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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양육 연구동향: Meat the Future
지현근(㈜다나그린)
목 차
1. 서론
2. 본론
2.1. 세포 확보
2.1.1. 세포 확보: 일차 배양 세포인가, 불멸화 세포주인가?
2.1.2. 살아있는 동물에서?
2.1.3. 도축된 동물에서?
2.1.4. 세포주는 유전자가 조작된 세포를 의미하나?
2.1.5. 배양육 원료 세포에는 유전적 변이가 존재하나? 위험한 변이인가?
2.2. 마스터 셀뱅크 확립
2.2.1. 마스터 셀뱅크: 일차 배양 세포인가, 불멸화 세포주인가?
2.2.2. 동결 배지의 성분
2.2.3. 동결 보존제의 원리
2.3. 대량 증식
2.3.1 배지에 비식용 소재를 사용해도 되나?
2.3.2. 소태아혈청을 재조합 단백질로 대체할 수 있을까?
2.3.3. 소태아혈청을 대체하는 다른 방법은 없나?
2.4. 근육 분화
2.4.1 부유 배양 방법으로는 근육 분화가 불가능한가?
2.4.2. 근육 분화 공정에서 빛을 발할 지지체 기술
2.4.3. 어떤 지지체(scaffold)가 좋은 지지체인가?
2.5. 후가공 및 패키징
2.5.1 배양육이 가져올 유통 혁명
3. 결론
4. 참고문헌
1. 서론
배양육을 연구하는 이유에 대해 물어오면 우스갯소리로 답하곤 한다. 중국인이 미국인처럼 고기를 먹는 날이 조만간 온다, 그러면 고기 가격은 반드시 비싸진다, 그래서 대체 육류 사업을 시작했다고. 지역별 편차는 있지만, 지구 전체의 평균을 보면 인구는 증가하고 육류 소비도 증가하고 있다. 또한 안타깝게도 지구의 기후는 점점 기존 방식의 농축산업에 불리한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밀집 사육을 하고, 항생제를 도입하는 공장식 축산으로 생산량을 향상시키기에도 한계가 왔다.
배양육이 기존 육류의 유일한 대안은 아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채식을 하는 것이다. 가장 환경 친화적이지만 육식의 즐거움을 포기해야 한다. 채식이 어려운 경우 선택지는 식물성 대체육과 배양육이다. 둘 다 육류의 대체품이지만 식물성 대체육은 채식에, 배양육은 기존 육류에 조금 더 가깝다. 거시적으로 봤을 때 식물성 대체육은 배양육보다 적은 에너지를 소모하여 생산이 가능하도록 발전할 것이며(친환경성), 배양육은 식물성 대체육보다 기존 육류에 유사해질 것이다(영양과 맛의 유사성).
배양육을 생산하는 방식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세포를 부착시켜 만들거나, 부유시켜 만들거나. 2013년 마크 포스트 교수팀이 최초로 배양육 시제품을 언론에 공개할 때 사용한 방법을 기억하는가? 이때 사용한 것이 부착 방식이다. 약 9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시장에 먼저 등장한 것은 부유 방식으로 제조한 배양육이다. 부유 방식이 대량 생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물론 부유 배양으로 제조한 배양육이 유일한 답안은 아니다. 시장이 성숙하면 육류 유사성이 높은 부착 배양을 이용한 배양육도 자리를 잡아갈 것으로 판단된다. 지지체는 부착 배양으로 제조한 배양육이 시장에 등장할 때 즈음에 매우 중요한 기술로 대두될 것이다.
또한 잇저스트(Eat Just)의 배양육 식품 허가를 필두로 배양육의 대량 생산을 논하는 업체들이 하나 둘 등장하는 시점에서 식품 안전을 위한 규제는 매우 중요하다. 이 글의 중간중간에 식품 안전과 산업 육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고민을 담아두었다.
2. 본론
기술 요소에 초점을 맞추어 보면 배양육 제조에는 크게 세포, 배지, 지지체, 배양기 관련 기술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배양육 제조 공정에 초점을 맞춘다면 세포 확보, 마스터 셀뱅크 확립, 대량 증식, 근육 분화, 후가공 및 패키징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본문에서는 배양육 제조 공정별 이슈들을 논하면서 안전성에 관련된 부분도 다루어 보았다.
