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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장비 이야기] 연성탈착 이온화 질량분석법 개발 (다나카 고이치_Koichi Tanaka)
Bio통신원(분석장비 탐험가)
“1901~2017년 사이 노벨 과학상을 수상 한 348건 중 분석기술/장비 분야 수상건수는 27건(8.2%)이다. 이 데이터에서 보듯 노벨 과학상에서 분석기술 연구장비 분야 수상비중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한국연구재단이 발간한 ‘연구장비가 노벨과학상 수상에 미친 영향’ 중에서......
다나카 고이치 (자료출처: nobelprize.org)
나에게 2002년은 아주 특별한 해다. 첫 회사 취직, 2002년 월드컵 그리고 귀인을 만났기 때문이다.
첫 회사는 ‘분석장비’를 취급하고 있는 회사이고, 2002년 월드컵은 우리나라가 4강 올라가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리고 귀인은 바로 ‘연성탈착 이온화 질량분석법 개발’로 2002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다나카 고이치’ 상이다.
그의 이러한 업적은 분석장비관련 업체에 입사한 나에게 대단한 자부심을 심어주었다.
학사 출신인 그가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래서일까? 분석장비란 대한 호기심이 커졌다.
그가 살아온 삶이 궁금했다.
1959년 일본 도야마에서 태어났다. 1983년 도호쿠대학 공학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뒤, 분석기기 제조회사인 교토의 시마즈제작소에 입사하여 20년 넘게 근무하고 있다.
1987년 바이오 연구팀에서 일하던 그는 우연한 실수를 계기로 MALDI (매트릭스 지원 레이저 이온화법)를 발명한다. 이 발명은 이후 신약개발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 생체고분자 해석 방법을 독자적으로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영국의 존 펜박사와 스위스의 쿠르트 뷔트리히 박사와 함께 노벨 화학상을 공동 수상하게 된다.
그는 민간 기업의 연구 부문에 종사하는 연구원으로서, 역대 노벨 화학상 수상자들 가운데 교수나 박사와 같은 감투가 없는 수상자들 가운데 교수나 박사와 같은 감투가 없는 수상자로서는 두 번째이며, 대학 졸업의 학력이 전부인 학사 출신의 수상은 첫 번째였다. 그는 노벨상 수상 발표 이후 대중 강연에서 ‘실패는 성공의 뿌리’라고 거듭 강조하고 “수많은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고 한 우물만 파 온 게 수상의 배경이 되었다.”라고 했다.
결국 그는 28세(1987) 때의 연구로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면서 평범한 기업 연구원의 주임에서 세계적인 과학자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그만큼 그는 샐러리맨의 위상을 바꾼 우리 모두에게 당신도 ‘다나카 고이치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연구에 대한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자료출처: 위키피아
사진에서 젊은 시절 다나카 고이치가 조그만 실험실 의자에 의지하며, 뭔가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뭔가를 세심하게 조절하는 모습이 보인다. 눈은 매의 눈과 같이 예리해 보이며, 손은 일류 요리사처럼 부드럽고 민첩하다. 마치 인간과 사물이 혼연일체가 된 모습이다.
그는 이렇게 탄생된 제품을 무대 위 주인공으로 만들었고, 그는 조연이 되어 묵묵히 주인공을 도왔다.
연성탈착 이온화 질량분석이란?
다나카 고이치에게 노벨상을 선물한 주인고 ‘연성탈착 이온화 질량분석법’에 대해 살펴본다.
다나카가 시마즈 중앙연구소에서 담당한 업무는 단백질 분자의 질량을 측정하는 기법이다. 여러 종류의 단백질을 구별하는 방법 중 하나는 그 질량을 측정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우선 단백질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이온화를 해야 했다.
그는 레이저를 이용해 단백질의 구조를 밝히려고 했는데, 분자량과 질량을 파악하기 위해 단백질 시료에 레이저를 쏘면 강한 빛과 열에 시료가 타 버리거나 부서져 버렸다. 시료를 보호할 수 있는 용액을 개발하기 위해 200여 가지 시약의 농도를 다르게 하며 몇 년간의 실험을 거듭했다.
그러던 찰나에 1985년 2월, 비타민 B12(분자량 1350)의 질량 측정을 준비하고 있던 다나카는 늘 사용하던 아세톤 대신 실수로 글리세린을 시료에 섞어 버렸다. 잘못한 것을 알았지만 그냥 버리기 아까워 레이저를 조사하여 글리세린을 증발시키기로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비타민 B12가 이온화되었던 것이다. 실수로 글리세린 용액을 코발트 미세 분말에 떨어뜨린 뒤 비싼 코발트가 아까워 시약으로 썼고 결국 이 시도가 단백질의 구조를 밝혀내는 계기가 된 것이다.
아래 그림은 다나카 고이치가 발명한 연성탈착 이온화 질량분석법를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다.
시료에 레이저가 주사되면 시료의 이온화가 이루어 지는데, 다나카 고이치의 ‘실수(시료에 글리세린을 넣은 것) ’ 때문에 분자량이 큰 단백질도 이온화할 수 있게 되었다.
(자료출처: 시마즈 제작소 홈페이지, www.shimadzu.com)
다나카는 실수에서 얻어진 결과를 놓치지 않고 실험을 거듭했고, 결국 레이저를 이용하여 고분자 단백질의 종류와 양을 효과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기법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는 그동안 분자량이 작은 물질의 측정에만 사용되었던 질량분석기가 분자량이 큰 편에 속하는 생물학 시료도 측정할 수 있게 하였다.
아래 사진은 시마즈 제작소에서 최근에 제조 판매하는 ‘연성탈착 이온화 질량분석기 (MALDI-TOF Mass spectrometry) 이다.
(자료출처: 시마즈 제작소 홈페이지, www.shimadzu.com)
현재 이 장비로 생체분자(DNA, 단백질, 펩타이드, 당) 및 대형 합성 유기 분자(중합체, 기타 거대분자)의 식별 및 공간 분포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 만약 다나카 고이치 상이 없었다면, 이 멋있는 장비는 탄생하지 못했거나, 늦게 소개됐을거다.
다나카 고이치의 ‘연성 탈착 이온화 질량분석법’과 알렉산더 플레밍의 ‘페니실린 발견’은 닮았다. 둘 다 우연이 가져다준 발명이다. 다나카 고이치는 실수로 시료에 글리세린을 넣었고, 알렉산더 플레밍은 실수로 뚜껑을 열어놓았다. 그들은 여기서 관측된 신호를 버리지 않고 끈질기게 파고들어, 결국 거대한 발명으로 이끌었다.
그들에게는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거창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그리고 그 재주를 갖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했으며, 신도 그들의 정성에 감동하여 ‘실수’를 가장한 선물을 주고 말았다.
[참고자료 및 출처]
-한국연구재단이 발간한 ‘연구장비가 노벨 과학상 수상에 미친 영향’
-www.nobelprize.org
-IBS News & Evensts(ibs.re.kr)
-www.shimadz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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