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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끔 보는 MSDS] UV에 관하여
Bio통신원(찜찜이 (필명))
안녕하세요. 저는 찜찜이라고 합니다. 비록 제가 안전이나 화학 전문가는 아니지만, 오랜 실험실 생활을 하며 경험한 생명과학 실험에 사용되는 물질에 대한 인식과 안전사고 또는 그와 관련된 에피소드들을 나누며, 믿을만한 자료들을 모아 글을 써 봅니다.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제 글로 인해 매 주제가 환기되고 이제 막 실험을 시작하시는 분들, 실험에 익숙해지신 분들 모두 즐겁고 안전하게 실험하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안전 수칙을 잘 지켜 실험하는 것이 분명 실험자에게 필수적인 것이지만, 주변과 제 자신을 돌아볼 때 스트레스 관리를 잘 하는 것이 그 어느 것보다 건강을 지키는데 가장 좋은 길인 것 같습니다. 모두 계시는 곳에서 튼튼한 마음과 몸으로 파이팅!입니다.
이제 막 실험실 인턴을 시작한 찜찜씨. 요즘 찜찜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오늘도 찜찜씨는 한껏 마음이 찜찜합니다. 최근에 선배를 따라 세포 실험을 배웠는데, 세포를 컬쳐하는 장비인 클린벤치라는 것을 봤어요. 그런데 전면이 유리로 된 이 클린벤치는 멸균을 위해 안 쓸 때는 UV를 켜 놓는다고 해요. 아무리 유리로 막혀있다고는 하지만, 이 앞에서 선배의 설명도 듣고, 그 맞은편에 앉아 실험도 하는데. 괜찮은 걸까요? 찜찜해요 찜찜해. 세포만큼 자기 피부도 소중한 찜찜씨. 찜찜씨가 이렇게 찜찜해할 필요가 있는지, 같이 알아볼까요?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이 이미 아시겠지만, UV(Ultraviolet light)는 100~400nm 파장대의 전자기파를 말합니다. 이 UV는 크게
UVA: 315~400nm, 오존층에 흡수되지 않고 90% 이상이 지표에 도달.
UVB: 280~320nm, 대개 10% 미만만 지표에 도달. 대부분 유리창에 의해 차단됨.
UVC: 100~280nm, 오존층에 의해 거의 차단돼 지표에 도달하지 않음.
이렇게 세분할 수 있습니다.
이 UV는 각각의 파장에 따라 인체 피부에 아래 그림과 같이 침투될 수 있는데요. UV 단기 노출 시의 위험으로는 일광화상, 수포, 피부 벗겨짐 등이 있으며, 다행히 수일에서 수주 내에 회복됩니다. 그러나 UV에 장기적 만성적으로 노출되면 회복이 쉽지 않은 광노화나 피부암 등이 생길 위험이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ar.iiarjournals.org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UVC는 그 높은 에너지로만 볼 때는 피부에 DNA 돌연변이를 일으킬 확률이 가장 높을 것 같지만, 다행히 피부 각질층 이상으로는 침투하지 못합니다. 또한 일상에서는 오존층에 의해서 다 차단되기 때문에 노출 우려가 매우 낮습니다. UVB는 표피층까지 도달할 수 있는데, UVB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피부암을 유발할 수 있지만 유리에 흡수되기 때문에 실내에서 노출될 우려는 거의 없습니다. UVA는 UV 중 가장 긴 파장으로 피부의 진피층까지 도달하여 피부 노화를 일으키고, ROS 생성으로 인한 간접적인 DNA 손상을 유발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UVA에 무방비하게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비록 낮은 에너지일지라도 다른 UV와 마찬가지로 피부암이 유발될 수 있습니다.
UV는 눈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급성으로는 광각막염과 광결막염이 있고, 이는 가역적인 것이어서 대개 수일 내에 회복됩니다만 통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만성적 영향으로는 백내장이나 익상편, 황반 변성, 극단적인 경우엔 안구암 등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WHO에서는 전 세계 백내장으로 인해 실명하는 사람들 중의 10%가 UV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출처: WHO)
출처: 성민기. "COVID-19 대응 방안으로서 UVGI 기술의 올바른 이해." 설비저널 49.7 (2020): 26-34.
이제 다시 실험실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생명과학 실험실에서 대표적인 UV 사용 기구로는 클린벤치, UV transiluminator 등이 있습니다.
