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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장비 이야기] 아들과 함께 한 제35회 세계임상병리사연맹총회 및 학술대회(IFBLE) 방문기
Bio통신원(분석장비 탐험가)
예전에 아들과 함께 제35회 세계임상병리사연맹총회 및 학술대회(IFBLE)를 참관했다. 평소 임상병리 역사와 유물 수집에 조예가 깊으신 지인 분((주)성현 메디텍, 차경환 대표님)께서 초대장을 보내 주셨다.
지인 분께서는 대한임상병리사협회 60주년 역사관과 체외진단(진단검사, 병리) 역사관에 관련한 전시를 하신다고 하셨다. 꼭 가고 싶었다. 내 본업인 '분석장비가 체외진단에서 어떻게 활약하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그리고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분광광도계인 아놀드 백그만의 DU spectrophotometer도 보고 싶었다.
아까워 혼자 볼 수 없었다. 아들에게 같이 가자고 꼬신다. 우린 제출했다. 난 회사에 연차신청서를, 아들은 학교에 체험학습 신청서를... 우린 이렇게 전시회가 열리는 수원컨벤션 센터로 떠났다.
도착하여 제일 먼저 임상병리 역사 유물전시관을 찾았다. 여기엔 1800년대에 사용하던 drum type 현미경과 정량분석을 위해 최초로 사용한 Duboscq 비색계부터 근대의 자동분석기까지 진단검사에 사용되었던 각종 기기와 장비, 문헌, 기증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뿐만 아니었다. 여기에는 예술품들도 가득했다.
진단검사의학과 예술의 조화
이 얼마나 신선한 발상인가? 예전에 유현준 교수가 쓴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읽고 건축과 인문학의 믹스(Mix)에 감명받았다. 여기에도 있다. 거장 피카소는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고 했다.
분석장비를 위해 여기서 뭘 훔칠까 고민한다.
아들과 함께 갤러리를 감상하며 내 단상을 적는다.
[아! 동두천]
가슴 아픈 그림이다. 우리나라 임사병리학의 시작이 전쟁 중의 성병검사였음을 안다. 세상의 모든 것은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다. 이 필요는 인류의 생존이 위험하다고 느낄 때 엄청난 속도로 달린다. 분석장비도 그랬듯이 임상병리도 전쟁 때문에 지금까지 빨리 달렸던 것 같다.
[수혈 의학의 태동]
종교와 과학의 첨예한 대립이 느껴진다. 인간은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항상 두려움과 걱정에 사로 잡혀 있다. 저 시대 때 다른 사람의 피를 수혈받는 게 얼마나 두려웠을까? 어쩔 수 없이 죽음 앞에서 한 가닥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고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각각의 회복]
빨간색을 보면 흥분된다. 아무래도 내 몸에 들어있는 것들이 온통 빨간색이어서 그런가 보다. 이 빨간색의 알갱이들이 나의 오감을 회복시켜 주고 치유의 에너지를 불어준다. 빨간색은 치유의 색이다.
[비움과 채움]
한계에 차오르면 버려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터진다. 하지만 손실회피편향 때문에 버리지 못할 때가 많다. 방광에게서 배운다. 제때 버리지 못하면 새로운 것을 채우지 못한다는 것을, '순환'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순환은 흐름이다. 흐름이 없다면 정지한다. 그런 순환을 일으키기 위해서 버리고 채워야 한다.
[욕망의 결정체 (삼중 인산염)]
보석은 몸 안에서 안중에도 없다. 몸은 결코 겉모습만 가지고 판단하지 않는다. 몸은 신중하다. 오랜 세월 동안 진화하면서 신중함을 체득한 것일까?
[DU Spectophotmeter와 아놀드 벡크만]
드디어 여기에 온 목적을 만난다.
DU Spectophotmeter
누군가에겐 고철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난 이것을 너무 잘 안다. 그래서인지 서로 웃기만 한다. 양해를 구하고 쓰다듬는다. 차갑지만 따뜻하다. 내가 와서 그런가 보다. 사람이나 사물이나 자기를 인정해 주는 사람을 만나면 따뜻해진다. 마지막으로 잘 정리된 체외진단 검사 자동화 장비 변천사를 보면 흥분한다.
둘이 열심히 돌아다녔나 보다. 배고프다.
배고픔을 달랜 아들이 말한다. "아빠~ 나 벡크만 아저씨 처럼 되고 싶어~" 역시 오길 잘했다. 아들이 이번 전시회를 통해 임상병리와 분석장비에 관심이 생겨서 좋다. 휴대폰을 꺼내 예전에 다른 전시회 가서 찍은 벡크만 쿨터 회사의 사진을 보여준다. "아들 이 회사가 그 벡크만 아저씨가 만든 회사야?"
사진을 보는 아들의 동공이 커진다. 이런 게 역사의 힘인가 보다. 굳이 암기하지 않아도 저절로 몸에 체화되는 것. 돌아오는 버스 창을 통해 먼산을 바라본다. 먼산이 말한다. "임상병리학도 사람과 사물을 이어 준 최고의 걸작품 중 하나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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