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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리포트 동향리포트
인포데믹이 질병 연구에 미치는 영향
김재호(교수신문)
목 차
1. 서론
1.1. 현대인이 경계해야 할 제1의 위험
2. 본론
2.1. 인포데믹이란 무엇인가
2.1.1. 인포데믹의 특징과 유형
2.1.2. 정보역학과 인포데믹
2.2. 인포데믹과 질병 연구의 관계
2.2.1. 전문가 집단
2.2.2. 인플루언서
2.2.3. 개인과 대중
2.3. 인포데믹의 영향과 대응
2.3.1. 인포데믹의 영향
2.3.2. 인포데믹 대응하기
2.4. 인포데믹 사례 분석
3. 환상특급과 인포데믹
4. 더 연구해야 할 지점
5. 결론
6. 참고문헌 및 사이트
1. 서론
1.1. 현대인이 경계해야 할 제1의 위험
현대인은 미디어가 퍼뜨리는 정보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다. 입고, 먹고, 마시고, 생활하는 모든 것이 정보에 의해서 결정된다. 그런데 정보가 오염된 경우, 잘못된 선택으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기도 한다.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사태는 허위 정보가 죽음으로까지 몰고 가는 경우도 발생시키고 있다. 맹목적 믿음과 선전에 가까운 가짜 뉴스나 비방의 글들은 현대인이 경계해야 할 제1의 위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보는 정확한 정보(information), 부정확한 정보(misinformation), 허위정보(disinformation)로 분류된다. 정확한 정보라도 반증 사례에 따라 허위정보나 검증이 필요한 정보로 바뀔 수 있다. 부정확한 정보는 사실로 표기되기에는 부적합하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혹은 확인이 필요한 정보이다. 허위정보는 의도적으로 기만하는, 부정확한 정보의 하위 집합이다. 사람들은 그들이 듣거나 보는 소식에만 몰두하고 감정적으로 경도돼 부정확한 정보에 좀 더 휩쓸리는 경향이 있다 [1]. 이 글에서는 부정확한 정보, 잘못된 정보, 허위 정보들을 문맥에 맞게 쓰고자 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정점을 찍던 2021년 1월 5일,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한 도시에서는 송전탑 3개가 불탔다. 코로나19를 확산시키는 바이러스가 5G 무선통신망을 타고 전파한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사회기반 시설을 파괴하는 지경으로까지 치닫는 건 끔찍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5G 무선통신망과 연계돼 있다는 괴소문은 2020년 4월 영국에서 시작됐다. 영국 곳곳에서도 송전탑이 박살 났다 [2].
소문이 소문으로만 끝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소문이 현실이 되고, 현실은 행동으로 나아간다. 소문이 검증되면 정보가 된다. 정보는 현대인을 움직이는 에너지원이다. 그 에너지원이 감염되면 현대인들의 실천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러한 상황을 축약해서 설명하는 용어가 바로 ‘인포데믹’이다. 인포데믹은 쉽게 말해 허위 정보가 디지털로 확산되면서 극단의 경우를 낳는 걸 뜻한다. 마치 전염병처럼 말이다. 전염병이 창궐하면 공동체인 마을은 사라진다. 특히 질병에 대처하는 방안을 연구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된다. 과학 대신에 미신에 집착하는 셈이다.
“과학의 양면성과 정보과잉 그리고 인포데믹”
암울한 얘기일 수 있겠으나, 인포데믹을 막을 방법은 없다. 그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현대사회는 정보 과잉의 시대라서 그렇다. 허위정보를 판별해내는 순간에 더 많은 (허위)정보들이 확산된다. 둘째, 바이러스의 변이 때문이다. 미래는 갈수록 불확실하고 인간의 대응은 추정에 그칠 공산이 크다. 셋째, 정부의 관료화와 미디어의 윤리의식 부재 때문이다. 그래서 개인은 더욱 인포데믹이 끌리게 된다.
리처드 도킨스의 책에서 인용한 아래 문장을 읽다 보니 인포데믹을 마주하는 우리의 상황을 표현하는 것 같다. 아래 문장을 살짝 비틀어서 보자면, 인포데믹이 만연한다고 꼭 그래야 하거나 그렇지 않아야 한다는 건 아니다. 과학의 양면성처럼, 인포데믹 역시 인류가 지속적으로 경계하고 알아가야 할 자연의 대상이다.
“비보를 가져오는 자를 책망해봐야 소용없고, 환상의 위안에 의지해봐야 소용없고, ‘그렇다’를 ‘그래야 한다’나 ‘그렇게 되었으면 한다’와 혼동해봐야 소용없다는 것이다.” -『영혼이 숨쉬는 과학』, 36쪽 중에서 [3]
2021년 2월,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의료인 연합(가칭)’이라는 단체는 “코로나19 백신 의무접종 법안에 반대한다”라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의사들이 백신 의무접종을 반대하니, 일반인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성명서에 이름을 밝힌 19명 중 7명만 의사였다. 나머지는 치의사와 한의사들이었다 [4]. 2022년 4월 22일 현재, 이 단체 홈페이지에 가입된 의사는 74명, 치과의사 28명, 한의사 53명, 간호사 122명이다 [5]. 이들 전부가 코로나19 관련 전문가들이라고 하기는 부족하다. 과연 이들의 주장이 타당한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들이 ‘전문가’처럼 보였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의 말 한마디는 인플루언서로서 파급력을 지닌다. 과연 의사 집단의 성명서 발표를 표현의 자유라고 보아야 할지 고민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행동들이 결국 질병연구와 극복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인류는 두 가지의 실재하는 전염병에 휩싸여 있다. 첫째, 코로나19 병원체인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Coronavirus-2)이다. 둘째, 인포데믹이라는 정보 감염병이다. 하나도 벅찬 상황에서 인류는 스스로 만들어낸 질병(인포데믹)에 위협받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인포데믹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질병연구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무슨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인포데믹에 대응하는 현실적인 방안도 고민해보고자 한다.
2. 본론
2.1. 인포데믹이란 무엇인가
인포데믹은 소문이 검증이나 수정의 가능성 없이 확산돼 가짜 뉴스로 변질되는 걸 뜻한다. 소문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며 정당한 절차를 거친다면 좋은 정보가 될 수 있다. 마치 모든 바이러스가 나쁜 바이러스가 아니듯이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데나 연관바이러스(AAV: Adeno-associated virus)는 인간을 감염시킬 수 있지만 질병을 유발하지 않는다. 오히려 질병 치료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이 바이러스는 자신의 유전 정보, 즉 유전자를 인간 세포에 잘 전달한다. 이 기제를 활용하면 유전성 유전 질환을 표적으로 하는 유전자 투여 요법에 응용할 수 있다 [6].
인포데믹(infodemic)은 정보와 풍토병의 합성어(information+endemic)다. 즉, 부정확한 정보가 빠르고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게 바로 정보 전염병(혹은 감염병)인 인포데믹이다. 엔데믹(endemic)은 특정 지역에서 발생하는 풍토병에 가깝다. 하지만 인포데믹은 풍토병을 넘어 전염병처럼 무차별적으로 시공간을 초월해 확산되기에 ‘정보 전염병’이라고 부른다. 사실·소문·두려움이 섞여서 퍼짐에 따라 한 사안에 대한 필수 정보를 알기가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코로나19가 어디로부터 비롯했는지에 대한 문제부터 숙주가 무엇인지, 처방하기 위해서는 무얼 해야 하는지, 백신은 효과가 있는지 등에 대한 허위 정보가 확산되는 게 바로 인포데믹이다. 인포데믹은 코로나19 대응과 질병연구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인포데믹은 바이러스가 확산되듯이, 잘못된 정보가 마구잡이로 퍼지는 걸 뜻한다 [7].
인포데믹은 질병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등 개인과 집단을 가리지 않고 공격한다. 이 때문에 많은 미디어들이 팩트체크팀을 만들어 운영할 정도다. 사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게 언론의 역할이라지만, 온라인에 확산된 정보를 검증하는 일이 새로운 영역으로 떠오른 것이다. 그 이유는 분명 인포데믹의 만연 때문이다.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는 “팩트체커들이 이제껏 마주한 사안들 중 코로나19가 가장 큰 도전” [8] 이라고 규정했다. 그만큼 전 세계적 유행병은 사실을 확인하고 진실을 드러내는 게 쉽지 않다는 뜻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인포데믹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질병 발생 시 디지털·물리적 환경 안에서 나타나는 허위이거나 오해의 소지가 너무나 많은 정보들.” 인포데믹은 건강을 해칠 수 있는 혼란을 초래한다. 특히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특정 행동을 하도록 유발한다. 백신을 거부하거나 이상한(?) 처방을 받는 것이다. 인포데믹은 사람들이 스스로와 주변 사람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확신할 수 없을 때 발병을 심화시키거나 연장할 수 있다.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 사용의 확장, 즉 디지털화가 증가함에 따라 인포데믹은 더욱 빨리 증가할 수 있다. 디지털화는 정보 공백을 더 빨리 채우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만큼 유해한 메시지를 증폭시킬 수도 있다 [9].
2003년 5월 11일, <워싱턴포스트>에 「소문이 뒤에서 물어뜯을 때(When the Buzz bite back)」라는 글이 실렸다.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학 방문교수인 데이비드 로스코프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을 겪었을 때 발생했던 거짓 정보를 인포데믹이라고 처음 명명했다. 그는 “공포, 추측, 소문이 혼합된 몇몇 사실들이 현대의 정보기술로 인해 증폭되고 전 세계로 빠르게 전달된다”라며 “현실과 완전히 불균형적인 상태로 국내외 경제·정치·안보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설명했다. 로스코프 교수는 “식별 가능한 모든 증상, 잘 알려진 보균 매개체, 심지어 간단한 치료법 등 모든 면에서 질병과 똑같이 행동한다”라고 지적했다 [10].
인터넷 혹은 미디어로 매개된 바이러스인 인포데믹은 세계적 공황을 일으킨다. 또한 인포데믹은 비합리적 행동을 불러오고, 해결해야 할 중요 문제들에 대한 인간의 시야를 흐리게 한다. 더 나아가 사회 기반시설에 부담을 주고, 시장경제를 무너뜨리며, 정부를 약화시킨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는 SARS에 대해 거짓 정보를 퍼뜨린 4명을 구금하기도 했다. 로스코프 교수는 “정보가 질병이라면 지식은 치료제”라고 강조했다. 반면 현대 정보사회가 촉발한 인포데믹의 장점도 없진 않다. 로스코프 교수는 그건 바로 ‘조기 경보’라고 강조했다. 중국과 같은 폐쇄적 국가가 정보의 공유·확산을 막으려고 할 때, 사건에 대한 소문은 긍정적 요소를 미칠 수 있다 [10]. 물론 그 정보는 객관적이고 타당하며, 반론의 가능성과 수정의 여지를 남겨놓아야 할 것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소통하는 존재다. 그 수단은 거짓-사실이고 이에 대한 두려움-기대감이 감정으로 나타난다. 거짓-사실은 소문으로 확산된다. 중간에 검증과 수정이 없다면, 결국 거짓이 더욱 확산되고 말 것이다. 아래는 인포데믹의 정의를 도식화한 것이다.
