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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과학자 창업 도전기] 11화. 회사도 CV가 필요하다
Bio통신원(땡그리엄마)
법인을 세웠다. 그리고 제품을 준비하면서, 우리는 형체가 없는 회사에 모양을 덧붙이기 시작했다. 법인은 법적인 사람을 뜻한다. 어떤 특정한 사업을 영위할 법에서만 존재하는 대표 사람을 만드는 셈이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법인이 사업자등록이란 것을 해야, 비로소 우리가 알고 있는 회사라는 형태가 만들어지게 된다.
쉽게 말해, 갓 태어난 아이가 출생신고 후 주민등록번호를 받는 것처럼, 법인 역시 우리가 어떤 특정 목적을 위해 태어나게 한 아이와 같고, 마찬가지로 탄생 신고를 하고 법적 허가를 받게 되면, 법인등록번호와 함께 생존을 확인받게 되는 것이다.
한 가지 사람과 다른 점이라면, 사람은 어떠한 목적을 위해 태어나지 않지만, 법인은 특정한 목적을 위해 태어나게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목적은 정관이란 곳에 기재하게 되어 있고, 이 목적과 어긋난 일은 할 수 없다고 법에서 제한을 둔다는 점이다. 또한 정관이란 곳에 언제 없어질 것인지도 기재를 해서 법인의 죽음이 언제 필요한지, 그리고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지도 미리 정리하게 되어 있다. 이 모든 것을 미리 기재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법인은 목적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목적에 의해 만들어지고, 목적에 의해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이루려던 목적이 다 달성한 뒤, 행보 역시 기재해야 하는 것이다. 목적을 위해서라고 이해하면 이 모든 것이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법인은 참 손이 많이 간다. 나와 내 동료야 법인이 손 많이 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냥저냥 진행을 했지만, 귀찮은 일을 딱 싫어하는 사람들이라면 법인 설립에 대해서는 정말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 법인은, 보여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실 법인은 갓 태어난 아기와 다르지 않다. 차이점을 찾아본다면, 갓 태어난 사람의 목적이 생존인 것에 반하여 법인은 설립 목적을 위해 움직인다는 것이다. 생존이라 할 수도 있겠으나, 아무튼 태어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일단 달려야 하는 입장이다. 그래서 법인은 보여지는 것이 중요하다. 오랜 시간 살아가며 자신을 다듬어가는 인간과는 달리, 법인은 일단 태어나자마자 바로 어른이 되어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영 유아기, 사춘기, 어른 등과 같은 일련의 과정이 필요 없이, 오늘 태어났는데 내일부터 당장 돈을 벌어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이므로, 사전에 준비를 하지 않았다면 시간을 낭비할 수 있다.
보여지는 것이 법인에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법인의 성장과정을 보여주며 정체성을 알릴 시간이 1도 없기 때문이다. 시간이 없으므로, 미리 준비된 여러 지표를 활용하여 법인의 성실성(?)과 정체성(?)을 타인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서 보여지는 것이 더 중요해진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인을 설명하는 자료가 많아야 법인의 정체성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법인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서류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리는 사업자등록증과 재무제표를 신경을 썼었다. 사업자등록증은 사람으로 치면 주민등록등본 혹은 이력서 같은 거라고 생각했고, 재무제표는 사람으로 치면 신용도와 같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자등록증은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일종에 외부에 보여지는 명함? 혹은 CV와 유사한 셈이다. 그래서 첫번째 항목이 가장 중요하다. 법인의 목적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이 첫 번째로 명시된 사업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연구개발업이 주된 목적 사업이다. 화장품/의약품에 사용되는 바이오 소재를 유기합성으로 개발하는 목적 사업이 있었고, 부가적으로 개발된 화장품 소재를 활용하여 직접 화장품을 제작할 계획도 있었다. 따라서 이를 고려하여 사업자등록을 진행하였다.
