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종양 미세환경 (Tumor microenvironment) 은 암 세포와 더불어, 인접 정상 세포, 면역 세포 그리고 각종 중간엽 기질세포 (Mesenchymal stromal cells)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암의 시작단계부터 진행, 전이에 이르기까지 깊이 관여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암 세포가 인접해 있는 정상 세포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경쟁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습니다. 최근 인간 조직을 활용한 체세포 돌연변이 (somatic mutation) 분석결과에 따르면, 겉으로는 정상처럼 보이는 조직에서도 암 관련 돌연변이를 가지는 ‘클론’ (같은 줄기세포로부터 만들어진 자손들의 집합) 들이 나이가 들어 감에 따라 점차 늘어난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암 돌연변이 클론과 정상 클론 간의 상호작용 및 경쟁과정은 암 연구, 특히 암 발생 초기 단계 연구에서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포유동물 모델에서의 상피 세포 간 클론 경쟁연구는 암 돌연변이 세포를 직접 형광 리포터로 표지하거나, 유전자 바코딩을 하는 방법 등으로 연구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기존 방법론에서는 정상 세포 유래 클론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는 명확한 한계가 존재했고, 암 주변에 존재하는 정상세포들, 특히 정상 줄기세포들의 운명 결정 (fate decision)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연구하기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저희는, 기존의 다중 색 유전자 표지 생쥐모델 (Confetti)을 개량하여, 돌연변이 세포 유래 클론과, 정상 세포 클론을 같은 조직 내에서 동시에 표지 할 수 있는 새로운 생쥐모델인 Red2Onco 시스템을 개발하였습니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같은 조직 내에서, 원하는 시기에, 특정 암 유전자를 발현하는 암 세포 클론과 주변 정상세포 클론을 동시에 서로 다른 형광단백질로 표지 할 수 있습니다. 이에따라, 저희는 Red2Onco 시스템을 사용하여, 조직학적으로는 거의 차이가 없는 초기 암 돌연변이 세포와 정상 세포를, 각각 명확히 추적할 수 있었으며, 암 세포가 주변 정상세포와 어떻게 경쟁하고 상호작용하는지 정량적으로 분석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 Kras 혹은 Pi3k 돌연변이 세포가 주변 미세환경을 능동적으로 변화시켜서, 주변 정상 줄기세포들의 분화를 유도하고, 궁극적으로 클론 경쟁 (clone competition)에서 승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1) 암세포가 직접 BMP 등 분화인자들을 분비하기도 하고, 2) 간접적으로 주변 niche 세포의 특성을 변화시키면서 주변 정상 줄기세포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저희와 같은 시기에 또 다른 중요한 대장암 관련 돌연변이인 Apc 돌연변이 세포가 Wnt inhibitory factor를 분비하여 주변 정상 줄기세포의 분화를 촉진하고 그 유지를 저해한다는 결과를 영국과 네덜란드의 다른 그룹들에서 각각 보고했다는 것입니다. 종합적으로 말씀드리면, 아마도 암에서 중요한 몇몇 돌연변이들은, 돌연변이 획득과 동시에, 아주 이른 시기부터 주변 정상세포들이 살아가는 환경을 저해하여, clonal expansion을 진행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번 연구 논문은 특히 처음 투고 후 코로나 Outbreak 가 발생하면서 영국 전역에 봉쇄 (Lockdown)조치가 내려져 리비전 관련 실험을 수행하는데 있어 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에 따라 한 리뷰어 분을 만족시키지 못해서, 두 번의 리비전을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저널로 옮겨서 다시 리뷰를 처음부터 받아야 했습니다. 당시에는 상당히 절망적인 경험이었지만, 동료 분들과 함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진행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듯합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이번 연구는 영국 Cambridge 대학Gurdon Institute의 Benjamin Simons 교수님 실험실과 오스트리아 Institute of Molecular Biotechnology (IMBA)의 구본경 박사님 실험실의 긴밀한 공동연구를 통해 진행되었습니다.