2.1.1. 인포데믹의 특징과 유형
인포데믹은 ①사회에 끼치는 영향 ②확산되는 방식과 속성 ③정보의 내용 ④정보의 양·속도에 따라 그 특징과 유형을 살펴볼 수 있다. 물론 각각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고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설명의 방식 상, 각각을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다. 인포데믹은 허위 정보의 확산이라는 단순한 측면에서만 살펴볼 사안이 아니다. 정보라는 건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탄생-성장-소멸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과연 어떤 정보가 사실에 기반한 정보인지, 그걸 누가 판단하는지는 언제나 논란의 여지가 있다. 정부에서 알리는 사실들이 나중에 거짓으로 판명 난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백신 확보와 관련된 사안이 그렇다. 백신 수급에 문제가 없다고 한 정부의 공언은 여러 번 거짓말인 걸로 드러났다. 심지어 백신 예약마저 제때 이루어지지 않아 국민들은 혼란에 빠진 바 있다 [10, 11]. 백신 확보와 공급에 대해 “예정돼 있다.” “∼할 것이다.” “∼판단된다.” 등의 표현으로는 국민들의 불안을 잠식시킬 수 없다. 정부의 알림마저 인포데믹으로 빠져드는 셈이다.
정부를 믿지 못하는 것만큼 전문가에 대한 불신이 사태를 악화시키는 경우도 많다. 아무래도 과학적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문제가 지속되고 커지는 양상을 보인다. 정부와 전문가는 낙관적 추측이나 믿음을 가지고 시민을 이끌려는 경향이 나타난다. 하지만 과학적 정보의 부족으로 그 예측이 틀리는 경우가 나타난다.
1840년대 감자 기근은 아일랜드 주민 100만 명을 아사시키고 나라를 떠나도록 했다. 감자는 그때나 지금이나 주 식량이다. 그런데 감자 잎마름병이 발생하자 전문가들은 기체로 인해 ‘감자 역병’이 발생한다고 믿었다. 곰팡이가 매개체였음을 알아채지 못한 것이다. 원인과 결과를 혼동한 게 문제였다 [12]. 과학적 사고가 부족했던 거 아니냐고,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과학적 지식과 정보는 언제나 부족하다.
14세기 유럽에서 7천500만~2억 명의 사망자를 낸 흑사병은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20세기 들어서야 흑사병의 원인인 ‘쥐벼룩’이 밝혀졌다. 그 과정을 보면, 처음엔 흑사병을 ‘하느님의 분노’로 여겼다. 이 역시 잘못된 믿음에 기반한 인포데믹이라 할 수 있다. 또한 1860년대 중국 원난성에서 발생한 흑사병에 대한 조사 과정을 보면, 과학자들 간의 신경전과 과학 학술지의 편견이 담겨 있는 걸 알 수 있다. 프랑스, 독일이 제국주의적 야망을 품고 서로 더 빨리, 중요한 과학적 발견을 해내려고 한 것이다 [12]. 이런 경우 역시 과학이 아니라 편견에 기반한 믿음이 작용한 셈이다.
따라서 인포데믹의 범위를 좀 더 광범위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과학 지식의 부족이나 과도한 전문가 경쟁 등으로 발생하는 정부·전문가의 추측은 낙관적이라고 볼 수 있다. 오류를 바로잡을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처음의 정보는 잠시 인포데믹을 거쳐 다시 공신력을 획득한 팩트로 바뀐다. 하지만 정치적 편향, 잘못된 믿음, 맹목적 편견으로 인한 인포데믹은 부정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때의 믿음은 종교와 같이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 신념으로 자리 잡아 뿌리내린다
둘째, 확산되는 방식과 속성이다. 정보가 확산되는 방식에 따라 인포데믹의 특징을 짚어볼 수 있다. 이완수 동서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 계열)의 「코로나19 “인포데믹” 현상에 대한 이론적 고찰」 [13]에 따르면, 건강 이슈에 집중된 인포데믹의 특징은 동일한 정보가 전통 미디어나 SNS 가릴 것 없이 반복적으로 확산되는 ‘물결 효과’를 낳는다. 이로 인해 시민들은 인지 과부하가 걸리고, 판단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비이성적 과열 양상은 사회적 불안을 조장한다.
셋째, 정보의 내용에 따른 인포데믹의 특징이다. <위험 연구> 저널은 「코로나19 정보 장애: 팬데믹 동안 유럽에서 나타난 6가지 유형의 유해 정보」라는 리뷰논문을 게재한 바 있다. 연구진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사람들의 취약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 정보 콘텐츠 유형을 연구하기 위해 2020년 3월부터 5월 사이 프랑스, 이탈리아, 노르웨이, 핀란드,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6개국에 전파된 유해 정보 98개 사례를 조사했다 [14].
그 결과, 인포데믹은 6가지 방식으로 사람들을 괴롭혔다. 첫째, 확산되는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한 적절한 보호 조치를 단념하게 했다. 둘째, 바이러스에 대한 잘못된 혹은 해로운 치료법 사용을 촉진시켰다. 셋째, 바이러스 전염 메커니즘을 잘못 전달했다. 넷째, 팬데믹과 관련된 위험을 경시하도록 했다. 다섯째, 사람들을 현혹해 바이러스에 대한 가짜 처방법과 약물을 구매하게 하거나 각각이 지닌 기밀 개인 정보를 드러내도록 했다. 여섯째, 혐오 발언·괴롭힘으로 바이러스 유포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을 제물로 삼았다. 이 6가지 방식은 정보의 내용으로 인해 고스란히 6가지 인포데믹 특징을 발생시켰다 [14].
리뷰논문에서는 코로나19 대유행 처음 3개월 동안, 어떤 정보를 포함하고 있느냐에 따라 인포데믹을 6개로 구분했다. 첫째, 마스크 착용, 손 소독제 사용, 사회적 거리두기 등 권장된 의무조치가 유해하거나 불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정부의 발표를 의심하고 두려움에 호소하는 메시지다. 둘째, 과학적 근거 없이 바이러스에 대한 잘못된 혹은 유해한 의학적 조언을 담고 있는 내용이다. 셋째, 혈액형, 흡연·음주나 뜨거운 음료 선호 혹은 건강한 식습관 등으로 코로나19 면역력이 있다거나 감염될 가능성이 없다고 잘못 믿게 만드는 내용이다. 넷째, 코로나19가 존재하지 않았거나 심각하지 않으며 전반적인 감염 위험성이 낮고 곧 종식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로 인해 건강 위험에 대한 잠재적 인식을 흐리게 하고 신중한 행동을 못하도록 방해한다. 다섯째, 팬데믹의 불확실성을 이용해 사람들을 속여 바이러스에 대한 가짜 보호 장치나 처방법, 약물 등을 사게 하거나 기밀 개인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여섯째, 바이러스 유포자로 낙인찍힌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혐오 발언·괴롭힘을 담고 있는 메시지다 [14].
넷째, 정보의 양·속도에 따른 인포데믹의 주요 특징이다. 인포데믹에서 경험하는 정보량의 급격한 증가는 정보 관련 위치, 용량, 품질, 가시성, 유효성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 반면 새로운 정보가 생성되는 속도는 정보에 대한 평가, 게이트키핑(문지기 역할), 적용, 히스토리(역사), 낭비 관련해 문제를 일으킨다. 이로 인해 인포데믹에 대한 분석과 검증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15].
인포데믹의 양적 측면에서는 역설이 발생한다. 마치 몸통이 꼬리를 흔드는 게 아니라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인터넷 정보의 롱테일 법칙’이 나타나는 것이다. 정보가 너무 광범위하게 흩어져 있기에 자신이 갖고 있는 정보만 신뢰하는 국소화 현상이 나타난다. 심지어 가장 신뢰할 만한 저널에 발표된 연구 증거조차도 얼마나 정확한지 확신할 수 없다.
무엇이 감염병 관련 인포데믹인지 아는 게 중요하다. 인포데믹은 비전문가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전문가 역시 편향된 과학 지식과 자신의 이익을 위한 믿음만을 가지고 있다면 인포데믹을 만들어낼 수 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한다면, 과학사 전체가 인포데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잘못된 과학지식이 대중을 현혹하고 이끌었던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이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로 바뀌기까지 1300년이 걸렸다. 그때는 과학 지식의 부족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현대의 인포데믹은 오히려 과학 지식이 넘쳐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백신 반대 운동가이자 전직 의사였던 앤드류 웨이크필드의 MMR(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 혼합백신)에 대한 부작용 논문은 1998년 2월 <란셋>에 게재됐다가 2010년에야 철회됐다. 그의 주장은 전 세계로 확산됐고 아직까지 인터넷상에서 떠돌고 있다 [15].
앤드류 웨이크필드 사건으로 백신 접종률이 급격히 감소해 전 세계적으로 홍역이 많이 발생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건 그가 이 가짜 논문으로 사적 이익을 취했다는 점이다. 앤드류 웨이크 필드는 진단 키트를 판매해 연간 최대 4천300만 달러(현재 환율로만 약 536억 7천만 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분명 사적 이득을 취한 경우다 [16].
추정은 인포데믹으로 변질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어떻게 잘못을 바로잡느냐이다. 인포데믹을 절대적으로 고정된 절망이 아니라, 검증·수정의 객관적 절차와 비판 의식으로 바꾸어나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 기반은 분명 과학이어야 할 것이다.
2.1.2. 정보역학과 인포데믹
1996년, 인터넷상에 배포된 식이 관련 정보에 대한 메타적 분석 연구결과가 출판됐다. 당시 캐나다 노던브리티시컬럼비아대 공중보건학과의 데이비슨 교수가 쓴 논문이었다. ‘캐나다인을 위한 건강한 식생활과 영양 권장 사항 가이드라인’과 인터넷에 올라온 식이 정보 사이에 어떤 차이점들이 있는지 167개의 문서들을 비교해본 것이다. 가이드라인과 인터넷 정보 사이에는 50% 이상 차이 나는 것들도 있었다. 이 때문에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는 정보 자원에 대해 일관성 있는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17].
