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의 배신_착한 유전자는 어째서 살인 기계로 변했는가 리 골드먼 | 부키 | 2019.1.25
부키
(2019-02-13 10:03)
•인류 진화의 역사로 현대병의 비밀을 밝히고,
그 해결책을 제시한다!
인간이 20만 년이라는 장구한 세월 동안 멸종을 면하고 번성할 수 있었던 비결은 경이로울 정도로 훌륭한 유전자 덕분이었다. 진화의 여정 속에서 우리 조상들은 필요 이상으로 음식을 먹어 두고, 소금을 간절히 원하고, 불안해하거나 우울해지는 전략을 취하고, 신속하게 혈액을 응고시키는 보호 체계를 발달시켰다. 이런 네 가지 유전 형질 덕분에 인간은 역사를 통틀어 가장 큰 사망 요인인 굶주림, 탈수, 폭력, 출혈의 위험을 피하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 형질들이 최근 겨우 2세기라는 짧은 기간 사이에 목숨을 보호해 주기는커녕 도리어 빼앗아 가는 주요 현대병의 원흉으로 돌변해 우리의 건강과 삶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인류의 생존을 도왔을 뿐 아니라 지구 생태계를 장악하는 근원이 된 바로 그 특징들이 어째서 오늘날 이토록 치명적인 독이 되어 버린 것일까?
저자는 역사와 진화라는 거대한 맥락 속에서 유익한 유전자들이 어떻게 자연 선택 되고 실제로 작동해 왔는지 그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설명한다. 그러면서 그것들이 이제 어째서 비만과 당뇨병, 고혈압, 불안과 우울증, 심장 질환과 뇌졸중을 부르는지 명쾌하고 설득력 있게 입증해 보인다. 나아가 유전자가 세상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인류 역사상 이 초유의 사태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길을 제시한다.
•책 속에서
보호자에서 죽음의 원흉으로 돌변한 유전 형질
1988년 오프라 윈프리는 비만과 건강 문제를 염려해 체중 감량 작전에 들어가 95킬로그램에서 65킬로그램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 1990년대 들어 줄었던 체중이 금방 다시 불어나자 또 한 번 38킬로그램 감량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몸무게는 계속 늘어만 갔고 2005년 4개월간 거의 굶다시피 해서 72.5킬로그램으로 줄였다. 그렇지만 2008년 또다시 18킬로그램이 쪄 있었고, 그 뒤로 그녀의 체중은 요요처럼 오르내리기를 계속 반복하고 있다.(398쪽)
프랭클린 델러노 루스벨트가 1921년 39세의 나이로 소아마비에 걸렸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그가 고혈압을 앓았다는 것은 덜 알려져 있다. 소아마비 진단을 받은 지 약 25년 후인 63세에 그가 사망한 것은 소아마비와는 상관없는 질병, 뇌졸중 때문이었다. 극도로 높은 혈압이 뇌 속 작은 동맥을 터뜨리면서 머리 속에 엄청난 출혈을 야기해 불과 몇 시간 만에 그의 목숨을 앗아가고 말았다. 쓰러진 직후 그의 혈압은 300/190이었다.(162~163, 215쪽)
2012년 미육군 82공수사단의 일원으로 이라크전에 참전한 후 전역한 제이슨 펨버턴 하사는 자기 아파트에서 1년여 전 결혼한 아내를 총으로 쏘아 살해한 다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평범한 병사가 아니었다. 최전방 정찰병 임무를 맡았고 필요할 때는 저격수 역할까지 해내며 세 차례나 훈장을 받은 뛰어난 군인이었다.(222쪽)
오늘날 위와 같은 사례들은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보편적인 현상이 되어 버렸다.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 더 건강한 동시에 더 병들어 가고 있다. 살찌기는 쉬운 반면 살빼기는 너무나 어렵다. 세계적으로 고혈압과 뇌졸중이 급증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살인 사망보다 자살사망이 두 배나 높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리 골드먼 박사는 정곡을 찌르는 진단을 내놓는다. 수십만 년간 인류를 존속하고 번성하게 해 준 생존 형질, 우리를 더욱더 강력한 존재로 만들어 준 유전자에 그 답이 있다고. 굶주림과 아사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해 주던 과식 본능은 이제 비만과 당뇨병의 원흉이다. 치명적인 탈수를 예방해 주던 물과 소금 보존 본능은 고혈압이라는 직격탄을 날린다. 비명횡사당하지 않기 위해 경계하며 두려워하고 순종하며 슬퍼하는 전략이 불안과 우울증, 그리고 자살을 부추긴다. 출혈로 인한 사망을 방지하는 신속한 혈액 응고 장치는 혈전을 형성해 혈관을 막거나 터뜨려 뇌졸중과 심장 질환을 부른다.
지난날 인류에게 그토록 유익했던 것들이 오늘날 우리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인간의 평균 수명은 지난 2세기 동안 거의 두 배로 늘어난 반면, 전 세계적으로 비만과 당뇨, 고혈압, 우울증과 정신 질환, 심장 질환과 뇌졸중의 비율 역시 급등했다. 현재 미국 내 주요 사망 원인 중에서 심장 마비는 1위, 뇌졸중은 4위에 올라 있으며 당뇨병은 9위, 자살은 10위를 차지하고 있다.(286, 366~367쪽)
역사와 진화, 유전학의 정수를 집약해 낸 깔끔한 논리로 독자들을 빠져들게 만든다.
_《워싱턴포스트》
자신과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 봐야 할 책.
_에릭 캔들(2000년 노벨 생리학・의학상 수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