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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팩트를 물다] 하지 마세요, 그 결혼?!
오피니언 강지혜 (2021-04-08)

“돌멩이들과 꽃과 비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것들이 우리를 부르고 또 부르고 있는지도 몰라요. 다만 우리가 그 말을 알아듣지 못할 뿐이죠.

도대체 언제쯤이면 두 팔을 벌려 우리 모두가 – 돌멩이, 꽃, 비, 사람들 말이오- 서로를 안을 수 있을까요?”

그리스인 조르바(2018), 민음사 P178

 

Earth Law Center

출처: Earth Law Center


법률관계의 주체는 반드시 ‘사람’과 ‘법인’만 가능할까?

민법 제3조 ‘사람’은 생존하는 동안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되고, ‘법인’은 제34조에 따라 법률의 규정에 좇아 정관으로 정한 목적의 범위 내에서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된다. 

최근 CNN 뉴스를 통해 접한 뉴질랜드 팡아누이 강(Whanganui River)의 법인격을 인정한 판례는 작금의 기후 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1  “2014년 뉴질랜드 환경법원은 팡아누이강에 하수 폐기물을 방출하는 사안에 대하여 ‘나는 강이고  강은 나다’라고 표현하는 뉴질랜드 마오리족 원주민의 삶을 이해할 필요가 있고, 이 강을 모독하고 오염시키는 행위가 결국 이 부족을 모독하고 사람들을 오염시키는 것이다”라고 판결한 바 있다.2 뉴질랜드 정부는 2017년 법인격체로서의 팡아누이강의 권리를 인정하는 법안을 채택하였다.

동물과 식물, 산과 바다와 강이 법인격의 주체가 될 수 있을까? 좀 더 확장해 보면 ‘지구’ 자체가 법인격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현재 지구 곳곳에서는 자칫 우문(愚問)이라고 치부할 수 있는 이 호기심이 지구법학(Earth Jurisprudence)이라는 법철학으로 확산되고 있다.

자연에 관한 법률은 “인간 중심적 의사결정과정에서 전체 지구 공동체의 이익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3 진화하고 있다. 지구법학은 지구 중심적 사유체계로, 이 철학의 대상을 법인격화하여 맞닥뜨린다면, ‘그 결혼!’하지 마세요! 라고 외칠 수 있을 정도로 상당히 혁신적인 관념이다. 보편적인 인류가 수 세기 동안 익숙해진 인간 중심적 삶에서 자연의 권리가 인간의 실리보다 우위가 될 수 있다는 이 기가 막힌 가치관을 감당해내기 위해서는 상당한 인고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다만 새로운 관념을 회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기후 재앙과 팬데믹 현상이 우리 삶을 더 옥죄어온다는 것 역시 자명한 사실이다.

이번 시간에는 지구법학과 맞물려 진화하는 ‘자연의 권리’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국가 실존의 단위인 결혼제도를 통해 당사자의 권리와 의무관계를 생각해 보면, 지구법학이라는 생소한 법철학을 이해하기가 한결 수월해질 거 같다. 이지훈 변호사가 3월에 출간한 ‘결혼은 신중하게, 이혼은 신속하게’는 법률혼의 대상인 배우자 선택 잘하는 법에 대한 실전 문답서이다. 이지훈 변호사는 배우자 선택의 조건으로 ‘문제해결 능력’을 강조한다. 상대가 문제해결 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파악 할 수 있는 방법은 첫째, 매사문(每事問), 둘째가 성기사(省基私)이다.4 결혼 과정 속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에 대해 대충 넘어가지 말고 질문하는 과정과 반응을 통해 후속 과정이 진행되는지 여부를 살펴보라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로 나온 답이 바로 ‘결혼은 신중하게, 이혼은 신속하게’라는 책 제목이다.

혼인의 효력에 관하여 민법 제826조(부부간의 의무), 부부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하여야 하며, 제827조(부부간의 가사대리권), 부부는 일상의 가사에 관하여 서로 대리권이 있다라고 명시한 바 있다. 법률혼을 선택한 국민은 법률적 의무를 이행하고, 혼인신고와 가족관계의 등록에 따라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민법은 부부간의 의무관계에 문제가 발생하여 당사자의 법적 보호가 필요한 경우, 이혼이라는 제도를 통하여 헌법 제10조인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한다. 재판상의 이혼의 경우, 민법 제840조(재판상 이혼 원인)에 따라 “1.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2.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 3.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4.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5.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 6.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성립된다.