2.1. 세포 확보
동물에서 매번 세포를 얻는 경우와 세포주를 사용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관건은 동물을 아프지 않게 하면서 깨끗한 세포를 다량 확보하는 것이다.
2.1.1. 세포 확보: 일차 배양 세포인가, 불멸화 세포주인가?
동물로부터 얻은 후 일정한 횟수 이상 증식하지 못하는 세포를 일차 배양 세포(primary cultured cell)로 부른다. 일차 배양 세포는 유전적 변이가 적게 일어나지만 미생물 오염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일차 배양의 한계 분열 횟수가 명확하게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배양육에 사용되는 세포의 경우 약 20회 정도 성격이 균일하게 유지되는 세포군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유전적 변이 등의 이벤트로 인해 수십 회 이상 증식할 수 있도록 변화된 세포를 불멸화 세포주(immortalized cell line)라 부른다. 물론 단순히 오래 증식하는 것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세포로서 활용도를 가지기 위해서는 ‘균일한’ 성질을 가진 세포 집단(세포주)이 배양 가능하여야 한다 [1]. 정확한 명칭은 불멸화 세포주 또는 연속성 세포주(continuous cell line)이지만, 통상적으로 세포주(cell line)로 줄여 부른다. 세포주를 사용하면 배양육 제품의 생산 비용이 감소하고 품질을 균일하게 유지하기에 유리하다. 하지만 일차 배양 세포에 비해 장기간 체외에서 배양된 만큼 유전적 변이가 더 많이 축적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유전적 변이는 안전과 연관되는 부분이기에 유심히 봐야 한다.
용어의 정의를 보면 알겠지만 일차 배양 세포도 균일한 성질이 유지된다면 세포주로 부를 수 있다. 미국 배양육 회사 블루날루(BlueNalu)의 경우 일차 배양한 어류 세포를 특수하게 제작된 배지로 키워서 균일한 세포 품질을 달성하였다고 주장하며, 이를 세포주(cell line)로 지칭한다 [2]. 매번 다른 어류 개체에서 균일한 품질의 세포주를 얻어내야 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
2.1.2. 살아있는 동물에서?
일차 배양 세포의 경우 어떤 조직에서 어떻게 얻을지 고민해야 한다. 살아있는 가축, 특히 소에서 세포를 얻는 방법에 대해서는 네덜란드의 마크 포스트 교수팀이 연구를 많이 했다. 살아있는 소에서 주삿바늘을 이용하여 세포를 얻는 방식인데, 6개월 내외의 송아지 기준으로 주삿바늘 한 번에 대략 500mg의 조직을 얻고, 3-4회 반복하여 약 2g 내외의 조직을 한 번 시술 시 얻는다. 3개월 단위로 반복할 수 있다 [3]. 추후 조직 생검(tissue biopsy)을 통해 세포를 확보하는 배양육 회사가 등장한다면 이와 유사한 프로토콜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은 어느 국가에서도 배양육 세포 확보 생검 과정을 어떻게 관리할지 확정하지 않았다. 한국의 경우 동물보호법에 저촉되어 국내에서 상업적 목적으로 행할 수 없다. 참고로 싱가포르에서 허가된 잇저스트의 배양육 제품은 닭의 수정란에서 유래한 세포주를 사용하므로 생검에 대한 논의는 식품 허가 당시 이뤄지지 않았다.
2.1.3. 도축된 동물에서?
식품에서 세포를 얻는다는 개념이므로 대부분의 국가에서 관련법을 위반하지 않고 시행 가능하다. 국내의 동물보호법에도 저촉되지 않는다.
국내에서 소는 우둔(엉덩이)살을 도축 당일에 얻을 수 있다. 돼지는 국내에서 당일 도축된 조직을 얻는 것이 불가하다. 성계(어른 닭)의 경우 도계장 또는 일부 조리 시설(소위 ‘가든’급 식당)에서 당일 도축된 조직을 구할 수 있다.
어류나 갑각류는 국내에서 동물보호법으로 관리되지 않는다. 즉 자연 채취, 양식된 개체, 수산물 시장에서의 구입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살아있는 개체를 구할 수 있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어류나 갑각류의 세포를 배양해보면 미생물 오염이 심한 경우가 제법 있었다. 수산물의 경우 세포 확보 전까지 개체를 어떻게 보관하느냐에 대한 논의가 앞으로 필요할 듯하다. 동네 횟집에서 횟감을 보관하는 방법과는 달라야 한다.