데이비슨 교수의 연구는 최초의 ‘정보역학(infodemiology)’ 연구로 간주된다. 정보역학 연구는 웹사이트의 접근성, 가독성, 유용성, 윤리성 등을 분석했다. 정보역학이 정보에 대한 메타적 차원의 연구였으나, 정보의 참·거짓 여부도 포함해 분석을 시도했다. 즉, 사용자가 양질의 정보를 선택할 수 있도록 가이드 한 것이다 [18].
인터넷 도입 초창기에 이뤄진 측면을 강조하기 위해 ‘정보역학’이라고 표기했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정보 전염병학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정보 전염병인 인포데믹과 구별하기 위해서 정보역학이라고 썼다. 정보역학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연구하고, 인포데믹은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집중한다 [15].
정보역학은 인터넷이 본격 도입되기 시작한 1990년대 중후반 이후로 활발히 이루어졌다. 정보의 만연이 가져온 새로운 지평이자 비극이라 할 수 있다. 정보역학이 가치중립적 연구라면 인포데믹은 가치 부정적 현상이다. 이 당시에는 공공의 영역인 정부 사이트와 민간의 영역인 상업 사이트 사이에 과연 어떤 정보가 더욱 믿을 만한 것인지 분석하는 데 집중했다. 어떤 사이트가 더욱 좋은 사이트인지 고민한 것이다. 서로 더 좋은 사이트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페이스북(2004), 트위터(2006)가 생기기 전의 일이다.
2002년 군터 아이센바흐 세계e보건혁신센터 수석 과학자는 ‘정보역학’이라는 말을 만들었다. 그에 따르면 정보역학은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건강에 대한 정보와 허위 정보에 대한 결정 요인 및 분포에 대한 연구.” 정보역학은 보건 전문가와 환자에게 인터넷에서 양질의 건강 관련 정보를 안내하는 데 유용할 수 있다. 정보역학은 몇몇 전문가들이 알고 있는 최선의 증거와 일반 시민들이 알고 있는 현실 사이에 지식 해석의 차이를 드러낸다. 고품질의 정보가 무엇인지 식별하는 것이다. 아이센바흐는 정보역학을 “인터넷상에서 공중보건·공공정책을 알리기 위한 정보 배포와 정보 품질 요인에 대한 과학”이라고 강조했다. 정보역학은 정보를 질병으로 간주한다. 한편, 정보역학은 ‘정보감시(infoveilance)’하고도 연관된다. 정보감시는 “공중 보건 분야의 정보 응용 프로그램에 대한 체계적인 감시”다 [15, 19].
2.2. 인포데믹과 질병 연구의 관계
인포데믹과 질병 연구의 관계는 ‘원인-현상-시사점’으로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포데믹은 질병 연구에 독이 된다. 건전한 소통으로 질병 연구를 발전시키기보다 자원 낭비와 소모적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왜 그토록 수많은 허위정보가 난무하는가? 인간은 어떻게든 자신의 이야기를 재잘거리고 싶어하는 본성을 지닌다. 자신이 갖고 있는 정보가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그래서 검증과 수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과정은 지난하고 쉽지 않다. 특히 검증·수정에서 긴장감과 자괴감이 발생하기도 한다.
인포데믹과 질병 연구의 관계에서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전문가 집단이다. 다만, 전문가 집단은 새로운 지식에 대해 열린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많다. 전문가 집단은 앞서 언급한 사회에 끼치는 영향과 인포데믹의 두 측면 (표 1)과 연결된다. 오류를 어떻게 검증하고 수정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다.
전문가라고 해도 인포데믹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전문가 말 한마디는 매우 신중하게 전파되어야 하지만, 정보의 과잉이나 과학지식의 한계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대중은 호도될 수 있다.
2.2.1. 전문가 집단
① 정보의 과잉
시대마다 상황이 달라서 정보와 확산 양식도 변한다. 과거에는 전문성 부족이 원인이었다. 현대에는 전문성 과잉이 문제다. 정보의 과잉이 인포데믹의 시작이다.
“참과 거짓, 원본과 복사본, 중요한 것과 세속적인 것을 구분하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어려워졌다.” “이상하게도, 진정한 과학적 정보의 정확성을 보장하는 것보다 잘못된 정보를 직접적으로 감지하는 게 종종 더 쉽다.” 크리스 질렌스키 영국 윈체스터대 보건·웰빙학과 방문연구원은 이같이 강조했다. 2020년에는 소셜 미디어의 잘못된 정보로 인해 5천800명이 병원에 입원했다. 특히 같은 해 초 3개월 동안 인포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최소 800명이 사망했다. 코로나19 치료제로 메탄올과 알코올 성분 세척제가 좋다는 거짓 정보 때문이었다 [15].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7만 5천 개 이상이 과학 논문이 발표됐다. 2020년 11월에는 매 3분마다 새로운 논문이 쏟아졌다. 정보의 양뿐만 아니라 속도 역시 굉장히 달라졌다. 의학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인 <MedRxiv>는 게시물이 400% 이상 증가한 반면, 조회 수와 다운로드는 100배 이상 늘었다. 의학논문 게시물은 2019년 마지막 15주 동안 586개에서 2020년 첫 15주 동안 2천572개로 증가했다 [15]. 과연 이 수많은 논문들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무엇이 참인지 가려낼 방도는 무엇일까? 질병연구를 하는 과학자 집단 역시 어떤 논문을 인용하고 참고해야 할지 난감할 뿐이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응과 질병연구에서 가장 힘든 건 표준의 부재다. 쏟아지는 데이터와 진화하는 치료법에서 갈팡질팡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의사들은 환자들이 중병에 걸려 죽어가는 걸 지켜만 봐야 했다. 똑똑한 의사나 과학자들은 코로나19 앞에서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임시방편으로 <사이언스>는 의사들을 위해 과연 무엇이 최선인지 그 전략을 소개했다 [20]. 코로나19 대응에서 중요한 약물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대응 방법을 알려준 것이다. 질병연구와 대응에서 발생하는 인포데믹을 방지하기 위한 정보 공유다.
2021년 3월, 미국 555개 병원은 코로나19 환자 약 20만 명을 분석했다. 이 분석에 의하면, 코로나19 환자 사망률은 2020년 3월의 22.1%에서 같은 해 8월 6.5%로 낮아졌다. 코로나19 환자들이 보이는 뚜렷한 증상 중 하나는 혈중 산소 농도가 94% 미만인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코로나19 환자들 약 30%는 중증환자 치료실로 이동해 치료를 받았다. 폐나 몸속 다른 내부 기관들에 염증성 징후들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폐에 강제로 공기를 넣으면 오히려 폐가 더욱 손상될 수 있다. 산소가 부족하면 환자는 아프다. 이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의사들은 계속 노력하고 있다 [20, 21].
전문가 집단마다 정보의 과잉으로 인해 판단이 다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입원 위험의 약 67%를 줄일 수 있는 중간시험 데이터를 근거해 단일클론항체 연구를 제약사에 응급 사용 허가했다. 단일클론항체는 특정 항원에 결합해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역할을 한다. 항체 단백질을 실험실에서 만들어 신체의 면역 반응을 모방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데이터가 권장할 만큼 충분하지 않아 중립적 입장을 유지했다. 코로나19 관련 임상시험들이 지닌 시간과 규모들이 상이하기 때문이다. 이 역시 정보의 과잉에 따른 문제점이다. 비슷한 경우는 항바이러스제인 렘데시비르(remdesivir)에서도 나타났다. 이 항바이러스제는 몇몇 연구에선 환자의 회복 속도를 빠르게 했으나, 또 다른 연구에선 그렇지 못했다 [20, 21].
질병연구와 환자 치료에서 과연 무엇이 최선일까? 매튜 셈러 의사는 미국 밴더빌트대 중환자실에서 일한다. 그는 “현재 질병과 죽음에 효과 없는 항말라리아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를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셈러 의사는 “수만 혹은 수십만 명의 환자들이 효과적이지 않거나 해로운 치료법을 받았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코로나19에 대한 완벽한 치료법은 없다.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생긴다는 문제점도 있다. 그 가운데 인포데믹 역시 질병연구를 방해하고 있다 [20, 21].
<사이언스>가 제시한 최선의 코로나19 질병연구와 치료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코로나19 병원체인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복제되는 걸 막아야 한다. 둘째, 코로나19 확진으로 바이러스 감염이 진행되면 우리 몸의 장기가 손상될 수 있기에 과잉 면역 반응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혈당 강하제 스테로이드 덱사메타손이나 항염증제인 토십리주맙(tocilizumab) 등 몇몇 치료법은 효과가 있다는 게 입증됐다. 아래는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질병연구와 치료의 주요 단계를 정리한 것이다 [20, 21].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앞에 전 인류는 당황했다. 그래서 마구잡이로 정보를 퍼뜨렸다.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초기 30일 동안 일어난 일을 보자. 트윗은 5억 5천만 개에 달했다. 1만 9천2백 개의 뉴스와 학술논문이 쏟아졌다. 또한 3억 6천1백만 개의 유튜브 동영상이 코로나19를 알렸다. 여기엔 코로나19 관련 중요한 콘텐츠나 정보가 분명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이 비슷한 정보를 재 확산하거나 허위로 꾸며진 정보들이었다. 이와 같은 내용은 범아메리칸 보건기구(Pan American Health Organization)가 2020년 발간한 자료집에서 밝혀졌다. 자료집은 “잘못된 정보는 콘텐츠 제작 및 배포 경로가 성장하는 것과 같은 속도로 확장한다”라며 “인포데믹이 허위정보로 확산되는 사이클을 부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22].
② 과학지식의 한계
현대의학은 수많은 정보를 낳는다. 그런데 각 기관별로, 실험별로 입장 차이가 발생하고 결과가 달라진다. 차이를 인정하고 더 나은 정보를 수립하는 게 과학의 단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동시대인들은 과학지식의 한계로 인해 허위 정보를 믿게 된다. 전문가 집단도 마찬가지다. 두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첫째 위궤양의 원인이다.
위궤양은 현대인이 매일 달고 사는 질병 중 하나이다. 위 안쪽 내벽에 상처가 생겨서 발생하는 흔한 질병이지만, 위암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 위점막이 손상되면 한마디로 속이 쓰리다. 위궤양의 원인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라는 박테리아다. 2005년, 호주의 의학 연구자인 로빈 워런과 배리 마셜은 노벨의학상을 수상했다. 박테리아가 위궤양을 발생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낸 공로가 인정됐다. 하지만 이 결론에 이르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23].