그런데 만약 일방의 의무만 존재하고 일부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해당 ‘법’의 목적은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 이혼이 불법인 필리핀을 예로 들어보자. 국교인 가톨릭의 영향으로 필리핀에서는 이혼이 불법이다. 과연 이혼 없는 결혼 제도는 국민 개개인의 가정생활 유지에 효과적일까? 말레이시아, 중국, 스페인 혼혈계 등 다인종으로 구성된 필리핀에는 국교인 가톨릭과 더불어 이슬람교, 불교 등 다양한 종교가 존재한다. 이에 따라 문화 다양성의 정도가 큰 국가 내의 이혼 없는 결혼 제도란 반드시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필리핀에는 이슬람 문화 상, 미성년 조혼에 기인한 인권 유린, 별거와 사실혼을 통한 중혼이 암암리에 존재한다. 물론 이혼의 대안으로 혼인무효 소송이 가능하지만, 장기간의 소송 기간과 비용 부담에 따라 일반 서민들이 이용하기에는 참 어려운 제도이다. 이에 따라 필리핀 의회는 2018년 완전한 이혼 제도법(An act instituting absolute divorce in the Philippines)을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동 법안은 2021년 현재, 이혼의 남용에 따라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될 수 있는 아동 인권을 고려한 가톨릭 종교계와 일부 정치권의 반대로 계류 중인 상황이다.

상대의 존중이 결여된 일방의 노력만으로는 결혼생활이 제대로 진행될 수 없다. “우리 삶에서 함께 해야 하는 사람은 ‘일이 되게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5 의무 위반에 따른 법적 제재가 존재하지 않는 경성법의 존치는 출구 없는 종신계약에 따른 부작용만 양산할 뿐이다.

법률 관계 상 권리와 의무의 적용이 비단 결혼제도뿐이겠는가!

관계로 연결된 모든 집단은 고유의 권리와 의무가 존재한다. 소위 개개인의 권리가 보장되고 의무가 잘 이행되는 조직은 결국 ‘일이 진행되게끔’ 만드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일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질문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통찰력 있는 질문과 혜안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도출할 수 있다. 다만 그 결과가 때로는 ‘존속’이 아닌 ‘종결’이 될 수도 있다. 만약 법적 절차가 필요한 경우에는 권리와 의무관계를 파악한 뒤 정리 절차가 진행될 것이다.

한편 환경 현안의 경우, 현재의 우리나라 법률 체계상으로는 대기, 수질, 토양, 생물종 관련 환경 소송 발생 시, 실질적인 피해 대상인 자연물 자체가 당사자로서의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능력이 없거니와, 자연물을 대신하여 후견인 또는 법인을 원고 대리인으로 위임할 수도 없기에, 환경 분야의 경우, 법률의 주체와 목적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생물다양성 분야를 추려보자면 우리나라는 현재 생물다양성 관련 국제 협약 10여 건과 관련 국내 법률 22건 상당을 제정하여 정책을 이행 중이다.
 

우리나라의 생물다양성 관련 협약 가입 현황(비준일)

우리나라의 생물다양성 관련 협약 가입 현황(비준일)

출처: 2019 국가생물다양성 통계 자료집(2020), 국립생물자원관 국제협약 PP 302-303

 

우리나라 생물다양성 관련 주요 법령

우리나라 생물다양성 관련 주요 법령

출처: 국가생물다양성 정보 공유체계 홈페이지, 법률 편 발췌, https://www.kbr.go.kr/content/view.do?menuKey=490&contentKey=30

 

이렇게 수많은 생물다양성 법률이 존재하는데, 왜 우리는 기후 위기와 팬데믹을 겪고 있을까? 외부 요인을 생각해 보면 정부 예산 중 자연환경에 투입되는 예산 비중 보다 산업 개발에 투입되는 비중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자연 재앙의 결과,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 선진국이 그린뉴딜로의 투자 전환을 위해 노력 중이기도 하다. 다만, 외부 요인이 아닌 내부 요인을 따져보자면, 생물다양성 관련 법률도 법률의 주체가 결국 인간이기에 의무 미이행에 따른 제재의 결과가 자연의 권리 보호에 상당히 미약하다는 것이다.