먼저 UVC를 사용하는 클린벤치를 살펴보겠습니다. UVC는 DNA를 직접 공격해 피리미딘 이합체를 형성시키고 복제 능력을 손상시켜 미생물의 사멸을 유도합니다. 클린벤치는 벤치 내부만 살균하고 실험자는 보호하기 위해 앞에 유리문이 달려 있는데요. 앞서 살펴 본 UV의 특성들로 볼 때 UVC는 유리를 통과하지 못하고 차단됩니다. 일부 클린벤치 UV 램프에서는 UVC 뿐만 아니라 소량의 UVB도 같이 발생시키는 경우가 있는데, 이 또한 유리로 다 차단됩니다. 따라서 유리 문이 잘 안 닫혀서 UV가 새어 나오거나 혹시 유리가 금이 간 경우가 아니라면 앞서 찜찜씨처럼 괜한 걱정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미지 출처: bitesizebio.com
이미지 출처: nanozen.com
그런데 제가 학생 때를 생각해 보면, 저희 실험실 클린벤치는 유리 문을 다 닫아도 그 밑 틈으로 UV가 새어 나왔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저희 학교 대부분의 실험실들은 클린벤치를 사용하지 않을 때 항상 UV 등을 켜뒀었는데요. 그 때문에 벤치 안에 들어 있는 도구들이 시간이 지나면 표면이 삭아버리는 경우도 자주 보았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요즘 나오는 클린벤치는 유리 문을 닫으면 일정 시간 후 자동으로 UV가 꺼지도록 설계된 제품이 다수입니다.
UVC의 특정 파장(185nm 부근)이 공기 중 산소를 여기(excitation) 시켜 인체에 유해한 오존을 발생시키는 것도 안전 고려 사항입니다. 자신이 쓰는 클린벤치 사양이 만약 오존 발생 파장을 포함하고 UV를 장시간 켜놓는 실험실이라면 클린벤치 사용 전 환기를 시켜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출처: www.smacgigworld.com
다음으로는 UV transilluminator를 살펴볼까 합니다. 이 장비는 표적 단백질 및 DNA를 시각화하기 위해 사용하는데, 샘플의 양과 종류에 따라 일반적으로 254, 312, 365nm 파장을 사용합니다. DNA agarosse gel electrophoresis 후 DNA를 EtBr(Ethidium Bromide)로 염색해 254nm 파장으로 확인합니다. 이 파장 설정이 일반 생명과학 실험실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파장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는 UVC에 해당하는 파장으로 그 에너지가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UV 차단 덮개를 사이에 두고 실험해야 합니다. 어두운 곳에서 강한 UV 빛을 보는 것은 눈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할 수 있으니(귀찮겠으나) 보안경을 쓰고 실험하는 것이 눈 건강에 좋겠습니다. 또한 gel을 자르는 작업을 할 때 손은 이 차단 덮개에 의해 보호되지 못하기 때문에 반드시 소매가 긴 실험복을 입고 장갑을 끼고 실험해야 합니다. 또한 차단 덮개가 있다고 안심하지 말고 차단 덮개 상태가 견고한지 금이 간 곳은 없는지 종종 확인해 보는 것이 안전을 위한 좋은 자세입니다.
지금까지 언급한 것 외에도 자신이 사용하는 실험 장비가 UV를 이용하는 것이라면, 실험 전에 그 장비가 어떤 종류의 UV를 사용하는지 어떤 원리로 작동되는지 정확히 알고 그에 맞는 보호 장비를 갖춰 안전하고 건강하게 실험하시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참고문헌]
1. ar.iiarjournals.org/content/36/3/1371
2. www.smacgigworld.com/blog/ultraviolet-light-transilluminators-for-gel-imaging-system.php
3. www.who.int/news-room/fact-sheets/detail/ultraviolet-radiation
4. 질병관리청 안전감시국 제품안전팀 2020. 11. 보고서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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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에서 접하는 물질들의 MSDS나 관련 안전 정보를 이야기하듯 써보려 합니다. 저는 실험을 오래 했을 뿐 안전이나 화학물질 전문가는 아니기에, 언제든 저보다 더 정확히 알고 계신 분들의 내용에 대한 정정을 환영합니다. 그 외 주제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으신 분들이 제 글을 통해 서로 그 내용을 공유하실 수 있는 공간이 되어도 좋겠습니다. 제 글을 통해 이제 막 실험을 시작하시는 분들이나 이미 너무 익숙하게 실험하고 계신 분들 모두, 잠시나마 해당 주제가 환기돼서 더욱 안전하고 즐겁게 이야기 술술 풀리는 실험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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