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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독감 때문에 안락사 당하는 포유류... 인간 전염은?
Bio통신원(김재호 기자)
조류 독감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특히 포유류한테까지 확산되고 있어 전 세계가 우려하고 있다. 사람에게서 감염된 사례도 이미 보고된 바 있다. 조류 독감은 야생의 조류에서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Avian influenza virus)의 감염으로 인해 발생한다. 현재까지 약 2억 800만 마리의 조류가 죽었다. 포유류에서 감염된 확인된 사례는 적어도 200건이다. 조류 독감이 포유류에서 대량으로 확산된다면 인간도 안전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에콰도르는 사람에게서 조류 인플루엔자A(H5)가 발견돼 남미 최초의 사례를 보고했다. 감염자는 뒤뜰의 가금류와 접촉하고 있던 9살 소녀였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인간에서 868건의 H5N1 감염 사례가 확인됐으며 457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4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1명이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인간의 노출을 제한하기 위해 야생 조류, 가금류, 포유류의 조류 인플루엔자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를 요구했다.
조류 인플루엔자 때문에 안락사 당한 새들. 이 바이러스는 건강한 새와 건강하지 않은 새 사이의 접촉을 통해 퍼진다. 사진=위키피디아
최근 <사이언스얼럿>은 「더 많은 종들이 감염되면서 조류 독감의 확산이 경종을 울리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2022년 12월, 프랑스 레제르비에에서 조류 독감에 걸린 오리, 닭, 뿔닭(Guineafowls)과 기타 가금류 1천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전문가들은 요 근래 여우, 수달, 밍크, 바다표범, 심지어 회색곰을 포함한 포유류에서 조류 독감이 발견되는 것은 우려스럽지만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인간들에게서 펴지기 위해서는 상당히 변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조류의 치사율이 거의 100%다. 인간은 50%를 상회한다.
2021년 말 이래, 유럽은 사상 최악의 조류 독감 발병에 사로잡혀 있다. 북미와 남미도 심각한 발병을 경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천만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됐다. 대부분은 조류 인플루엔자(H5N1) 변종에 감염됐다.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의 바이러스학자인 톰 피콕 박사는 조류들 사이에서 확산되는 ‘동물유행병(panzootic)’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 세계에서 팬데믹이 있듯이, 동물 세계에는 ‘팬주틱’이 있는 셈이다.
피콕 박사는 “우리는 왜 조류 독감이 이렇게 야생 철새에서 매우 많이 확산되고 있는지 완전히 알지 못하지만, H5N1의 약간 다른 변종에 의해 전염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의견을 말했다. 조류 독감이 포유류로 넘어가는 경우는 드물다. 인간이 잠재적으로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걸리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 왜냐하면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조류의 상기도 주위에 있는 세포 수용체에서 주로 들러붙기 때문이다. 포유류에는 이 수용체가 흔하지 않다. 그런데 최근 새 변이 바이러스는 다른 양상을 보이며 포유류를 감염시키고 있다.
PB2 돌연변이, 포유류에서 더 잘 복제되도록 해
최근 영국 보건 안전국(UK Health Security Agency)은 여우 한 마리가 H5N1에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영국에서는 8마리의 여우와 수달이 양성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이들 모두 PB2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었다. 피콕 박사는 “이 돌연변이는 포유류 세포에서 바이러스가 더 잘 복제되도록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유행성 독감을 일으키려면 더 많은 돌연변이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영국 보건 안전국은 “조류 독감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지속적으로 전염된다는 증거는 없다”라고 밝혔다.
프랑스는 지난주 고양이 한 마리가 H5N1 양성 반응을 보인 후 안락사됐다고 발표했다. 미국 몬태나 주의 공원 관리소는 조류 독감에 걸린 회색곰 세 마리를 안락사시켰다고 밝혔다. 고양이와 회색곰은 감염된 조류를 먹은 것으로 의심된다.
영국 브리스톨대학교에서 동물 미생물 생태계 교수인 폴 위글리(Paul Wigley)는 “포유류 개체군 내에서 전염은 없으며, 인간에 대한 위험은 여전히 낮다”라고 말했다. 조류 독감이 팬주틱, 더 나아가 팬데믹이 될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최근 두 건의 대규모 감염은 조류 독감이 포유류 사이에 퍼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그중 하나는 지난해 10월, 스페인 농장에서 PB2 돌연변이와 함께 H5N1이 발생하여 50,000마리 이상의 밍크를 도살하게 된 것이다.
지난달 <유로서베일런스(Eurosurveillance)>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조류 독감의 영향을 받은 농장에서 다른 밍크에게 바이러스가 계속 전파됐을 수 있다. 밍크 사이의 전파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추가 연구가 진행 중이다. 지난달 러시아 카스피해 연안에서 발견된 멸종 위기 바다표범 2500여 마리가 집단 폐사한 것도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주 러시아 다게스탄 주립대학의 알리무라드 가지예프 연구원은 바다표범의 초기 샘플에서 “조류 독감 양성반응이 나왔다”라며 바이러스가 조류 독감을 유발했는지를 여전히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인간도 전염시킬 수 있다
피콕 박사는 러시아로부터 바다표범에 대한 엇갈린 보고가 있었고, 이는 감염된 바닷새를 먹음으로써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그는 “만약 바다표범들이 서로에게 조류 독감을 전염시킨다면 그러한 상황은 매우 우려스러운 단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콕 박사는 “밍크의 발병, 죽은 동물의 사체를 먹는 ‘청소 포유류’의 감염 증가, 바다표범의 발병 가능성은 모두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염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London School of Hygiene and Tropical Medicine)의 감염병 전문가인 데이비드 헤이만은 주의를 촉구했다. 그는 국가들이 테스트를 강화했기 때문에 포유류에서 더 많은 조류 독감 사례가 발견될 수 있다고 말했다.
헤이만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포유류에 유입될 때 “종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혼합점(Mixing point: 배합되는 지점)이 되거나 돌연변이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인간에게 적응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우려되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런 일이 있더라도 유럽과 북미에는 우수한 감시 시스템이 있으며 H5N1은 1996년 중국과 홍콩에서 조류 독감이 처음 등장한 이후 많은 연구가 진행됐다. 헤이만은 H5N1이 인간 사이에서 순환할 수 있는 변종으로 변이했다면, 현재의 계절성 독감 백신이 이에 대응하도록 상당히 쉽게 업데이트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참고문헌>
1. https://www.sciencealert.com/alarming-spread-of-bird-flu-continues-as-more-species-infected
2. https://en.wikipedia.org/wiki/Panzootic
3.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58339
4.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926610&cid=51007&categoryId=51007
5. https://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107832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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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에서 수학을,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학술기자, 탐사보도 연구원 등으로 일했다. 지금은 과학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자유롭게 글을 쓰고 있다. 환경과 생태의 차원에서 과학철학에 대한 고민이 많고, 영화와 연극, 음악을 좋아한다. <동아일보>에 '과학에세이', <포스코투데이>에 '과학의 발견'을 연재한 바 있으며, '학술문화연구소(http://blog.naver.com/acacullab)'를 운영하고 있다. 《레이첼 카슨과 침묵의 봄》,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지배한다》,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성공 방정식》, 《다시 과학을 생각한다》(공저), 《인공지능, 인간을 유혹하다》(공저), 《자유롭게 김광석 이야기》 등을 집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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