권리가 있다 함은 “첫째 스스로 법적 행위(소송)를 할 수 있어야 하고, 둘째 법적 구제 여부를 결정할 때 그것에 대한 손실을 법원이 고려할 수 있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법적 구제를 통해 그것의 이익이 증진될 수 있어야 한다”6

인류가 누린 문명의 이기에 따라 파괴된 지구 생태계 시스템을 회복하려면, 생물다양성 관련 법률의 주체에 자연의 권리를 부여하는 것에 대해서 고민해 볼 필요가 있으며, 인간의 의무 위반에 따른 제재의 적법성과 실효성을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Ecologist informed by Nature

출처: Ecologist informed by Nature


2001년, 지구법학을 처음 제안한 문명사상가 “토마스 베리는 지구 공동체의 모든 구성요소는 존재할 권리, 서식지에 대한 권리, 지구 공동체가 부단히 새로워지는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고 제안한 바 있다.”7 즉, “지구법학은 한마디로 자연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인간법학에 수용하자고 제안하는 법철학이다”8 지구법학은 1969년 미국 캘리포니아 해상 기름 유출 사고를 계기로 민간에서 시작된 지구의 날(Earth Day, 4.22)을 2009년 4월 22일, 국제연합(United Nations; UN)의 국제 기념일로 채택하면서 확산되었다. 그리고 기념일의 공식 명칭은 국제 어머니 지구의 날(International Mother Earth Day)로 천명하였다. 더불어 UN은 자연과의 조화(Harmony with nature) 인식제고 프로그램을 채택하여 2010년부터 매년 정기 보고서 발간과 홈페이지 구축, 정기적인 개방형 대화의 장(Interactive Dialogue)을 주재하고 있다.

2021년 4월 현재, 자연의 권리를 법률로 반영한 국가는 에콰도르, 볼리비아, 멕시코, 페루, 콜롬비아 등 중남미 국가를 중심으로 총 26건이다. 9

대표적인 사례가 에콰도르(Ecuador)이다. 에콰도르는 헌법 제7장(제71조~제74조)을 자연의 권리로 구분하여 명시하였다.
 

에콰도르 헌법 제7장(제71조~제74조)


제71조 생명이 재생산되고 발생하는 곳인 자연, 즉 파차마마는 그 존재를 온전히 존중받고 그 생명 주기와 구조, 기능, 진화 과정이 유지되고 재생되도록 할 권리가 있다. 모든 개인, 지역사회, 부족, 민족은 공공 당국에 자연의 권리의 집행을 요구할 수 있다. 이들 권리를 집행하고 해석하는 데에서는 헌법에 명시된 원칙이 적절히 준수되도록 한다. 국가는 자연을 보호하고 생태계의 모든 구성 요소에 대한 존중을 고취하기 위하여 자연인과 법인, 그리고 지역사회에 동기 부여 정책을 실시한다.

제72조 자연은 복구될 권리가 있다. 이 복구는 훼손된 자연계에 의존하는 개인과 공동체에 대한 국가나 자연인, 법인의 보상 의무와는 별개로 한다. 재생 불가한 자연자원의 착취로 야기되는 것과 같은 심각하거나 영구적인 환경적 영향이 발생하는 경우, 국가는 가장 효과적인 복구 기계를 마련하고 환경적 폐해를 제거 또는 완화할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한다.

제73조 국가는 종의 절멸, 생태계의 파괴, 자연 주기의 영구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활동에 대하여 금지 및 제한 조치를 취하도록 한다. 국가의 유전적 자산을 결정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는 유기체 및 유기, 무기 물질의 도입은 금지된다.

제74조 개인, 지역사회, 부족, 민족은 그들이 좋은 삶을 누리도록 해주는 환경과 자연적 풍족함으로부터 유익을 얻을 권리가 있다. 환경 서비스는 사적으로 전유되지 아니하며, 그 생산, 전달, 사용, 개발은 국가에 의해 규제된다.

