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말은 검은 줄무늬를 가진 흰 동물인가, 아니면 흰 줄무늬를 가진 검은 동물인가?”.

이 흥미로운 질문은 지금은 돌아가신 고생물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인 스티븐 제이 굴드(Stephen Jay Gould, 1941-2002)의 에세이에 나오는 질문이라고 이 책 [1]에 소개되어 있다. 좀 더 과학적으로 질문해 보면, “얼룩말의 줄무늬는 어떻게 생겼는가?” 일 것이고, 그 답은 얼룩말에 대한 연구가 적어서 잘 모르지만, 아마도 환경에 적응하면서 진화하는 동안, 개체의 발생 동안의 유전자 조절을 통해서 검은 줄무늬와 흰 줄무늬를 가로줄이 아닌 세로줄로 그리고 발생 시기별 유전자 조절을 통해서 세로줄의 개수가 정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고, 결론은 “얼룩말이란 검은 줄무늬와 흰 줄무늬를 함께 가진 동물이라고 하고 싶다”라고 저자는 과학자다운 답을 하고 있다.
몸에 나타난 아름다운 패턴 하면 우린 쉽게 나비를 떠 올릴 수 있을 것이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쉽게 알 수 있는 나비목의 종류는 세계적으로 약 150,000여 종이며, 그중에서 나비는 약 20,000여 종이고 나방은 약 130,000여 종이라고 추정하고 있다고 한다(늘 이런 높은 숫자 통계를 볼 때마다, 이건 어떻게 측정하였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리고, 나비 날개의 동그란 눈물 무늬 모양의 역할은 주로 새나 도마뱀과 같은 습격해오는 포식자의 시선을 날개 가장자리고 향하게 함으로써 연약한 몸통을 보호하는 것이지 않았을까 추정한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머릿속으로 다 담을 수 없는 이 수많은 나비 종들의 날개 무늬의 의미를 우리가 다 헤아릴 수 있을까? 그리고, 스스로의 몸의 기능을 파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환경에 따른 수많은 날개 모양 패턴, 색깔을 발생 유전학적 관점에서 진화의 시간 동안 만들어낸 건 정말 놀랍다. 다른 환경의 적응이라는 진화의 통찰을 보여주듯, 어떤 나비는 다른 온도에서의 배아를 키웠을 때, 다른 패턴의 나비 날개 모양을 만든다고 한다.
아이들은 언제나 놀랍지만, 열 살 어린이가 그렸다고 하기엔 잘 믿기지 않게 잘 그린 이 그림(이 책 맨 앞부분에 삽입된 그림, 열 살 어린이 크리스토퍼 헤르의 그림, 미국 위스콘신 주 매디슨 시 이글 초등학교)에서도 볼 수 있는 얼룩말과 나비는(안타깝게도) 나에겐 어린 시절에만 흥미롭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션 B. 캐럴의 이보 디보(Evolutionary + Developmental biology) 책 [1]을 통해서 앞으로는 나비를 만날 때 조금 다른 느낌이 생길 거 같다. 이 책은 다른 학문으로 여겨졌던 진화이론 연구와 발생 유전학을 어떻게 통합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 모두는 공통 조상에서 왔고, 각 분화된 종들을 실험실에서 연구함으로써 우리 스스로의 기원에 대해, 진화에 대한 이해를 더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 아닌가 싶다. 예를 들어, 45억 년의 나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우리 지구에 생명이 진화하기 시작한 것은 아마 35억 년쯤 일 것이다(역시 이 숫자들의 측정의 근거들이 여전히 궁금하다.). 그런데, 남 호주에서 발견된 화석인 에디아카라 동물군(Ediacaran fauna, named for the hills in South Australia where representatives of these forms were first found)으로부터 출발한, 6억 년에서 5억 7천만 년 전쯤인 선캄브리아 시기(600 to 570 million years ago)에 무슨 환경의 영향이 있어서 다리 많은 절지동물들이 갑작스럽게 증가했는지는 예측하기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발생 유전학을 통해서 어떻게, 수많은 다른 형태의 다지(많은 다리) 절지동물들이 스스로의 생명에 위협받지 않은 채(의식주 생활을 할 수 있는 몸을 유지하면서) 수많은 유전적 변형들이 일어났는지는 이해할 수 있다.
