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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 S-17 다이어리] #02. 코카콜라와 척척박사님
Bio통신원(만다린)
< 척척 박사님, 알아 맞혀 보세요! >
“코카콜라 맛있다, 맛있으면 또 먹어, 딩동댕. 척척박사님, 알아맞혀 보세요! 딩동댕동!”
어렸을 적, 여러 가지의 선택지 중에서 어느 한 가지를 골라야 할 때 우리는 종종 이 노래를 부르곤 했다. 다양한 형태로 불려왔던 이 노래가 요즘의 아이들 사이에서도 불리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참 이상한 노래임이 분명하다. 코카콜라가 맛있는데 갑자기 척척박사님을 소환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그 시절 우리는 큰 이질감 없이 이 노래를 흥얼거리곤 했다. 어쩌면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우리에게 ‘척척박사’란 무엇이든 물어보아도, 답을 줄 수 있는 그런 존재였던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나에게, 가끔 지인들은 졸업하면 척척박사님이 되는 거냐며 농담을 건넨다. 멋쩍게 웃음을 지으면서도, 가슴 한구석에서 무엇인지 모를 불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아마도 박사 앞에 붙은 ‘척척’이라는 수식어 때문인 것 같다. 도대체 언제부터 ‘박사’라는 명사 앞에 ‘척척’이 붙게 된 것일까?
그러곤 스스로, “과연, 내가 척척박사가 될 수 있을까? 내가 박사 학위를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일까?” 하는 질문들을 던지게 된다.
< 박사란 무엇인가? >
풀리지 않는 질문에 조금이나마 답을 찾아보기 위해, 내가 되고자 하는 ‘박사’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해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위키 백과에서 기술하고 있는 박사의 뜻을 살펴보았다.
"박사(博士, Doctor)는 대학교나 학술 전문연구기관에서 부여하는 특정한 학위 또는 그 학위를 취득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일반적으로 특정 분야의 전문가임을 인증하는 최고 수준의 학위이다. 대개의 경우 좁은 의미로, 의사(라틴어: Medicinae Doctor) 등이 제외된 철학박사 Ph.D.(라틴어: Philosophiæ Doctor, Doctor of Philosophy)를 가리킨다. [1] "
박사는 정의된 것처럼, 특정 분야의 ‘전문가’ 임을 인증하는 최고 수준의 학위이다.
흔히, 학사과정과 석사과정, 그리고 박사과정에서의 연구 범위를 비유적으로 이렇게 표현하곤 한다.
학사는 ‘개미 연구’를 하는 것이라면, 석사는 ‘개미 다리 연구’를 하는 것이고, 박사는 ‘개미의 뒷다리 관절에 달린 미세 모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 A’를 연구하는 것이라고.
즉, 더욱더 상위의 학위 과정을 밟아갈수록 학문의 범위는 좁아지고, 깊이는 더욱더 깊어진다. 박사 학위를 받게 되면,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는 있지만, 모든 것을 잘 아는 ‘척척’ 박사가 되는 것은 아닌 것이다. 이렇게 보니, 가장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가 ‘척척’과 ‘박사’가 아닐까 싶다. 그러니 앞으로 척척해내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하지는 말자고 생각했다.
< 박사의 자격 >
비록 모든 것에 대한 척척박사는 되지 못할지라도, 적어도 내가 선택한 세부 전공에서는 척척해낼 수 있는 박사는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박사의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자격’이라는 것은, 사전에서 정의하는 바에 의하면,’일정한 신분이나 지위를 가지거나 일정한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조건이나 능력’이다. [2]
박사의 자격을 얻기 위해, 먼저 박사의 조건을 충족해야 할 것이다. 학교 및 학과에 따라 학위를 받기 위한 절차나 요건은 다르겠으나, 석박통합과정을 비롯한 석사 및 박사 과정은, 논문 제출 자격시험, 줄여서 ‘논자시’라고도 부르는 이 시험을 통과해야 비로소 학위 논문 제출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나는 이렇게 논문 제출 자격시험에 합격한 후에, 드디어 박사 학위 심사를 위해 논문을 제출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고, 비로소 Ph.D. student에서 Ph.D. candidate가 되었다. 하지만 이제 겨우 졸업 심사를 위해 학위 논문을 제출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것일 뿐, 이것이 내가 ‘박사’가 될 자격을 갖추고 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박사의 자격을 갖기 위해서는, ‘학위 심사’라는 큰 관문이 하나 더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학위 심사는 학점 이수 및 논문 제출 자격시험 통과, 그리고 1 저자로 작성한 논문 수 등의 졸업 요건을 모두 다 충족한 학생 중, 지도교수님께서 학위를 받을만한 자격이 된다고 판단하여 주신 경우 진행할 수 있다. 추후 학위 심사를 시작하고, 내가 2회의 예비 심사와 1회의 종결 심사로 진행되는 일련의 학위 심사 (Defense; 디펜스) 과정을 통과한다면, 지도교수님을 포함한 심사 위원 교수님분들의 결정에 따라, 나는 박사 학위를 수여받게 될 것이다.
