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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리포트 동향리포트
데이터 3법 시행에 따른 바이오산업 분야에 미치는 영향
차민정(서울특별시 교육청 변호사)
목 차
1. 서문
2. 본론
2.1. 주요 개정 포인트
2.1.1. “가명 정보”의 개념 도입
2.1.2. 개인정보 보호 체계의 조직화
2.1.3. 동의가 필요 없는 개인 데이터의 합리적인 사용 허용
2.1.4. 데이터 세트의 병합
2.2. 시사점 및 핵심 사항
2.2.1. 의료 빅데이터 활용 분야의 활성화
2.2.2. 원격의료 및 개인화 맞춤치료
2.2.3. 디지털 헬스-스마트케어 시대 개막
2.2.4. 신약개발
2.2.5. 바이오산업의 혁신 유도
3. 맺는 말
4. 참고문헌
1. 서문
우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많은 양의 데이터가 생산 및 이용되고,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클라우드 서비스(cloud services),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 등 신기술 사용이 필수가 된 데이터 중심 경제(data economy)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세계 다른 주요 지역의 입법 동향과 맞물려 대한민국에서는 개인정보의 안전한 이용을 보장하면서 빅 데이터의 보다 효율적인 처리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데이터 3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오랫동안 제기되어 왔다. 데이터 3법의 개정은 그러한 노력의 정점이라 할 수 있다. 그 결과, 대한민국 국회는 2020년 1월 9일 개인정보보호법에 대한 세 가지 주요 데이터 개인정보 보호법에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네트워크법)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은 공청 후 1년에서 18개월 안에 시행될 신용정보법의 몇몇 특정 조항을 제외하면 시행된다 [1].
개정안의 대략적인 요지는 '가명화된 데이터'의 개념을 도입하고 수집의 원래 목적과 합리적으로 관련된 정도로 보다 유동적으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도입하여 '데이터 경제'의 개발을 촉진하는 것이다. 본 동향리포트에서는 데이터 3법 개정안이 가져오게 될 주요 변경 사항 중 핵심이 되는 것들을 간략하게 짚어보고, 이것이 국내 의료계 및 바이오∙헬스 업계에 미칠 잠재적 영향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2. 본론
2.1. 주요 개정 포인트
2.1.1. “가명 정보”의 개념 도입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개인정보', '가명 정보', '익명 정보'를 구분하지만, “개인 정보”의 범위에서 ‘익명 정보'를 제외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용 목적이 통계 준비, 연구 및 공공 기록을 유지하는 경계 내에 있는 경우 가명 데이터는 동의를 얻지 않고 처리될 수 있다 (표 1). 그러나, “익명화” 또는 “가명화” 처리를 하는 데에 있어 명확한 지침이 없기 때문에 '개인', '가명'과 '익명' 데이터를 구별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 데이터'를 '가명 데이터'로 잘못 특성화한 결과는 위반자의 연간 매출액의 최대 3%의 벌금과 기타 형사 처벌과 같은 제재를 가하기 때문에 잠재적으로 매우 심각할 수 있다 [2].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은 통계 정보를 생성하거나, 과학 목적의 연구 또는 공공 기록 보관에 개인 동의 없이 가명화된 정보(가명 정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법은 또한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및 기타 중앙부처에 의해 허가된 목적에 한해 가명 정보의 가공을 허용한다. 한편, 수정된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 보호법)과는 달리 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은 상업적 용도로 가명 정보의 사용을 명시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관련 정부 부처인 행안부는 가명 정보의 상업적 사용은 신용정보보호법과 마찬가지로 개인정보보호법에서도 허용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이에 대해 시민 단체들이 반발이 심해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2.1.2. 개인정보 보호 체계의 조직화
개인정보의 관리 감독 기구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국무총리 소속 합의제 중앙행정기관으로 격상되었고, 여러 부처에 다소 혼잡하게 산재해 있던 감독 권한이 이 위원회로 일원화되면서 좀 더 효율적인 정보의 보호 및 관리가 가능하게 되었다.
