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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癌)에게서 배우다] <100회> 진지하게 30년 vs 4년
오피니언 바이오휴머니스트 (2020-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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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xabay License


올해 4월, 미국 FDA는 희귀암 치료용 신약으로 셀루메티닙(Selumetinib)을 승인했다. 이 약은 미국 국립암연구소(이하 NCI, National Cancer Institute)가 기초-이행성-임상 분야에 걸쳐 30년간 주도한 연구의 결실로서, 희귀암의 일종인 신경섬유종증 1형(NF1: NeuroFibromatosis type 1) 및 플렉시형 신경섬유종(PNs: Plexiform Neurofibromas)을 앓고 있는 어린이 환자 치료를 위해 개발된 세계 최초 혁신 신약이다.1)

NCI는 매년 예산(‘20년 기준 약 62억달러)의 80% 정도를 미국 전역에 있는 암연구자들 연구비로 지원한다. 20% 정도만을 NCI 내부연구자들을 위해 사용하는데, 내부 연구의 우선순위 중 하나가 바로 희귀암 연구이다. 항암신약을 개발할 때 대상 암환자가 많아야 개발 후 이익을 많이 남길 수 있기 때문에 민간 제약회사는 자연히 발생률이 높은 주요암에 집중한다. 이 때문에 발생빈도는 적지만 똑같이 치료법 개발이 절실한 희귀암 환자들을 위해서는 국가가 나설 수밖에 없다. 미국의 국가 암 전문기관인 NCI는 이러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30년은 한 세대에 해당하는 시간이다. 보통 신약을 개발할 때 최소 10년이 걸린다고 하는데 이번에 NCI는 그 세 배가 걸려 신약을 개발했다. 연구자들은 지칠 법도 한데, 오랜 기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암으로 걱정하고 있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각자 해야 할 일을 충실히 해냈다.

4년은 그에 비하면 짧은 시간이다. 2017년 1월 16일 첫 번째 글을 업로드하며 연재를 시작했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 사람을 힘들게 하는 암을 반면교사로 삼아 배우고 깨달아서, 나는 내 삶의 현장에서 함께하는 사람을 이롭게 하는 휴머니스트가 되고자 한다며 거창하게 시작했지만, 돌아보니 부족한 모습뿐이요 어설픈 글 뿐이다.

아내를 암 검진할 때처럼 특이적으로 민감하게 사랑하려 했지만 어설펐고, 공감 잘 해주는 남편, 누구보다도 아내에게 좋은 사람인 남편이 되고자 했으나 아직도 멀었다. 오히려 아내는 100번이나 남편의 보잘것없는 글을 꼼꼼히 읽고 조언해 줌으로써 글뿐만 아니라 남편을 업그레이드 시켜줬다. 혹시나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유익하다고 느낀 적이 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아내 덕분이다.

자식을 항암신약 개발할 때 필요한 약리학적 관점으로, 역지사지의 마음을 가지고 대하려 했고, 암억제유전자가 하는 일에 빗대어 나도 부모로서 책임을 다하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부모가 의도한 방향으로 1도 움직이지 않았던 고등학교 1학년이던 첫째 아이는 우여곡절 끝에 올해 대학생이 되었다. 한숨 돌릴 틈도 없이, 내 글에 가끔 삽화를 그려주며 예쁜 짓을 담당했던 중학교 1학년이던 둘째 아이는 이제 고등학교 1학년이 되었는데 사춘기 미운 짓이 예전의 첫째 아이보다 더 세다. 이를 앙다물며 암도 사랑도 오래 참기라고, 맞춤 항암치료와 같이 맞춤 육아법이 있을 것이라고 되뇌며, 나는 아직도 사랑에 서툰 아비 노릇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명절 때만 되면 암세포같이 행동하던 나를 항상 품어주고 사랑해 주신 부모님이 간절히 생각나 몇 글자 적기도 했다.

암환자와 그 가족들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이 내가 속한 직장의 미션이다. 이들의 사연을 듣고 위로해 드리기 위해 좀 더 가까이 다가가보니 오히려 내가 깨닫고 배울 것이 많았다. 인생을 마무리해야하는 시점에 와있는 말기암환자의 절박한 선택과 그 가족들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나는 그간 인생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었다.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 이야기’를 쓸 때 15년간 매년 1권씩, 총 15권의 책을 내놓았다. 그녀의 업적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짧은 글이었지만 4년 동안 꼬박 2주마다 한편씩 글을 써서 세상에 내놓아보니 그녀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한 것인지 알겠다. 그녀는 로마 역사를 고찰하며 글만 쓴 것이 아니라 최소 15년 동안 자신의 삶을 진지하게 성찰하며 살았던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로, 아마 먼 훗날 뒤를 돌아보면 내 인생에 있어 2017~2020년은 삶을 진지하게 살았던 시기, 추후 어떤 도약이 있게 된다면 이를 이룰 수 있었던 밑바탕이 되는 시기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도약이 언제나 올는지 막막하긴 하지만 실망은 아직 이르다. 난 기껏해야 4년을 노력했을 뿐이므로, 시오노 나나미의 15년 업적에 비하면 아직 11년이 남았고, 30년 만에 신약을 개발한 암연구자들 사례에 비하면 무려 26년이나 남아있기 때문이다.