자연의 권리, 세계의 운명이 걸린 법률 혁명(2020), PP 221-222

 

나는 ‘자원’이라는 단어를 혐오한다. 어떻게 자연의 핏줄을 이루는 야생의 강을 주로 그 망할 놈의 자원으로 여기기에 이르렀단 말인가? 마치 그것이 석탄 광맥이나 배추밭, 소두엄 한 트럭에 불과한 것처럼 말이다.

- 에드원드 애비, 미국 자연 저술사, ‘소로와 함께 강을 따라서’, ‘자연의 권리(2020, 교유서가) 제7장, 분기점: 미국 생태계의 권리를 주장하다 中-

 

자연의 권리를 헌법과 생물다양성 관련 법률에 반영할 필요가 있을까?

에콰도르, 볼리비아 등 자연의 권리를 인정한 국가는 자연이 곧 삶 자체인 토착 원주민의 문화를 귀하게 여긴다. 물론 국가의 헌법으로 자연의 권리를 인정할 수 있었던 이유로 정치적 요인도 무시 못 하지만, 이유가 무엇이든지 간에, 자연의 권리가 반영된 헌법은 인류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기후 위기와 팬데믹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애석하게도 기후 위기와 팬데믹은 인류의 삶 속에 자연을 바라보는 태도의 결과이기도 하다. 인류가 자연물의 혜택을 지속 가능하게 누리며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자연물이 법인격화 될 경우의 생물다양성 보전 정도와 지속 가능한 이용 수준이 과연 어느 정도 극대화 될 수 있을지 고찰할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경우 헌법에 자연의 권리가 존재하지 않으며, 자연의 구성요소인 동물, 식물, 산, 강 등이 법인격을 갖고 승소한 사례는 없다.

자연의 권리를 당장 헌법과 관련 법률에 적용하여, 그동안 이용의 대상으로 바라본 생물자원과 생태계에 법인격을 부여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문제임이 분명하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와 팬데믹 대응, 그린뉴딜 정책을 추진하는 상황 가운데 오는 4월 22일 국제 어머니 지구의 날(International Mother Earth Day)을 기념하며 아래 두 가지 정도는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꽃 - 김춘수


첫째, 자연의 구성요소를 명명하는 방식에 대한 생각의 전환이다. 태풍, 폭염 등의 자연재해를 통한 기후 위기 현상과 코로나19에 따른 팬데믹 사태는 국민 모두가 몸소 체험하고 있기에, 용어에 대한 이미지 연상이 그리 어렵지 않다. 다만 생물다양성 감소, 멸종 등과 같은 용어의 경우 쉽게 체득하기 어렵다. 즉, ‘생물다양성’이라는 용어는 우리에게 인간 생활과는 다소 거리가 먼 이질적인 대상으로 느껴질 때가 많다. 생물다양성 하면 직관적으로 연상되는 바는, 인간의 의식주 생활에 필요한 ‘수단’ 또는 산업계의 상업적 이용 대상인 ‘생물자원’ 정도이다.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생물다양성법)’에 따르면 ‘생물다양성’이란 육상생태계 및 수생생태계와 이들의 복합생태계를 포함하는 모든 원천에서 발생한 생물체의 다양성을 말하며 종내, 종간 및 생태계의 다양성을 포함한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생물다양성 이미지를 연상하기에는 참 어려운 정의이다. 즉, 생물다양성과 인간이 지구라는 공간 안에 서로 별개의 객체로 인식되거나, 생물다양성의 정도가 그저 인간의 삶을 지탱하기 위한 수단 정도로 여길 수 있다. 지구법학은 지구상의 모든 구성요소를 개별적인 객체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되먹임 순환고리(feedback loop)를 통해 인간의 행동과 이것들이 상호작용하는 생태계가 서로 연결된다“는 점을 직시한다.10

UN 기념일 지정에 기여한 당시 볼리비아 대통령(Evo Morales Ayma)은 “‘지구‘ 대신 ‘어머니 지구’라는 용어로써 지구와 그 생태계가 우리 공동의 고향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의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필요 사이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자연과의 조화를 증진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11고 제안한 바 있다. 볼리비아는 홍수, 가뭄 등 기후 위기에 민감한 만큼, 2010년 ‘어머니 지구의 권리에 관한 법’을 제정하여 다음의 일곱 가지 권리를 제안하였다.
 