2.1.3. 동의가 필요 없는 개인 데이터의 합리적인 사용 허용
정보 주체의 동의를 얻지 않고 개인정보를 사용하는 것은 '수집의 원래 목적과 합리적으로 관련된 범위 내에서'와 '정보 주체의 권리 침해 여부 및 개인 정보의 무결성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적절히 취해졌는 가의 여부를 고려한 후' 사용하는 경우 허용될 수 있다. 즉, 개인정보를 가명 정보화해 기업들이 빅데이터를 산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풀어주되, 가명 정보와 개인정보(실명 정보)의 결합을 시도하거나,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하지 못하는 경우, 엄격하게 처벌하는 것이 개정안의 핵심인 것이다 [3].
‘가명 정보’는 개인정보 중 성명과 주민번호 등을 가명화(pseudonymization)하여 누구인지 식별이 불가능하게 한 정보를 말하는데, 예를 들어 보험 가입 시 회사에 제공하는 성명,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의 경우, 그 정보만으로도 개인에 대한 식별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정보를 암호화(codification)한 결과물이 바로 가명 정보다 (표 2).
2.1.4. 데이터 세트의 병합
다른 개인 정보 통제자가 보유한 데이터 세트는 요구 사항을 준수하는 규정에 의해 지정된 전문 기관에 의해 병합을 시행되는 경우 가능하다. 개인정보보호법의 시행령 초안은 원칙적으로 통합된 데이터셋을 데이터 취급 전문 기관 내 지정된 특정 위치 내에서 사용해야 하며 데이터 처리자가 외부로 데이터 세트의 반출이 필요한 경우, 해당 기관 수장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것을 명문화하고 있다.
2.2. 시사점 및 핵심 사항
2.2.1. 의료 빅데이터 활용 분야의 활성화
개인정보 보호법(personal information privacy act, PIPA)의 개정이 바이오헬스 산업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오리라 예상된다.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에 따르면, 병원의 의무기록을 포함해 민감한 개인정보를 가명화 하면, 해당 인물의 명시적인 동의가 없어도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합법적인 방법을 마련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바이오∙헬스 분야에서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폭이 매우 넓어지게 되었다. 의료 빅데이터의 사용을 허용하는 범위는 과학적인 연구와 통계 분석으로 규정지어져 있기는 하나, 여기에는 상업적 목적의 연구도 포함시키고 있어(단, 가명화된 의료정보에 대한 직접적인 금전거래는 불허) 스마트 웨어러블 기기 또는 신약 개발 등, 데이터가 이용되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데이터 활용이 크게 자유로워진 상태이다 [4]. 바이오 헬스 기업이 가명화된 진료정보를 통계처리하여 의료기기 개발에 이용하기도 하고 기존에 존재하는 바이오∙헬스 제품에 대한 마케팅으로 활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과거에는 건강보험 공단(National Health Insurance Service, NHIS)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Health Insurance Review and Assessment Service, HIRA) 같은 보건 공공기관만이 의료정보를 수집/보관하면서 뚜렷한 연구 주제와 계획이 있는 연구자들에게 일련의 절차를 거쳐 제공하였지만, 데이터 3법 개정안 이후에는 병원같은 일반 의료기관도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된다. 이제 바이오사이언스 관련 기업들이 기존의 데이터셋에 '가명화' 프로세스를 구현함으로써, 이용목적이 통계 작성, 연구, 공공기록 보존의 경계에 해당할 정도로 데이터를 보다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데이터 3법 개정에 따라, 정보통신 기술 분야 및 금융계 등 개인정보·빅데이터 활용이 중요한 산업군이 크게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고 그동안 개인정보보호법의 울타리 안에서 아무래도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의료계 연구자들도 규제 완화 및 활성화에 긍정적인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또한, 정밀의료 활용 시 공공부문에서 수집한 국민 의료정보로 구축한 빅데이터를 분석한 후, 정밀의료서비스를 위하여 다시 민간부문에 정보를 제공할 때 정보 주체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법률이 부재한 상태다. 이번 법안 통과에 따라 개인정보 가명화 및 사전 활용 동의의 모호한 법 기반 위에 있던 P-HIS (Precision-Hospital Information System) 사업도 확실한 기반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의 약어인 “P-HIS” 개발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가 4차 산업혁명에 발 맞춰서 추진하는 혁신 성장동력 프로젝트 사업으로, 저비용 고품질의 클라우드(cloud storage) 환경 기반의 병원정보시스템 솔루션 제공을 통해 개인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환자의 삶의 질 향상 기여를 목적으로 한 사업이다.
