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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의 망원경; Telescope in my brain] 제프 호킨스 편, “A Thousand Brains” & “On intelligence”
Bio통신원(김민환)
“할 수 있다면, 네가 하고 싶은 가장 흥미로운 실험은 무엇이니?”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대충 위와 같은 내용의 질문이었던 거 같다. 런던 대학교(University of College London)에 오래된 철창식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서, 인터뷰하고 있는 실험실 교수님은 나에게 물었다. 나의 대답은 “살아 있는 쥐에서 뇌세포들의 각각 어떤 자극을 받거나, 움직일 때, 뇌에서 뇌 세포들이 어떻게 하늘의 별처럼, 반짝 반짝 활성되는 것을 이미지로 찍고, 그 반짝반짝 거리는 것의 원리(logic)은 무엇인지 알아내고 싶습니다. “라고 난 대답했던것 같다. 이때는 두 번째 포닥(post-doctoral) 실험실에 인터뷰를 하러 갔던 2012년으로 기억된다. 유럽 배낭여행 한번 가보지 못한 나에게 처음 가보게 된 유럽, 영국 런던 히트로 공항(Heathrow airport)을 거쳐, 런던 지하철을 타고, 런던 대학교 근처 숙소까지 무사히 가는 것,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인터뷰에 늦지 않게 실험실로 찾아가는 일이, 비행기를 놓쳐 본 전례를 가지고 있던 나에겐, 너무나 큰 과제로 느껴졌었다. 그렇게 긴장속에서 인터뷰 전날 학교 주변을 둘러 보며, 참 아시아 학생들이 많구나 느끼며, 허기진 배를 아시안 식당에서 라면으로 채우고, 서점 구경만 잠깐 한 후, 다음날 가야할 실험실 위치만 다시 한번 확인 후, 숙소로 돌아왔다.
달라진 시차에 다 읽지도 못할 논문들을 옆에 두고, 잠을 설치고, 아침에 실험실로 향했다. 한국 문화인 것일까, 나는 인터뷰이니만큼 입고간,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결혼식 때 맞춘 양복을 입고 갔고, 나와 비슷한 또래인 실험실 교수는 웃으며 꼭 그렇게 입고 올 필요는 없다면서, 반갑게 맞아주었다. 실험실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려면, 한두 시간 더 있어야 하니, 나가서 커피 한잔하자면서, 학교 뒷골목 야외에 테이블과 의자 몇 개가 놓인 작은 에스프레소 커피점으로 갔다. 카페 밖에 앉아서 미국과 대조되는 정말 작은 잔에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젊은 유럽 교수가 담배를 꺼내며, 너도 피우냐고 물었고, 그렇게 같이 맞담배를 피우며, 뇌과학에 대한 이야기, 이런 책 읽어봤는데, 넌 어떻게 생각하냐는 등의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런 대화는 어찌 보면, 아주 가끔 하게 되고, 연구자들은 대부분, 자기 프로젝트의 정말 세분화 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아님 밥벌이 혹은 연구 커리어 (Career)와 직접 연관된 연구비 신청 제안서 및 보고서를 쓰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나 역시 인터뷰 통과 후, 같이 실험실에서 일하면서, 실험실 교수와 뇌과학 전반, 및 무엇이 중요하고, 어떤 원리를 우리는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 보다는, 할 수 있는 실험들을 하고, 그 결과를 컴퓨터 앞에 앉아서 결과 분석 및 논문 쓰기를 하다가, 맡은 프로젝트를 어떻게 잘 마무리할 지에 대한 논의가 대부분이다.