1. 생명에 대한 권리: 생명 시스템의 온전함, 그 시스템을 지탱하는 자연적 과정, 그리고 재생을 위한 역량과 조건이 유지되도록 할 권리
2. 생명의 다양성에 대한 권리: 어머니 지구의 다양한 구성 요소들이 그 존재, 기능, 혹은 미래 잠재력에 위협이 되는 인위적인 유전자조작이나 구조 변형 없이 그대로 보존되도록 할 권리
3. 물에 대한 권리: 어머니 지구와 그 모든 구성요소의 생명 재생산을 위하여, 물 순환의 작용이 보존되고 생명 시스템의 지탱에 필요한 수량과 수질이 유지되고 물이 오염으로부터 보호되도록 할 권리.
4. 청정한 대가에 대한 권리: 어머니 지구와 그 모든 구성요소의 생명 재생산을 위하여, 생명 시스템의 지탱에 필요한 대기 질과 대기 구성이 유지되고 대기가 오염으로부터 보호되도록 할 권리
5. 평형 상태에 대한 권리: 어머니 지구 구성 요소들의 상호 연결성, 상호 의존성, 보완성, 기능성이 균형있게 유지되고 복원되어 그들의 주기가 지속되고 그들의 생명 유지 과정이 재생산되게 할 권리
6. 복원에 대한 권리: 인간의 활동에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생명 시스템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복원되도록 할 권리
7. 오염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권리: 어머니 지구의 구성 요소들이 인간 활동에서 생성되는 독성 폐기물과 방사성 폐기물을 비롯한 오염 물질로부터 보존되도록 할 권리

자연의 권리, 세계의 운명이 걸린 법률 혁명(2020), PP242-243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 자연의 권리를 구체화한 법률은 없지만, 자연의 권리를 존중하여 법인명을 지은 사례가 바로 ‘생명다양성재단’이다. 최재천 교수는 ‘알면 사랑한다’는 좌우명을 초석으로 삼아 법인명을 ‘생명다양성’으로 지었다.
 

생명다양성 재단은 한곳에 존재하는 생물 종의 수를 지칭하는 생물학 용어인 생물다양성 대신, 인간 이웃을 포함하여 터전을 공유하는 모든 생명과 삶의 방식을 아우르는 생명다양성을 핵심가치로 삼았습니다. 생물과 생명, 이 두 단어의 미묘한 차이가 한자어 문화권 내에서는 인식 되지만 영어로 표기할 경우에는 둘이 똑같이 ‘biodiversity’로 번역됩니다. 영어로도 다소 협의의 종 다양성만을 지칭하는 인상을 피하고 본연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본 재단은 ‘Diversity in Life’라는 이름의 홈페이지 도메인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생명다양성재단 홈페이지


인간이 자연을 바라보는 가치관은 결과적으로 대상을 명명하는 방법으로 표현이 된다. 생명다양성이라는 용어를 접한 순간, 연상된 바는 필자가 현재 재직 중인 기관의 기관명이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생물자원관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제2조, 생물자원의 효율적 보전을 위하여 생물자원을 발굴, 수집, 보존, 연구 및 전시하기 위한 시설이며, 제6조와 제7조에 따라 국립생물자원관은 법인인 국립 낙동강 생물자원관, 국립 호남권 생물자원관을 총괄하여 업무를 수행한다. 이따금 대민 전화를 응대하거나 기관 관련 기사를 접하다 보면, 기관 명칭이 생소한 까닭 때문인지, 생활과학관, 생물자연관, 생활전시관 등으로 잘못 호명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의 ‘생물자원’이란 무엇인가? 생물다양성법 제2조를 살펴보면 ‘생물자원’이란 사람을 위하여 가치가 있거나 실제적 또는 잠재적 용도가 있는 유전자원, 생물체, 생물체의 부분, 개체군 또는 생물의 구성요소를 말한다. 본 용어는 인간 중심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생물다양성협약과 관련 국내 법률에서 인용되면서 고착화되었다.

