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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초보 논문 투고기] 메이저 리비전과 코로나19
Bio통신원(뉴로)
뉴스 : 중국에서 신종 바이러스 확산이 심상치 않고 후베이성 성도 우한시가 봉쇄됐습니다.
장인과 장모께서 중국에 돌아간지 얼마 안 돼 코로나 사태가 터졌습니다. 후베이성에 위치한 제 아내의 고향에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우한은 갈 수 없게 되어 무척이나 걱정스럽고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또한, 당면한 연구과제들은 엉키기 시작했습니다.
벤더 :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장 폐쇄가 들어가서 제품 배송이 언제 될지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뉴로 : 그럼 대체재 리스트를 이메일로 보낼 테니 확인해 주세요.
리뷰어가 요청했던 추가 실험 중 하나에 꼭 필요했던 실험 키트가 코로나 확산으로 생산 차질이 생겼고 결국 입고가 안되는 불상사가 발생했습니다. 추가 데이터 분석할 것도 많았지만 실험 쪽의 재료들이 배송 지연이 되는 것은 큰 문제였고 대체재를 찾거나 실험계획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3개월의 기한 중 3주일이 남은 시점에서 모든 것이 폭삭 망하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료는 안 오고 실험은 진행 중이고 이대로 모두 망하는 건가?
생애 첫 메이저 리비전이 폭망으로 끝나는 것인가 하며 한숨을 쉬며 지도교수님 방에 들어갔습니다.
뉴로 : 교수님, 전염병으로 재료 공급에 차질이 생겼고 다행히 K 교수님 방에서 대체재를 구했지만 조건 실험을 다시 해야 합니다. 기한 내에 못 끝낼거 같습니다.
지도교수 : 조아 씨 실험 상황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얘기해봐요.
조아 : 네. 계획했던 실험 키트가 생산공장이 문제가 생겨서 선적이 안되고 있습니다. 다행히 G교수님 방에서 마트리젤 (matrigel)과 침윤 실험법을 배우긴 했는데 조건 실험이 다시 필요하고 siRNA나 과발현 실험을 하기에는 시간이 모자랍니다.
한참을 모든 진행 상황을 보고받은 교수님께선 좀 생각을 하시다가 입을 떼셨습니다.
지도교수 : 어떻게 될지 모르겠는데 에디터에게 연장 신청을 해봐야겠네요. 게재 거부를 당할 수도 있겠지만 너무 걱정 말고 남은 부분들을 열심히 해나가세요.
하지만, 얼마 안 남은 기간 내에 더 열심히 하기에는 체력도 거의 바닥나서 내색은 안 했지만 이번 리비전은 넘기고 다음을 열심히 하자는 생각이 가득했습니다. 그래서, 자의 반 타의 반 저는 속도를 내려서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감 3일 전까지 교수님에게서 아무런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걱정을 하며, 조아 선생님과 저는 매주 금요일 리비전 미팅을 위해 찾아가 보고를 한 후에 마감 연기는 어떻게 됐는지 물었습니다.
지도교수 : 아, 말 안해줬네요. 연장됐습니다. 1달 더입니다.
뉴로 :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 감사합니다. 교수님.
동아줄이 내려온 거 같은 기분이라서 정말 감격스럽게 말을 하니 교수님은 멋쩍었던지 콧등을 긁적이더니 열심히 하라고 내보내셨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코로나19로 모든 연구실들이 비상이었고 저널들도 아래와 같은 공지사항을 띄어놓은 상태였습니다. 이 때문에 연장이 용이해진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review dealy 관련 공지
이 덕분인지, 재 연장도 수월하게 받게 됐습니다. 그래서 총 3달의 기간을 추가로 받아 메이저 리비전을 끝마치게 됐습니다.
지도교수 : 자, 이제 좀 미뤄왔던 부분 중 하나가 있는데 single-cell data에서 subtype call이 안 된 샘플들이 많냐는 minor revision 답변을 어떻게 쓸까?
뉴로 : 제가 쓴 것이 있는데, subtype-call이 된 single-cell은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나 feature 수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좀 더 quality가 좋은 세포들입니다. 이것을 강조해서 초안을 적었는데 어떤가요?
지도교수 : 영어적으로 가다듬으면 충분할 거 같네요. 내일까지 최종 rebuttal letter를 줄 테니 뉴로군은 업로드할 모든 자료들 체크에 들어가세요.
Rebuttal letter 관련으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깔끔하게 통과하는 순간은 무척 기뻤습니다. 모든 게 마무리가 된 기분 좋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동료들과 함께 교수님의 최종 rebuttal letter를 검토했습니다. 학생들이 실험 결과를 토대로 적은 rebuttal letter의 영어 수준을 뛰어넘어 대단히 우아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잠깐 다른 길로 세는 것 같지만 최근 rebuttal letter를 공개하는 저널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반드시, 논문을 읽은 후에 꼭 rebuttal letter를 챙겨보길 권합니다.
아무튼 다시 돌아와, 한국 시각 2020년 4월 17일에 리뷰어들을 향해 새로운 분석 결과들로 완전히 새로워진 논문과 데이터들을 Nature manuscript tracking system에 업로드했습니다.
바보 같지만, 컴퓨터 앞에서 기합과 함께 업로드했습니다.
뉴로 : 간다! 이번엔 accept이다.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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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에서 생명과학을 하다가 대학원에서 bioinformatics를 접해 매일 컴퓨터에 앉아 있는 대학원생이다. 최대 고민은 커져가는 뱃살! 그리고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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