주된 목적 사업이 연구개발업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다. 다만, 우리처럼 직접 개발이 아니라 연구용역을 전문적으로 하는 연구개발서비스업1으로 진행할 생각이라면, 필요 인력 요건이 있으므로 이를 확인 후에 등록이 되므로 조건을 미리 확인해야 한다. 참고로 연구개발서비스업의 필요 인력은 이공계 5인으로 보고 있다. 또한 연구공간도 있어야 한다. 불편하긴 하지만, 이런 연구개발서비스업이 등록되면 좋은 점도 있다. 국가 연구 개발 사업 중 용역 사업을 신청하기에 더 유리하다. 사업자 등록 시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이런 점에 있다. 때에 다라 어떤 업종이 유리할 수도 혹은 반대로 불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화장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식약처에 책임판매업 혹은 제조책임판매업을 신고해야 한다. 화장품의 경우, 사업자등록증과 별도로 식약처의 허가가 필요하다. 화장품 판매는 사업자등록증의 도소매업으로 등록하면 되지만, 화장품을 생산하고 유통하기 위해서는 식약처의 허가가 없으면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 화장품은 대부분 제조업이거나 혹은 제조판매업으로 등록하여 판매가 이루어졌다. 화장품은 특히나 공장이 없어도 제조업 신고가 가능했었는데, 현재는 불가능하다. 지금은 식약처에서 실사를 나와 공장 실사 확인을 해준 뒤에나 화장품 제조업이 가능하다.
당장 공장이 없고, 자체 개발 후 외부 생산을 해야 하는 시스템을 사용하는 경우, 화장품 사업자는 책임판매업으로 신고해야 한다. 그리고 자체 공장이 없는 경우 제조업을 신청할 수가 없다. 따라서 직접 생산이 아니라면 모든 화장품 책임판매업은 도소매업을 신청해야지 가능하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도소매업도 사업자등록증에 추가가 되었다.
신고제인 업종은 홈택스에서 신청이 가능하고, 허가제인 항목은 먼저 주무관청 허가가 되어야 하므로, 자신이 선택하는 사업자 등록증의 업종과 업태를 잘 확인하고 진행하는 것이 좋다. 허가제인 것은 먼저 입력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차선으로 무엇을 적을지 보고, 이후에 체크하는 것이 좋다. 물론 등록만 하면 바로 사업 실행이 가능한 업종도 있으므로 잘 확인해야 한다. 사업은 정보력 싸움이기 때문에, 많이 아는 것은 해가 되지 않는다.
흔히 사업자 등록증은 정체성을 나타내는 공간이라 했다. 그러한 이유로, 많은 멘토들이나 컨설턴트들은 사업자등록증에 너무 많은 업종과 업태를 추가하지 말라고 권한다. 물론 우리도 그 말에 동의한다. 특히나 창업 초기에 이 등록증을 여러 군데에 제출을 해야 하므로, 되도록 전문적으로 무엇을 하는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는데, 이것저것 추가된 업종과 업태는 오히려 사업이 잘 영위되지 않아서 이것저것 했다는 지표가 되버리므로, 좋을 것이 없다.
우리도 이력서에 추가된 경력이 한결같은 사람을 오히려 더 전문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사업 역시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그러니 창업 초기에 신중하게 사업자 등록증을 만들어 CV를 예쁘게 만들 준비를 하자. 사업자 등록증 앞면에 예쁘게 들어갈 전문적인 키워드 업종과 업태만 잘 넣어도, 누구보다 매력적인 법인의 CV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1. 연구개발업은 한국연구개발서비스협회에서 신고해야 사업자등록이 가능하다. 참고로 필요인력은 이공계 5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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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과학자로 살기 위해 정치하는 엄마가 되었고, 사단법인 ESC 회원이 되었습니다. 사실은 신약을 만드는 게 꿈이었던 유기화학자입니다. 엄마 과학자를 포기할 수 없어 지금은 벤처 창업가가 되었습니다. 엄마 과학자가 고군분투하는 창업 도전기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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