20세기 초 의사들은 박테리아와 위산 둘 다를 위궤양 원인으로 고려했다. 1954년, 실제로 E.D. 팔머 위장병학자가 1천 명을 대상으로 위(胃) 조직검사를 했다. 그 결과 박테리아가 있다는 걸 과학적으로 증명해내지 못했다. 더욱이, 위산 억제 치료법으로 치료한 환자들은 증상이 호전됐다. 하지만 환자들은 위궤양이 재발했다. 팔머의 이러한 결과로 인해 박테리아와 위궤양은 연관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인간의 위에서 박테리아가 살지 못할 것처럼 각인된 셈이다. 팔머의 조직검사 후 약 30년이 지난 후에야 로빈 워런과 배리 마셜은 위궤양이 있는 조직 부근에서 새로운 종의 박테리아를 발견했다. 즉, 박테리아가 인간의 위에서 살아갈 수 있음이 증명된 것이다. 하지만 위산 과다가 워낙 위궤양의 원인인 것처럼 뉴스로 퍼져 있어 편견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았다. 마셜은 직접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배양 접시를 직접 마시는 무모한 실험을 강행하기도 했다 [23].
지금도 흔히 위궤양이 발생하면 생각하는 건 위산 과다이다. 실제로 위산 과다가 속 쓰림을 유발할 수 있지만 위궤양의 유일하고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다. 위산 분비가 증가하지 않아도 위궤양이 발생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질병 사전 [24]에 따르면, 위궤양의 원인은 위장 점막에서 발생하는 병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위궤양의 대표적 원인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이다.
둘째 아스피린과 암, 특히 전이성 암과의 연관성이다. 심장마비와 뇌졸중을 예방하기 위해 저용량 아스피린(75∼150mg)을 복용한다. 그 효과가 44%라고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아스피린을 규칙적으로 먹으면 암의 위험도와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991년 <뉴잉글랜드의학저널>에 실린 한 논문에서는 이 같은 연관성이 나타났다. 한 달에 적어도 16번 아스피린을 먹었더니 6년이라는 기간 동안 대장암 사망률 위험도가 40%가량 낮아진 것이다. 이 실험은 50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했다. 2017년, 하버드대 의과대학 과학자들의 비슷한 연구도 있었다. 하버드대 실험에서는 대장암과 연관성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여성의 경우에는 유방암 사망 위험이 11% 줄어드는 관련성을 보였다 [25].
하지만 1991년과 2017년 연구는 관찰연구라는 점에서 한계를 갖는다. 아스피린을 복용하고 자가 보고하도록 했기에 어떤 허위가 포함돼 있을지 모른다. 아스피린과 암의 연관성이라는 것도 그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지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확신할 수 없다. 그래서 연구진들은 임상시험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무작위 대조시험을 실시하고, 이에 대한 메타분석도 했다. 하지만 메타분석 역시 효과를 입증하려면 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아스피린의 혜택을 정말 볼 수 있는지 여부도 관건이다. 아스피린은 위궤양이 있거나 아스피린과 반응하는 또 다른 약품을 먹는 환자들한테는 출혈이라는 부작용을 낳는다. 그래서 미국 질병예방특별위원회는 나이대별로 까다로운 조건을 걸고 아스피린 복용을 권유하지만, 미국 식품의약국이나 유럽심장학회는 권유하지 않는다 [25].
과학지식의 한계는 인류가 생존해 있는 한 피해 갈 수 없다. 과학의 속성은 그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태도를 지닌다. 인포데믹은 과학기술이 문제가 아니라 과학기술의 남용에 따른 맹목적 현상이다. 과학지식에 한계가 있더라도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인류는 진보하거나 후퇴할 수 있다. 코로나19의 병원체인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시대처럼 말이다.
2.2.2. 인플루언서
인플루언서(influencer)는 수십만 명에서 수백만 명에 가까운 구독자를 거느린 정보전달자이다. 최근엔 SNS뿐만 아니라 영상 플랫폼에도 인플루언서들이 많다. 인플루언서의 한마디는 전문가의 조언보다 더욱 영향력이 크다. 인플루언서는 연예인부터 정치인, 전문가까지 다양하다. 전문 분야가 모두 다르고 공신력 역시 어떤 인플루언서이냐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질병 연구와 관련해서는 주로 전문가나 정치인이 문제가 된다.
2020년 6월 20일,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대한 임상 시험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에 걸렸거나 증상이 있는 약 500명을 대상으로 항말라리아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투여해 효과를 살펴봤다. 결국, 항말라리아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19에 효과가 없다는 걸 공개적으로 알린 셈이다 [26].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의사가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전신 홍반 루푸스를 치료하기 위해 자주 사용한다. 하지만 근육 약화와 심장 부정맥을 포함한 심각한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7].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창궐하기 시작할 즈음에, 항말라리아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제라고 지속적으로 공언한 바 있다. 본인 스스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먹고 입증하려 했다. 이 약이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과학적 분석에 기반한 임상 시험과 연구 결과는 그렇지 않다는 걸 증명했다. 특히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심장 박동 등 부작용의 가능성까지 있어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데 걸림돌이 됐다. 전염병에 대처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처방법은 한정된 자원이 제대로 쓰이지 못하게 한다. 그렇지 않다는 과학적 증거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었어도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고집을 꺽지 않았다.
2020년 7월경, 코로나19 대유행 중에 미국 텍사스 휴스턴에 거주하고 있는 스텔라 임마누엘 박사(트위터 계정 ‘@stella_immanuel’)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활용해 350명의 환자를 치료했다고 SNS에서 주장했다. 특히 그는 “코로나19는 치료법이 있다. 미국이여, 일어나라”라고 적었다. 입증되지도 않고, 오히려 부작용으로 오히려 위험할 수 있는 항말라리아제를 코로나19 치료제라고 주장한 것이다. 의사라는 영향력을 잘못 활용한 셈이다. 아울러, 이 약을 복용하면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도 필요 없다는 허위 정보를 퍼뜨렸다. 2020년 7월 27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 치료제가 있다는 이 트윗을 리트윗 하며 그 효용성을 그 후 계속 주장했다. 과학자들이 현재까지 코로나19와 변이들에 대해 다양한 치료법과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의 수장이 거짓 정보를 올린 것이다. 이 때문에 트위터 본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해당 트윗을 삭제했다. 트위터 측은 다음 날 “동영상이 포함된 트윗은 코로나19에 대한 잘못된 정보 정책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수천만 명의 팔로워들이 이미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리트윗을 본 후였다 [27, 28].
임마누엘 박사는 심지어 미국 대법원 앞에서 연설하는 동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거기서 그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카메룬에서 복용하는 게 일반적이며 해롭지 않다고 강조했다. 카메룬은 코로나19가 아니라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복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임마누엘 박사는 카메룬 출신이다. 물론 임마누엘 박사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위해성 없음을 강조하려고 한 측면도 있지만,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강조한 것은 명백히 허위 정보였다. 그 당시 백악관의 코로나바이러스 태스크포스 수장이었던 앤서나 파우치 박사는 한 인터뷰에서 “좋은 연구는 데이터가 확고하고 믿을 수 있는 무작위 대조 연구를 의미한다”라며 “모든 좋은 연구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19 치료에 효과적이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라고 밝혔다 [27].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나 임마누엘 박사는 왜 그토록 허위 정보를 올리고 맹신한 것일까?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제조사한테 매수라도 된 것일까? 이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려고 하니 검색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떤 이유에서 인포데믹을 조장한 것일까? 트럼프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조속히 코로나19를 진압하고자 하는 열망이 컸을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이 주장한 의견을 확대 해석해 대중들의 마음을 현혹시키려 한 것이다. 한 국가의 수장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하려고 한 순수한 의도라면 괜찮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인 소통 부재와 편견은 정치인으로서 인플루언서가 어떻게 인포데믹을 조장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정보의 홍수 시대다.
너무나 많은 정보들을 선별하는 게 또 다른 일이 되고 있다. 더 나아가, 잘못된 정보로 인해 질병연구에 장벽이 되고 있다. 전통적 과학이 추구하는 ‘가설-시험-리뷰-입증-수정-재현’이라는 단계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지만 거짓된 정보는 대중을 호도할 수 있다. 특히 생존이 달려 있는 위급한 상황에서 공인의 한 마디는 큰 파장을 미칠 수 있다. 즉, 인포데믹의 만연이다. 임마누엘 박사와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은 인플루언서로서 인포데믹을 조장했다.
2020년 2월 15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의미심장한 트윗을 올렸다. 테드로스 아다놈 게브레이수스(Tedros Adhanom Ghebreyesus) 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의 발언을 인용한 것이다. 그는 “우리는 단지 전염병과 싸우고 있을 뿐 아니라 인포데믹과 싸우고 있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29].
인플루언서 중 정치인들의 말에 의해 잘못된 정보가 확산되는 걸 ‘폴리데믹(polidemic: pol-itics + endemic)’이라고 부른다. 일종의 정치 전염병이다. 강철 서울시립대 객원교수(자유융합대학)는 폴리데믹이 인포데믹보다 더욱 심각한 사회적 문제라고 비판했다. 왜냐하면 인포데믹은 정확한 정보를 제때 신속히 제공함으로써 허위 정보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폴리데믹은 정치적 성향으로 인해 자신의 입장을 바꾸기가 어렵다. 시민들이 좋은 방역정보를 알고 있음에도 정치적 편견 때문에 가짜 뉴스를 일부러 퍼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30].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막말과 활동이야말로 폴리데믹의 전형이다. 그의 트위터 계정은 영구 제명됐지만, 현재 인스타그램 계정만 보더라도 팔로워 수가 236만 명에 달한다 [31]. 하지만 그의 트위터가 퍼뜨린 가짜 뉴스는 지금도 인터넷을 유영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유명인이나 정부의 공신력을 이용해 허위정보를 퍼뜨리는 경우다. 2003년 중국에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이 발생했을 때 영웅 대접을 받았던 중난산 공정원 원사. 그는 코로나19 관련해서도 직접 우한에 가서 감염이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현재도 코로나19 관련해서 공신력 있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한 중국의 역학자인 리란주안 저장대(浙江大) 교수(국가위생건강위원회 선임 전문가팀 일원)는 코로나19 방역에서 초기 봉쇄를 통해 바이러스 확산을 막았다. 리란주안 교수는 2020년 네이처 선정 '올해의 10대 과학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32, 33].
