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미팅이 끝나고, 합격 소식을 들으니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박사과정 중에는 이 과정이 끝나기만을 바라지만, 박사과정 후에는 사실 막막한 부분들이 있다. 박사과정은 끝났으나 또 다른 시작, 대부분은 박사과정보다 훨씬 더 긴 시간 동안 걸을 길을 결정하고 시작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또한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를 결정하더라도 그 길로 못가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이다.
합격과 동시에 미국 출국 준비를 해야 한다. 이때부터는 담당 PI보다는 행정을 담당하는 직원과 연락을 주고받게 된다. 이때 PI와 얘기했던 부분과 담당 직원의 얘기가 다를 수 있다. 필자의 경우 첫 출근을 5월 중순으로 PI와 이야기했는데 학교에서 온 서류에는 5월 1일로 기재되어 있었다. 확인해보니 필자가 온 학교는 첫 시작일이 무조건 1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5월 1일 출근을 위해서는 격리 기간도 생각해서 4월 중순에는 출국을 해야 했는데 도저히 무리였다. 사정을 PI와 이야기한 후 행정 직원에게 다시 6월 1일 출근으로 얘기하고 수정된 서류를 받았다. PI가 학교 행정 시스템을 자세하게는 모를 수 있으니 혹 이런 일이 생기더라도 당황하지 말자.
출근 일정도 결정되었다면 첫 번째 생각해야 할 것은 여권의 상태다. 포닥을 나간다면 최소 3~5년 정도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미국 출국 후 영사관을 통한 갱신이 가능하지만, 기간이 촉박하게 남아있다면 한국에서 갱신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가게 되는 지역에 따라 영사관이 멀리 있을 수도 있고 시간을 내어 여권 처리를 하는 것 자체도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행이 결정됐다면 바로 여권 유효기간을 확인하여 필요한 경우 빠르게 재발급 신청을 하는 것을 권한다. 필자의 경우도 필자와 아내의 유효기간이 1년 정도 남은 상태로 바로 재발급을 진행했다. 미국 학교 혹은 연구소 측에서 비자 등에 필요한 행정 처리를 위해 여권정보를 요청하기 때문에 빠른 진행을 위해 합격 후 바로 여권 확인 및 재발급 혹은 신규발급을 권한다.
두 번째는 미국 출국을 위해 필수로 받아야 하는 ‘비자’를 준비해야 한다. 포닥이 받을 수 있는 비자는 J1 비자이며, 최대 5년까지 받을 수 있다. J1 비자를 받기 위한 가장 중요한 서류는 DS2019다. 일하게 될 학교 혹은 연구소에서 작성하여 주는 것으로 원본을 지참하여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전자화되어있는 것들이 많지만 미국은 아직까지 인쇄된 원본 서류만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 서류 하나가 없어서 일을 진행 못 하는 경우가 있으니 꼭 원본을 지참해야 한다. DS2019에는 굉장히 구체적인 정보들이 많이 나와 있다. 내가 가는 학교, 일하는 기간, 연봉 등 여러 가지 정보들이 나와 있고, 나중에 비자를 받게 되면 이곳에 사인을 해주기 때문에 제일 중요한 서류라고 할 수 있다. 학교에 와서도 이 서류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나는 늘 별도의 서류 가방을 마련하여 따로 보관하여 다녔다.
서류는 앞서 말한 것처럼 학교에서 작성해주는데 내가 메일로 기재해서 송부해야하는 내용들도 있다. 가정이 있는 경우 배우자와 아이들 서류도 받아야하기 때문에 가족 구성원과 정보를 정확하게 기재해서 학교에 미리 알려줘야 한다. 원래 이 서류를 바로 보내줄 것으로 생각했는데, 첫 출근일 기준 약 1~2달 전에 받게 되었다. 그때까지 일은 하기로 했는데 진짜 가는 거 맞나? 하면서 조금은 불안하고 답답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한국의 빠른 일처리와는 다른 미국의 여유 있는 일처리를 만난 첫 순간인 것 같다. 그리고 이 서류는 원본을 페덱스 등을 통해 발송하기 때문에 안전하게 직접 받을 수 있는 주소를 기재할 것을 권한다. 필자는 학교 주소를 이야기했기 때문에, 좀 더 안전하게 받을 수 있었다. 처음 꺼내서 받았을 때 이곳에서 메일을 받았다는 게 신기했고, 봉투조차도 괜히 멋있어서 버리지 않고 보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아직까지 봉투를 잘 간직하고 있다.