싱가포르는 배양육의 세계 최초 허가 이후 배양육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현지에 소나 돼지의 농장이 없다. 닭을 키우는 양계 시설도 겨우 서너 곳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때문에 싱가포르 현지의 배양육 연구도 수산물에 편중되어 있으며 끊임없이 외국의 연구 파트너를 모색하고 있다. 국내의 소와 돼지, 즉 한우와 한돈에서 세포를 확보하여 싱가포르와 같은 수요처에 판매하는 사업도 충분히 고려해볼 만하다. 한우와 한돈 세포를 이용하여 배양육 연구를 시작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앞으로 도래할 배양육 대량 생산 시대에도 한우와 한돈 세포의 가치가 상승하게 된다. 소를 파는 시대가 아니라 소의 세포를 파는 시대가 오고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한돈의 당일 도축 조직 확보가 가능해져야 한다. 한우도 우둔 외의 부위에서 조직 확보가 가능하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2.1.4. 세포주는 유전자가 조작된 세포를 의미하나?
현재의 배양육 업계 트렌드는 유전자 조작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잇저스트는 자연적 불멸화 세포(spontaneously immortalized cell)를 골라내어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퍼미트, 퓨처미트, 업사이드푸드에서도 동일한 방법을 택하였다. 유전자 조작 기술을 사용하지 않지만, 자연적인 변이가 발생한 세포를 선별하여 사용한다. 찬성론자들은 품종 개량과 유사한 방식이라 주장한다.
물론 유전자 조작 기술을 이용하여 효율성이 좋은 세포주를 만들거나, 아예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이용하려는 업체도 있지만 주류는 아니다. 시장 진입이 임박하여 대량 생산을 논하고 있는 배양육 업체는 모두 유전자 조작 기술을 사용하고 있지 않다.
2.1.5. 배양육 원료 세포에는 유전적 변이가 존재하나? 위험한 변이인가?
세포가 배양육을 구성할 만큼의 큰 덩어리가 될 때까지 수십 번 분열하는데 이 과정에서 유전적 변이(genomic alteration)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4]. 싱가포르 식품처(SFA)는 유전적 변이에 대해 상당 기간 고민했었다고 한다. 결국 잇저스트에게 유전적 변이에 대해 조사하도록 하였고(아마도 변이가 발견되었을 것이고) 이들에 대해 무해하다고 판단을 내린 듯하다. 어떤 기준으로 그리 판단하였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아마도 배양육 생산 공정 초기의 세포(early passage cells)와 후기의 세포(late passage cells) 사이의 종양 형성능(면역 억제 실험동물에서 암세포처럼 작용하는지) 및 대사체 변화(특이한 대사체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는지)가 존재하는지 확인하고 판단한 것 같다.
정리하자면 잇저스트의 자연적 불멸화 세포주는 현재 싱가포르 식품처로부터 식품 소재로 사용하여도 안전하다는 허가를 받았고, 유전적 변이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지만(개인적 추측), 변이의 위해성이 낮아 식품 소재로 안전하다는 결론이 내려진 상태로 생각된다. 싱가포르에서 식품 허가를 받을 당시에 사용된 잇저스트의 세포주에 대해 정확한 정보는 없지만, 앞으로의 배양육 산업에는 자연적 불멸화 세포주가 식품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
2.2. 마스터 셀뱅크 확립
일차 배양을 통해 일정 수량의 세포가 확보되면 바로 배양육을 제조하지 않고 동결하여 장기간 세포를 보관한다. 균일한 품질의 배양육을 미래에도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서이다. 이를 마스터 셀뱅크(master cell bank)라고 부른다 [5]. 세포주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분열을 많이 하지 않은 건강한 세포를 동결 보존해두고 사용한다. 동결 보존된 세포의 품질이 매번 다르다면 해당 세포로부터 제조되는 배양육 완제품도 품질이 들쑥날쑥할 것이다. 이런 경우 배양육 제조자의 입장에서는 경제적 이익이 감소하며, 규제 기관의 입장에서는 소비자 안전의 잠재적 위해 요소가 된다.
2.2.1. 마스터 셀뱅크: 일차 배양 세포인가, 불멸화 세포주인가?
