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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직업 엄마 과학자] #53. 슬기로운 미쿡 생활(16) - 타운하우스 유지 보수
Bio통신원(만박사)
미국에 장기 혹은 단기로 오는 가족은 세대의 유형에 따라서 절반은 아파트로 나머지는 타운하우스를 계약한다(싱글로 가시는 분들도 간혹 있겠지만). 오늘 연재의 주제는 타운하우스에 살면서 이것저것 손봐야 하는 것들에 대하여 간략히 공유해 본다. 집주인 할아버님이 70대 한국 분이셔서 이것저것 잘 고쳐주신다. 참으로 다행이고, 감사하게 생각된다. 미국인에게 수리할 부분을 설명하고 이해시키고, 연락을 잡으려면 힘들고 번거로운 일인 것 같다. 렌트로 집을 사용하게 되면, 이사 초반에 수리할 부분이 생기고, 1년쯤 경과한 뒤 수리할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다. 글을 적고 난 후 이렇게 많이 수리를 했나? 싶을 정도로 유지 보수한 부분이 상당히 많았다. 이게 내 집이라면 이 정도의 비용은 예비비로 남겨둬야 하나 이런 생각도 해보았다. 집을 구매하고 나서도 틈틈이 고칠 부분이 많이 생기겠구나. 이런 생각도 해보았다.
* Gutter
이름도 생소한 고터? 고더? [ˈɡədər] 발음하기도 난 어렵다. 우연히 지인을 만나서 식사를 하다가 지하로 물이 새서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집주인이 고쳐줬지만, 그 원인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던 중에 저 단어를 알게 되었다. “언니네 집도 1년 다 되어 가니까, 저거 확인해 봐...” 아는 동생의 도움으로 확인해 보니, 지난가을부터 떨어진 낙엽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아래의 사진에서 왼쪽은 내가 낙엽을 청소해 볼 요량으로 시도는 해보았다. 중간에 막이 있어서 낙엽이 한쪽으로 잘 몰아지지 않았다. 집주인 할아버님께 연락을 해서 이런 사정을 말씀드렸다. 사다리와 장비를 갖고 오셔서, 낙엽을 싹 청소하시고 커버(물만 들어오고 낙엽을 쌓이지 않도록 )를 달아주셨다.
* 세면대 물 막힘
우리 집은 1, 2, 3층에 화장실이 다 있다. 청소하기도 번거롭지만 가장 신경 쓰이는 곳이 1층 화장실이다. 손님들이 식사하러 오시는 날은 손도 닦아야 하고, 볼일도 보셔야 하므로 1층은 자주 청소를 하는 편이다. 10개월쯤 지나고 보니, 물이 잘 안 내려가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이런 경우, 1) 구부린 옷걸이로 막힌 세면대를 뚫는다. 2) 뚫어뻥을 사용한다. 3) 트랩을 청소한다. 막힘이 심할수록 1번에서 3번의 방법을 사용하면 된다. 새로 지은 집이 아니기 때문에 이전에 살던 분들이 청소를 안 했다면, 트랩을 열어서 손으로 직접 막힌 부분을 청소해야 한다. 나는 이런 일을 해본 적이 없어서 주인 할아버님께서 오셔서 청소를 해주셨다.
* 식기세척기의 고장
한국에서 식기세척기는 보편적인 가전이 아니므로 대부분 처음 사용하는 가전일 것이다. 2002년 우리 집에 식기세척기가 있었는데, 엄마는 본인이 한 설거지가 더 깨끗한 것 같다면서 거의 사용하지 않으셨다. 내가 처음 이 기계를 눌러보았을 때, 잠금으로 설정되어 있어서 그냥 사용을 안 했다. 아는 박사님께서 식사를 하러 오셔서 이 잠금을 풀어주셔서 그때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5개월쯤 사용하다가, 갑자기 전원도 안 들어오고 꼼짝을 안 했다. 직접 설거지를 하면서 잊고 살다가 10일쯤 지난 어느 날 보니 다시 작동을 하기 시작했다. 이런 일을 두 번 정도 겪고 나서 집주인 할아버님께 말씀드렸더니, 새것으로 구매하여 보내주셨다.
잘은 모르지만, 집주인도 세입자도 집에 대한 보험을 각자 든다고 한다. 집에 있는 집기들이 고장이 나거나 새로 사야 하면, 집주인도 그 보험에 청구하고, 집에 도둑이 들어서 컴퓨터가 도난되었거나, 물건이 사라지면 세입자는 본인이 든 보험회사에 청구한다고 들었다.
한국에서는 가전이 오면 완벽하게 설치를 하고 가신다. 고객 만족 서비스에서 연락 오면 매우 만족으로 부탁드립니다. 하면서 정말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해주고 가신다. 새로 가전을 구입하면서 설치비용은 제외를 하셨는지, 기사님들이 그냥 가신다는 것이다. 어찌어찌하여 내일 설치가 끝나면 쓰던 기계는 수거를 해달라는 요청과 함께 그냥 보내드렸다. 집주인 할아버지는 다른 사람을 불러서 세팅을 부탁하셨다. 그림의 왼쪽은 사용하던 삼성 식기세척기이고, 오른쪽은 새로 구매해 주신 월풀 식기세척기이다.
* 누수 관련 – 가장 빈번한 문제일 듯
1) 싱크대 물 누수
2021년 9월 14일에 적어둔 기록을 보고 상기시켜본다. 누수의 원인은 정수기 라인이 다른 라인을 건드려서 그랬다고 들었다. 정수기 설치는 한여름에 했는데, 누수가 된 원인이 정말로 그것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2) 지하 욕실 천장 누수
우리 집에 손님이 좀 자주 온다. 아이들이 많이 오는 날은 지하공간에서 여러 가지 놀이를 한다. 지하 욕실에 누수가 된 흔적이 있으니 집주인에게 연락해 보라고 누가 알려줬다. 지난번 누수 전문 수리공들이 다녀가서 해결되었다.