이 두 명의 과학자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회적 기여를 해 존경을 받고 있다. 하지만 중난산 공정원 원사나 리란주안 교수 등 유명인과 전문가의 이름으로 인포데믹이 발생했다. 2020년 1월부터 3월 중순 무렵, 이들을 포함한 인플루언서 이름을 도용해 확산된 허위정보가 30%에 달했다 [32]. 좋은 정보들 중에서 나쁜 정보를 걸러내긴 쉽지만, 나쁜 정보들 중에서 좋은 정보를 선별하기란 더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든다.
2.2.3. 개인과 대중
2021년 3월 23일, 문재인 전 대통령은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 바로 아스트라제네카사의 AZD1222 이었다. 그런데 간호사가 백신 주사기를 들고 잠시 가림막 뒤로 다녀온 것에 대해 우익 성향의 네티즌들이 의혹을 제기했다. 처음에 없던 뚜껑이 생겨서 백신 주사기를 바꿔치기했다는 것이었다. 아스트라제네카사의 백신을 화이자 백신으로 교체했다는 음모론이었다. 백신의 부작용을 정부에서 은폐하려고 했다는 허위 글에 대해 경찰 조사가 진행돼 당사자는 입건됐다. 잘못된 정보 게재에 대한 단속이 이뤄진 것이다 [34].
특정 개인의 편견이 담긴 생각과 잘못된 판단은 인포데믹을 불러온다. 한 명이 제기한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한 사회로 퍼져나간다. 의혹은 의혹 그 자체로 소중하다. 의심이 모든 학문의 시작이다. 하지만 그 의혹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검증하지 못하고 그대로 공개한다면, 소중한 의혹은 누군가를 죽일 수 있는 칼날로 변한다.
최근 길을 가다가 부부가 싸우는 광경을 목격했다. 원인은 백신 미접종이었다. 남편은 아내에게 “왜 국민 대부분이 맞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느냐”라고 나무랐다. 아내는 말을 잇지 못했다. 백신 미접종을 과연 개인의 선택으로 남겨둬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집단면역을 위해서도 백신 접종은 필요하다. 아내가 백신을 맞지 않은 이유는 아무래도 어떤 정보에 기인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 정보는 분명 백신 부작용에 관한 인포데믹이었을 것이다. 물론 코로나19 백신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세상에 만병통치약은 없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백신 이외에 사실 아무것도 없다. 물론 백신 자체에 대한 연구도 계속 이뤄져야 한다.
일부 개인들이 인포데믹을 조장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현실에 대한 객관적 해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어려운 현실을 부정하거나 용인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큰 것이다. 정부를 불신하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사태를 제대로 보기 위해선 여러 정보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해석할 줄 알아야 한다. 혹은 정부에 대한 불신이 부정을 위한 부정이 돼 인포데믹이 나타나기도 한다.
2021년 2월 26일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 후 한 달 동안 279명이 ‘코로나19 백신이 유전자를 변형시킨다’ 등과 같은 코로나19 백신 허위정보를 유포한 혐의로 붙잡혔다. 어떤 이는 시내의 버스정류장이나 전신주에 전단지 수십 장을 붙이며 ‘백신에 넣은 칩이 당신의 생명을 잃게 한다’ 등의 허위정보를 유포했다 [32, 35].
2020년 1월 15일, 중국의 우한 보건 당국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람을 통해서 전파될 가능성을 공식 인정했다. 2019년 12월 우한시에서 원인불명 집단 폐렴이 발생한 후 시간이 흐른 뒤였다. 그 기간 동안 수많은 음모론과 허위 정보가 퍼졌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생화학무기를 만들면서 유출됐다거나 감염자를 쳐다만 봐도 옮는다 등이 인포데믹의 내용이었다. 코로나19 병원체가 과연 어디서 나왔는지 아직까지도 밝히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엉뚱한 치료법이 확산됐다. 마늘이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다거나, 알코올이 코로나19를 퇴치할 수 있다는 소문이었다. 또한 의료인의 전문성을 의도적으로 이용해 코로나19에 걸리면 폐 절반이 섬유화 된다라는 허위 정보도 퍼졌다 [32].
2020년 10월 델타 변이가 인도에서 처음 발견됐다. 이때도 인포데믹이 기승을 부렸다. 우리나라에선 ‘주사요법으로 면역력을 증진하고 감염을 억제한다’ 혹은 ‘고춧대차·유산균·녹차 등 특정 식재료를 복용하면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다’ 등이 영상과 텍스트로 확산됐다 [32]. 모든 질환이 그러하겠지만, 특정 음식이 단기적으로 효과를 드러내는 경우는 드물다. 질병의 원인 역시 복합적이고 장기적이어서 쉽게 단정하기가 어렵다. 의료계가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이유다.
인포데믹은 코로나19와 마찬가지로 추적하다 보면, 그 기원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다. 최초의 유포자를 찾는 건 최초의 감염자를 밝혀내는 것만큼이나 힘들다. 한 개인의 실수는 대중 전체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2.3. 인포데믹의 영향과 대응
2.3.1. 인포데믹의 영향
세계보건기구(WHO)는 인포데믹의 영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인포데믹은 사람들이 스스로와 주변 사람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확신할 수 없을 때 발병을 심화시키거나 연장할 수 있다.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 사용의 확장, 즉 디지털화가 증가함에 따라 인포데믹은 더욱 빨리 증가할 수 있다. 디지털화는 정보 공백을 더 빨리 채우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만큼 유해한 메시지를 증폭시킬 수도 있다 [9].
“인포데믹은 스트레스, 기만, 폭력 및 피해를 유발함으로써 기본 인권인 건강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인포데믹은 건강·인권뿐만 아니라 사회의 결속과 안보 등 전 세계 정치 영역으로 확산되는 다층적인 문제로 인식된다.” 2022년 2월 24일, 국제 학술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 실린 논문은 이같이 인포데믹의 영향을 지적했다. 인포데믹은 집단적 히스테리의 부작용까지 있어 우려된다. 공동연구진은 32개 논문을 토대로 메타분석을 실시했다. 코로나19와 결부된 인포데믹 관련 키워드를 찾아 나선 것이다 [36].
가장 먼저 인포데믹이 코로나19와 관련해서 영향을 끼치는 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기원에 대한 인종적 편견이다. 이는 협력 체계의 연구를 저해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 ‘우한 폐렴’이라는 초기 지적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에 대한 차별과 낙인을 촉발했다. 인포데믹이 외국인 혐오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검증·수정의 가능성이 없는 즉각적인 판단과 의사결정은 차별과 불평등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인포데믹은 신체적 폭력, 가정과 노인 학대마저 낳을 수 있어 우려된다. 허위정보로 인해 가정에서 폭력 사태까지 발생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폭력이 발생하는 이유는 스트레스의 심리적 문제 때문이다. 인포데믹이 퍼뜨리는 불안한 뉴스들은 시민을 공포와 공황으로 몰아넣는다. 심지어 허위 정보는 우울증·피로도 발생시켰다 [36].
인포데믹이 불안과 우울증, 스트레스를 불러오는 건 아무래도 불확실한 정보가 마구 확산되는 이유가 가장 클 것이다. 코로나19 확진자·사망자가 늘어나는데, 과연 어떤 정보를 믿고 행동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공신력 있는 정보마저 명확한 원인이나 해결법을 제시해주지 못하면 시민들은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불안은 다시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왜냐하면 코로나19로 인해 심리적 불안뿐만 아니라 경제적 불안 등도 겹쳐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36].
인포데믹의 메커니즘은 네 가지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각각의 영향도 파악해볼 수 있다. 첫째, 상황 요소다. 코로나19 등 상황 자체에 내재된 문제는 결과적으로 인포데믹에 연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코로나19는 불안정하고 불확실하며 복잡하고 모호한 요소가 포함된 허위정보로 빠르게 변화하며 역동적인 상황으로 진화했다. 과학정보는 충분한 동료 검토(peer re-view)를 거치지 않고 확산됐다 [36].
발신자 요소는 인포데믹에서 자신의 상업적 또는 정치적 의제를 가지고 있다. 발신자 요소에는 편견, 편집증, 극단주의, 인종차별주의, 음모론, 마법 같은 치료제에 대한 믿음 등을 포함한 비합리적인 신념이 섞여 있다. 이 때문에 “바이러스가 실제로 정치화되었다”라고도 지적된다. 이는 앞서 살펴본 폴리데믹이다. 부적절한 마케팅의 예로는 중국에서 나타났다. 바로 입증·승인되지 않은 줄기 세포 기반 치료를 온라인에서 광고한 것이다. 그것도 소비자를 직접 대상으로 해서 말이다 [36].
도구 요소는 미디어의 문제다. 올드 미디어와 뉴 미디어 각각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규제되지 않은 환경에서 작동하는 소셜 미디어는 전문가가 전달하는 정확한 정보와 잘못된 정보를 모두 퍼뜨리는 데 기여했다. 아울러, 코로나19 관련해 학술 차원에서 엄격한 편집이나 기준 없이 질 낮은 기사나 논문 등이 게재됐다. 뉴스 자동 알고리즘인 인공지능 봇도 인포데믹 확산에 기여했다 [36].
수신자 요소는 인포데믹에 반대하는 개인이나 집단과 관련 있다. 특히 디지털 보건 리터러시(해석 능력)가 낮은 게 문제다. 과학지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면 허위 정보의 소비를 증가시킬 수 있다. 개인이 인포데믹에 경도되는 이유로 낮은 교육 수준, 어린 나이, 스스로에 대한 낮은 인식적 신뢰, 불확실성 회피 경향, 집단 나르시시즘, 음모론 제기하는 경향, 종교적 신념 등이 제시됐다 [36].
네 가지 요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인포데믹의 영향은 심리적인 수준에서부터 정치적·상업적까지 광범위하다. 심리적 수준은 불안에 따른 히스테리와 우울증과 격리에 따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다. 정치적·상업적 영역은 잘못된 믿음과 소비로 이어질 수는 가능성이 포진해 있다. 요컨대, 인포데믹은 정신 건강에서부터 정치경제적 행동에까지 나쁜 영향을 끼친다 [36]. 그렇다면 인포데믹의 영향은 대응 방안으로 이어진다.
2.3.2. 인포데믹 대응하기
① 회복탄력성
세계보건기구(WHO)는 인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서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강조한다. 전 세계 사람들이 잘못된 정보로부터 안정을 되찾고 제대로 된 정보에 접근할 수도 있도록 하는 게 바로 ‘회복탄력성’이다. 우리는 스스로 치유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인포데믹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회복탄력성이다. 이를 위한 인포데믹 관리는 위험 및 증거 기반 분석과 접근 방식을 체계적으로 사용해 인포데믹을 관리하고 건강 비상 상황에서 건강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것이다 [9].