비자를 위한 필수 서류로 SEVIS-FEE와 DS160도 있다. SEVIS FEE는 미국에 체류하는 비 이민자들을 관리하는 시스템에 등록할 때 필요한 비용으로서, 우리가 그 시스템 관리 비용을 내야 한다. 귀찮고 복잡한 것은 DS160 서류 작성이다. 웹으로 진행하는데, 비자 사진 업로드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여권 사진과는 기준이 또 다르니 정확하게 기준을 아는 곳에서 촬영하기를 권한다. 사진 하나 잘못 준비한 것 때문에 꽤 많은 시간이 지연될 수 있다. DS160은 질문이 상당히 많고, 혹시나 고민되는 항목이 있어 시간이 많이 지나면 처음부터 다시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꼭 ‘저장’을 해야 한다. 한 가지 팁이라면 작성 시 ID나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캡처 해두는 것이다. 안 그러시기를 바라지만, 작성하는데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에 한두 번은 다시 로그인을 하게 된다. 필자는 아내 것까지 다 작성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려서 몇 번이나 다시 로그인을 했다. 처음에는 나에 대한 정보를 물어보고, 나중에는 내가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체크하고 또 SEVIS ID 등을 기입하면 DS160은 완료가 된다.
DS160 작성까지 마쳤다면 비자 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수수료 160불(2021년 상반기 기준)을 납부한다. 수수료를 내게 되면 그 신청 번호와 영수증이 나오는데, 이 서류를 꼭 지참해야 한다. 수수료 수납 후에는 비자 인터뷰 날짜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사실 서류는 열심히 준비하면 되는데, 인터뷰에 대한 이야기는 ‘준비를 안 해도 된다.’라는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에, 당황스러웠다. 어떤 사람은 몇십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들을 준비해 갔다는 사람도 있었는데 나는 질문이 떠오르지도 않았다. 원어민과 같은 영어 능력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토종 한국인인 나는 혹시 모를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걱정되어 기본적인 영어 듣기와 말하기만 연습했다.
인터뷰 당일에는 떨리는 마음으로 미국 대사관으로 향했다. 가져간 서류는 1. DS2019 2. 여권 3. SEVIS FEE 4.DS-160 5. 비자 수수료 영수증 6. 가족관계확인서 (영문 출력본) 7. 비자 사진 그 밖에 박사졸업 영문확인서 등을 가져갔다. 반드시 챙겨야 하는 서류가 아닌 것도 있으나 차라리 많이 준비해가자는 마음으로 챙겼다. 대사관에 들어갈 때는 서류 외에는 다른 소지품이 반입이 안 된다. 그래서 미리 다른 짐들은 광화문 역사 안에 있는 보관함을 이용하여 두고 갔다. 마치 공항 같은 보안을 통과한 후 위의 1~5번 서류만을 확인한 뒤에, 인터뷰를 하는 줄로 향했다. 비자 인터뷰가 처음인 필자는 ‘인터뷰’라고 하니 면접처럼 방에서 일대일로 대화하는 줄 알았는데 은행 창구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서서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이었다.
인터뷰는 긴장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간단하게 끝났다. 내가 돈을 어디서 받는지가 확실하고 보장이 되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지금 기억나는 질문은 한국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 왜 그 학교를 지원했는지 정도? 그다음에는 내가 가게 되는 지역에 피자가 맛있는데 꼭 먹으러 가라는 이야기로 훈훈하게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아내에게는 질문도 하지 않았다.
비자 인터뷰를 끝내고 나니 ‘이제 정말 미국을 가는 구나’ 실감이 났다. 물론 미국에서 한 달 정도 일하면서 지내는 지금도 가끔씩은 실감이 안 난다. ‘내가 왜 여기 있는 걸까?’ 이러면서 말이다. 하나하나 만나게 되는 문제와 질문들을 또 풀어가면서 새로운 도전이 나에게 일어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이다.
마지막 화에서는 미국 도착 및 정착기에 대해 느꼈던 것들과 팁들을 나누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