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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이 된 김박사] 전공과 취업의 상관관계
Bio통신원(-탐구생활-)
내가 취업이란 걸 진지하게 고민하고 여러 회사에 지원했을 때 비로소 나의 전공에 대해 객관적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학위 주제를 선택하고 후일에 포닥 연구 분야를 고민할 때도 내 최우선 고려 대상은 내가 재밌어하는가? 이게 생명 현상의 궁극적 질문을 던지고 답을 얻을 수 있는 주제인가? 였다. 지금 생각하면 이보다 고상한 질문이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지만 취업 시장에서 이 질문은 다소 사치스러웠다. 내 연구 주제는 산업계에 바로 연결되기에는 너무나 멀었고 연구를 위해 사용한 실험도 사실 나만의 강점이라기 어려운, 바이오 분야에서 학위를 한 사람이라면 모두가 했을 기본적인 실험들이었다. 실험실 선배들도 우리들의 실험 기술은 석사급들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실험들이기에 경쟁도 심하고 연구 주제도 산업에서 다소 멀기에 메리트가 떨어질 것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그랬는지 나는 셀 수도 없이 많은 회사에서 서류 통과조차 하지 못했다. 한 참 후에야 후배들이 큰 기업에 취업하는 모습을 보며 전공이 아니라 내가 아직 준비되지 못한 점이 많았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기는 했다.
하지만 여전히 전공은 취업시장에서 고용자와 고용인을 매치할 수 있는 가장 큰 접점일 것이다. 특히 박사 과정의 경우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서 바로 일선에 투입이 되어야 하니 회사가 하려는 일과 박사 졸업생의 전공 일치도는 꽤나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그러면 취업하기 가장 좋은 연구 분야는 무엇일까? 아마 대기업이든 벤처든 최근 신약 개발을 선도하는 키워드는 항체와 면역이라는 것이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단백질 공학 기술의 발전 그리고 단백질 의약품의 혁신적인 성과 그리고 anti-PD1 antibody 등으로 대변되는 면역항암제의 놀라운 효과는 면역 항암제 특히 항체를 활용한 약품 개발의 붐을 이끌었다. 파이프라인에 단백질 의약품이 없는 신약 벤처기업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이고 국내에서 시총이 가장 높은 바이오 회사도 단백질 의약품의 개발과 CDMO를 담당하는 셀트리온과 삼성 바이오로직스이다. 이러한 산업의 흐름 때문에 단백질 공학, 배양, 스케일업 등에 대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수요가 아주 높다.
또 다른 한 측에서는 dry work에 대하 수요도 높다. 머신러닝, 딥러닝 그리고 지노믹, 트랜스크립토믹스등의 막대한 데이터베이스의 축적은, 이를 분석하여 신약을 위한 타깃 발굴이나 AI 진단 등에 활용할 수 있는 개발자들에 대한 수요를 높였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수요를 예측했을까? 최소한 나는 아니었다. 앞에서 말했듯이 나는 회사보다는 기초연구를 진로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학교에 단백질 공학 연구실이 있었음에도 관심이 크게 없었다. 데이터 사이언스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학위를 하던 당시에는 나 스스로도 이 부분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었는데, 가설은 어쨌든 실험을 통해 확인해야 하고 그 wet data를 화려하게 꾸며주는 장치의 역할만 한다고 생각했었다. 데이터베이스의 막대한 힘과 그것을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의 중요성을 간과했었다. 실제 그 당시에 database에서 hit을 찾는 게 아니라 손으로 찾은 hit을 database에서 찾아보는 식의 일들도 많았으니 말이다.
면역도 마찬가지이다. pd-1 항체의 성공과 개척이 아니었다면 면역을 활용한 항암제 개발이 지금처럼 커지진 못했을 것이다. 그 이전에 면역을 증강시켜 암을 치료한다는 개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pd-1 항체의 개발 이전에 실제로 그 개념을 믿고 산업계로 발을 들인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을 것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이런 수요가 많은 전공을 왜 선택하지 못했을까? 참 아쉽다는 생각도 했지만 그건 지나간 시간의 결과론적 해석일 뿐이었다. 요즘에 핫한 주제들을 연구 해오진 않았지만 여전히 내가 학위기간에 수행했고 치열하게 고민했던 것은 차곡차곡 내 안에 쌓여 단단하게 자리 잡았고 나의 역량이 되었다. 회사에서는 정말로 다양한 사람이 필요하고 자신이 연구했던 주제에 대항 경험을 필요로 하는 회사는 항상 있기 마련이다.
최신 트렌드를 쫓는 것도 필요하지만 경력 개발 측면에서는 오히려 한 가지를 진득하게 오래 한 사람의 값어치가 높게 발휘되는 경우도 많다는 걸 개인적으로 많이 경험했었다. 학위기간 그리고 포닥 기간에는 내 연구 가설을 검증하느라 여러 실험을 해야 했기에 한 실험에 대해 아주 깊은 이해를 가지지 못한 경우가 많았었다. 다양한 실험에 대한 경험을 쌓았던 것도 나에겐 큰 자산이 되었지만 아주 사소한 실험이고 지루한 실험이었더라도 정말 더 깊이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이걸 했었어야 했나 저걸 했었어야 했나 하는 생각도 많이 하고 현재도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 생각은 갈팡질팡만 하게 할 뿐 한 분야에 내가 집중하고 내 안에 긴 역사를 만들어 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내가 하고 있는 연구가 사소한 일이고 인기가 없는 주제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연구 주제나 실험 테크닉에 대해서 정말 깊은 이해와 경험을 가진 사람들은 생각보다 없다. 내가 선택한 길이 다소 유행에 떨어지더라도 오히려 깊은 이해와 많은 경험을 쌓는다면 나만의 경쟁력이 되어 밖으로 드러나게 되리라 생각한다. 회사에서는 정말로 다양한 사람이 필요하고 자신이 연구했던 주제에 대한 경험을 필요로 하는 회사는 항상 있기 마련이다. 그런 길을 걷다 보면 다른 한쪽의 트렌드와 만나 새로운 영역을 경험할 수 있는 계기도 생기게 마련이다.
시대의 흐름을 읽고 거기에 거스르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하지만 유행이 지난 일 같더라도 혹은 아직은 눈에 띄지 않는 분야라 하더라도 진정한 전문가는 항상 필요한 법이란 걸 기억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때문에 지루하고 초초하더라도 내 안의 내력을 쌓는 일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 기회가 찾아오는 것 운이지만 기회가 왔을 때 잡는 건 실력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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