인간은 결국 어머니 지구인 본향을 떠날 수 없으며, 자연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만큼, 기후 위기와 팬데믹 시대에 국가의 법률과 기관의 명칭에 대해서 공론화함에 따라 자연의 권리를 생각해 봄도 좋을 듯하다. 생물자원이란 용어는 결국 인간의 입장에서의 이용 대상인 만큼, 인간과 구분되는 수단으로서의 객체로 인지되기 십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생명다양성’이라는 용어는 인간과 자연을 모두 포괄함에 따라 자연의 권리도 고려할 수 있는 용어라고 생각한다.
 

EarthReminder

출처: EarthReminder


둘째, 생물다양성협약(Co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CBD) 3대 정신이 그저 허울뿐인 슬로건이 아니라 일이 되게끔 작동될 수 있도록, 헌법상의 자연의 권리에 대한 검토도 고려해볼 필요성이 있다. 생물다양성협약은 자연의 권리에 관한 지구법학의 관점을 잘 반영한 국제협약이다. 생물다양성협약의 3대 목적은 생물다양성의 보전, 생물자원의 지속 가능한 이용, 유전자원의 이용에 따른 이익의 공평하고 균등한 공유이다. 생물다양성협약은 원주민들의 유전자원 관련 전통지식과 문화다양성을 존중하고 자연으로부터 얻은 이익은 궁극적으로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다시 지속 가능하게 이용되어야 함을 명확히 명시하고 있다.

예컨대 “CBD의 이익공유 조항의 경우, 이익으로 돈 내지 기술의 교환에 중점을 두는 대신 모든 관련된 사람들과 그 자원을 얻는 지역의 지구 공동체 간의 강한 관계를 증진 시킬 수 있는 협약은 어떤 것인지를 묻는 것으로 관심의 중심을 이동하는 것이다.” 12 생물다양성협약의 3대목적을 국가 생물다양성 전략으로 능동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국가 운영 체계의 골격이자 국민 모두의 기본권에 대한 사회규범인 대한민국 헌법을 개헌할 필요가 있다.

강원대학교 박태현 교수는 아래와 같이 국가 책무를 적극적으로 명하는 조항을 추가하는 개헌안을 제언하였다.
 

헌법 제10조
모든 생명체의 존재가치는 존중되며 함부로 부정 되어서는 안된다.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생명가치를 최대한 보장하여야 하고, 또 이를 존중하는 문화를 육성하는 데 노력하여야 한다.

헌법 제119조
생산과 소비의 기반이 되는 자연의 재생능력의 유한함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자연의 순환 과정과 재생능력을 고려한 경제발전을 위하여

헌법 제120조
생태적, 경관적 가치가 큰 국토와 자연자원은 모든 국민의 공동 자산으로, 국가는 수탁자로서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공동 자산의 보호를 구할 수 있다.

헌법 제122조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지속가능한 보전과 이용, 개발을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환경에 관한 계획과 연계하여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지구를 위한 법학(2020), 강금실 외 7인,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P181


지구 생태주의 헌법은 “국가에게 영토 단위를 넘어 지구에서 공존의 삶을 모색하는 대내적, 대외적 활동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도록 그 책무를 명한다” 13 따라서 개헌을 통하여 국민 개개인과 가족 단위의 의식주 삶 가운데 자연을 바라보는 가치관이 자연스럽게 변화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산업계의 유전 자원의 접근 및 이익공유 과정에서의 인간 중심적 관념과 지구 생태 중심의 관념 간의 갈등의 격차가 한결 줄어들 것이다.

국민 개개인의 소속인 가족이라는 집단에서의 생명다양성에 대한 인식 전환은 국가 생물다양성 전략을 성공적으로 이행하게끔 유도하는 마중물이나 다름없다. 왜냐하면 “가족은 단순히 혈연집단이 아니라 세대와 젠더가 다른 구성원들, 노동하는 자와 노동하지 않는 자 사이에서 배움과 훈련이 일어나는 중요한 영역”이기 때문이다.14
 

인간 돌봄자는 스스로를 돌보고 타인을 돌보며 비 인간종과 생태계를 함께 돌보는 존재로, 누구라도 이런 돌봄을 평생 수행해야만 하고, 좋은 돌봄의 의미를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훈련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에서 살아갈 권리를 주장 해야한다. 이를 통해 가족을 포함한 혹은 가족을 벗어난 다양한 형태의 평등, 정의, 소속의 새로운 결속체를 이루어가는 돌봄 사회를 실현할 수 있다.

