 실험에서, 그들은 유전자가위를 재프로그래밍했다. 자연적인 형태에서, 유전자가위는 바이러스의 DNA를 인식한다. 그러나 샤르팡티에와 다우드나는 "유전자가위를 제어하여, 이미 정해진 부위의 DNA 분자를 얼마든지 절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DNA가 절단되면, 그 부위에서 생명의 코드를 다시 쓰기(rewriting)가 쉬워진다.

샤르팡티에와 다우드나가 2012년 「CRISPR/Cas9 유전자가위」를 발견한 이후, 그 사용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 도구는 기초과학 분야의 중요한 발견에 크게 기여했고, 식물 연구자들은 병충해와 가뭄을 견뎌내는 농작물을 개발할 수 있었다. 의학의 경우, 새로운 항암제의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으며, 유전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꿈이 조만간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유전자가위는 생명과학의 신기원을 열었고, 다방면에서 인류에게 커다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 에마뉘엘 샤르팡티에는 1968년 프랑스 쥐비쉬-쉬르-오르주(Juvisy-sur-Orge)에서 태어나, 1995년 파리 파스퇴르 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독일 베를린 소재 막스 플랑크 병원체과학 유닛의 책임자로 있다.

제니퍼 A. 다우드나는 1964년 미국 워싱턴 D.C.에서 태어나, 1989년 하버드 의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UC 버클리의 교수와 하워드 휴즈 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 출처: The Royal Swedish Academy of Sciences (https://www.nobelprize.org/prizes/chemistry/2020/press-release/)

 

※ 참고문헌
1. https://www.nature.com/news/the-quiet-revolutionary-how-the-co-discovery-of-crispr-explosively-changed-emmanuelle-charpentier-s-life-1.19814
2. https://www.nature.com/news/genome-editing-revolution-my-whirlwind-year-with-crispr-1.19063
3. https://www.nature.com/news/crispr-the-disruptor-1.17673
4.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8-05308-5 (한글번역 https://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294644&SOURCE=6)
5. https://science.sciencemag.org/content/337/6096/816.long
6.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9-03164-5 (한글번역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09961&SOURCE=6)
7. https://science.sciencemag.org/content/339/6121/819
8. https://science.sciencemag.org/content/339/6121/823
9.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8-05814-6
10.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9-03919-0
11.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9-00673-1
12.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18-07545-0 (한글번역 /myboard/read.php?Board=news&id=299978&SOURCE=6)
13.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0-02538-4 (한글번역 https://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21283&SOURCE=6)
14. https://www.nature.com/news/why-the-crispr-patent-verdict-isn-t-the-end-of-the-story-1.21510

※ 출처: Nature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0-027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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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찬 (약사, 번역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은행, 증권사, 대기업 기획조정실 등에서 일하다가,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현재 서울 구로구에서 거주하며 낮에는 약사로, 밤에는 전문 번역가와 과학 리포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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