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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의 망원경; Telescope in my brain] 내가 원하는 연구를 찾아서(3), 실험, 논문 출판의 어려움. 그리고 앞으로의 연구들.
종합 김민환 (2021-08-03)

실험, 논문 출판의 어려움 그리고 앞으로의 연구들


“교수님, 그럼 편집장에게 전화를 해서라도 반박하고 싸워야죠? 우리 연구 결과를 우리 스스로가 아니면 누가 지지하고, 어필하겠어요? 교수님께서 하지 않으시면, 제가 전화하겠습니다.”. 아마도 그때 나의 상태는 리뷰어들에게 보내지도 않은 채, 편집장으로부터 온 애매한 문체의 논문 출판 거절의 이메일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경험이 많으셨던, 나의 학위 과정 지도교수님께서는 나를 타이르시고, 이 편지는 우리 실험 결과 논문 출판 거절을 의미하고, 더 이상 이 저널에는 더 어떻게 해 볼 수 없다고 말씀해 주셨다. 맞냐, 틀린 것이냐가 아니라 싫다는데 더 할 말은 없는 것이 사실이다.

공동 연구하고 있는 경험 많으신 노교수님께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가서 잠 푹 잘 자라고 어깨 두드려 주셨다. 이런 일은 일상사 아니겠니? 속으로 말씀하시는 것처럼… 하지만 머릿속으로 수긍하였으나,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던 내 스스로를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아, 동료들과 함께 있는 자취방에 돌아오지 않고, 맥주캔을 종이 봉지에 싸서 들고 늦은 밤 혼자 배회했던 기억이 난다. 

어쩌면 학위과정, 또는 포닥 기간 동안 지도 교수님들은 자신의 연구를 계속 진행시키기 위해, 혹은 장기간 진행되는 어려운 실험들을 이끌어야 하는 실험실원들에게 용기를 북돋기 위해서, 어쩌면 조금은 과도하게 이 연구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끝에는 좋은 논문에 출판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말씀해 주셨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외부에서 보는 것과, 수많은 논문 투고를 다루어야 하는 저널의 편집장의 입장은 분명 다를 수 있는 것이었다.

그저 할 수 있는 건, 다행히 편집장의 마음에 들어 리뷰어들에게 논문 심사 보내길 바라는 것, 그리고 최선을 다해서, 리뷰어들이 원하는 추가 실험들을 수행하고, 그에 따른 리부탈 (Rebuttal) 편지를 쓰는 수밖에. 그래도 거절하면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그렇게 논문 내기는 참 힘들다. 그래서 심지어 한 노벨상 수상자는 수상하자마자 했던 이야기가, 이 수상의 동력이 된 연구가 처음에 논문 출판이 얼마나 어려웠고, 많은 criticism을 받았는지를 회고하기도 한다 [1].

연구자들은 아마도 소위 좋은 논문으로 인식되는 임팩트 팩트 (Impact factor)가 높은 저널 출판이 졸업의 조건, 교수 채용의 조건, 교수 평가의 조건이 되기 때문에 더 집착할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다. 물론 그 논문의 질을 어느 저널에 출판되었는 지로 가늠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지만, 외부의 시선은 혹독하다. 그럼 과연 어떤 논문이 좋은 논문일까? 생물학적 지식이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시작한 석사과정, 나의 첫 실험 임무는 세포내의 칼슘이온 농도를 측정하는 것이었다. 실험실 선배가 없는 신임교수님 밑에서 교수님께서 구입하신 장비들을 설치하고 실험을 시작해야 했다. 세포안에 특정 형광 물질을 넣고, 특정 파장대의 빛을 쪼여주면서 나오는 빛의 세기 및 그 변화를 통해서 세포안의 칼슘이온 농도 변화를 측정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자극을 받지 않은 배양된 내가 연구하는 세포의 칼슘농도는 낮은 농도로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교수님의 지도하에 설치된 장비를 가지고 처음으로 실험이란 것을 해 본 나에게, 그런 어찌 보면 당연히 예상된 실험 결과는 쉽게 보여지지 않았다. 즉 자극 받지도 않은 세포내의 칼슘농도는 가끔씩 다이내믹하게 변화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내가 뭔가 중요한 것을 발견한 것일까? 그보다는 99% 뭔가 측정 장비, 측정 방법이 잘 못된 것이었고, 매번 실험실 미팅이 있을 때마다 문제의 원인 진단 예측 등에 골머리를 알았었다. 마치 죄지은 사람처럼, 빨리 해결 방법을 찾겠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리저리 장비를 직접 만져보면서, 어떤 부분이 문제일까 부딪쳐 보는 것과, 관련된 논문에 다른 연구자들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을까 찾아보는 것이었다. 지금처럼 인터넷과 전자논문 화일이 발달하지 않은 2000년대 초반의 도서관 모습이어서일까, 논문을 인터넷으로 검색 후, 그 논문의 편수와 쪽수를 적어서, 도서관 서적들을 직접 찾아서 복사해서 보았고, 때로는 같은 저널에서 출판된 논문들을 차례로 훑어 보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땐 농담 삼아, 밑바닥 저널 혹은 묻지 마 저널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쉽지 않은 실험 결과들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이라고 불렀던 한 저널이 있었고, 그 저널 중 내가 본 그 이상한 반응을 본 사람들의 논문을 봤을 때의 기쁨은 아직도 생생히 남아있다.