Gurdon Institute (https://www.gurdon.cam.ac.uk)는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하신 John Gurdon 교수님께서 현재도 활발히 연구활동을 하고 계신 곳이며, 뛰어난 연구자분들이 초파리, 선충, 생쥐, 인간 등 다양한 모델시스템을 활용해 발생 생물학과 줄기세포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곳입니다. Benjamin Simons 교수님은 저명한 물리학자이시면서, 동시에 세계 최초로 통계물리학적 방법론을 장 상피 성체줄기세포 유래의 클론 데이터에 접목하여 neutral drift model을 제안하셨으며, 이를 통해 성체줄기세포에 의한 조직 항상성 유지의 기본 원리를 설명하셨습니다. 현재 여러 다양한 조직들(예. 피부, 식도, 폐, 장, 침샘 등)에 전문성을 가지는 생물학연구원들과 통계물리학을 전공한 연구원들이 한 연구실 안에서 서로 협력하여, 성체줄기세포의 운명결정 (fate decision)과정을 규명하고, 그 조절 메커니즘이 어떻게 망가져서 질병이 초래되는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오스트리아의 IMBA (https://www.oeaw.ac.at/imba)는, 오스트리아 최고의 연구소로 뇌오가노이드 분야의 선구자이신 Juergen Knoblich교수님과 구본경 교수님을 비롯한 훌륭한 연구자분들께서 오가노이드, 배반포 블라스토이드 (blastoid), 배아줄기세포 등을 활용하여 의생명분야에서 선도적인 연구를 수행 중이십니다. 특히, 구본경 교수님은 E3 ligase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Wnt 신호 조절 기전을 장 상피에서 보여주셨을 뿐 아니라, 위점막으뜸 세포가 위샘에서 줄기세포로 기능한다는 사실을 처음 규명하셨으며, 오가노이드 기술이 태동하던 시기에, 오가노이드에서도 유전자 조작이 손쉽게 가능하다는 사실도 처음으로 보여주셨습니다. 이후에도 생쥐 유전학과 성체 줄기세포, 그리고 오가노이드 연구에서 모두 뛰어난 성과들을 내고 계십니다. 현재까지 새로운 유전학적 방법론들을 다 수 제안하셨으며, 연구실에서는 이들을 활용하여 기초과학적 연구에서부터 질병치료에 이르기까지 보다 차별화된 연구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제가 이번 논문을 마무리하면서 크게 느낀 점 중 하나는 바로 협업의 중요성입니다. 각각의 연구주제들이 보다 전문화되는 과정에서, 분야별 전문가들의 협업, 즉 학제 간 연구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분야들이 만나는 접점에서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관점이나 생각들은 매우 흥미롭지만,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같은 이해의 선상에 있도록 하는 데에는 긴밀한 소통과 논의가 필수적이었습니다. 학위과정을 거치면서 주로 혼자 생각에 몰두하는데 익숙했던 저에게는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모두 굉장히 새로운 경험이었고, 저로 하여금 편견을 깨고 새로운 그림을 그려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경험을 살려 많은 좋은 동료 분들을 만나고 함께 즐겁게 연구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는 한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영국으로 박사 후 연구원을 나왔습니다. 뜻하지 않은 좋은 기회로 유럽으로 오게 되었는데, 직접 겪어본 바를 돌아보니 연구를 수행하기에 있어 최적의 장소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미국이 익숙한 우리나라에서, 유럽에 있는 많은 기회들이 잘 알려져 있지는 않은 듯하여 아쉽기도 합니다.
