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한인교회, 한글학교
내가 사는 지역의 한글학교는 메릴랜드, 버지니아, 워싱턴 DC까지 포괄되며, 구글링만 해도 70개의 한글학교가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대부분 한인교회에서 대단한 열정과 사명감으로 한글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듯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수업의 형태는 대부분 대면 수업으로 변경되었다. 또한 금요일에 열리는 수업도 있고,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수업이 열리는 학교로 나뉘는 것을 보았다. 미국에 이주하여 살아보니, 한글 공부와 영어 공부를 병행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고학년인 아이들은 미국에 왔을 당시의 수준으로 어휘력이 멈춰 버릴까 봐 매일 아침 한국 뉴스를 실시간으로 보면서 아침을 먹는다. 또한 한국에서 국어 문제집을 사서 인편으로 받기도 했다. 가장 좋은 자료는 한국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인데, 외교부에서 이런 교재를 한글학교에 무료로 배포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교재가 많다.

우리 한글학교 눈 금요일 오후에 수업이 진행되고, 한글학교 일정은 다음과 같다.
4:30~5:10 - 한국문화 및 역사 배우기, 종이접기, 크래프트 및 특별활동
5:10~5:40 - 식사
5:45~6:30 - 1교시
6:30~6:40 - 휴식시간
6:40~7:25 - 2교시
교재를 제공해주는 국가 기관에서 역사 수업을 2회 넣어달라는 부탁이 있었다고 한다. 우리는 ‘문익점’과 ‘김구’를 그 대상으로 정하고 아이들과 일정을 공유했다. 특별활동은 한국 노래 배우기(아리랑), 한국 태권도 익혀보기 등과 같은 일정이 있다.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 1교시와 2교시를 통해 본격적인 한글 공부를 한다. 엘리콧시티 한글학교는 7개 반 70명의 학생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글학교에 들어간 만 4세 꼬마
4세 반인 막둥이는 한인 유치원에서 미국 학교로 옮기면서 영어공부를 하고, 집에서는 한국어만 쓰게 했다. 그래서 한국어는 유창하게 하지만, 글씨를 전혀 모른다. 글씨를 모르면 한국어를 까먹는 건 시간문제라고 한다. 그래서 올해는 어떻게든 ‘가나다라마바사....’를 알려주기로 두 언니들도 가세하여 한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큰 아이들은 한국의 어린이집에서 한글도 다 배워왔는데, 직접 해보려니 보통일은 아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글에 흥미가 없는 아이들도 많은데, 우리 아이는 흥미 가득이다.
기역, 니은부터 시작을 했다. “세미야, 이 친구들은 자음이라고 해. 하나씩 읽어보자, 이건 모음이야 10개 있어. 자음이랑 모음이랑 뽀뽀하면 ‘가’, ‘나’처럼 글자를 만들 수 있어.”이렇게 매칭하여 140자를 쓰는 연습을 몇 달은 해야 할 듯하다. 아래와 같은 실수를 종종 한다.
ㅣㅁ ’ -- 모음 쓰고 자음을 붙이기도 한다.
‘5ㅣ’ -- ‘ㄹ’과 ‘숫자 5’가 비슷해 보였는지 저렇게 쓴다.
ㅁ을 반듯하게 쓰지 못하고, 삐뚤빼뚤하게 쓰기도 한다.