그리고 논문의 맨 마지막 Discussion 부분에 써 놓은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한 설명은 실제 도움이 되었고, 그 결과 난 그 문제점의 원인이 너무 강한 빛을 세포에 쪼여 주었던 것이었고,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세포내의 칼슘농도의 이상 반응이 나왔던 것이다. 소위 임팩트 팩터가 높은 저널들에 이런 이상 반응 및 그 현상에 관한 추측 등을 담은 논문을 출판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나중에 이 저널에 나 또한 논문을 출판할 수 있었던 것은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었다. 

연구 분야에 따라서, 그 분야의 그 당시의 중요한 이슈가 되는 연구가 분명 있으며, 그에 발맞추어 빠르게 결과를 내면, 소위 말하는 임팩트 팩터가 높은 학술지에 실릴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어차피 같은 시간의 노력 (3-4년)이 들 거면, 반드시 중요한 문제를 선택해서 그에 관한 연구를 해야 한다는 노벨 생리학상 수상자인 수수무 도네가와씨의 말씀은 분명 일리가 있다 (Susumu Tonegawa said that “It takes the same amount of time and effort to do the unimportant experiment as the important experiment”.).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는 실험의 시간이 결코 적은 시간이 걸리는 것이 아니니까.

과연 그럼 임팩트 팩터가 높은 저널에 논문을 실으면 무조건 좋은 연구를 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마치 노벨상 수상자가 운영하는 실험실에서 일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노벨상 받은 사람만큼 실력이 대단해지는 것은 아닌 것처럼. 그럼, 논문 출판 후 시간이 지나서 알 수 있는 인용수는 어떤가? 좋은 연구의 중요한 잣대일 것이다. 하지만, 유명 실험실에서 나온 논문들만을 위주로 충분한 자료 검색 없이 자신의 논문에 인용하는 일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인터넷의 붐과 함께 해 온 지난 20년을 돌아보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이공계 대학원 인원수의 증가로 (더불어, 아시아에서 온 유학생이 없이는 미국 대학원의 운영조차 힘들다 할 정도로) 박사 학위 수여자는 늘어났고, 물론 의생명 공학 쪽의 산업이 증가한 만큼 수요가 늘기도 하였지만, 학교로 교수 자리를 얻어서 돌아갈 수 있는 길은 점점 좁아졌다. 그로 인해 박사후 연구원 기간은 점점 길어졌고, 임팩트 팩터 10점이 넘는 논문을 몇 개 가지고 교수 지원을 하느냐는 말 또한 생겼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예전엔 볼 수 없었던, 제1저자, 제2저자의 혹은 제3저자까지 equal contribution으로 찍혀 나오는 논문 또한 급증했다. 같은 실험실에서 짝지어서 서로 경쟁시키는 것보다는 같이 열심히 자신의 장점을 서로 발휘해서 결과를 입증하고 같은 기여도로 논문을 출판할 수 있는 건 좋은 의도인 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가 first first author이냐를 묻거나, 그로 인한 실험실 내의 경쟁 문화가 쉽게 줄어들지는 않는 듯 보인다.