인포데믹 관리는 5가지 유형의 활동으로 좋은 건강의 대응 관행을 가능하게 하는 걸 목표로 한다 [9].
1. 지역사회의 우려와 질문에 귀 기울이기
2. 위험 및 보건 전문가 조언에 대한 이해 증진
3. 잘못된 정보에 대한 회복력 구축
4. 긍정적 행동을 취하도록 커뮤니티 참여 및 권한 부여
5. ‘인포데믹 관리 뉴스 플래시(Infodemic Management News Flash)’를 구독해 최신 격주 뉴스레터 확인하기
또한, 세계보건기구는 학계와 협력해 인포데믹 관리를 위한 공중 보건 연구 의제를 개발하고 다양한 전문가 그룹과 협력해 인포데믹 관리에 대한 역량 프레임워크 및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인포데믹 대응 연합(Africa Infodemic Response Alliance, AIRA)과 같은 지역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보건기구는 진화하는 보건 분야 인포데믹에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즉, 인포데믹에 맞서는 새로운 전략을 육성하고 있다. 건강 위협에 대한 대비와 조기 탐지를 목표로 말이다 [9].
AIRA는 △팩트체킹 △미디어 조직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혁신 기구 △선도적인 정부·비정구 기구들을 한 데 모은 최초의 지역 네트워크다. 이곳에는 사회과학부터 공중보건까지 다양한 분야의 1천300명 이상의 전문가가 직간접적으로 참여한다. 세계보건기구와의 협력에 따른 주요 기능은 다음과 같다 [37].
1. 정보 격차와 잘못된 정보를 식별한다.
2. 기술 관련 지식을 단순화한다.
3. 정확한 정보를 널리 퍼뜨린다.
4. (인포데믹과 인포데믹 대응에 따른) 간섭효과를 정량화한다.
한편, 2020년 6월 20일, 세계보건기구 132개 회원국들은 결의안을 통해 정보 전염병 대응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인식하고 결속력을 갖고 행동을 촉구하는 요구에 응답했다. 한국도 이 결의안에 참여했다. 결의안에서 눈에 띄는 표현은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잘못된 정보, 증오, 희생양 만들기, 협박하기의 쓰나미가 촉발됐다”이다 [38].
회복탄력성은 개인으로부터 출발해 집단 전체에 필요한 과정이다. 정보의 피로를 극복하고, 잘못된 정보에서 기인한 행동을 바로 잡으며 정신적·물질적으로 이성의 끈을 부여잡아야 하는 것이다. 회복탄력성이야말로 인포데믹 대응의 시작이자 핵심이다.
② 비영리기구 코렉티브
독일의 공익 탐사보도 ‘코렉티브(CORRECTIV)’는 2014년에 설립된 비영리기구다. 20명의 직원과 500명 이상의 자원봉사가 일하는 코렉티브는 탐사 저널리즘을 통해 조직적인 기만과 남용을 폭로하고 권력자에게 책임을 묻는 역할을 하고 있다. 코렉티브의 역할 중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바로 ‘팩트체크’이다. 정치, 경제, 사회적인 이슈들에 대한 팩트체크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건 바로 코로나19 관련 팩트체크다 [39, 40].
2020년 11월 1일, 스웨덴에선 ‘세계 자유 동맹(World Freedom Alliance)’ 설립을 위한 회의가 열렸다. 냉담하고 억압적인 코로나19 정책에 반대하는 자유주의 운동을 펼친 것이다. 헤이코 스코닝이라는 의사도 포함된 이 회의에선 ‘치명적인 바이러스는 없다’는 걸 주창했다. 이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의 뉴노멀을 원치 않는다. 더 나아가 세계 자유 동맹은 코로나19에 대한 음모론을 제기한다. 이곳에선 대체 의학적 치유 방법을 논의하고, 백신 접종에 대한 허위 주장을 유포하고 있다. 세계 자유 동맹은 스페인, 헝가리, 스웨덴 등에서 그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코렉티브는 세계 자유 동맹을 스웨덴 미디어와 함께 추적하고 고발했다. 코렉티브에 따르면, 헤이코 스코닝 의사는 베를린의학협회에 정식 등록돼 있지 않다. 또한 그는 우익 밀교 축제를 조직하기도 했다 [41].
12명의 학자와 의사로 구성된 세계 자유 연맹. 이곳의 수장인 돌로레스 카힐 전 더블린대 의과대 교수(단백질체학)는 열렬한 백신 접종 반대자이다. 2021년 1월경, 면역학 박사인 그녀는 코로나19 mRNA 백신 접종이 ‘사이토카인 폭풍’이라는 위험한 면역반응을 일으킨다고 주장했다. 사이토카인 폭풍은 항원에 대응하는 면역 과정에서 사이토카인 단백질이 급격히 발현돼 고열과 오한 등을 불러오는 이상 반응이다 [41].
카힐 전 교수는 마스크로 인해 아이들이 아이큐가 낮아질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결국, 페이스북은 카힐 전 교수를 허위 정보를 유포한 이유로 페이지 삭제 조치를 취했다. 그녀는 13만 명의 팔로워가 있었다. 런던 법원은 코로나19 봉쇄 반대 시위를 벌인 혐의로 2천500파운드(약 4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한편, 페이스북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1천600만 개 이상의 인포데믹 콘텐츠를 제거하고 관련 그룹과 페이지를 삭제했다. 또한 페이스북은 코렉티브와 같은 팩트체크 파트너들과의 네트워크 덕분에 1억6천700만 개 이상의 콘텐츠에 경고 조치를 시행했다 [42].
코렉티브의 팩트체크와 탐사 보도는 인포데믹을 대응하는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시민들의 기부로 운영되는 코렉티브는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진실을 추구한다. 인포데믹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 중 하나는 바로 정보의 제공자이다. 과연 누가 정보를 퍼뜨렸는가를 파헤치면, 그 정보가 진실인지 허위 정보인지 파악할 수 있다. 다만, 비영리기구 코렉티브의 활동은 일반 언론처럼 다양하고 활동적이지 못하다. 아무래도 예산과 인력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③ 전문가 집단 ‘루머를 앞선 팩트’
“가짜 뉴스 중에서 특히 백신에 대한 불신을 부추기는 의혹은 백신의 전파와 면역체계를 위협하는 요소로 나타났다. 또한 경제 수준과 문화권에 따라 인포데믹에 큰 차이가 나타났는데, GDP가 낮은 국가일수록 가짜 뉴스 노출이 증가했다.”-「40개국 데이터로 살펴본 코로나19 인포데믹의 여파」 중에서 [43]
가난한 나라일수록 인포데믹의 영향이 크다는 위 보고서의 내용은 충격적이다. 선진국은 팩트체크나 공신력 있는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허위정보를 어떻게든 걸러내거나 추적할 여지가 조금이라도 있는 셈이다. GDP에 따라 인포데믹의 양극화마저 발생한다니 씁쓸한 따름이다. 인포데믹 대응에서 중요한 한 축을 차지하는 게 바로 전문가 집단의 과학커뮤니케이션이다. ‘과학의 대중화, 대중의 과학화’라는 오래된 슬로건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과학자나 의사가 직접 정보를 검증·수정하는 게 필요하다. 보고서를 쓴 팀은 바로 기초과학연구원의 데이터사이언스팀 ‘루머를 앞선 팩트’다.
루머를 앞선 팩트는 중국과 한국에서 200개 이상의 소문을 팩트 체크해 15가지 핵심 메시지를 제공했다. 메시지는 인포그래픽을 통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베트남어 등 총 21개국 언어로 번역돼 루머를 앞선 팩트 홈페이지(www.ibs.re.kr/fbr)에서 제공하고 있다. 이 사이트는 설문조사도 실시했다. 총 151개국 5만 명 이상이 설문에 참여했다. 반면, 관련 설문조사가 실시되던 2020년 6월 18일∼7월 13일에도 “코로나19 백신이 인간의 생식능력을 저해한다거나 자폐증 등의 치명적인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식의 새로운 가짜 뉴스가 끊임없이 생겨났고 부작용에 대한 걱정은 백신 거부 운동으로 나타났다“ 라고 하니 인포데믹 대응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43].
「40개국 데이터로 살펴본 코로나19 인포데믹의 여파」를 쓴 차미영 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는 보고서를 통해 인포데믹이 어떻게 질병연구에 악영향을 미치는지 우려한다. “백신과 관련된 인포데믹은 의료 종사자 및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며, 백신 개발 및 접종에 악영향을 미쳐 감염병을 종식하려는 노력에 장애물이 된다.” 또한 차 교수는 “실제로 가짜뉴스는 일반 뉴스보다 온라인 전파 속도가 평균 6배 빠름이 확인되었다”라고 지적했다 [43]. 아울러, 차 교수는 심리적 측면에서도 인포데믹의 두 가지 문제점을 꼬집었다. 첫째, 확증편향이다. 선택적 정보 확인과 재확산이 바로 확증편향이다. 둘째, 정보의 폭포 현상이다. 이는 주변에서 특정한 정보를 믿는 사람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소문에 대한 믿음 역시 강화되는 현상이다 [43]. 차 교수는 인포데믹에 대응하는 과학적 방법을 아래와 같이 제시했다 [43].
1. 선제적으로 사실 확인된 결과를 전파함으로써 가짜뉴스 발생 자체를 차단하는 방법이다.
2. 전파 중인 가짜뉴스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가짜라고 태깅(tagging)해 주는 방법이다.
3. 인지 편향 현상을 이용하여, 사람들이 ‘가장 그럴싸하다’고 믿는 정보를 우선으로 팩트체크 순서를 정리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4. 전파가 잘 될 수 있는 영향력이 강한 팩트체크 메시지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만, 이런 노력들이 얼마만큼 강력하게 인포데믹에 대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초과학연구원의 ‘루머를 앞선 팩트체크’ 유튜브 동영상은 좋아요 5개와 235회의 조회수(2022년 4월 30일 현재)를 기록했다. 공공영역에서 펼쳐지는 뉴스들은 진실에 기반한 소식들이 많다보니, 종종 흥미가 떨어진다. 차 교수가 지적했듯이, 인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선 ‘영향력이 강한 팩트체크 메시지를 만드는 노력’이 절실하다.