세포주로 마스터 셀뱅크를 만들면 품질 균일성을 유지하기 쉽다. 또한 미생물 검사의 항목도 대폭 간소화할 수 있다. 일차 배양 세포와 달리 조직을 얻을 때마다 매번 검사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스터 셀뱅크 과정을 생각하면 일차 배양 세포를 사용하는 것보다 세포주가 유리하다.
2.2.2. 동결 배지의 성분
동결 배지는 세포의 성장을 위한 배지가 아니다. 따라서 성장인자나 소태아혈청 등 논란이 되는 성분을 사용하지 않고 제조할 수 있다. 오히려 다이메틸설폭사이드(Methylsulfinylmethane이 공식 명칭이지만 dimethyl sulfoxide, 줄여서 DMSO로도 사용), 에틸렌글리콜(ethylene glycol), 프로필렌글리콜(propylene glycol) 등의 동결 보존제의 사용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 다행히 주요 동결 보존제 가운데 DMSO(https://www.foodsafetykorea.go.kr/foodcode/04_03.jsp?idx=6181683)와 프로필렌글리콜(https://www.foodsafetykorea.go.kr/foodcode/04_03.jsp?idx=8200562)은 현재 식품첨가물로 사용되고 있는 물질이다 [6]. 이 외에도 대부분의 성분이 식품 소재로 대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재의 식품위생법 상 식품의 범주로 다룰 수 있고 안전성 관련된 논란도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2.2.3. 동결 보존제의 원리
시장에서 구매한 고기(기존 육류)를 냉동하면 품질이 하락한다. 조직을 구성하는 세포 내부의 물이 얼면서 부피가 커지고 세포가 파괴되며 맛 성분과 영양 성분이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포 배양에 사용하는 물질이 동결 보존제이다. 동결 보존제는 물(액체)이 얼음(고체)으로 되는 과정에서 얼음 결정의 형성을 방해하여 세포의 피해를 최소화한다. 좀 더 파고들자면 무결정 냉동 상태(vitrification) 유도와 동시에 세포막 투과성을 증가시켜 세포 내 용질(solute) 농도의 급격한 상승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7].
2.3. 대량 증식
마스터 셀뱅크에서 세포를 꺼내어 대량으로 불리는 과정을 의미한다. 동결 상태의 세포는 바이알(vial)이라는 용기에 보관하는데 한 바이알에는 약 일억 개(10^8)의 세포를 담아둘 수 있다. 현재 기술 수준으로 최대 20000리터 크기의 배양기를 동물 세포 배양에 사용할 수 있는데, 이 크기의 배양기에 세포를 가득 키우는 경우 약 일조 개(10^12)의 세포를 얻을 수 있으므로 만 배(10^4) 가량 세포수가 증가하는 과정을 머릿속에 그리면 된다. 그리고 세포수가 만 배 증가할 때 세포 분열은 13~14회(2^13=8192) 일어난다.(세포를 동물에서 얻은 후 마스터 셀뱅크에 보관할 때까지도 세포 분열이 일어나므로 하나의 세포에서 시작한다면 약 35-40회가량 세포 분열이 일어나는 셈이다.) 숫자는 이해를 돕기 위한 대략적인 비유이며 정확한 실험값은 이와 다를 수 있다.
2.3.1. 배지에 비식용 소재를 사용해도 되나?
세포는 자라는 동안만 배지에 노출된다. 그리고 배양육 최종 산물에는 배지 성분이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배지 성분이 완전히 제거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배지에 담겨있던 세포를 건져내어 깨끗한 물로 여러 차례 씻어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분자 수준에서 배지의 성분을 제로로 만들 수는 없다.
따라서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로 허가된 물질만으로 배지를 만들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거나, 설령 가능하더라도 고비용 저효율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국내에서 소태아혈청(fetal bovine serum)은 식용으로 허가되어 있지 않다.
싱가포르의 경우, 배지를 식품 소재로만 제조하도록 강제하지 않고 있다. 세포의 배양 과정을 가축의 사육 과정과 유사하게 보고, 세포 배양 과정에 비식품 소재를 사용할 수 있게 허락하되 사용된 소재에 대해 독성을 평가하고 잔류량을 관리한다. 소태아혈청 또한 동일한 잣대로 평가되었고, 현재 싱가포르 현지에서 잇저스트의 배양육 제품을 생산하는데 소태아혈청이 사용되고 있다.