그동안의 저널의 변천사, 유행, 관습 등을 살펴보면 또한 흥미롭다. Nature와 Cell 같은 힘이 센 저널들은 끊임없이 자매지를 만들어 내고 있고, 오픈 방식과 빠른 리뷰 시스템이라는 방식을 내세운 eLife와 같은 저널에 밀려, 정말 부동일 거 같았던 Journal of Neuroscience의 위상은 많이 떨어지고 있는 듯 보인다. 1950년대에 나온 Journal of Physiology에 출판된 논문들과 지금의 Journal of Physiology의 위상이 많이 달라진 것처럼, 어느 저널에 연구 결과가 나왔는지 보다는 어떤 연구를 어떻게 했는지가 분명 중요한 것이다.

실현 가능성은 모르겠지만, 예전 지도 교수님의 의견처럼 모든 저널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One journal 시스템으로 가고, 그 각각의 출판된 논문들의 장점과 단점들을 개개인이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는 웹 시스템을 쓰는 것이 좋은 방법일지도 모른다. 물리학 분야에서는 예전부터 있어 왔던, 연구 결과를 저널에 출판하기 전에 preprint version으로 arXiv [2]에 올리는 관습은 생물학 쪽에도 이어져 지금은 BioRxiv [3]에 아마도 대부분은 저널에 출판시도와 더불어 같이 preprint version을 업로드하고 연구자들끼리 피드백을 주고받기도 한다.

논문 submission 후 출판되기까지 1년, 길게는 2년 그 이상이 걸리니 만큼, 이 시간 동안 다른 연구 그룹의 비슷한 연구의 앞선 출판을 두려워하며 잠 못 이루며 보내기보다는 훨씬 연구자들이 원하는 바일 지도 모른다.  또 다른 경향으로는 Resources, Technical Report와 같은 커뮤니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실험 방법 개발 등의 논문이 새로운 과학 사실을 발견하는 논문 못지않은 주목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결론은 없다. 상황은 변하고, 과학도 인간이 하는 것인 만큼, 그때그때 적응해서 자신이 하는 연구에 자부심을 갖고, 장기적으로 꾸준히 실험 연구하고, 논문 쓰면서 한걸음 한걸음 나아갈 수밖에. 자신이 한 실험에 관하여 읽어 줄 독자를 위해, 가능한 한 자세히 논문을 기술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어떤 저널에 출판되었나를 먼저 보기보다는 그 연구 자체에 대한 의미를 스스로 내리고, 또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진 연구이든, 서로의 연구를 존중해 줄 수 있는 마음이 중요하지 않은가 싶다. 좀 더 장기적인 연구자를 생각한다면?

나 역시 스스로 할 수 있는 연구의 부족함과 제약 등을 갈수록 더 많이 느끼지만, 도날드 헤브 [4] 혹은 제럴드 에델만 [5]과 같은 아직도 논쟁이 되고,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스스로의 이론을 가질 수 있는 그런 과학자, 책을 쓰는 과학자가 되기를 꿈꾸어 본다. 진화론을 거의 동시에 알아낸 것으로 알려진 월리스와 다윈의 이야기 [6]. 물론 역사적 사실이 왜곡될 수 있으며, 정기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음에도 스스로 대단한 이론을 정립했을 뿐 아니라, 스스로를 낮추고 끝까지 다윈을 내세운 월리스는 존경받아야 마땅하다고 분명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일면의 가능한 해석으로서 종의 기원을 쓴 다윈에게 후대에 손을 들어주었던 건 아마도 책을 쓸 만큼의 체계적이고 풍부한 사고를 가지는 것의 중요함을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7]. 

 

[관련 자료 링크]

[1] https://apnews.com/article/entertainment-science-us-news-a85ac210de58448797735d7d5b04779c 

[2] https://arxiv.org/ 

[3] https://www.biorxiv.org/ 

[4] Donald Olding Hebb, The Organization of Behavior, A Neuropsychological Theory, by Lawrence Erlbaum Associates, Inc. (1949)

[5] Gerald M. Edelman, Neural Darwinisim, The Theory of Neuronal Group Selection, by Basic Books, Inc. (1987)

[6]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C02&nNewsNumb=002272100003 

[7] https://www.youtube.com/watch?v=g6tROZ2hL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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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환 (Allen Institute for Brain Science)

국내 물리학과에서 학부, 석박사 학위 후, 지금은 국외 뇌 연구소에서 실험하면서 뇌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주로 뇌과학 관련 책 소개 및 감상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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