④ 사전·즉각·사후 조치
디지털로 확산되는 정보들 중에서 과연 몇 퍼센트가 사실일까? 트윗을 단기간에 조사한 결과가 있다. 트윗을 분석한 것인데, 이에 따르면 약 4분의 1(25.4%)은 부정확했다. 100개 중 25개는 허위 정보였던 셈이다. 2020년 4월 17일, 4월 22일, 4월 25일 세 날짜를 선택해 연구가 진행됐다. 5개 신규 트위터 계정을 통해 ‘코로나19’, ‘치료’, ‘예방’, ‘응급’, ‘보충제나 비타민’ 등 보건 관련 키워드를 선택했다. 정치나 종교 등 코로나19와 상관없는 트윗은 배제했다. 그 결과, 권위 있는 전문가는 69개의 트윗(정부 31개, 의사 25개, 병원 13개)을 작성했다. 권위가 부족한 시민들은 289개의 트윗을 날렸다. 정보가 얼마나 정확한지는 좋아요·리트윗 숫자나 트윗이 랭크된 순위와는 관계가 없었다. 이 연구에선 25.4%가 SNS에서 부정확한 정보나 허위정보였다. 기존 연구에선 12%∼40%가 인포데믹인 것으로 조사됐다 [8].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소셜 미디어의 정보들이 전부 사실이 아니라는 게 이제 상식이다. 그 정보들을 해석하고 판단하는 리터러시가 갈수록 중요해진다. 그래서 시민들의 인식·자각이 중요하다. 이를 위한 디지털 차원의 보건 교육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불확실성을 분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유용한 방안도 마련됐다. 인포데믹을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는지 고민 끝에 사전-즉각-사후 조치를 마련한 것이다. 키워드는 정보의 신뢰 구축과 유지다. 사전 조치에선 위험을 인식하고 위험의 역량을 파악하는 데 따른 격차 분석이 핵심이다. 더 나아가 시민 보건 차원의 소통과 언론의 역할을 이해하기가 중요하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즉각 대응은 불합리한 것과 헛소문에 바로 반박하는 것이다. 관련 이해 관계자가 이끄는 커뮤니티 기반의 조치도 제시됐다. 사후 조치에는 필요한 때에 적절하게 심리적 차원에서 개입하기 등이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보건 리터러시 방침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대응이다 [36, 44].
물론 인포데믹에 대응하는 사전-즉각-사후 조치가 선언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실천의 측면에서 과연 무엇이 중요한지는 다 같이 고민할 숙제다. 중요한 건 사전-즉각-사후 단계에 따라 필요한 조치들이 있다는 점이다.
⑤ 인터넷 검열과 법제도
인터넷 검열은 양날의 검이다. 왜냐하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과 디지털 세상은 표현의 자유를 통해 이만큼 발전해왔다. 그 가운데 인포데믹이 발생했지만, 디지털 세계가 더욱 확장되고 진보하기 위해선 표현의 자유가 선행 조건이다. 표현의 자유가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인 셈이다. 표현의 자유가 없어지면, 인터넷은 경직될 수밖에 없다. 과학의 발전 역시 표현의 자유에 기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선 ‘모든 자유는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한에서 지켜야 한다’는 상식에 기대야 한다.
인터넷 검열과 법제도를 고려했을 때 가장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는 곳은 중국이다. 중국은 흑룡강성 고급인민법원이 공포한 ‘전염병의 발생·방지와 연관된 형사범죄를 엄하게 단속할 데 관한 통지(关于严厉打击涉疫情防控相关刑事犯罪的紧急通知)’에 따라 허위 정보가 엄중한 경우 사형 판결까지 내릴 수 있다. 물론 각 사안이 지닌 정황에 대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해석과 판결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또한 중국의 ‘네트워크 보안법’은 인터넷 검열로 악명이 높다. 네트워크 보안법은 네티즌들의 자유를 제한하고 개인정보를 침해할 염려가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 [32].
영국의 사회과학 저명 학술지 <세이지 저널(SAGE journal)>의 한 논문에 따르면, 전 세계 정부들 중 18개 나라는 코로나19 인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서 법령과 긴급 입법안을 마련했다. 각 정부마다 대응 유형도 조금씩 차이가 난다. 첫째, 헝가리와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악의적인 코로나19 바이러스 관련 허위 정보를 범죄로 대응한다. 헝가리는 막대한 벌금과 최대 5년 이하의 징역형을 처할 수 있게 했다. 둘째, 유럽과 영국은 허위 정보를 퇴치하기 위한 특별 기관(units)을 설치했다. 셋째, 인도 같은 경우 논란의 여지가 있는 팬데믹 콘텐츠 삭제에 대한 지침을 소셜 미디어 회사에 제공했다. 긴급 입법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도 있다. 그래서 세르비아와 불가리아에서는 성급하게 통과된 법령이 철회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 논문을 쓴 록사나 라두(Roxana Radu) 옥스퍼드대 법학 교수는 민주적 절차를 강조했다. 라두 교수는 “디지털 생태계와 관련된 글로벌 거버넌스 접근 방식을 찾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라고 밝혔다 [45].
한국은 ‘허위사실 유포’에 직접 처벌하지 않고 각 사례별로 죄의 내용에 따라 벌금을 부과한다. 명예훼손부터 공무집행 방해, 사기, 선거법 위반 등 다양하게 적용된다. 미국의 수정 헌법 제1조는 종교·언론·출판·집회의 자유를 강조한다. 전 세계적으로도 표현의 자유는 매우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인포데믹에 대응하는 게 쉽지 않다.
유네스코는 「코로나19: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고 신장하기 위한 사법 기관의 역할(COVID-19: The role of judicial operators in the protection and promotion of the right to freedom of ex-pression)」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코로나19라는 팬데믹에 긴급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시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남용을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인포데믹 관련, 허위 정보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는 정보 배포의 자유를 허용하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영향을 평가해 3단계 테스트를 거치라고 권고한다. 1단계는 법에 의해 규정되는가이다. 2단계는 정당한 목적을 추구하는가이다. 3단계는 민주사회에 필요하고 부합하는가이다 [46].
⑥ 플랫폼 자정 능력
페이스북은 2020년 상반기에 코로나19 관련 증오가 담긴 표현과 허위 정보에 대해 게시물 삭제를 실시했다. 전체 삭제 내용 중 88.8%가 인공지능에 의해 감지됐다 [45]. 앞서 언급했듯이, 트위터는 스텔라 임마누엘 박사,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을 중지시켰다. 허위 정보가 담긴 트윗은 삭제했다. 페이스북 역시 돌로레스 카힐 전 교수의 페이지를 삭제 조치했다. 소셜 미디어 회사들의 자정 능력이 이뤄진 것이다. 그때가 적절했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어쨌든 시정조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할 만하다.
유튜브는 ‘코로나19 관련 의학적으로 부정확한 정보 방침’을 제시한다. “유튜브는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나쁜 정보를 허용하지 않는다.” 유튜브는 코로나19에 대한 현지 보건 당국이나 세계보건기구의 의료 정보와 모순되는 부정확한 의료정보를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부정확한 치료 정보는 다음과 같다. 의사의 진찰을 받거나 병원에 가는 등의 치료를 대신해 가정 요법, 기도, 종교적 의식 등을 사용하도록 조장하는 영상 콘텐츠가 바로 부정확한 치료 정보에 해당한다. 특히 열대성 질병을 치료하는 사상충증·기생충 약인 이버멕틴(Ivermectin)과 앞서 지적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하도록 권장하는 콘텐츠는 금지된다 [47].
이버멕틴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의해서 승인됐지만, 여러 실험 결과, 이버멕틴은 임상적 이점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4월, FDA는 코로나19 치료제로 동물용 이버멕틴을 사용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현기증, 가려움증, 메스꺼움이나 설사 등 부작용 때문이다 [48].
하지만 2021년 9월 2일, 인기 팟캐스터이자 인플루언서인 조 로건(Joe Rogan)은 코로나19를 퇴치하기 위해 이버멕틴을 복용하고 있다고 인스타그램 1분 38초짜리 동영상에서 밝혔다. FDA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의 동영상은 2022년 4월 30일 현재, 6백9십1만 8천212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그는 1천4백90만 명의 팔로워를 갖고 있다. 코로나19에 확진된 그는 이버멕틴 외에도 단일클론항체, 지팩(Z-Pak. 미국에서 쉽게 처방되는 호흡기계 감염증 항생제), 비타민 수액 등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로건은 코로나19 백신이 안전하지 않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나중에 그는 자신이 백신 반대자는 아니라면서 본인 역시 존경받는 정보출처자가 아니라고 밝혔다 [49, 50].
코로나19를 예방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건 바로 마스크 착용이다. 이와 관련된 인포데믹 조장 콘텐츠 역시 금지된다. 가령, 마스크 착용이 위험하거나 신체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 마스크가 코로나19의 전파나 수축을 예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콘텐츠 역시 허용되지 않는다. 승인된 백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백신이 사망, 불임, 유산, 자폐증이나 다른 전염병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주장은 안 된다. 특히 백신에 태아조직이나 태아 세포주, 동물 제품에 들어 있는 생물학적 물질이 포함돼 있다는 주장도 콘텐츠로 만들어서 업로드하면 안 된다. 백신에 사람을 추적하거나 식별하기 위한 물질이나 장치가 포함돼 있다는 것도 콘텐츠로 금지된다. 반대로 모든 백신이 코로나19에 대한 확실한 치료법이라는 주장도 허용되지 않는다 [47].
트위터도 인포데믹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트위터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사기이거나 인구 통제를 위한 의도적인 시도의 일부라거나 5G 무선 기술이 코로나19를 유발하고 있다는 메시지는 삭제한다. 특히 코로나19가 임산부, 노약자, 어린이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실험의 일부이라는 메시지도 허용되지 않는다. 코로나19에 대해 승인되지 않는 치료법으로서 이산화염소나 포비돈 요오드가 사용될 수 있다는 허위 정보도 금지된다. 트위터는 허위 정보에 대해 단계적으로 경고 주고, 경고 라벨링을 한다. 특히 허위 정보가 리트윗 되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51].
거대 플랫폼들의 자정 능력은 더욱 진화해야 한다. 특히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해 인포데믹 확산을 막아야 할 것이다. 인포데믹은 기술로 탄생한 괴물이다. 이에 대해 최첨단 기술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과학기술의 양면성을 인정한다면, 인류는 어느 정도 균형감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최상위 도메인’을 구축하자는 제안도 있다. 보건 정보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설루션으로서 최상위 도메인을 시스템으로 구축하자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가 두 번을 시도했지만, 제대로 되지 못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교훈은 공중 보건에서 믿을 수 있는 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우쳐주었다. 비상사태에 대응하는 지식과 정보 차원의 계획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15].
