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본 논문은 class A GPCR에 속하는 Neuropeptide Y1 receptor (NPY1R)가 Neuropeptide Y (NPY)에 의해 활성화되는 기전을 극저온전자현미경 기법 (cryo-EM)을 통해 밝힌 연구입니다. NPY는 중추신경계에서 가장 abundant한 펩타이드 (36개 아미노산) 호르몬 중 하나로 알려져 있으며 식욕 조절, 스트레스 반응, 불안 등의 다양한 생리적 과정에 관여합니다. 가령 비만의 경우 NPY가 증가되어 있거나 스트레스성 알코올 의존을 보이는 초파리는 NPY homolog인 Neuropeptide F 수치가 낮아져 있고 이를 증가시키면 알코올 의존도가 떨어집니다. 이런 점에서 예로부터 NPY 신호전달을 연구하고 조율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왔습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서 NPY 리간드의 작용을 분자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비만이나 불안증과 관련 질환을 다루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GPCR은 공통적으로 7개의 막관통 도메인을 가지는 특징으로 얼핏 보면 구조가 다 비슷해 보이지만 세포내/외 loop들의 길이도 다양하고 여기에 결합하는 리간드의 종류나 구조적 변화의 다양성이 아주 큽니다. 더욱이 정적인 구조분석을 넘어 동적 움직임에 대한 분석도 정교한 작용기전 모델링을 위해 필요합니다. GPCR이 워낙 다양한 생리학적 반응을 매개하고 질병과도 연관이 많아 제약 및 구조 분야에서도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기술의 발달과 축적된 지식으로 활성화 구조 규명의 경쟁이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많은 분야가 그러하듯이 2~3년 전만 하더라도 하나의 GPCR-G protein 복합체의 구조 규명만으로 높은 임팩트를 받은 반면 지금은 두 세 구조를 한번에 규명하거나, 다양한 state를 분리하거나 새로운 ligand를 개발하거나 등의 트랜드가 보여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지난 LRP6-Sclerostin 복합체 X-ray 구조 연구를 마무리하면서 전반적인 cryo-EM 셋팅 중 연구실의 박채희 연구원님이 하시던 NPY1R-G-protein 복합체 단백질을 스크리닝하게 되었습니다. 약 10장 정도 micrograph를 얻었는데 2D-average에서 아주 희미하게 GPCR-G-protein complex의 형태가 보이는 것 같아 본격적으로 데이터 구조분석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국내 현미경 네트워크가 막 커지기 시작한 시기라 데이터 수집에 시간이 오래 걸렸고 Grid 샘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손을 너무 타서 어렵게 얻은 빔타임을 아쉽게 놓친 적도 있었습니다.
수집된 NPY1R 데이터 해석은 GPCR loop의 동적인 움직임, 36개 아미노산의 작은 NPY 리간드, 그것도 상당히 flexible한 특징을 가진 NPY N-terminus의 문제로 초심자였던 저에게 상당히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운이 좋게도 시기상 강력한 머신러닝/딥러닝 분석 툴 (cryoSPARC ver. 3, NU, topaz, 3DVA, local sharpening 등)의 최적화와 공개가 이루어졌고 활발한 디스커션과 많은 parameter 시행착오를 겪으며 구조 연구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신 분석 방법 논문이 나오는 시기에 바로바로 새로운 tool들을 적용해보면서, 몇 번이고 데이터 프로세싱을 수행한 것은 힘든 작업이었지만 같은 데이터에서도 뽑아낼 수 있는 정보가 천차만별이고 이것을 어떻게 검증해볼지 고민하면서 생동감 있는 연구를 경험한 것 같습니다. 구조 분석 외에도 MD 시뮬레이션 미팅, 최적화 모델링 미팅에서 유용한 tool이나 전산 팁들을 배울 수 있었고 논문 투고에 임박해서는 일손이 부족해 in vitro 칼슘 측정과 BRET assay도 긴박하게 진행하면서 고생했지만 그만큼 많은 스킬들을 얻을 수 있었던 기회였네요.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구조생물학 연구실에서 최희정 교수님의 지도 하에 2021년 2월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같은 연구실에서 포스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희 구조생물학 연구실은 X-ray 결정학과 Cryo-EM 과 같은 기법을 통해 단백질 구조를 규명하고 각종 생화학적 assay를 통해 단백질의 기능을 탐구하는 곳입니다. 