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생물학, 분자생물학, 그리고 약간의 유전학까지에 걸친 기본적인 생물학 지식을 교과서적인 구성이 아니라 스토리텔링 방법을 차용하여 쉽게 풀어쓴 책.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에 등장하는 아버지, 두 어머니, 네 아들 사이의 생물학적, 인문학적 고리를 문학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재미있게 풀어쓴 책. 2021년은 마침 도스토옙스키의 탄생 200주년이었고, 우리나라에서 도스토옙스키 연구 대가이신 고려대 석영중 교수님이 추천하신 책. 이 책을 읽게 되면 기본적인 생물학적 지식뿐만 아니라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도 읽고 싶어진다. 생물학 지식을 섭렵하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책으로 추천한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문학 덕후 과학자가 읽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표도르 카라마조프의 DNA는 세 명의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네 명의 아들에게 어떻게 유전 되었을까?”
엄마 닮았을까? 아빠 닮았을까?
아이들의 부족한 모습을 발견한 엄마와 아빠는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재는 누굴 닮아서 저래?”라며 서로에게서 이유를 찾는다. 자녀들은 자신의 못난 모습을 원망하며 나는 도대체 누굴 닮아서 이러는지 부모 탓을 하곤 한다. 이렇게 말 못하는 DNA는 ‘유전’ 이라는 이유 때문에 공공의 적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우리는 DNA 탓을 하면서도 내가 엄마를 닮았는지 아빠를 닮았는지, 내 자녀가 누구를 닮았는지 혹은 닮지 않았는지에 대해 속 시원한 답을 갖고 있지는 않다. 생물학이 낯설지 않은 이들은 세포생물학, 분자생물학, 유전학과 같은 기초 생물학으로 쉽게 답할 수 있다고 알고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낯선 생물학 용어 앞에 고개를 돌려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낯설다고 어려운 것은 아니다. 생물학은 우리가 인간으로 살아가는 삶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일어나는 일을 다루고 있기에 우리의 염려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엄마 닮았을까? 아빠 닮았을까?”와 같은 익숙한 질문으로부터 시작해 수 없이 많은 답 없는 궁금증을 기초 생물학에서 살펴보며 답을 찾아 나간다.
카라마조프의 피, 카라마조프의 유전자, 카라마조프의 DNA
30대 중반까지 생물학에만 몰두했던 저자는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골몰한다. 그리고는 연구실에서 퇴근한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문학을 탐독하는데 보내며, 문학에서 인간다움에 대한 해답을 찾아 나선다. 그렇게 도스토예프스키를 만나며 그 질문의 깊이가 더해졌고『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으며 생물학자로서 이런 질문에 이르렀다. “표도르 카라마조프의 DNA는 세 명의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네 명의 아들에게 어떻게 유전 되었을까?” 소설에서 계속 반복되는 ‘카라마조프적’이라는 표현 때문이었다. 이것은 카라마조프의 ‘피’일까? 카라마조프의 ‘유전자’일까? 카라마조프의 ‘DNA’일까? 어머니가 서로 다른 카라마조프의 네 아들은 아버지만 닮았을까? 아니면 서로 다른 자신의 어머니만 닮았을까? 네 명의 아들들은 서로가 닮았을까? 닮지 않았을까? 이 책에서 저자의 이러한 질문은 우리에게 낯선 생물학을 이해하는데 훌륭한 동반자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이 책이 추적하는 ‘카라마조프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따라 읽다 보면 자연스레 생물학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생물학을 이해하다 보면 2천 페이지가 넘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도 새롭게 만날 수 있게 해 준다.
센트럴 도그마 그리고 인간다움
오랜 시간 단백질이 합성될 때 DNA로 부터 유전자가 전달된다고 알려져 왔다. ‘센트럴 도그마’는 우리가 막연하게 알고 있던 유전자가 DNA에서 RNA를 거쳐 단백질로 전달된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는 핵심 원리이다. 센트럴 도그마는 우리 몸 안에서 유전자가 복제와 전사와 번역을 마친 후 단백질 접힘과 번역 후 수정 과정을 거치게 되는 원리를 말한다. 그래서 분자생물학의 꽃이라고도 불리는 센트럴 도그마를 이해하면 DNA가 우리 몸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다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저자는 이렇게 생소하고 어려운 센트럴 도그마를 누구나 알기 쉽게 설명해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단히 치밀한 DNA 복제 과정도 100% 완벽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잊지 않고 짚어준다. 그리고 이러한 불완전성을 단순한 결핍이 아닌 다양성의 근거로 바라본다. 이렇게 저자는 인간의 다양성이야 말로 우리가 인간다움을 말할 때 반드시 기억해야할 지점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서 이 책은 낯선 과학 이론과 용어를 이해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과학을 통해 인간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까지도 살펴볼 수 있게 해 준다.
문학으로 읽는 생물학
저자는 이 책의 1장과 2장에서 2021년 탄생 200주년이 되는 도스토예프스키의『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세포생물학, 분자생물학, 유전학의 코드로 읽는다. 그래서 대문호인 도스토예프스키의 문학적이며 인문학적인 깊이를 빌려와 생물학의 본질을 찾아 나서는 시도를 한다. 뿐만 아니라 3장에서는 가즈오 이시구로의 현대 소설인 『클라라와 태양』과 김현경의 인문서적 『사람, 장소, 환대』를 통해 생물학의 본질을 인간다움과 사람다움을 찾는 것으로 확장해 나간다. 그래서 우리는 아주 쉽게 닮음과 다름을 말할 때면 우열의 관점에서 서로를 비교하게 되는데, 이 책에서 저자는 인간이 특별한 이유는 어떤 동물이나 생물보다 우월해서가 아니라 ‘인간다움’ 때문일 것이라고 강조한다. 인간만이 가진 특별함, 과연 생물학으로 살펴본다면 인간이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