2.3.2. 소태아혈청을 재조합 단백질로 대체할 수 있을까?
소태아혈청은 성장 인자 등 중요한 물질을 포함하고 있기에 세포 배양 실험에 널리 쓰이며 아직까지 마땅한 대체제가 개발되지 않았다. 규제 기관의 허용 여부와 상관없이 경제적(비싼 가격) 및 윤리적(어미소의 뱃속에서 꺼낸 태아를 이용) 이유 때문에 반드시 대체되어야 한다. 가장 많은 배양육 업체에서 시도하는 방법이 재조합 단백질 제조 기술로 성장 인자를 만들어 소태아혈청 대신 넣어주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성장 인자의 종류를 늘려가면 모든 세포에 대해 소태아혈청을 대체한 배지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가격이 문제다. 또한 성능 면에서 소태아혈청보다 효율성(세포 성장 속도, 분화 효율 등)이 떨어진다. 인간이 소태아혈청의 성분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재조합 단백질을 만들기 위해서는 유전자 조작 기술이 사용된다. 미생물의 유전자를 조작하여 배양육 생산에 필요한 성장 인자를 미생물이 만들어 내도록 하는 기술이다. 유전자 조작된 미생물을 식용으로 사용한다면 명백한 유전자 조작 식품이다. 또한 미생물이 만들어 내는 단백질(성장 인자)을 정제하여 섭취한다고 해도 소비자는 유전자 조작 식품으로 인지한다. 그렇다면 미생물이 만들어 내는 재조합 단백질을 정제한 후, 그것으로 세포를 키워내고 그 세포를 먹으면 유전자 조작 식품을 먹는 행위가 되는가?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소비자가 어떻게 인지할지 답은 없지만, 규제 측면에서는 가축의 경우 유전자 조작 사료를 먹더라도 도축된 가축을 유전자 조작 식품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세포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성장 인자는 우리 몸의 세포에도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잠재적인 위험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식품 안전 측면에서 주의해서 살펴볼 부분이다. 하지만 기존 육류에도 가축이 생산해낸 성장 인자가 들어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다행히도 배양육의 성장 인자 잔류량은 기존 육류 조직 내의 성장 인자에 비해 낮은 수준일 것으로 예상한다.
배양육 업계에서는 재조합 단백질 성장 인자를 가축 축종에 맞춰 맞춤 생산하거나(sequence homology), 생산 효율을 증대시키는 방법(재조합 단백질 생산 효율이 높은 식용 미생물 발굴)을 연구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재조합 단백질의 생산 단가가 비싸기 때문에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재조합 단백질로 만든 성장 인자의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화학적으로 합성한 화합물을 사용하는 방법도 가능하지만 유전자 조작 식품 이슈와 마찬가지로 아직 이를 들고 나온 배양육 업체는 없다. 화합물은 규제 기관의 안전성 평가를 통과하기도 까다롭고, 소비자의 반감을 살 가능성도 크다. 성장 인자는 원래 동물의 체내에 존재하는 물질이지만, 화합물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2.3.3. 소태아혈청을 대체하는 다른 방법은 없나?
재조합 단백질을 이용하지 않고(또는 병행하여) 생물자원의 추출물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식물, 동물, 원생동물 등의 생물체에서 영양 성분을 추출하여 사용하는 개념이다. 스피룰리나, 클로렐라, 효모 등 배양 비용이 저렴하며 식용 가능한 것들이 주로 사용된다. 우리가 흔히 식탁에서 보는 식물성 원료(예: 콩)도 소태아혈청 대체를 위해 연구되지만, 노지(배양기가 아닌)에서 배양되는 경우 품질 편차가 크다는 문제점이 있다. 도축 과정에서 나오는 축산 부산물을 가공하여 소태아혈청의 대체제로 쓰려는 연구도 활발하다. 아직까지 완벽한 소태아혈청 대체제는 등장하지 않았다.
