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열리는 학회에 꼭 한 번 참석해보고 싶었던 나는 여러 번 학회를 갈 수 있는 장학금을 받는 기회를 얻으려고 노력했지만 논문 실적이 적은 탓에 번번이 실패를 하였다. 그렇지만 Keystone symposia scholarship에 대해 알게 되어 도전해 보았다. 내 연구 내용의 Abstract과 지도 교수님의 추천서, 이 두 가지만 있으면 되었다. 교수님께 말씀드린 후에 지원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Scholarship recipient가 되었다는 축하 메일을 받게 되었다. 연구 내용이 잘 진행되어가고 있었고, In vivo, In vitro, Informatics 이 모든 부문에서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었기도 했고, Abstract을 쓰는 것엔 자신도 있어서 잘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정말 되어버린 것이다. 또 한국에서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으려면 지금까지 내가 했던 결과물을 바탕으로 평가를 해서 더 많은 결과물이 있는 사람을 선정하는 것 같았는데, Keystone은 실적이 아닌 현재 하고 있는 연구를 기반으로 내 가능성을 봐주는 것 같아서 감사했다.
‘드디어 오래도록 꿈꿨던 미국 학회를 가보는구나’, ‘내 연구 내용을 발표해 볼 기회를 가지게 되었구나’ 하며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또한 아직 논문으로 마무리되지 않아 결과물이 없어서 힘들었는데 오래도록 고생해 온 내 노력의 결실이 맺히는 순간이라 생각했다. 기대를 잔뜩 품고는 학회 등록, 항공권 예약, 호텔 예약, Colorado 공항에서 Keystone 학회장까지 이동하는 셔틀 예약을 하나하나 진행하며 학회를 가길 손꼽아 기다렸다.
학회를 미국으로 오는 김에 인터뷰를 잡아보라던 나의 멘토 박사님의 조언에 따라 나는 그동안 관심을 두고 있었던 랩에 대해 좀 더 살펴보기로 했다. 먼저 해당 랩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랩 규모를 확인했다. 일명 ‘빅가이 랩’이라 불리는 큰 랩은 포닥이 워낙 많다 보니 PI와 단둘이 대면할 일도 거의 없고, 모름지기 포닥이라면 자신의 프로젝트를 스스로 이끌어 나가는 능력이 있어야 하지만 거의 방치에 가까운 수준으로 내버려 둔다는 말을 들어서 나는 큰 랩보다는 조금 소규모이면서 그렇지만 너무 랩 멤버가 적지는 않은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렇게 살펴본 후에 괜찮다는 판단이 들었고 나는 그 랩의 교수님께 이메일로 연락을 드렸다. Colorado에서 열리는 Keystone 학회에 Scholarship recipient로 참가하게 되었는데, 당신이 기회를 준다면 학회가 끝난 후에 샌프란시스코에 들려서 내 연구를 발표할 기회를 가지고 싶고 당신과 토의하고 싶다고 메일을 썼는데, 워낙 답장을 받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원하던 랩의 교수님께서는 오라고 해 주셨다. 내가 미국에 가서 인터뷰를 하다니? 이메일을 읽으면서도 믿기지가 않았다.
한국에서 살아오면서 면접이라고는 대학과 대학원 입학할 때, 그리고 알바 구할 때 빼고는 해 본 적이 없는데, 미국에서 영어만으로, 그것도 내 연구 내용을 발표해야 하다니 인터뷰 일정이 다가올수록 부담이 컸다. 그렇지만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그리고 추가로 한 군데만 하고 오기엔 미국까지 나가는 시간이나 비용 부담이 크니 인터뷰를 더 잡아보려 했지만 어려웠기에 이곳이 그냥 연습이 되도록 기회를 날려버릴 수는 없었다.
마침 디펜스를 막 마친 상황이어서 슬라이드는 준비되어 있었고, 연구도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된 상태여서 영어로 준비하기만 하면 되었지만 그래도 두려움이 눈앞을 가렸다. 발표야 어떻게 해서 든 한다고 쳐도 끝나고 질문을 할 텐데 내가 못 알아듣거나 아니면 알아듣는다 해도 영어로 답변을 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하지? 하며 끝없는 걱정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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