현재, 국내 주요 병원들 중 환자의 인적사항과 병력, 입‧퇴원 등 의료 정보를 전자화해 저장하는 EHR을 도입한 비율은 92%에 달한다. NHIS와 HIRA가 보유한 공공의료 빅데이터 규모는 6조 건이 넘는다. 이번 데이터 3법의 개정으로 인해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처리한 가명 정보를 본인 동의 없이 통계 작성과 연구(상업적 연구 포함) 등에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국내 대표적인 대형병원-분당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연세의료원 등- 헬스케어 사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는데, 분당서울대병원은 2018년 네이버(주), 대웅제약 등과 헬스케어 합작법인인 “다나아데이터”를 설립했으며, 같은 해 서울아산병원은 카카오(주)와 인공지능(AI) 기반의 의료 빅데이터 업체 “아산카카오 메디컬데이터”를 오픈하였고, 연세의료원도 지난해 카카오와 헬스케어 합작법인에 대한 투자협약을 체결하였다.
2.2.2. 원격의료 및 개인화 맞춤치료
데이터 3법이 본격적으로 효력을 발휘하면 환자 진료 환경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제타 바이트(zettabytes, 2 x 1070바이트) 단위의 데이터가 축적되면 비특이적으로 보이는 증상(nonspecific symptoms) 만으로도 특정 질환을 진단할 수 있게 되고, 진료 지침이 기준이 됐던 기존의 시스템이 실시간 개인별 맞춤 치료(personalized therapy)로 변화할 것이라는 예측과 원격의료(telemedicine)가 본격화 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5] (그림 1).
원격 의료는 환자가 병원에 방문하지 않고 다양한 통신 장비를 활용해 의사와 환자 간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해 질병 진료ㆍ치료ㆍ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과거 전화와 이메일 기술만을 활용했으나, 원격 의료는 ICT (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를 접목하며 스마트폰과 화상 전화 등을 원격 의료에 동원하는 것이다.
또한, 데이터 공유가 자유로워지면서 원격진료 플랫폼을 본격적으로 도입한다면 신부전(chronic renal failure) 환자 같은 만성질환자의 실시간 모니터링 및 피드백(real-time monitoring & feedback)이 가능해지고, 환자 개인 빅데이터가 모이면 인공지능(AI)을 통해 환자 고유의 패턴(personalized pattern)을 분석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비슷한 패턴의 환자들과 비교해 다른 동반 만성질환 발생 여부 등을 예측할 수 있게 된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모이면서 특정 질환의 증상이 프로파일링(profiling)되면, 환자가 아닌 일반인도 내원하지 않고 질환 발생에 미리 대처할 수가 있게 된다. 즉, 증상이 생길 때만 병원을 가는 게 아니라, 전방위적으로 발병을 막는 예방의학의 트렌드로 옮겨가는 것이다. 원격진료가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게 되면 현재 치료 기준이 되고 있는 가이드라인 대신 컴퓨터가 즉석에서 데이터를 분석해 환자에게 맞는 치료를 추천하는 맞춤 치료(Personalized), 정밀 치료(Precision), 예방(Prevention)의 이른바 3-P 의학(3-P medicine)의 시대가 오는 것이다 [6].