실험실 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Cambridge의 많은 연구책임자 분들은 Research Council과 같은 정부기관 이외에도 Wellcome Trust, Cancer Research UK와 같은 자선 재단에서 충분한 Funding을 지원받고 있습니다. 또한 연구소들이 각각 Core facility를 운영하고 있으며, 전문인력들이 항상 상주해 있어 실험이나 분석에 대한 조언이나 도움을 받기에 아주 용이합니다. 그리고 여러 연구소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주변 Sanger 연구소나, CRUK 연구소, WT-MRC Stem Cell 연구소와 같은 최고의 연구시설에서 운영하는 facility들에서도 원활히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주변의 좋은 연구소들에서 진행하는 다양하면서도 수준 높은 세미나들도 연구에 아주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연구자분들이 편안하게 의견을 공유하는데 거리낌이 없어, 좋은 생각들을 자유로운 논의를 통해서 만들어가는 분위기도 중요한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에 따로 소개해 드린 두 연구소를 포함한 유럽 내 대학이나 연구소들도 유학준비생분들께서 관심있게 지켜보신다면 좋은 기회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혹시 성체줄기세포 연구나 유럽에서의 기회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언제든 연락 주시면 제가 아는 한에서 도움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유전학적 생쥐모델과 오가노이드 시스템을 활용하여 성체 상피줄기세포의 자기 재생 및 분화가, 질병 및 비질병 상태에서 어떻게 조절되는지 연구해 왔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단기적으로는 대장의 조직재생 상황에서, 암 돌연변이 세포와 정상세포의 상호작용 및 경쟁과정에 대해 규명해보고자 하며, 현재 관련연구를 활발히 진행중입니다. 생쥐모델 분석에 더하여, 대장 조직재생 상황을 모사할 수 있는 새로운 in vitro 시스템도 구축 중에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인간 성체줄기세포 및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연구를 통해 인간 성체줄기세포의 특성을 규명하고, 질병치료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방향으로 연구영역을 차츰 확장해 나가고자 합니다. 좀 더 제가 하고 싶은 연구를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계속 기회를 찾아보고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제가 이 날까지 성장하고 연구를 지속해오는데 있어 감사한 은사님들이 참 많습니다. 우선 제가 연구를 수행하는데 있어 전폭적인 지원과 신뢰를 주신 Benjamin Simons 교수님과 구본경 교수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박사과정 동안 아낌없는 지도로 이끌어 주시고, 저를 한 명의 독립된 연구자로 성장시켜 주신 서울대학교 공영윤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일개 학부생이었던 저에게 연구에 참여할 기회를 주셨던 고려대학교 김태성 교수님 감사드립니다. 또 항상 많은 조언을 주시는 Cambridge 대학 이주현 교수님, 고려대학교 윤봉준 교수님, 그리고 카이스트 윤기준 교수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멀리 영국으로 박사 후 연구원을 오게 되면서 운 좋게도 참 멋진 동료 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번 연구의 공동 1 저자이시며, 싱글셀 관련 분석에 힘써 주신 한승민 박사님께 감사드립니다. 항상 긍정적인 자세를 알려주는 Lemonia Chatzeli 박사님, 함께 일하고 있는 물리학 박사과정Yanbo Yin, 생쥐모델 제작을 도와준 Juergen Fink 박사님, Catherine Dabrowska, 오가노이드 실험을 도와준 Sam Wu를 비롯한 연구실 분들께도 감사합니다. 그리고 여러모로 도움을 주셨던 최진욱 박사님, 박종은 박사님, 임경태 박사님, 이선민 박사님, 황우창 박사님을 비롯한 Cambridge 한인 과학자 분들께도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워낙 뛰어나신 분들이 많으셔서 옆에서 많이 보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또 항상 좋은 연구자의 본보기를 보여주신 김윤영 박사님, 대장암 모델 분석을 가르쳐 주신 김현아 박사님, 그리고 정현우 박사님, 임선경 박사님, 신주희 박사님, 최석원 박사님, 김지훈 박사님을 비롯한 DND연구실 선배님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또한 제가 가장 믿고 또 의지했던 성진우 박사님, 함께 장 상피 줄기세포와 대장암을 연구하며 고생 많았던 강종설 박사와 조영우에게도 고맙습니다. 언제나 그리운 DND OB 가족분들, 김호진 형님, 한기찬 형님, 김지아, 김주연, 신수빈, 이원욱, 배성환, 서지윤 박사에게도 고맙습니다. 그리고 지금 DND를 떠받치고 있는 박인국, 한상현, 유규상 및 다른 후배님들께도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학부시절, 제게 실험을 처음 가르쳐 주신 정미영 박사님, 김면수 박사님, 김유진 박사님, 홍혜진 박사님, 권신호 박사님을 비롯한 IGL 선배님들께도 고맙습니다. 항상 함께 고민해주고 마음의 짐을 덜어주는 류아람 박사와 최성민, 김재현 형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언제나 저를 응원해주시고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주시는 아버지, 어머니, 장인, 장모님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저희 가족의 빈 자리를 든든하게 채워주는 처남에게도 고맙습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먼 타지에 나와 고생하면서도 항상 제 편이 되어주는 아내 지혜와 딸 시은에게도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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