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일정이 잡힌 후로 이메일로 학교에 들어올 때의 안내사항 같은 것을 받았는데, 당시 Omicron 확산의 여파로 학교 건물에 출입할 때 코비드 테스트를 받고, 72시간 이내에 받은 음성 확인서가 있어야만 출입이 가능하다고 했다. 심지어 항원 검사는 불허하고 무조건 PCR 테스트만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미국에 입국한 지 10일가량 지난 후에 인터뷰가 예정되어 있어서 미국 내에서 따로 테스트를 받아야만 했다. 네이버 지식인에 내가 머무는 장소 근처에서 PCR 테스트를 할 수 있는 곳에 관해 질문을 올려서 답에서 안내받은 곳에 미리 예약을 해 두었다. 비용은 170불 정도로 20만 원이 넘는 금액이어서 눈물을 머금고 결제를 했다.
인터뷰 3일 전인 월요일에 숙소에서 1시간가량 떨어진 테스트 장소로 걸어가서 검사를 받았다. 코 깊숙한 곳까지 면봉을 찌르는 우리나라와 달리 코 안쪽의 겉 부분만을 몇 초 간 문질러서 이래서 바이러스가 제대로 검출되려나 의구심이 들었지만 아프지 않아서 좋긴 했다. 기다리는 사람도 없어서 들어간 지 몇 분 되지도 않아 검사가 끝나고 근처에 Golden gate bridge가 있어서 커피 한 잔 들고 가서 멋진 경치를 즐겼다.
결과는 48시간 뒤에 나온다 하여 수요일 점심 즈음 이메일이 오기만을 기다렸는데, 예상 시간이 지나도록 이메일이 오지 않아서 걱정되어 먼저 이메일을 보내 보았다. 그러자 최근에 검사 수가 많아 시간이 지연되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고 했다. 저녁이 다 되어서 나의 샘플이 제대로 추출되지 않았다며 재예약을 하라고 답이 왔다. 그곳만 믿고 있던 나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나는 중요한 인터뷰가 있어서 테스트 결과가 꼭 필요한데, 지금 이 상황을 믿을 수 없고, 결과가 몇 시간 만에 나오는 훨씬 더 비싼 검사를 지금 갈 테니 무료로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그곳에서는 이제 문 닫을 시간이라며 재예약을 하라는 소리만 반복했다.
식은땀이 주르륵 흐르며 내일 인터뷰를 못하는 것일까 걱정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말 그대로 ‘멘붕’인 상황에 직면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지? 하며 믿을 수가 없었다. 나는 멘토 박사님에게 연락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여쭤보았고, 박사님은 현재 미국 내에 코비드 케이스가 줄어들고 있어서 학교에서 다들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라며 그 테스트는 환불을 요청하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별다른 뾰족한 수가 없으니 정 걱정되면 내일 아침 자가 항원 테스트를 하고 가고, 만약에 PCR 테스트 결과를 요구하면 상황을 설명하라고 해주었다.
결국 다음날 아침 학교에 도착해서 자가 테스트를 했지만 건물을 출입할 때 어느 누구도 코비드 테스트 음성확인서를 보여 달라고 하지 않았다. 테스트가 망했을 때는 왜 이런 불행한 일이 나에게 닥치나 했었는데, 오히려 망하지 않았다면 눈물로 결제한 20만 원이 통곡으로 변할 뻔했다. 이때 환불받은 비용으로 인터뷰 당일에 인터뷰를 무사히 마친 후, 나에게 여러모로 도움을 준 멘토 박사님과 함께 근사한 스패니쉬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으며 회포를 풀었다. 시간이 지난 지금은 하나의 에피소드로 재미있게 떠올리며 주변인들에게 이야기하곤 하지만 그날은 정말이지 심장이 멎을 뻔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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