공배양 시스템(co-culture system)을 이용하는 전략도 있다. 실험실 환경에서 신체의 여러 장기를 배양하는 오간온어칩(organs-on-a-chip)이 발전한 개념이다. 가축 체내의 여러 장기는 서로 다른 물질(성장 인자 포함)을 만들어내며 상호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간세포, 지방 유래 줄기세포, 근육 세포를 같이 키우며 상호 간의 영향이 긍정적인 조합을 찾는다면 목표물인 근육 세포(=배양육)를 성장 인자 추가 없이 자라도록 할 수 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세포의 적절한 조합을 찾는 것이 쉽지 않으며, 이 조합을 대규모 시설로 옮겨 오는 것(스케일업)도 쉽지 않다. 일본의 인테그리컬쳐(IntegriCulture)가 이 방법을 사용하여 배양육 배지를 개발하고 있다 [8].
2.4. 근육 분화
동물에서 세포를 확보하고, 마스터 셀뱅크를 균일한 품질로 준비하여, 대량으로 증식하는 과정 만으로는 배양육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세포를 조직으로 바꾸는 과정, 즉 세포의 근육 분화가 일어나야 한다. 섬유아세포를 부유 배양으로 키우는 경우 근육 분화 과정을 생략할 수도 있다. 그리고 배양육의 품질은 분화된 근육 조직의 비율이 높을수록 올라간다.
2.4.1. 부유 배양 방법으로는 근육 분화가 불가능한가?
잇저스트, 수퍼미트, 퓨처미트, 업사이드푸드 등이 택한 부유 배양 방법은 대량 생산에 유리하다. 바이오 의약품 생산에 사용되던 배양기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다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육 분화는 이 시스템에서 불가능하다. 근육 분화를 위해서는 별도의 추가 공정이 필요하며, 아직 충분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다.
예를 들어 20000리터 크기의 부유 배양기 내에서 대량으로 증식된 세포를 좁은 공간(예를 들어 8000리터 크기의 packed-bed 배양기)으로 옮겨 세포-세포 접촉을 유도하는 방식이 제안된 적 있다 [9]. 아직 이러한 방법은 현실화되지 못했는데, 1000리터 이상의 대형 배양기를 운용할 수 있는 규모의 배양육 회사는 모두 섬유아세포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추후 근육 분화가 가능한 세포주가 등장하면 이러한 방식이 시도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부유 배양을 통해 대량으로 증식한 세포는 쉽사리 다시 부착하지 않는다. 따라서 처음부터 지지체를 사용하여 배양한 세포에 비해 근육 분화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근육 분화는 부착된 상태에서 잘 일어나기 때문이다.
2.4.2. 근육 분화 공정에서 빛을 발할 지지체 기술
지지체는 기본적으로 부착 배양이기에 수득률(양)으로는 부유 배양법을 이길 수 없다. 반대로 지지체의 장점은 세포 특성 유지(질)에 있다. 지지체는 부유 배양에 비해 체내에 가까운 환경을 세포에 제공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지체는 근육 분화 공정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지지체는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스캐폴드(scaffold)라고 부르는 스펀지 형태의 구조물과, 세포 수십 개 크기의 마이크로캐리어(microcarrier)이다. 마이크로캐리어는 부유 배양기에서 사용 가능하도록 고안된 것이기에 부유 배양기 적합성이 가장 큰 장점이다. 다만 직경 200 μm 내외의 작은 마이크로캐리어를 대량으로 생산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가격이 문제다. 스캐폴드는 체내의 세포외기질(extracellur matrix)을 모사하기 때문에 마이크로캐리어에 비해 근육 분화 성능이 우수하다. 하지만 부유 배양기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아직 배양육 업계에서 지지체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은 이유는 현재 주요 배양육 회사들이 대부분 섬유아세포의 부유 배양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부유 배양이기 때문에 지지체(특히 스펀지형 스캐폴드)를 사용할 수 없으며, 또한 섬유아세포이기 때문에 근육 분화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앞으로의 배양육 시장이 모두 섬유아세포의 부유 배양이라는 단일 방법에 의존할 것인가? 섬유아세포의 부유 배양은 배양육 산업의 발전 과정에서 거쳐가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배양육의 양적 성장(대량 생산의 효율성)이 궤도에 오르면 소비자의 니즈는 질적 성장(근육 분화의 효율성)으로 옮겨갈 것으로 예상한다. 그때가 되면 섬유아세포보다는 근육 분화가 가능한 세포가 주목을 받고, 부유 배양보다는 스캐폴드형 지지체를 이용한 부착 배양이 관심을 끌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그 시점이 이미 가까이 왔다고 판단한다.