박사가 될 조건을 만족하는 것만으로도 박사가 될 수는 있겠지만, 박사가 된 이후에 독립적인 연구자로서 연구해나가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능력도 더불어 갖추어야 할 것이다. 박사의 능력 없이 박사가 된다면, 스스로 연구를 이끌어 가지 못하고, 자신의 세부 전공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속칭 ‘물박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남은 학위 과정 동안 나는, 남아있는 박사의 조건을 갖추는 동시에, 박사의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 좋은 멘토를 만난다는 것 >
내가 비교적 큰 고민 없이 박사의 길을 선택하게 된 것은, 학사과정 중 경험하게 된 논문 투고 경험 덕분이었던 것 같다. 수업의 일환으로 작성했던 논문을, 감사한 기회로 저널에 투고하는 과정을 경험했다. 하나의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관련 연구를 리뷰하고, 분석을 수행하고, 결과를 정리하고, 나의 주장을 다른 연구자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논문으로 작성하는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보람과 흥미를 느꼈다. 더불어, 학부생 신분으로 이 과정을 경험하게 된 덕분에, 교수님께 논문 작성에 대한 많은 지도를 받을 수 있었고, 소중한 가르침 덕분에 내가 되고 싶은 연구자의 모습과 갖춰야 할 연구자의 능력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다. 돌아보면, 박사 과정을 시작하기 전에 ‘내가 되고자 하는 박사’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 보는 것은 꼭 필요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Photo by Micheile Henderson on Unsplash
물론, 완성된 그림은 시작할 때 그렸던 밑그림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밑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통해 시행착오를 미리 겪어볼 수 있기 때문에, 본그림을 그리는 과정이 비교적 덜 힘들 수 있다. 더불어, 밑그림 단계에서는 비교적 수정이 쉽고, 잘 그린 밑그림에서 좋은 작품이 나올 확률도 높다. 만일, 독자분들께서 지금 막 학위 과정을 시작하셨다면, 훌륭하신 멘토 연구자분들을 롤모델로 삼아, 좋은 박사가 되기 위한 밑그림부터 잘 그려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약간의 차이가 큰 갈림길을 결정할 수 있으니, 자만하지 말고 열심히 하기를 바란다.”
힘이 들고 포기하고 싶어질 때면, 대학원 1년 차 스승의 날 인사에 교수님께서 해주신 말씀을 늘 되새긴다. 그 당시에는 자만하지 말고 열심히 하라는 말씀에 더 집중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교수님께서 강조하고자 하셨던 부분은, 열심히 하는 ‘방향’이 중요하다는 말씀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약간의 차이’는 박사의 조건만을 좇는 것을 경계하고, 박사의 능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차이일 것이다. 더욱더 올바른 방향으로 열심히 해서, 교수님께 자랑스러운 제자가 되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 이렇게 연구자로서 닮아가고 싶은 좋은 멘토를 만난다는 것은 참 소중하고 감사한 일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 철학을 가진, 철학 박사 (Ph.D.) >
앞에서 알아본 박사의 정의에서도 나타나 있는 것처럼, 박사학위를 취득하게 되면, 나의 이름 뒤에는 Ph.D.라는 수식어가 붙게 된다. Ph.D.란 라틴어Philosophiæ Doctor의 줄임말로, 해석하면 철학 박사라는 뜻을 지닌다. 여기에서 ‘철학’은 유럽에서 대학이 처음 생겼을 때의 학문이, 곧 철학이었기 때문에 붙은 명칭이지만, 실제 의미는 분과적 철학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 과학 분야인 인문과학과 자연과학을 아우르는 모든 분야의 학문을 의미한다. 최고의 학위인 ‘박사’의 어원이 ‘철학’에 있다는 것은 어쩌면, 자신이 전공하고 있는 분야에 대한 ‘철학’을 가진 박사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앞으로도 그저 더 높은 학위만을 좇는 것이 아니라, 철학을 가진 독립적인 연구자로서의 진정한 ‘Ph.D.’가 되기 위해서, 나의 박사 과정은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지고 있는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늘 고민해야겠다.
[1] 박사, 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EB%B0%95%EC%82%AC)
[2] 자격, 국어사전(https://ko.dict.naver.com/#/entry/koko/05277cb625c74bd2806dfcc6af49727a)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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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아깨비의 과학 여행>을 수없이 돌려보고, 과학 시간을 제일 좋아하던 아이는, 정신을 차려보니 박사과정까지 밟고 있다. 대학교부터 대학원까지 생명을 전공하고 있지만, 인생을 더 많이 배워가고 있는, 5년 차 대학원생의 대학원 생활 이모저모를 담은 다이어리를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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