페미니스트 라이프 스타일(2021), 김현미, 줌마네, 반비, P338


자연의 권리가 고려된 사회 규범하에 국민 개개인의 삶의 방식이 변할 때, 인간 중심주의, 자본주의 잣대로 자연물을 이용하고 초래한 기후 위기의 가속화를 늦출 수 있을 것이다. “계량된 화폐 위주의 기존 경제 시스템은 사람, 자연을 시장가격에 바탕을 둔 상품화된 자원으로서의 가치만 부여하며 고유의 주체성과 중요성을 부여하지 않는다”15 

기후 위기와 팬데믹 사태를 계기로 “지구, 동물, 식물, 산, 강, 호수 등 전 지구적 관점에서 고유의 역할을 하고 있는 존재들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이들에게 법적 주체성을 확대 부여할 수 있는 근거”가 16 지구법학이며 이러한 철학은 그동안 마음껏 누려온 경제 개발의 혜택을 위해 지불하지 않았던 환경비용이 결국 기후 위기와 팬데믹으로 청구되었음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오는 4월 22일은 국제 어머니 지구의 날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인정받지 못했던 자연물 소송 대상인, 천성산 도롱뇽, 설악산 산양, 황금 박쥐 사례에 대하여 그저 자연에 대한 우상숭배와 같은 사이비 종교 내지는 극우 환경 단체의 행동 정도로만 치부하지 말고, 한 번쯤 왜 자연의 권리를 법인격화 할 필요가 있을지에 대하여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각주

1. https://edition.cnn.com/2020/12/11/asia/whanganui-river-new-zealand-intl-hnk-dst/index.html
2. 자연의 권리, 세계의 운명이 걸린 법률 혁명(2020), P180
3. 야생의 법(2016), 코막 컬리넌, 로드스, P276
4. 결혼은 신중하게, 이혼은 신속하게(2020), 38
5. 결혼은 신중하게, 이혼은 신속하게(2020), 35
6. 지구를 위한 법학(2020), 강금실 외 7인,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P33
7. 지구를 위한 법학(2020), 강금실 외 7인,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P26
8. 지구를 위한 법학(2020), 강금실 외 7인,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P104
9. harmony with nature - Law
http://www.harmonywithnatureun.org/rightsOfNature/
10. 야생의 법(2016), 코막 컬리넌, 로드스, P67
11. 지구를 위한 법학(2020), 강금실 외 7인,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P126
12. 지구를 위한 법학(2020), 강금실 외 7인,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P75
13. 지구를 위한 법학(2020), 강금실 외 7인,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P182
14. 민음사 반비 책타레 뉴스레터 #14
15. 지구를 위한 법학(2020), 강금실 외 7인,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P227
16. 지구를 위한 법학(2020), 강금실 외 7인,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P227

참고문헌

<단행본>

지구를 위한 법학(2020), 강금실 외 7인,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자연의 권리, 세계의 운명이 걸린 법률 혁명(2020), 데이비드 보이드, 교유서가
다양성을 엮다(2020), 강호정, 이음
야생의 법(2016), 코막 컬리넌, 로드스
페미니스트 라이프 스타일(2021), 김현미, 줌마네, 반비, P338
2019 국가생물다양성 통계 자료집(2020), 국립생물자원관

<국제기구 문서>
UN 75th Harmony with Nature 문서 A/RES/75/220, A/75/266

<관련 홈페이지>
Harmnoy With Nature Homepage
http://www.harmonywithnatureun.org/

<관련 법률 >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
An Act Instituting Absolute Divorce in the Philippines

Whanganui River Claims Settlement Act 2017
http://files.harmonywithnatureun.org/uploads/upload711.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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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혜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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