이러한 변화는 의료복지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생활양식(lifestyle)에 대한 데이터와 건강 데이터를 결합해 분석함으로써 잘못된 생활습관의 질병 발생 및 중증도에 미치는 영향 정도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의료 취약계층, 노령층 및 소득 차상위계층의 건강 위해 요인 분석, 질병 양태 분석, 의료비 지출 행태 분석 등을 통해 의료 안전망 구축 방안에 대한 정책 마련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2.2.3. 디지털 헬스-스마트케어 시대 개막
디지털 헬스(digital health)는 의료 분야와 정보통신기술이 융합해 발생한 신산업으로 미래 의료 산업의 핵심 중 하나로 꼽힌다. 디지털 헬스 산업은 ICT 기술 발전과 함께 오래전부터 주목받았던 기술이지만, 법적 규제와 환자들의 거부감, 기술적 한계 때문에 지금까지 널리 보급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데이터 3법 개정의 통과와 함께 최근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비대면 문화가 일상으로 굳어져 가면서 의료용 모바일 앱 등 디지털 헬스 또는 E-health 기기가 미래의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모바일 헬스케어(mobile healthcare)는 모바일 환경에서 이뤄지는 원격 진료의 형태다. 모바일 앱과 웨어러블 등을 이용해 환자 정보를 수집, 건강 정보를 모니터링하고 관리ㆍ처방하는 데 활용한다 (그림 2).
AI에 기반한 디지털 헬스는 인공지능 헬스케어(AI Healthcare)를 들 수 있다. AI 헬스케어는 AI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헬스 서비스를 구현한 서비스를 의미한다. 현재, 컴퓨터단층촬영(computed tomography, CT), 자기공명영상법(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 X-ray 등 의학 영상 판독에 활용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의 가장 큰 장점은 의료 접근성이다. 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 등 통신 기기를 활용해 시ㆍ공간적 제약 없이 의료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 5G 통신과 IoT 센서 등 통신 기술 고도화로 환자와 의사 간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며, 개인 정보 활용 동의 후 개인정보를 자동으로 의료진과 공유하기 때문에 원격 모니터링 및 솔루션 서비스도 경험할 수 있다 [7].
데이터를 바탕으로 환자의 상태를 빠르게 진단할 수 있고 원격 진단을 활용한 의료 시간 단축, 진료 일정 효율화 등 의료 서비스 프로세스 최적화도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확보하면 환자 상태를 다각도로 분석할 수 있어 한정된 시간과 비용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 헬스케어(smart healthcare)란, 의료기관이 개인 의료 데이터로 질병의 발생을 예측하고, 예방 및 진료하는 방식의 새로운 의료 서비스의 패러다임을 의미한다. 스마트 헬스케어의 시작은 개인의 건강 및 생체 정보, 질병과 관련된 가족력 등의 의료 정보를 빅 데이터로 확인하며 기기나 플랫폼을 통해 시간과 공간에 제약 없이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 환자와 질병의 정보를 분석해 실시간으로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8].