다시, 나비 날개의 이야기로 돌아와 몇 가지 독자로서 흥미로웠던 내용은, 날개의 진화는 1) 아가미의 변형을 통해서 진화가 이루어졌을 거라는 유전적 증거와 2) 다른 3가지 형태의 날개에 대한 진화적 비교였다. 이 책에서 인용된, 패트 십먼(Pat Shipman)은 “날개를 얻다(Taking Wing)”란 책에서 익룡(pterosaur)의 날개는 “손가락 날개(finger)”, 새의 날개는 “팔 날개(arm wings)”, 박쥐의 날개는 “손 날개(hand wings)”라고 비유하면서 그 차이점을 비교하고 있다. 즉, 익룡 날개는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손가락은 작게 그대로 유지한 채로(아마도 공도 잡을 수 있었을 듯 보인다.). 네 번째 손가락이 길게 날개 바깥을 완전히 휘감는 모습으로 진화했다. 이 익룡이 하늘을 날기 시작한 것은, 깃털 달린 공룡에서 진화한 조류가 진화하기 약 7천만 년 전인, 약 2억 2천5백만 년 전이라고 한다. 그리고, 새의 경우 날개는 막이 아니라 깃털로 만들어졌고, 이 깃털은 피부가 자란 것으로서, 날개는 팔 전체로 이루어져 있으며, 새의 네 손가락은 몹시 짧은 편이라고 한다. 그리고, 박쥐는 오리 물갈퀴와 같은 형태인 손 날개로 진화한 것이다.
즉, 자연은 일단 어떤 종류의 생산 방식을 선택했으면, 그것으로 만들 수 있는 갖가지 형태를 모두 생성하고서야 다른 방식으로 넘어간다는 것이다 [2]. 그리고 “날기”라는 큰 목표를 위해서 특수 유전자를 통한 특정 단백질 형성으로 생명을 디자인하기보다는, 가지고 있는 유전자를 가지고, 환경에 따라서, 땜장이처럼 수없이 이것저것 변형해서 진화한 것이다. 이는 약 30억 개의 염기쌍(3 billion base pairs)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DNA 서열이, 약 6백만 년 전의 공통 선조로부터 갈라져 나온 것으로 알려진 침팬지의 DNA 서열과 98.8% 일치한다는 잘 알려진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아마도 7천5백만 년 전쯤에 갈라져 나온 우리 연구에 많이 쓰는 설치류와도 많은 DNA 서열을 사람과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1.2% 라는 염기쌍으로 말하면 3천6백만 개의 염기 서열 차이(36 million different base pairs), 그 일부 염기 서열 도구들을 가지고 대장장이가 땜질을 해서 턱은 들어가고, 콧구멍은 작아지고, 머리는 커진 인간을 만든 것이다. 즉, 영장류(primates)와 대형 유인원(great apes)과 사람의 진화는 유전자를 통한 다른 단백질의 합성(the proteins the genes encode)이 아닌, 유전자 통제 방식의 변화(changes more in the control of genes)에서 빚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책의 제목인 “Endless forms most beautiful”은 생물학 역사상 가장 많이 인용된다고 하는 다윈의 “종의 기원” 마지막 문장에서 따왔다고 한다. 발생 유전학을 공부하지 않은 1844년 다윈의 통찰력, 이 마지막 문장을 2년에 걸쳐서 부분 수정을 하였다고 하니 참 대단하다. 생명 현상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도 여러 번 읽고,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은 문장이다.
“생명은 최초에 단 한 가지, 혹은 소수의 몇 가지 형태로 숨결이 불어넣어져 여러 가지 능력을 지니게 되었다는 시각, 우리 행성이 불변의 중력 법칙에 따라 돌고 돌기를 반복하는 동안, 그토록 단순한 한 시작으로부터 최고의 아름답고 무수히 다양한 형태들이 진화했고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는 생명관은 실로 장엄한 것이다.”
There is a grandeur in this view of life, with its several powers, having been originally breathed into a few forms or into one: and that whilst this planet has gone cycling on according to the fixed law of gravity, from so simple a beginning endless forms most beautiful and most wonderful have been, and are being, evolved.
저자는 나비 날개의 모양 패턴 연구를 통해서 세상에 알려지자, 한 독자의 편지를 받았다고 한다. 간단한 편지 내용 요약은 당신 같은 똑똑한 사람이 이 전 지구적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고, 나비나 연구하고 있다니 참 한심하다는 것이었다. 나비를 통해서 우리 지구의 생명 진화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적극적 “지구적 문제”에 대한 고민이 있을까? 내 개인적 생각이다. 저자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없으니 알 수 없으나, 그래서 였을까, 션 B. 캐럴은 10년 후인 2016년에 또 다른 스케일의 생태학적 연구에 관한 책 [4], 다큐멘터리 영화 [5] 등을 정리하여 만들어 낸다. 그것이 아프리카 탄자니아(Tanzania) 북쪽에 있는 세렝게티(Serengeti) 국립공원(온갖 야생 동식물이 모여 사는)에서 이름을 딴 “세렝게티 룰"이다.
