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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렙에서 만렙으로] 만렙을 향하여
Bio통신원(삐약이)
지금 이 지점까지 오기까지 많은 방황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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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사람 살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 의대를 꿈꿨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돕고 싶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되고자 했다. 그러나 생각지도 않게 코로나라는 전 세계적 이벤트를 마주하며 의사가 아닌 과학자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그렇게 지금의 이 시점까지 걸어오는 동안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 내 마음대로 될 때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더 많았다. 왜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하여 꼭 겪지 않아도 되는 어려움을 자초하여 겪는지 스스로 반문하던 적도 꽤나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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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렇게 인고의 시간들을 겪으며 얻게 된 것이 있다면 무엇보다도 나의 자아와 정체성이 많이 깎여지고 다듬어진 것 같다. 그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 속에서 여러모로 새로운 가르침과 깨달음을 얻은 적도 많았고, 새롭게 내 곁에 있어주는 사람들도 얻었으며 직접 갈 수 없다면 돌아서 가는 유연함도 배웠다.
학업과 삶에 대한 열정의 크기와 방향도 많이 달라졌다.
다만 학위과정을 시작하기 전의 내가 다듬어지기 전의 빨갛게 달궈지기만 한 쇠덩어리 같았다면, 지금의 나는 정도 맞고 담금질도 당하며 좀 더 노련하고 쓸모 있는 도구가 되어 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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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에서 일하는 임상의와 벤치에서 일하는 의과학자가 일하고 다루는 일의 성격은 분명 다르다.
임상의는 필드에서 직접 환자를 만나며 그들의 아픔을 함께 공감하고 그들의 질병을 직접 다루지만, 의과학자는 임상에서 일하는 의료인들이 더 앞서고 뛰어난 지식으로 환자들을 돌볼 수 있도록 그들이 가진 어려움을 실험과 관찰로 풀어나가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결국 환자들의 고통과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함께 일해 나간다는 것이 의사와 의과학자가 공통적으로 갖는 역할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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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간의 가교 역할을 좀 더 원활히 할 수 있는 이가, 그런 역할을 담당해 주리라 기대되는 것이 의사과학자가 아닌가 싶다. 이때 중요한 것이 서로의 영역에 대한 이해이고 소통이며 화합이 아닐까 싶은데, 나는 이 모든 것을 원활하게 잘해 나갈 수 있는 내가 되도록 단련되는 과정 중에 있다고 생각된다.
아직은 갈 길이 많이 남았고 좀 더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 아직은 배워야 할 것이 많다. 다만 지금까지 오는 동안 너무도 수고 많았다고 나 자신을 다독이며 응원해 주고 싶다.
보람과 보상을 느끼기가 너무도 어려운 대학원 생활은 여전히 그런 소소한 기쁨을 좋아하는 나의 캐릭터와는 결이 많이 다르고 어려운 과정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그 어느 때 보다도 전반적으로 많은 성장을 이룬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이곳 대학원이라는 생각도 함께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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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주어진 환경을 좀 더 소중히 여기고 좀 더 누릴 줄 아는 내가 되기를 그리하여 언젠가는 멀리서만 바라보던 그 “만렙”을 직접 찍는 내가 되길 바라본다.
Q. 의사과학자의 길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의사과학자의 길, 특히 기초의학계열에서 의사과학자가 되고자 하는 마음을 가졌다면 이제는 뒤돌아보지 않을 용기를 갖추라고 말하고 싶다. 의사과학자는 다른 과학 하는 사람들과 달리 언제든 임상으로 빠질 수 있는 일종의 “보험”이 있다.
이 부분이 득이 될 수도 있지만, 어렵고 고된 학위과정을 지나는데 언제든 돌아갈 곳이 있다는 생각은 오히려 나를 나태하게 만들 수도 있는 해로 작용할 수도 있는 요소라고 생각된다.
세상이 기대하는 의사과학자의 역할은 과학자의 몫도 해낼 줄 알고 의학도의 몫도 해낼 줄 아는 하이브리드형 인재이다.
일단 이 길을 걷고자 마음을 먹었다면 다시 임상으로 갈 생각은 우선 접어두도록 하자. 그 정도의 각오를 다지고 시작하지 않으면 이도저도 아닌 모습으로 남게 되고 이는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웬만한 기초과학 전공자 정도의 몫은 해낼 수 있도록 과학에 대한 기초를 잘 닦도록 하자. 그리고 그 위에 학부에서 배웠던 의학적 지식을 더하여 기존 지식의 가치를 높일 줄 아는 인재가 되도록 하자.
그것이 의사과학자로서 가장 가치 있게 일할 수 있는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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