‘아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실천함이 어렵다. 그것을 실천함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그것을 끝까지 견지함이 어렵다’2)라는 말처럼 암에게서 배워 알게 된 것을 실천하고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할 일은 많고 아직은 건강해서 다행이다. 암(癌)에게서 잘 배우고 이제 떠난다.

모두들 안녕히~

 


(감사의 말씀)
브릭의 연재 담당자 김수정 선생님께 특별히 감사드린다. 그녀는 매번 내 글을 읽고 섬세하고도 따뜻한 피드백을 보내주셨다. 그 덕분에, 글 업로드 후 댓글이 없어 독자 반응을 궁금해 하다가, 급기야 이런 글을 계속 쓰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회의가 들어 50회쯤에서 연재 중단을 심각하게 고민했던 내가 계속 글을 써나갈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었고 오늘 100회까지 올 수 있었다. 아울러 이런 좋은 기회를 허락해 주신 브릭 운영진 다른 모든 분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 참고자료
1) https://www.cancer.gov/research/progress/discovery/selumetinib-plexiform-neurofibromas
2) p631, ‘정관정요’, 오긍 지음, 김원중 옮김, ㈜휴머니스트 출판그룹, 2016년

  추천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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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휴머니스트(필명)

과학자의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주어진 삶의 현장에서 어설픈 휴머니스트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 바이오분야 전공 대학졸업후, 제약사를 거쳐, 현재는 십수년째 암연구소 행정직원으로 근무중. 평소 보고 들은 암연구나 암환자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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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5 댓글작성: 회원 + SNS 연동  
회원작성글 ponytail  (2020-11-20 16:49)
1
어! 설마 오늘로 연재를 마치시는 건 아니죠? 제 최애 연재글 입니다. ^^
암에 관련된 지식뿐 아니라 따뜻한 마음도 전해지는 제겐 너무 소중하고 훌륭한 글이었습니다.
처음엔 신선하고 따뜻한 연재라서 흥미로 읽기 시작했는데 그 사이 제 가족 중에 암환우가 생겨서 그 이후엔 마음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댓글이라도 잘 남겨서 계속 응원을 했어야 하는데.....너무 소극적으로 저만 즐겼나 봅니다.
100회 연재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계속 연재 해 주시는 거죠? ㅎㅎ
회원작성글 바이오휴머니스트  (2020-11-21 07:57)
3
이제라도 제 글을 즐기셨던분을 알게되어 더 바랄게 없습니다^^
가족 중 암환우분 쾌차하시길 빕니다...
'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고, 그칠 줄을 알면 위태롭지 않다' 네요...
아쉽지만 이번 연재는 여기서 마치고, 다음 기회에 새로운 모습으로 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회원작성글 만박사  (2020-11-23 20:43)
4
고생많으셨어요...연재 10편 쓰는것도 참 힘들던데요.....꽃길만 걸으셔요.
카카오회원 작성글 수경  (2020-11-26 12:00)
6
100회라고 하시는데, 저는 바이오휴머니스트님의 글을 오늘 처음 접했습니다.
제가 걸어온 길과 걸어갈 길이 님의 길과 뭔가 비슷한 듯한 느낌이 드네요.
앞으로, 아내분께서 꼼꼼히 봐주신 소중한 님의 글들을 하나하나 읽어볼 생각입니다.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세상의 모든 일은 글로 끝난다."는 어느 강연자의 말이 떠오릅니다. 저 역시 한 권의 책으로 중요한 선택들을 했고, 매 순간 짧고 긴 글들에서 삶의 의욕을 다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100회를 맞이하신 님의 글을 읽으며, 저도 제가 목표로 하는 길을 향해 가면서 조금씩 글쓰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머잖아 새로운 의욕으로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시기를 바라며...
네이버회원 작성글   (2020-12-09 13:23)
8
그간 거의 빼놓지 않고 연재를 읽었던 독자로 연재를 마치신다니 정말 아쉬운 마음 뿐이네요. 인생살이와 육아를 암과 치료약에 비유해 쓰신 글에 그간 많은 공감과 감명을 얻었습니다. 매번 글만 읽고 댓글을 달지 않았는데 좀 더 열성적으로 댓글을 달았더라면 200회 300회까지도 연재하실 용기를 드릴 수 있었을텐데 아쉽네요. 아무쪼록 이제 하나 남은 사춘기 아이도 글 쓰시던 마음으로 슬기롭게 성장시켜 나가시길 응원 드립니다. 그간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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