스마트 헬스케어의 예방은 개인 차원에서는 생체 정보와 병원 및 기관의 의료 데이터를 분석해 실시간으로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데 활용한다. 상태 확인은 물론, 개인 맞춤형 예방 솔루션을 받을 수도 있어 개인별 건강 주치의 개념이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더 나아가 환경, 생활 패턴, 유전 특성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케이스 학습을 마친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특정 질병 발병 유무와 확률을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스마트 헬스케어 치료 차원에서는 빅 데이터 분석을 통한 환자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수월해진다. 기존에는 환자에 대해 다소 일률적 치료가 진행되어 처방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혈액, DNA, 소변 조직 검사 등을 거치고 환자 데이터를 분석해 환자를 특정 기준으로 나눈다면 기존의 가족력이나 질병 내력에 따라 개인별 맞춤형 치료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빅 데이터가 질병 발생을 낮추거나, 발병가능성이 높은 개인별 질환을 예방하는 분야에도 사용 가능하다. 예를 들어, 당뇨병 발병이 예상되거나, 유전인자를 갖고 있는 빅데이터 군의 잠복 환자에게 앱 솔루션(app solution)을 제공하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우울증 약을 복용하거나 정신과 치료를 받는 환자들의 의료정보를 빅데이터를 이용해 극단적 선택을 사전에 방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해당환자들이 스마트폰 데이터 사용량이나 통화가 갑자기 줄어드는 경우 지역사회의 의료기관을 통해 환자들의 현재 건강 상태를 모니터하거나, 전화 또는 방문해 확인하는 정신건강 스마트 헬스케어시스템(mental health smart healthcare system)이 활용되고 있다 [9]. 이러한 시스템은 빅데이터에 근거한 금융 신용거래 정보와 결합한다면, 국내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독거노인 또는 1인 가족의 고독사나 돌연사(sudden death)와 같은 불행을 사전에 예방하는데 확대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주목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림 3).
2.2.4. 신약개발
데이터 3법 개정안이 통과하면서 개인 신상정보를 비식별화할 경우, 과학적 연구나 공익적 통계에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고 이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 연구개발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신약 연구개발에 필요한 데이터는 환자의 보유 질병과 복용 중인 의약품 등이 필수다. 공익적 통계의 경우는 사는 지역과 방문 병원, 연령까지 필요하다. 기존 법령에서는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중요 개인정보를 가리더라도 사생활 침해 위험 소지가 있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안이었지만, 2017년부터 세계적으로 빅데이터 활용이 활성화되는 시점에서 국내 산업계는 계속 뒤쳐지는 상황이었다. 특히, 제약업계는 신약 개발에 시간과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는 인공지능과 빅 데이터에 거는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데이터 3법의 문턱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하며 지속적으로 법안 개정에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에 따라 이번 데이터 3법 개정안 통과에 대해 제약회사 업계들은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제약 바이오협회(Korea Pharmaceutical and Bio-Pharma Manufacturers Association, KPBMA)는 데이터 3법의 국회 통과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약개발과 맞춤형 정밀의료 시대를 앞당기는 헬스케어 혁신의 일대 전환점이 될 것이고 이번 법 개정안으로 데이터 강국의 초석이 되는 동시에 맞춤형 치료제 개발 가능성 증가로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공익적 가치도 실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AI 플랫폼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신약 개발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현재, CJ Healthcare, SK Biopharm, JW 중외제약, 유한양행,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이 신약 개발에 빅 데이터와 AI 플랫폼을 적용 중이다. 다수 제약 바이오기업들이 신약 연구개발에 빅 데이터와 AI를 활용할 충분한 준비를 갖췄지만, 정작 개인정보 관련 법안에 가로막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 법안 개정을 계기로 4차 산업을 주도하는 동시에 글로벌 기업을 앞지를 혁신 신약의 탄생도 기대된다. 신약 후보물질을 대상으로 약물 스크리닝(drug screening)을 진행할 때 시간이 단축되면서 비용 등이 함께 절감될 것이고 이것이 곧 약가 절감으로 이어져 환자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이다 (그림 4).