2.4.3. 어떤 지지체(scaffold)가 좋은 지지체인가?
[세포 부착성] 세포가 잘 부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알레프 팜스가 2020년 네이처 푸드 논문을 통해 제시한 대두박(textured soy protein)의 경우 표면에 세포가 부착하지 않기에 비싼 동물성 재료인 피브린젤을 함께 사용해야 했다 [10]. 마크 포스트 교수팀이 2018년 발표한 논문에서 테스트했던 마이크로캐리어 Cytodex-1의 경우 세포의 부착률이 60% 내외에 불과했다 [11]. 이상적으로는 지지체에 거의 100%의 세포가 부착할 수 있어야 한다.
[배지 투과성] 배지가 내부까지 잘 통해야 한다. 노폐물의 회수와 영양분의 공급이 잘 일어나도록 지지체 내부의 미세구멍(pore)가 배양의 마지막 단계가 될 때까지 막히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세포들끼리 뭉친 구조물(spheroid)이 만들어지지 않아야 한다. 세포-세포 부착력보다 세포-세포외기질 부착력이 크도록 지지체 표면을 설계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때, 미세구멍이 서로 연결되도록(high pore interconnectivity) 제조하는 것도 중요한 기술이다.
[근육 분화성] 세포의 근육 분화가 방해받아서는 안된다. 지지체 표면의 전하, 탄성, 친수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지지체 제조 과정에서 조절하기 상당히 어려운 성질이다.
[가식성] 지지체 자체를 먹을 수 있는 소재로 만들어야 한다. 만약 지지체를 먹을 수 없다면 지지체로부터 세포를 완벽하게 분리해야 하는데, 이는 불가능하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트립신 등의 단백 분해 효소를 사용해야 하는데, 비식품 소재인 데다가 동물로부터 얻는 물질이기에 사용이 권장되지 않는다. 세포가 지지체에 부착하여 자란 상태 그대로 꺼내어 식용할 수 있어야 바람직하다.
[배양기 적합성] 배양기에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배양육 제조 공정의 첫 단계에서 지지체를 세포와 함께 배양기에 넣고 나서 배양육이 만들어지기까지의 3-4주의 시간을 배양기 내에서 버텨내야 한다. 대두박의 경우 1주 내외의 시간이 지나면 지지체 역할을 더 이상 수행하지 못하고 부스러지곤 한다. 식품 소재로 지지체를 만들 때 배양기 적합성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2.5. 후가공 및 패키징
근육 분화가 끝난 세포를 배양기에서 회수하고 후가공을 거쳐 패키징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는 식품 안전이나 규제 관련 특별히 논의할 부분이 없어 보인다.
2.5.1. 배양육이 가져올 유통 혁명
미국의 업사이드 푸드가 재미있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일반적인 마트에서 판매하는 기존 육류, 유기농 마트에서 판매하는 기존 육류, 그리고 배양육, 이렇게 세 종류의 샘플을 준비하고 표면의 미생물을 면봉으로 긁어서 채취하여 장기간 배양한 실험이다. 배양육에서는 미생물이 전혀 자라나지 않았고, 기존 육류에서는 미생물의 성장이 관찰되었다. 일반 마트와 유기농 마트는 큰 차이가 없었다 [12].
배양육은 조직이 아닌 세포 상태로 배양하기 때문에 미생물이 조금이라도 존재한다면 동물 세포의 배양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따라서 비용을 들여서라도 미생물이 전혀 없는 환경으로 만들어야 한다. 아마도 배양육 제조 과정에서 항생제 사용이 일반적일 것이고, 배양육 형태의 최종 제품이 나오기 전 항생제의 휴지기를 두고 잔류량을 낮추는 수세 과정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한다. 무항생제를 강조하는 배양육 회사가 등장할 수 있지만, 수만 리터 크기의 배양기를 돌리는 사업자의 입장에서는 혹시나 모를 미생물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최종 제품의 미생물이 제로가 되도록 컨트롤할 수 있기 때문에 배양육은 상온에서 장기간 보존이 가능할 것이다. 배양육 최종 제품 또는 최종 제품 제조를 위한 원육을 레토르트 식품처럼 포장하여 보존하게 될 것으로 본다. 이는 곧 유통 비용의 감소로 이어진다. 기존 육류를 운반하기 위해 냉장/냉동 차량이 필요하다면, 배양육은 상온에서 운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상상의 나래를 조금 더 펼쳐보자. 배양육 생산기술이 발전하면 멀리 아프리카의 오지에까지 육류를 저렴하게 공급하는 것도 가능하고, 이는 기아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 배양육 연구 개발의 혜택을 지구촌 곳곳과 나누기 위한 고민도 시작해야 한다.