3) 지하 천장 누수
욕실은 아니지만, 지하공간의 천장에 물이 새서 마른 흔적이 생겼다. 이것도 누수 전문 수리공들이 다녀가서 해결되었다.
* 현관문 수리
미국과 한국의 현관문의 차이로는
1) 한국에서는 디지털 도어록을 많이 사용하는데, 여긴 일반적이지는 않은 듯하다. 나 편리하자고 이것을 새로 달아달라고 하기에는 무리한 요구인 것 같아서 그냥 키를 들고 다니면서 살았다.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되어서 매우 불편했다. 바람이 강하게 부는 겨울날, 현관문이 스스로 열리는 장면을 목격했다. 집주인 할아버지가 오셔서 아래 잠금장치를 다시 빼서 안 열리도록 살짝 옮겨서 달아주셨다.
2) 미국은 현관문 앞에 덧댄 현관문이 또 있다. 잠그고 다니지는 않지만, 강한 비, 바람을 막아준다는 용도로 들었다. 이 문이 잘 닫혀야 여름에 열어두기도 하고, 이 공간이 살짝 어두워서 저렇게 방충망이 있는 문을 사용하고 싶었으나, 아래 그림과 같이 잘 닫히지 않았다. 주인 할아버님이 오셔서 직접 고쳐주셨다.
* 음식 쓰레기 disposal
한국에서는 쓰레기 종량제를 시행한다. 녹색 봉투를 사서 쓰레기를 버리거나, 아파트에 거주하면 음식물 버리는 통이 따로 있다(요즘에는 이것도 종량제로 시행한다.). 미국에서는 싱크대에 붙어 있는 음식물 파쇄기를 이용한다. 이것을 Disposal이라고 하는데 싱크대 한편에 있는 배수구 밑에 붙어 있는데, 필요시에 물과 함께 기계를 작동하면 음식물이 갈아져 나간다. 이것이 오래되면 소음이 커져서 교체를 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 또는 가끔 뭐가 잔뜩 막혀서 잘 안 내려가거나 기계가 멈춰버렸을 경우가 생긴다. 나는 이럴 때마다 남편을 부른다. disposal 하단을 건드려 주면(돌리는 것) 다시 잘 작동한다.
* 냉난방기 (HVAC)의 필터 교환
이 필터는 보통 3개월 주기로 교체를 해준다. 세입자들이 COSTCO 같은 곳에서 구매하여 교체를 한다는데, 우리 집은 3개월마다 집주인 할아버지가 오셔서 교체해주신다. 아래의 왼쪽 그림에서 손잡이를 잡아당기면. 우측처럼 하늘색 필터가 나오는데 저것을 교체해줘야 한다.
* 잔디 유지 보수
가끔은 잔디가 저렇게 있는 듯 없는 듯할 때가 있다. 집주인 할아버지는 직접 잔디를 사 오셔서 심어주시고 가셨다. 가끔 물만 잘 주라고 알려 주셨다.
* 동파방지 스위치 어디 있는지 체크
집주인도 이 스위치가 어디 있는지 정확히 모르셨다. 동파가 되고 난 후 이 스위치가 다른 곳을 잠그는 용도이며, 어디가 동파 스위치인지 정확히 알게 되었다. 동파가 된 후로 수도 요금이 조금 더 나올 것이라며 30불 체크를 주고 가셨다. 체크 하단에 적힌 번호가 할아버지 계좌 정보라는 것을 알았다. 우리는 그 이후 월세를 은행 앱으로 계속 송금을 했다(이전에는 체크를 집주인 할아버지 집에 갖다 드림-가까워서).
기타 자잘한 수리 내용
* 건조기 먼지 통로
먼지 통로에 먼지가 가득 쌓이면 먼지 제거를 해야 한다. 입주 시점에 집주인이 새 가전으로 교체를 했어도, 이 먼지가 나가는 통로는 이전 세입자의 사용으로 누적될 수 있다. 만약 건조기에 알람이 뜨면, 공기 밖으로 나가는 통을 청소하라는 뜻이다.
* 쥐구멍
싱크 아래 부분을 열어보니, 아주 작은 검정 쌀 같은 것이 발견되었다. 사진을 찍어서 지인에게 물어보니 쥐똥이라고 한다. 쥐는 못 보았지만, 배관이 나가는 부분이 작은 쥐 한 마리는 들락날락할 수 있는 공간이 보인다.
* 수건걸이 떨어짐
금방 수리할 수 있는 건데, 우리는 장비가 없어서 못했다. 이런 것도 금방 와서 고쳐주신다.
*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나무 손잡이 덜렁덜렁 거림
이것도 잘 고쳐주셨다.
* 욕조나 세면대에 물이 안 내려갈 때는 월마트에 가서 drain snake라는 것을 사면 쉽게 고칠 수 있다. 1미터쯤 되는 긴 줄을 한없이 구멍 아래로 넣고 빼기를 반복하면 어느 순간 물이 잘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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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고학력 경력단절 여성 문제는 사회적 이슈로 자리 잡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강구하고 시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경력복귀에 어려움을 겪는 엄마 과학자들이 많이 있으리라 본다. 나의 첫 포닥 3년 이후로는 경력단절 3년, 경력복귀 7년 반(한국에서의 연구활동)의 일상을 극한직업 엄마 과학자(1-37회)에서 공유한 바 있다. 미국으로 이주 후에는 바이오 회사를 다니면서 정착을 위해 겪었던 여러 가지 에피소드에 대하여 소소히 공유해보고자 한다(슬기로운 미쿡생활 38회-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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