2.2.5. 바이오산업의 혁신 유도
데이터 3법 개정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0년 5월 발표한 생명공학육성법 개정 공포안과 함께 특히 생명공학-바이오산업 부분 발전에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생명공학육성법은 바이오 분야 최상위 법률로, 1983년 제정된 이래 생명공학 분야 육성을 위한 법률적 토대를 제공해 왔다. 데이터 3법 개정과 함께 이 법령의 개정으로 인해 바이오 경제 가속화를 위한 전 주기 연구지원, 사업화 역량 강화, 혁신적 연구환경 조성 등을 위한 실질적인 근거가 마련됐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법령은 지난해 말부터 효력이 실효하였으며, 개정의 요지는 바이오 신기술의 체계적인 개발과 활용을 도모하기 위한 생명공학 육성 및 산업 발전 주체를 명확히 함과 보다 내실 있는 정책 수립을 위한 정책 추진체계의 보완이다. 이에 따라 기업, 대학, 연구기관, 지자체 등에게 생명공학 기술개발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그 성과를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책무를 규정했다. 또한, 생명공학 분야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생명공학종합정책심의회 산하에 실무위원회를 설치하는 조항을 신설, 생명공학 분야 정책의 심도 있는 논의를 활성화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바이오 연구 및 산업화가 단절 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각 단계별 추진 근거도 마련했다. 생명공학 정부 연구개발 사업 추진에 대한 근거를 신설함과 동시에 산업적 응용을 위한 후속 연구 지원, 산‧학‧연‧의료기관 등 혁신 주체 육성‧지원 및 해외 진출 지원 등도 가능해졌다. 생명공학정책전문기관 지정 근거도 마련해 생명공학 정책의 수립, 조정, 기술개발, 사업화가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두 법령의 개정을 통해 바이오 분야 기술혁신이 가속화돼 바이오 경제 실현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
바이오산업 중에서도 유망한 범용 기술이 특히 산업 생태계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은 일반성을 갖춘 혁신적인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즉, 물리학, 화학, 생물학, 정보과학 또는 데이터 엔지니어링과 같은 다른 분야와의 다 분야 협력이 보편화되고 있으며, 기본 기술이 된 유망한 범용 기술로 인해 다른 기술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제품 및 시스템을 생산할 수 있다. 생명공학 분야는 의약품이나 식품 산업 등 다른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차세대 유망 기업의 토대이며, 국가와 사회를 안전하게 지키고 기후 변화와 식량 안보와 같은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기술적 대안이다. 이 시점에서, 바이오산업에 대한 체계적이고 균형 잡힌 지원이 기술 혁신과 산업화라는 두 가지 근본적인 기둥으로 가능해졌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개정된 데이터 3법과 생명공학지원법은 생명공학 분야의 혁신을 촉진함으로써 바이오 경제의 활성화와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3. 맺는 말
바야흐로 데이터 활용의 시대가 도래하였다. 지금까지 법의 규제하에 묶여있던 의료 빅 데이터가 이제 본격적으로 그 잠재력을 최대로 이끌어낼 것으로 보이며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데이터를 활용한 산업과 서비스도 대거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AI 연구를 위해서는 양질의 데이터가 필요하지만, 현재 이용 가능한 데이터 풀(pool)에는 개인정보임을 추측할 수 있는 내용을 모두 삭제하거나, 마스킹(masking), 범주화(categorizing) 등 비식별 처리(deidentification)를 한 익명 정보는 활용할 데 없는 ‘이용 가치 없는’ 데이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데이터 3법 개정안에서는 ‘가명 정보’라는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가명 정보는 개인정보와 익명 정보의 중간 선상에 놓인 정보다. 개인정보의 일부를 비식별 조치해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게 하되 익명정보에 비해 활용 가치가 있는, 개인정보보호와 데이터 활용의 타협점이 될 것이다.
데이터 3법 개정안에는 아직도 불투명한 부분이 많다. 민감한 부분을 제외한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활용 가능한 개인정보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 상세 시행규칙과 가이드라인, 개인정보 보안 대책 마련 등 후속 조치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 3법 개정의 본 목적이 데이터 규제의 혁신이기 때문에 이 부분이 충실히 반영되고 엄격한 개인정보 보안 대책도 병행해 가이드라인이 마련된다면 앞으로 데이터 강국, IT 강국으로써의 대한민국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4.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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