그렇게 4년의 시간이 흘렀고, 난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기로 결정했다. 실험실을 떠날때, 고맙게도 실험실원들이 자주 실험이 안 될 때면 찾던 학교 (실험실이 인터뷰 후 스위스 바젤로 옮김) 옆 라인(rhine)강 다리(Johanniter Brucke) 밑에 있었던 작은 술집, 카고바(Cargo Kultur Bar)에서 송별회를 열어 주었다. 비가 추적 추적 내리는 라인강 강가에서 술에 취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무슨 소재의 이야기를 하면서 나온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실험실 교수님께서 핸드폰으로 검색하더니, 나에게 보여준 책이 있었다. 바로 제프 호킨스(Jeff Hawkins)의 “On Intelligence”(2004)이었다. 우리가 연구하고 있는 시각 피질(visual cortex)를 비롯한 우리의 지능이 나오는 곳으로 믿어지는 뇌 피질의 작동원리에 관한 이야기이다.
© 교보문고
뇌 연구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최소한 나의 경우는 내가 실험하고 있는 것과, 그것이 실제 우리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는데 어떤 도움이 되는지, 혹은 뇌과학자가 아닌 일반인들과의 소통에서도, 그들이 알고 싶어 하는 것과 내가 실험하는 것에 대한 큰 소통의 벽을 느끼기도 한다. 그 이유를 늘 뇌는 하늘의 별만큼 많은 숫자의 세포로 이루어진 아직 너무나 모르는 것이 많은 무지의 바다라고 말하는 것은 늘 불만족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하늘의 수많은 별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경이로움에 늘 마음이 서늘하지만, 우리 인간은 그 별들이 어떤 궤도를 따라 움직이고, 생성되고, 붕괴되는지 안다.
비슷하게 우리의 뇌를 해부학적으로 분석해 보면, 10^11개의 뇌세포와 10^15개의 세포 간의 연결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의 지능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여겨지는 꾸불꾸불하게 뇌의 가장 바깥 부분에 있는 피질(cortex)은 그 단면을 잘라보면, 한 6개의 층을 가진, 다른 피질 부분과 비교해서, 거의 비슷한 구조(세포 형태, 그들의 연결)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 비슷한 구조들의 집합으로 우리는 어떻게 그 다양한 형태의 지능을 가지고 발휘할 수 있는 것일까? 최근에 출간된 제프 호킨스의 두번째 책 “A Thousand Brains”은 최소한 나에게는 다양한 지능 (음악을 잘 하는 사람, 운동을 잘하는 사람, 수학을 잘 하는 사람, 언어에 능통한 사람 등등) 을 가진 우리 뇌의 작동 원리에 대한 통합적 통찰을 주었다.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이 저자의 살아온 길이다. 이 책 (“A Thousand Brains”) 첫 부분에 자신이 스스로 기술한 이력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제프 호킨스는 미국에서 1970년대 후반에 전기공학 (electrical engineering) 과 학부 졸업을 하였고, 우연히 읽은 뇌에 관한, 당대 최고의, 노벨상 수상자들 몇 명을 포함한, 과학자들 몇 명이 모여 쓴, 기획 기사 혹은 책 (The Brain, A Scientific American Book, 1979)으로 나온 프란시스 크릭의 마지막 정리 글(Francis Crick’s essay) 을 읽고 그는 뇌에 관한 이론을 만들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그 기획 기사의 내용은 너무 진부할 수도 있지만, 뇌에 관한 많은 놀라운 것들을 과학자들이 밝혀내고 있지만, 아직 놀라울 만큼 모르는 것들이 많다는 것이었고, 40~50년이 지난 지금 또한 많은 부분 유효한 이야기임이 사실이다. 그래서 나도 읽어본 이 기획 기사의 프란시스 크릭의 글 중, 많이 공감했던 한 문장은 다음과 같다.
“Thinking about the Brain” by F. H. C. Crick from the Brain, A Scientific American book:
“On the other hand, there are some human abilities that appear to me to defeat our present understanding. We sense there is something difficult to explain, but it seems almost impossible to state clearly and exactly what the difficulty is. This suggests that our entire way of thinking about such problems may be incorrect.”