2.4. 인포데믹 사례 분석
코로나19는 인류한테 급작스럽게 다가왔다. 그래서 사람들은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 ‘전대미문’의 팬데믹은 사실과 거짓을 구분하기 어렵게까지 만들었다. 인포데믹의 주를 이루는 내용은 코로나19의 기원, 감염 증상, 치료제 등이다. 특히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거부와 소문도 포함됐다. 이러한 인포데믹은 질병연구에 부정적일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싸우는 의료진에게 절망감을 안긴다.
중요한 건 정보에 대한 검증·수정 가능성이다. 인포데믹은 주로 온라인을 통해 디지털로 확산됐다. 그 내용은 “바이러스가 5G 무선통신망을 타고 전파한다”, “고춧대차·유산균·녹차 등 특정 식재료를 복용하면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다”처럼 허무맹랑한 것들부터 “코로나19 치료제(하이드록시클로로퀸)가 있다”라는 검증의 과정이 필요한 것, “코로나19 백신 의무접종 법안에 반대한다”라는 의사표현까지 다양하다. 과연 어떤 인포데믹들이 있었는지, 앞서 언급된 인포데믹 사례들을 하나씩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내용에 따라, ‘지식 한계’, ‘검증 필요’, ‘허무맹랑’, ‘사적 이익’으로 구별했다.
3. 환상특급과 인포데믹
1983년 개봉한 영화 「환상특급」에는 다음과 같은 에피소드가 나온다. 비행기에 탑승한 주인공은 비바람이 치는 하늘 때문에 불안감을 느낀다. 비행기 공포증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우연히 본 창문 밖에는 괴생명체가 날개 위에 앉아서 기체를 부수려고 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 정보를 알리려고 했으나, 불안감 때문에 한바탕 난리를 쳤던 터라 사람들이 믿지 않았다. 진정제를 먹고 잠을 자려고도 했으나, 괴생명체는 주인공 눈에만 보였다. 주인공은 보안관의 총을 뺐어 괴생명체를 쐈다. 비행기 안은 아수라장이 됐다. 결국, 비행기는 가까스로 착륙했다. 비행기를 살피던 조사관들은 엔진이 누군가에 의해 부서진 흔적을 찾았다.
이 영화는 주인공의 불안감으로 인해 비행기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다뤘다. 비행기를 지구 안이라고 생각하고, 주인공의 불안감과 환상을 인포데믹이라고 한다면 왠지 비슷하게 연결되는 것 같다. 괴생명체가 있다는 설정은 영화이기에 가능하다. 그래서 영화 제목이 ‘환상특급’이다. 자신이 본 것만 믿고 맹신한다면 비행기는 추락할 수 있다.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려고 한다면, 인류는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검증·수정의 가능성이다. 확산된 정보들 중에는 사실로 드러난 것들도 있다. 신발을 밖에 두면 코로나19 확산의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더 낮게 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그런 경우다. 또한 기침으로 나온 바이러스는 에어로졸이나 플라스틱·스테인리스 표면에선 하루 이상 살아남을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는 SNS 정보도 사실이었다. 계속 더 확인해야 하는 정보들도 있다. 동전·화폐로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례가 있다거나 비타민C 주사 맞기나 섭취가 코로나19 확진자의 증상을 완화했다는 정보는 과학적으로 검증돼야 한다 [52].
환상특급 같은 이야기는 현실에서도 일어났다. 하나는 작은 진실의 조각이 어떻게 허위 정보로 바뀌는지 보여준다. 다른 하나는 잘못된 믿음이 어떻게 살인까지 저지르는지 알려준다.
옥스퍼드대 로이터연구소 J. 스콧 브레넨은 팩트체커이다. 그와 연구팀은 225개의 가짜 뉴스의 내용과 출처, 범위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약 60%는 콘텐츠를 재맥락화하거나 재구성, 재조합한 것들이었다. 즉,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 남의 이야기를 재활용했다는 뜻이다. 일부 진실의 조각이 포함돼 있다고 하더라도 재구성되면서 진실은 더 이상 진실이 아니게 됐다. 예를 들어, 2020년 3월 3일, 한 동영상은 우한 시내 중심에서 까마귀들이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기승을 부릴 때, 까마귀들이 시체 때문에 몰려들었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사실 확인 결과, 영상 속 장소는 우한과는 1천 마일(약 1천609킬로미터) 떨어진 중국의 다른 도시였다. 동영상에서 보이는 까마귀는 실제 있었다. 이건 진실의 조각이었지만, 이 정보를 팬데믹과 연결시키는 순간 더 이상 진실이 아니게 됐다 [53].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학교의 바이러스학자 폴 헌터는 2015년부터 인포데믹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서아프리카에서 발생했던 에볼라를 통해 가짜 뉴스의 영향력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주민들은 에볼라가 의도적인 공격이라고 믿었다. 에볼라가 정부에 반대하는 이들을 내쫓으려는 술책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보건 당국에서 일하는 의료종사자들이 살인을 당하기도 했다. 특히 이런 가짜 뉴스를 믿는 이들은 에볼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데 소홀했다. 폴 헌터는 “부정확한 정보의 30%만 줄일 수 있어도 인포데믹의 실질적 영향을 막는 데 충분할지도 모른다. 그로써 희망컨대 사람들이 자신의 목숨을 지키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53].
4. 더 연구해야 할 지점
“건강 관련 허위 정보를 종식시킬 수 있는 묘책은 없다 [37].” 아마도 이 문장이 솔직한 결론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묘책이 아니더라도 최선의 대응책은 지금까지 서술했던 방식으로 시도할 수 있다.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뉴노멀의 시대가 됐듯이, 인포데믹과 함께 살아야 하는 디지털 시대이다.
대응책 중에 더 연구해야 할 지점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접근이 있다. 인포데믹은 디지털로 확산된다. 그 디지털을 움직이는 알고리즘을 분석하여 자동화 한 인공지능을 개발할 수 있다면, 인간 대 AI의 대결로 몰아갈 수 있다. 인포데믹은 시공간을 초월해서 무작위로 확산된다. 인공지능은 인포데믹의 초기 확산 경로를 분석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걸 방지할 가능성이 있다. 각종 플랫폼들이 코로나19 대응책으로 자정 능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다음으로 고민할 지점은 인포데믹이 질병연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정량화해보는 것이다. 하나의 트윗과 페이스북 게시물, 동영상이 질병연구에 미친 영향을 수치화해 대응한다면, 소문의 초기 확산과 허위 정보 게시에 대한 좀 더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해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질병연구라는 범위는 넓고 한 메시지가 어떤 파급력을 갖는지를 계산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현실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인포데믹 대응이 출발점인 건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인포데믹과 심리적·종교적 차원의 편향과 맹신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포데믹은 개인이 잘못된 믿음으로 인해 확산되는 경향이 있다. 그 믿음은 심리와 종교의 측면에서 분석될 수 있다. 인지과학도 이 지점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 잘못된 믿음이 어떻게 허위 정보를 맹신하고 확산시키는지 알 수 있다면, 정부의 방역정책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5. 결론
인포데믹은 인류가 마주한 또 다른 형태의 바이러스다.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질 수 없듯이, 인포데믹도 인류와 공존할 수밖에 없는 시대다. 인포데믹은 정보와 풍토병의 합성어다. 일반적으로 정보전염병이라고 불린다. 특히 인포데믹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확산된다. 인포데믹은 개인의 건강 위협부터 사회적 결속 저해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끼친다. 심지어 인포데믹은 죽음을 불러오기도 한다.
거짓은 두려움에, 사실은 기대에 기반한다. 거짓은 발생할 수 있지만, 제대로 된 검증과 수정이 동반되지 않으면 오염될 수 있다. 인포데믹은 사회에 미치는 영향, 확산되는 방식, 정보의 내용과 양·속도에 따라 각각의 특징을 가진다. 인포데믹은 건강 이슈에 집중하며, 비이성적 과열 양상을 보인다. 인지 과부하가 그 원인일 수 있다. 인포데믹의 내용은 치료법과 백신 접종, 바이러스 유포자 혐오 등이다. 인포데믹에서 정보의 양·속도는 인류가 대응하기에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많고 빠르다.
인포데믹은 전문가 집단에선 정보의 과잉, 과학지식의 한계로 인해 발생한다. 인플루언서는 권위나 권력획득의 목적으로 허위 정보를 유포한다. 일반 개인과 집단은 디지털 리터러시 부족이나 정부에 대한 불신이 인포데믹의 원인이다.
인포데믹은 우울증을 불러오고 집단 히스테리를 발생시킨다. 인포데믹은 가정과 노인폭력도 조장할 뿐만 아니라 잘못된 소비형태를 촉발시키기도 한다. 인포데믹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회복탄력성이다. 잘못된 정보라는 걸 깨닫고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인포데믹 관리 프레임워크는 올바른 정보 식별 하기, 기술적 정보 단순화해서 이해하기, 정확한 정보 증폭 하기, 반응 범위 측정하기로 구성된다. 인포데믹 대응은 비영리기구나 자발적인 전문가 집단, 사전·사후 조치, 인터넷 검열과 법제도, 플랫폼 자정 능력 차원에서 고려할 수 있다.
인포데믹이 질병연구에 끼치는 영향은 다섯 가지다. 첫째, 정보의 과잉으로 정확한 정보에 대한 판단을 어렵게 해 치료와 예방, 질병의 속성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발생시킨다. 그래서 최선으로 방법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질병연구와 치료의 주요 단계가 표준으로 제시됐다. 둘째, 질병연구의 협력체계를 뒤흔든다.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인종차별적 인포데믹과 정부와 방역정책에 대한 불신과 음모론이 그 원인이다. 셋째, 질병을 확산시킨다. 백신의 부작용을 허위로 퍼뜨려 전 세계적으로 홍역이 확산된 적 있다. 넷째, 예방과 치료의 어려움을 낳는다. 항말라리아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인포데믹은 질병을 극복하는 데 걸림돌이 됐다. 다섯째, 기본 인권인 건강을 해치고 사회적 결속을 저해해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데 방해가 된다. 이로 인해 질병연구는 난관에 빠진다.
인포데믹으로 인해 소중한 가족을 잃지 않으려면 어떤 정보가 좋은 정보인지 해석 능력을 키워야 한다. 디지털의 편리함을 누리는 만큼, 인류는 인포데믹이라는 불편함과 함께 살아야 한다.
6. 참고문헌 및 사이트
==>첨부파일(PDF)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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