흥미를 유발하기 위하여, 한글 관련 youtube(예림 TV 동화(한국 전래동화를 재미있게 소개한다.), 한글이 야호 동화(동화책에 등장하는 쉬은 단어가 나오면 큰 글씨로 팝업 된다. ))프로그램을 틀어주거나, 미국 학교에 있는 한인 친구와 일주일에 한 번씩 집에서 한글 공부를 같이 한다.
*한글학교 교사가 되다.
1차 수업-
첫 수업은 학생들을 만나는 날이라 약간 설레었다. 어떤 아이들이 내가 속한 반으로 들어올지 궁금하기도 했고, 뭘 가르쳐야 하나 걱정도 되었다. 내가 구사하는 한국어를 어느 정도 알아들을 수 있나? 어디까지 영어로 설명을 해줘야 할까? 이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점점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프로그램 언어나 데이터 분석 관련 수업을 하다가 이런 언어를 가르치는 수업은 초보인 셈이다.
한글학교 교장선생님의 권유로 첫 수업은 학생별 레벨 테스트를 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4학년을 대상으로 한다고 하셔서 초3 책을 펴고 문제를 내어 준비를 해갔다. 나에게 배정된 학생들은 미국 9학년으로 고등학생에 해당되며,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이었다.
문법에 관련된 문제와 함께, 가족의 이름을 써라, 왜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지 이유를 써라, 선생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써라. 이런 문제를 주었다. 학생들의 답안지를 검토해 보니, 역시나 난이도가 상당히 차이가 났다. 이런 문제가 내가 넘어야 할 산이 되었다.
2차 수업-
나는 1교시에 어휘와 문법을, 2교시에 7-8 문장으로 이뤄진 짧은 글을 두 편 정도 준비해 갔다.
첫 시간에 학습한 단어는 ‘보온’, ‘성능’, ‘가공’, ‘조밀하다’, ‘일컫다’. 이렇게 5가지였다. 한국에서는 초등 5학년이면 다 알법한 그런 단어지만,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는 정말 힘든 단어들이다. 이것을 설명하기 위하여 간단한 예문과 영어로 설명을 곁들여야 했다. ‘겨울에는 보온을 위해 얇은 옷을 여러 겹 껴입는다.’라는 예문을 읽으면서 ‘보온‘이라는 단어를 설명하자 치면, ’ 얇은 ‘이나 ’여러‘, ’ 겹‘, ’ 껴입는다 ‘ 와 같이 동반되는 단어들도 함께 익혀야 한다는 것이다. 단어 5개를 설명하는데 45분이 다 소요되었다. 이 세상에 쉬운 일이 하나도 없네.
두 번째 시간에는 아래와 같은 지문을 준비했다. 지문이 과학 교과서에 나올 법한 이야기이다. 전도에 대한 내용이다. 교회에서 사용되는 ’ 전도‘라는 단어도 있지만, ’conduction‘이라고 한마디만 해주면 다 알아들을 말한 학생들이라서 내가 영어를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아이들에게 돌아가며 한 줄씩 읽기를 시켜보니 ’ 쇠젓가락‘, ’ 닿지 ‘와 같은 단어는 발음하기 힘들어했다.

3차 수업-
이번 시간에는 ’ 관측‘, ’ 행성‘, ’ 환경‘, ’ 대기‘, ’ 손꼽다 ‘...라는 어휘를 익혔다. 이 단어들을 익히고, 아래의 문장을 완성하는 것이 미션이다.
1. 나는 천체 망원경으로 밤하늘의 별을 자세히 [ ]했다.
2. 지구는 태양의 주변을 도는 태양계 [ ]중 하나다.
3. 금성은 밤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기로 [ 는] 행성이다.
4. 오늘은 [ ] 중에 미세 먼지가 많아서 별이 잘 보이지 않는다.
5. 잡초는 생명력이 강해서 거친 [ ]에서도 잘 자란다.
위에서 명사를 채워 넣는 것은 그나마 쉬은데, 동사는 알맞은 형태로 변형하여 채워 넣어야 하는 것이 꽤 어려운 일이다. ’ 빛나기로 손꼽는 행성이다.‘ 이렇게 변형을 해야 한다. 손꼽다는 여럿 중에서 뛰어나다고 여기다.라는 의미를 갖는다.라는 것을 설명하는 게 쉽지는 않다. 잡초는 생명력이 강하다. 에서 생명력은 vitality라는 의미를 갖는다.라고 설명을 해주면 쉽게 이해한다. 이렇게 5 문장을 완성하는데 1시간이 모자란다.

*제576돌 한글날
2022년 10월 9일은 제576돌 한글날이라고 한다. 요즘 미국 아이들도 K –POP을 좋아해서 한국말로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한다. 또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한글로 말하는 백인 아이들을 본 경험이 있다. 이런 현상을 보고 있자니, 참으로 자랑스럽고 소중한 우리의 한글을 잘 가르쳐주고 한인이 되고 싶다. 재외동포재단에서는 한글날을 기념하여 한글을 배우고 사랑하는 전 세계 한글학교 학생을 공모전이 있다. 다양한 단체에서 공모전이 있으므로 참여해보는 것도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여겨진다. 이날을 기념하여 제출했던 둘째 딸의 작품이 ’ 우수상‘으로 선정되어 우리 가족에게는 더없이 의미 있는 날이 되었다.

작성자: 김만선
* 본 글은 "BRIC Bio통신원의 연재"에 올려진 내용을 "피펫잡는 언니들"에서도 소개하기 위해 동일한 내용으로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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