학부 졸업 후, 첫 직장으로 인텔(Intel)에 취업해 뇌과학 분과를 인텔내의 설치 건의했지만, 바로 거절당했고, MIT Artificial Intelligence lab에 지원해, 뇌의 작동 원리를 이용한 machine intelligence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건의했지만, 우리가 뇌에 관해서 아는 것이 너무 없다는 이유로 가차 없이, 거절당했다고 한다. 그 이후 University of California at Berkeley의 뇌과학 (neuroscience) 박사과정에 지원해, 뇌 작동 원리를 만드는 연구를 하고 싶다고 학과장에게 이야기했더니, 이 프로그램에 소속된 교수들의 연구주제에는 없는 것이며, 너무 실패할 확률이 높은 프로젝트라 하기 힘들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 이후, 도서관에서 2년 동안 혼자 최근 50년간 발행된 거의 모든 뇌과학 논문 및 서적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고 한다.
사실 나의 대학원 초기 시절, 실험실 배정 및 교수님들과의 면담(하늘처럼 느껴지는 교수님들의 연구 주제 및 말씀들) 등을 생각하면, 저자의 참 대단한 용기와 확신, 자신감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렇게 저자는 2년 동안의 도서관에서 혼자 공부(2 years library, got a first-class, albeit unconventional education) 한 후 내린 결정 및 계획은 다시 컴퓨터와 관련된 일로 돈을 번 후 학교로 돌아오는 것이었다고 한다(자세한 결정에 관한 이유는 기술되어 있지 않다.). 똑똑한 사람들은 어디 가도 성공하는 건지, 아님 운이 참 좋았던지,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이 나오기 전에 초기의 손에 쥘 수 있는 컴퓨터인 태블릿 컴퓨터(1988-1992, First tablet computers, the GridPad)를 만들어 크게 성공한다.
그 이후 회사를 차려서 크게 성공(1992, Palm Computing, some of the first handheld computers and smartphones such as the PalmPilot and the Treo) 하지만, 뇌에 관한 이론을 정립하겠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자기가 번 돈으로 연구소(The Redwood Neuroscience Institute (RNI) 2002, for neocortical theory, brain theory center)를 만들고 뇌 이론 연구에 계속 열정을 쏟고 있다. 그 이후 연구를 통해서 첫 책 “On Intelligence” (2004)를 출간하고, 새로운 뇌 이론 및 그 이론을 바탕으로 한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 회사(Numenta)를 차리고 지금도 연구 중이다. 그 이후 만들어 낸 이론을 바탕으로 17년 만에 출판된 이 두 번째 책인 “A Thousand Brains”(2021)이다.
© 교보문고
자기가 번 돈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하기 위해서 연구소를 만들어 관리 감독이 아닌, 직접 연구에 뛰어들어 이론을 만드는 것은 참 놀라운 일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저자는, 순간순간 연구의 어려움이 닥칠 때면, 자기가 밝힌 뇌 작동원리는 나중에 물리학에서 기본 법칙을 중고등학교 때 배우는 것처럼, 생물학 교과서에 실릴 수 있고, 그것이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스스로 위로했다고 한다. 물론 주변의 다른 연구자들이 어떻게 그 연구 결과물을 평가할지는 난 잘 모르지만, 나에겐 우리의 뇌의 작동원리에 대한 통찰력뿐만 아니라, 미래의 혹은 가까운 미래의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artificial intelligence)의 원리 또한 뇌의 작동 원리를 가진 (not by just inspired) 형태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예측은 공감 뿐 아니라 무섭게 다가오기도 했다.
