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스토리를 담고 있는 연재를 만나보세요.
[연구자로 살아가기 시즌 2]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거야? - 과제 연구원의 랩 생활
Bio통신원(날다비(필명))
회사뿐만 아니라 연구소도 마찬가지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에 딱 맞는 사람을 바로 구하기는 쉽지 않다. 비슷한 전공이나 경력을 가진 사람을 뽑아서 각각의 부서나 랩에서 하는 일이 어떤 건지 파악하고 적응하는 시간을 거쳐 비로소 자신의 할 일이 결정된다. 물론 랩을 운영하는 책임 연구자의 성향이나 규모에 따라서 한 프로젝트를 여러 명이 나눠서 진행하기도 하고 한 연구자가 프로젝트 전체를 소화하기도 한다.
여기서 말하는 프로젝트란 책임 연구자가 연구하고자 하는 내용으로 내부 기관이나 외부 기관으로부터 연구비를 신청하여 선정이 되면 관련 연구를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브릭 사이트에도 연구비 관련 공고가 올라오는데 매년 혹은 분기별로, 또는 연구 수탁 기관이나 정부 부처 별로 다양한 과제가 올라온다. 주제가 정해진 연구 과제도 있지만 최근에는 자유 주제로 신청할 수 있는 공고도 찾아볼 수 있다.
@ Pixabay
연구소에서 과제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것은 학생과 회사원의 중간쯤 되는 자리인 것 같다. 학생이라고 하기엔 출퇴근 시간이 보장이 되고 회사원이라고 하기엔 직급 체계나 연봉 협상 같은 제도가 없다. 산학연 연계 제도 활성화를 위해 학위 과정을 하면서 연구소에서 학위 논문 관련 연구를 하는 사람도 꽤 된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긴 하지만 주로 한 가지 분야에 대한 기초 연구가 대부분인 학교 보다 여러 분야가 관련된 학제간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물론 학교에서는 지도 교수님이, 연구소에서는 책임 연구자가 있는 시스템이라 헤드가 두 명이어서 생기는 문제점도 있다. 각자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일이 두 배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내가 근무하는 연구소에서 학연으로 박사 학위를 시작한 사람 중에는 두 헤드의 충돌로 인해 졸업이 계속 미뤄지다가 결국 졸업하지 못하고 그만둔 경우도 있었다. 반대로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서 졸업할 때가 다 되도록 요건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일부의 사정이긴 하지만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학연을 시작하기 전에 세 명의 당사자 (대학원생, 교수님, 책임 연구자)가 함께 모여서 논문의 주제와 authorship, 급여 등에 대한 부분을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과제 연구원이 하는 실험은 전적으로 책임 연구자의 프로젝트에 따라서 결정이 된다. 앞서 얘기했듯이 학위를 받았던 전공과 딱 맞아떨어지는 연구를 하는 곳을 찾는 것이 쉽지 않고, 책임 연구자 입장에서 연구원을 뽑을 때도 원하는 사람을 딱 맞게 구하지 쉽지 않기 때문에 처음에는 서로 맞춰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어떤 사람은 학위 과정에서 했던 일이 아닌 새로운 연구를 해보고 싶을 수 있고, 또 다른 사람은 본인이 능숙하게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하기를 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을 뽑는 입장에서는 일을 빨리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생 랩의 경우 책임 연구자가 직접 연구원을 가르쳐야 하는 경우도 있고,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 랩의 경우 기존에 근무하던 연구원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최소 석사 학위 이상이라면 기본적인 실험에 훈련이 되어 있거나 논문을 통해 필요한 내용을 찾아서 실험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예외도 있긴 하다. 본인이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해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는 사람도 있고, 스스로 찾아보는 행위 자체를 하지 않고 들은 내용으로만 해결하려고 하는 사람도 있다.
내가 속해 있는 랩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다. 해외에서 오래 포닥으로 계시다 오신 분이었는데 본인이 해외에 있을 때는 동물 실험이나 잡다한 일 들은 랩 테크니션이 다 했었다며 랩에 있는 다른 석사 연구원들에게 본인의 일을 시키는 경우가 있었다. 학교 같은 경우는 회사가 아니래도 교수님-포닥-박사 과정 학생-석사 과정 학생 같은 일종의 서열이 존재하고 같은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는 경우 랩 내 포닥의 주도 하에 일을 나눠서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연구소의 경우는 학위의 유무가 다를 뿐 모두가 다 똑같은 과제 연구원이다. 물론 책임 연구자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 대부분 본인의 업무가 나눠져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책임 연구자를 제외하고 과제 연구원은 수평적 관계라고 생각한다. 전공도 다르고 학위도 다른 사람들이 같은 랩에서 연구를 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요즘 인간관계에서 빼놓지 않고 얘기되는 MBTI처럼 각자의 성향도 능력도 다르기 때문에 서로 배려하고 양보해야 할 일도 있다. 이런 문제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 랩의 분위기에 따라 일의 능률이나 성과도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책임 연구자는 사람을 뽑을 때 그 사람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기존에 있는 사람과 얼마나 잘 지낼 수 있는 사람인지 따져 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내가 속해 있는 랩은 연구원들 간의 관계가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초반에 자리 잡기 위해 투자한 시간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논문 실적을 냈고, 논문 실적이 좋아서 펀딩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었다. 연구비가 넉넉해지니 연구원들에 대한 처우도 좋아지고 최근에는 랩에서 발굴한 아이템으로 비임상 연구를 할 수 있는 지원도 받았다. 동료들과의 좋은 관계가 일에 대한 시너지까지 높인 좋은 예이다.
그렇게 과제도 많아지고 랩 인원도 많아지니 결국 행정만 전담하는 사람이 필요해졌다.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기사 오류 신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