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글은 정확한 지식이나 권고를 드리기 위해 쓰인 것이 아닙니다. 제가 연구실에서 경험한 것을 여러분과 글로 나누고, 일에 매진하시는 우리 연구자들에게 잠깐의 피식~하는 웃음 혹은 잠깐의 생각, 그 이상은 바라지 않습니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시면(3초 이상) 안 그래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여러분의 뇌세포가 안 좋아지니, 가볍게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언어가 몇 개나 되나 생각해 보니 대충 4-5개 정도인 것 같습니다. 한국 사람이니 한국말,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에 있으니 영어, 중국말을 사용하는 나라에도 있었으니 중국어도 조금 할 줄 압니다. 나머지 몇 개의 언어는 굉장히 특수한 언어인데, 그중 하나는 같이 사는 아내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지만 알아듣는 '척'하는 나만의 특별한 언어가 있고, 또 하나는 굉장히 말을 듣지 않는 아이들을, 약간 겁박하면서, 어떻게든 말을 듣도록 만드는 특수한 언어도 구사할 줄 압니다. 사실 아내의 말을 알아듣는 '척'하는 언어가 제일 중요한데, 이것을 잘 못하게 되면, 저는 결혼과 더불어 이혼까지 '양혼'을 경험할 확률이 굉장히 커지게 됩니다.
소통, 일명 커뮤니케이션은 모든 사람에게 중요하지만 특히 연구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중요합니다. 연구실에서 애쓰며 연구한 내용을, 학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홍보하는 것은 필수적인 일입니다. 아무리 회사에서 좋은 물건을 만들어도, 물건을 판매하는 세일즈 부서가 일을 제대로 못하면, 회사가 망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그러므로 연구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미나 발표 혹은 논문으로 발표하는 것도,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연구를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일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의 소통이 아주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는 학생의 경우를 가정해 보면, 교수님과 학생 모두 같은 언어(한국어 혹은 영어?)을 사용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통이 되지 않는다면 큰 문제가 생기는데, 주로 학생이 피해자가 될 확률이 큽니다. (왜냐하면, 을이니까!!!) 뿐만 아니라 연구실에서 같이 생활하는,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동료들과 소통이 되지 않을 경우, 등교 혹은 출근을 할 때마다, 일도 시작을 안 했는데 급격히 피곤을 느끼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요?
문제는 우리가 사용하는 한국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세종대왕님은 무죄!!!) 언어라는 옷을 입고 나오는, 그 사람만의 특수한 언어를 내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고, 또 반대의 상황이 상대방에게도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 학생의 입장에서는, 지도 교수님과의 소통이 특히나 중요합니다. 가장 이상적 사회는 서로 존중하고, 예우하고, 사랑하고, 화목한,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와 같은 것이겠지만, 그런 이상적인 사회를 지구에서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이다. 가장 수월한 방법은, 주로 을에 속하는 학생 및 포닥이, 교수님의 언어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실 이런 갑과 을의 세상이 유쾌하지만은 않지만, 현실입니다. 연구실 동료 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나 저마다의 언어를 가지고 있습니다. 단지 한국어라는 옷을 입고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는 형태로 방출되지만(세종대왕님 감사합니다!!!), 그 뜻을 정확하게 깨닫기 위해서는 약간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대학원에서는 세미나를 많이 경험합니다. 제가 대학원생일 때, 일주일에 한 번씩 큰 강당에 열리는 콜로퀴엄 (colloquium)에 참여를 했는데, 거의 모든 발표가 아주 재미없었습니다. 유일한 낙은 제공되는 맛있는 간식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가끔씩 아주 재미있는 발표가 있었는데, 그분들의 연구가 특별히 재미있었다기보다는*,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는 방식으로 설명을 했기 때문에 재미있게 생각된 것 같습니다. 즉, 세미나가 재미있었다는 것은, 발표자가 청중과 소통을 잘 했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학교에서 연사를 초청할 때 굉장히 신경을 써서 연사를 선택하기 때문에, 사실상 거의 모든 분들의 연구는 세계 정상급이었고, 그래서 발표 주제 자체에서 오는 차이가 크지는 않았습니다.)
요즘은 가을이 되면, 어김없이 3MT (3 minute talk) 경연이 열립니다. 자신의 연구 내용을 3분 동안 말로 설명하는 대회로, 단 한 장의 ppt가 허용됩니다. 대학 내에서 참가자들의 순위를 결정해서, 그 대학의 대표를 뽑아, 큰 대회로 내보내는, 일종의 토너먼트 방식입니다. 제가 일하는 곳도 이 대회가 개최가 되는데,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발표를 하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가봤습니다. 발표하는 분들의 가장 많은 실수가, 자신의 연구 분야에서 사용하는 축약어(줄임말)의 사용이 많았고, 전문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이 대회의 청중은, 같은 분야의 연구자가 아니기에, 연구실에서 동료에게 설명하듯이 설명을 하면 바로 예선 탈락입니다.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말해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사용하는 언어는 몇 개인가요? 만일 여러분이 다양한 언어를 사용한다면, 예를 들어, 지도교수님의 언어, 연구실 김 모 씨의 언어, 이 모 씨의 언어, 옆방 아무개 씨의 언어 등등, 더 많은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면 여러분은 더 원활한 소통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맞습니다, 여러분은 슬기로운 대학원 생활을 하고 계신 것입니다. (축하합니다!!!) 혹시 회사에서 이 글을 읽고 계신다면, 동료들의 언어, 대리, 과장, 부장님들의 언어를 빨리 익히고 구사한다면, 슬기로운 회사 생활을 영위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소통의 기본은, 열린 마음과 겸손함입니다.
오늘도 부족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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