어떤 아이는 수학을 잘하고, 어떤 아이는 글을 잘 쓴다. 가끔 공학적 머리를 가진 사람들과 인문학적 머리를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 하다 보면, 이들은 정말 다른 뇌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만큼 그들이 가지고 있는 사고방식(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Reference frame)이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해부학적으로 전혀 다르게 보이지 않는 거의 동일한 뇌를 가지고 이렇게 다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폐를 앓고 있는 아이들의 특이할 정도로 좋은 기억력, 머릿속에 이미지 방을 만들어 1번 방부터 100번 방까지 기억들을 채워 놓고, 저장할 수 있고 꺼낼 수 있다는 이야기, 한번 연주장에서 들은 곡을, 그대로 집에 와서 악보에 옮겨 적었다는 모차르트의 이야기는 어떻게 가능할까? 그 이유는 그들의 뇌가 이 세상을 접하고, 배울 때, 그 사람이 어떤 특정 부분에 관하여, 좋은 reference frame을 만들었고, 그 옷걸이에 차곡차곡 쌓았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자세한 설명없이 결론만 이야기 해서 죄송합니다.).
이 수천 개의 뇌 이론 (Tousands Brain)은 식당에 가면 포크와 나이프가 쌓인 먹으면서 입을 닦을 수 있는 천 조각을 두 개 겹쳐서 뭉쳐 놓은 것으로 볼 수 있는 우리 뇌 피질(cortex)에, 거의 같은 구조의 세포들로 구성된 얇은 스파게티 조각들(cortical column, 1mm wide, 2.5 mm length)을 세워서 나열한 것(150,000 cortical column)들의 각각의 정말 작은 스파게티 드럼통(여러 형태로 기억 조각의 파편을 담은 병)같이 생긴 컴퓨터 소자(cortical column)들을 우리는 두개골 속머리에 이고 다니는 것이고, 혹시 몇십개, 혹은 몇백개의 드럼통이 사고로 손상되거나, 뇌종양으로 절제하더라도, 다른 많은 드럼통들이 그 역할을 충실히 다해, 살아가는데, 큰 문제가 없을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이 피질 특정 부분이 언어에 관계되거나 우리의 움직임에 직접 관련되어 치명적일 수 있다.
그렇게 송별회 때 소개받은 그의 첫 책 “On intelligence”를 미국에 돌아오자마자 주문했고, 읽으면서 정말 뇌에 대해서 진심이구나 이 사람 하는 생각과 지금까지의 기계과 인간의 작동 원리는 참 다르다라는 생각도 다시 하게 되었다. 그리고 혹시 같은 분야, 뇌에 관심 있는 후배들에게 사서 선물하기도 하게 되었다. 인제는 그의 새 책이 나왔으니, 이 두 번째 책 “A Thousand Brains”을 몇 권 더 사서 필요할 때 선물하지 싶다.
뇌 작동 원리 이론에 관심 있으신 분들, 나아가 뇌 기반 컴퓨터의 기계학습에 관심있으신 분들의 일독을 추천 드립니다. 물론 책으로 읽는 것을 따라갈 수 없겠지만, 관련된 이 저자의 회사 [1], 인터뷰 책 소개 동영상 [2, 3], 팟캐스트 인터뷰 [4, 5], 그리고 이 이론과 관련해서 중요하게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 예전의 뇌 연구 논문, 책 [6, 7] 소개는 아래와 같습니다.
[관련 자료 링크]
[2] https://www.youtube.com/watch?v=TS5zcTGiAH4
[3] https://www.youtube.com/watch?v=Z1KwkpTUbkg
[4] https://www.samharris.org/podcasts/making-sense-episodes/255-future-intelligence
[5] https://brainsciencepodcast.com/bsp/183-hawkins
[6] The Mindful Brain, Cortical Organization and the Group-Selective Theory of Higher Brain Function
Gerald M. Edelman and Vernon B. Mountcastle 1982
[7] Hinton, G. E. and Parsons, L. A. (1981), Frames of reference and mental imagery. In Long, J. and Baddeley, A., editors, Attention and Performance IX, Erlbaum, Hillsdale, NJ.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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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물리학과에서 학부, 석박사 학위 후, 지금은 국외 뇌 연구소에서 실험하면서 뇌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주로 뇌과학 관련 책 소개 및 감상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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