현미경을 보면서, 실험실에서만 연구해 본 나에겐 참 새롭게 다가온 생태학 연구, 모습들이어서 참 흥미로웠다. 이 생태학 법칙 연구에 기여한 토니 싱클레어(Tony Sinclair)는 이 아프리카 탄자니아 세렝게티에서 50년이 넘게 생태 연구를 하면서 살았다고 한다. “Research”란 글자가 새겨진 지프차를 타고 다니며, 죽은 야생 동물들을 발견하면, 병에 의해서 죽었는지, 아니면 먹잇감의 부족으로 인한 기근에 의해서 죽었는지를 조사한다. 그리고 라이온 킹 영화에서나 본 듯한 큰 영양(Wildebeest) 떼의 숫자를 하나하나 세어서 먹이 사슬의 개체수의 변화를 측정한다. 이 측정은 경비행기를 타고 이 넓은 평야를 지그재그로 비행하면서 촘촘히 찍은 사진을 가지고 숫자를 센다. 아프리카의 초원에 사는 동식물의 생태 변화를 보기 위해 몇십 년 동안의 개체 종 수의 변화를 관찰하여 연구하는 기분은 어떨까? 연구비는 어디서 받는 걸까? 나에게 연구비 걱정 말고 탄자니아에서 평생 생태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어떤 결정을 할 수 있을까? 보통 2-3년 동안 실험 결과를 받고, 논문을 써서 길면 논문 출판하기까지 걸리는 4-5년이 정말 길게만 느껴지는데, 이 몇십 년을 두고 관찰하고 기록해서 자기 세대에 다하지 못하면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있는 이 연구의 느낌은 어떨까 잠시 생각해 본다.
아마도 나에겐 초등학교 자연 교과서에서 잠시 보았던 먹이 사슬에 관한 이야기이다. 한 생태계를 잘 유지하려면 먹잇감에 해당(prey)하는 종들만 다양하게 풍부하다면, 포식자(predator)들의 개체수는 상관없고 생태계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어쩌면 예상한 대로 모든 종 혹은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다”인 것이다. 그리고 특히 생태계 유지에 중요한 주춧돌 종(Keystone species)은 먹잇감 종이 아닌 포식자 중에 있다는 것이다. 모든 종이 주춧돌 종은 아니며, 특히 주춧돌 종이 사라지면, 그 생태계란 집은 무너지고, 이 주춧돌 종은 포식자 중에 있다고 한다. 이를 실험적으로 가설을 세우고, 연구한 지금은 돌아가신 미국 시애틀 워싱턴 대학교의 밥 페인(Bob Paine, 1933-2016) 교수님은 이를 바닷가의 한 부분 지역을 설정해 놓고, 그 안의 불가사리를 모두 손으로 직접 다른 곳으로 던져서 제거했을 때 어떻게 생태계가 변하는지 실험하였다. 이는 미시시피 강의 한 물고기 종을 제거, 혹은 포식자가 사라진 섬에서의 생태계 연구를 통해서 포식자 중에 주춧돌 종이 있다는 동일 결과를 여러 독립적인 연구자들을 통해서 도출하게 되었다.
이 연구들은, 스스로 공부(self-taught) 한 연구, 조사, 및 인터뷰를 통해서 영화를 찍은 Ali Tabrizi의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스피러시(Seaspiracy) [6]”에서도 잘 볼 수 있는, 1960-70년대의 포경 산업이 어떻게 수달(먹잇감을 잃은 식인 고래들의 대체 먹잇감으로 사용된) 숫자를 줄게 만들었고, 그 결과 생태계가 망가졌는지, 동물원 혹은 특정 가죽옷, 인간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잡혀서 사라진 상위 포식자들(사자, 표범, 고래 등)의 제거가 어떻게 그들이 속한 생태계가 차례로 파괴될 수 있는지를 잘 설명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인간은 주춧돌 종을 포함한 모든 것들 조절할 수 있는 종인 셈이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무지가 큰 재앙을 일으키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또한 자연 속 전염병을 통한 특정 주춧돌 종의 개체수 급격한 감소, 그에 따른 생태계의 붕괴와 서서히 다시 생태계가 회복되는 예도 함께 보여주면서 자연의 회복 탄력성에 관한 이야기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회복 탄력성은 기후위기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막연한 회복을 믿게 하는 독소만 될지도 모르겠다.
세렝게티 룰에 대한 실험들을 직접 저자인 션 B. 캐럴이 얼마나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관심 있는 일에 알려진 사실들을 모으고 정리해 또 다른 형태로 이해하고 전달하는 것 역시 과학적 사실 발견 못지않은 중요한 일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팬의 입장에서 션 B. 캐럴의 앞으로의 연구, 팟캐스트 혹은 다큐멘터리와 같은 미디어, 앞으로 출판될 그의 책들에 기대와 응원을 보낸다.
[관련 자료 링크]
[1] 이보디보, 생명의 블랙박스를 열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71284875
[2] 드니 디드로, “자연 해석에 관한 사색 (1753)”
[3] 세렝게티 법칙 관련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ppTK710PMBE
[4] 세렝게티 법칙, http://www.yes24.com/Product/Goods/34924107
[5] The Serengeti Rules, Director: Nicolas Brown, PBS documentaries
[6] Seaspiracy, https://www.seaspiracy.org/
작성자: 김민환
* 본 서평은 "BRIC Bio통신원의 연재"에 올려진 내용을 "이 책 봤니?"에서도 소개하기 위해 동일한 내용으로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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