3. 결론: 잇저스트, 허가 이후의 스토리
2020년 말, 싱가포르 정부는 세계 최초로 배양육 제품을 식용으로 허가한다. 미국 회사인 잇저스트가 그 주인공이다. 엄밀히 말하면 잇저스트의 자회사인 굿미트(Good Meat)가 식품 허가를 받았고, 허가의 대상은 식물성 대체식품 치킨 너겟에 첨가할 수 있는 동물성 원료(ingredient)이었다. 이에 관련하여 필자는 기존 BRIC 동향리포트를 통해 3개 회사가 식품 허가를 받았다고 언급하였는데, 당시 참고한 기사의 오보로 인한 것으로 22년 6월 말까지도 식품 허가를 받은 업체는 전 세계에서 잇저스트가 유일하다 [13].
식품 허가를 받은 후의 잇저스트 이야기는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기에 간단히 정리하고자 한다. 잇저스트는 허가 직후 싱가포르의 회원제 고급 레스토랑인 ‘레스토랑 1880(Restaurant 1880)’에서 초대 인원 중심으로 시범 판매를 3일간 시행한다. 언론에 보도된 영상 자료는 주로 이곳에서 촬영된 것이다. 이 후로는 레스토랑 1880에서 제조하고 배달앱 푸드판다(FoodPanda)를 통해 배달하는 형태로 판매되었다. 주 1회 목요일 11시부터 약 10개 정도만 제공되었다고 한다. 참고로 푸드판다의 본사는 싱가포르에 있으며, 푸드판다의 모회사인 딜리버리 히어로는 잇저스트의 투자사이다 [14]. 이어서 마담 팬(Madame Fan)이라는 레스토랑과도 계약을 맺고 동일하게 푸드판다로 배달하는 형식으로 판매하였다. 이 무렵까지는 페이스북이나 링크드인 등의 SNS에 배양육 시식 장면이 거의 올라오지 않았다. 즉 일반인이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제품이 아니었다.
SNS에 사진들이 올라오기 시작한 것은 루스 하이난 커리라이스(Loo’s Hainan Curry Rice)와 계약을 하면서부터다. 필자도 싱가포르 현지인 친구에게 메신저로 사진을 전달받은 기억이 난다. 물론 아직까지는 예약 기반으로 한정 판매되고 있다 [15]. 판매 장소도 좀 더 대중적인 곳으로 바뀌었다. 고급 식당이 아닌 호커 센터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것이다. 호커센터는 주로 국가 임대아파트 단지 내에 위치하며 노동자들에게 음식과 생활용품을 공급하던 보따리상인 호커(Hawker)에서 이름이 유래하였다. 열대 지방인만큼 야외 푸드코트의 형태를 띠고 있다.
호커 센터에서의 판매 이후로는 생산량 확대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는지 싱가포르와 미국에 각각 생산 시설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대략 6000리터 크기의 배양기를 운영할 생각이라고 한다 [16]. 잇저스트에서 제작 중인 대형 배양기의 사진도 언론에 노출되었는데, 사진 상으로는 직경이 사람 키 정도 되는 교반형 배양기(stirred-tank bioreactor)가 확인된다. 싱가포르에서의 허가 당시 적용한 방식에서 큰 변화 없이 사이즈만 키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잇저스트는 앞으로 25만 리터까지 배양기 크기를 확장할 예정이라고 한다.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배양육 시장은 이미 열린 상태다. 잇저스트는 꾸준히 시장을 확장해가고 있다. 민간에서도 정부에서도 인류의 미래를 바꿀 배양육 시장을 공부하고 능동적으로 개입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준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가오는 미래는 재앙이지만, 반대로 미리 준비하고 기다린다면 모두에게 엄청난 기회가 될 수 있다.
4.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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