올해로 실험실이 오픈한지 10년째 되는 해로 안정적인 셋팅과 이를 기반으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재 실험실에서는 분비/세포내 단백질이나 GPCR 막단백질 등 다양한 종류의 단백질을 다루고 있으며 각 단백질 특성에 적합한 대량 발현 시스템 (E.coli, sf9 등)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렇게 발현된 단백질들을 고순도 정제 및 분석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각종 필요한 장비 (FPLC, f-SEC, MALS, ITC 등)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 효율적으로 단백질 시료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동물세포 배양 시스템을 통해 필요한 기능적 assay를 바로바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포항 가속기 연구소 (PAL)에 시료를 보내 원격으로 X-ray 회절 데이터 수집하거나 서울대학교 세포 및 거대분자 이미징 핵심지원센터 (CORE)의 Cryo-EM 장비 (Glacios, ZEOL 등)에도 가까워 접근성이 좋은 장점이 있어 구조 연구에 최적화가 잘 되어있는 곳입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고순도로 단백질을 정제하는 작업은 때때로 상당히 어려운 문제입니다. 특히 막단백질의 경우 발현 효율이 낮을 때가 많고 소수성 막관통 부분을 detergent 등으로 둘러싸는 solubilization 과정이 들어가면서 더욱 난이도가 올라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글과 논문 검색을 통해 조건 탐색을 찾아봐도 해결이 어려운 경우, 많은 조건을 경험해보신 교수님과 동료들의 해법 및 팁들이 잘 된 경우가 많아 어디서 쉽게 배울 수 없는 귀한 지식을 많이 얻을 수 있었습니다. 개개인의 시간과 체력은 한정되어 있고 혼자서 모든 것을 진행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니 평소 동료들과 대화를 자주하고 정보교류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네요.
초창기 연구실에 현미경 분석 관련 설비나 전문가가 없어 KBSI, KAIST, IBS, POSTECH, 유전공학연구소를 오가며 교수님, 박사님들의 조언을 듣고 실험적 방법론이나 데이터 처리 방법 등을 공부하며 개인적으로 많이 배웠고 큰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또한 수 ~ 수십 테라바이트에 달하는 cryo-EM 데이터를 처리하는 컴퓨터 성능도 아주 중요해졌는데 GSDC, IBS 등의 서버를 활용하면서도 연구실의 고성능 GPU 서버가 필요해졌고 이를 알아보는 과정에서도 새로운 지식을 얻는 것에 재미를 느꼈습니다. 어쩌다 보니 국내에서 발표된 최초의 GPCR-G protein 복합체의 연구 결과로 해외 연구진들의 논문으로만 보던 내용들을 우리도 이제 할 수 있다! 란 보람이 드네요. 최근엔 단백질 정제부터 구조 모델링까지 일주일 가량 걸린 적도 있는데, 그 간의 고생했던 순간들이 떠오르며 보상받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제가 2015년 구조생물학 연구실에 입학했을 때는 X-ray 결정학이 고분해능 구조를 연구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출판된 논문들도 대부분 X-ray 구조였고 제가 속한 필드만 집중하다 보니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 같네요. 그러던 중 cryo-EM으로 고분해능 결과들이 논문으로 나오기 시작했고 이에 맞춰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기술 셋팅과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또 새로운 필드만 집중하느라 다른 동향을 잘 파악하지 못했던 것 같네요. 그러다가 또 2021년 알파폴드2, 로제타폴드가 공개되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고 한동안 설치하고 여러 조건으로 돌려보면서 적용을 해보고 있습니다. 이처럼 빠르게 변하는 동향 속에서 정신이 없었지만 장점들을 흡수하여 내 연구에 적용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네요.
생각해보면 재미있는 아이디어나 혁신적 발전들은 임계를 넘어 널리 퍼지기 전에 커뮤니티에서의 대화, 세미나, 학회 등에서 먼저 소개가 됩니다. 여러 교수님과 선배분들께서 세미나나 연구자 교류의 중요성을 많이 이야기하지만 막상 내 눈앞만 바라보고 달리다 보면 견해가 좁아지게 되는데요, 저 또한 네트워크에 꾸준히 참여하면서 시각을 넓혀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현재 저는 구조가 알려져 있지 않은 다른 GPCR들의 활성화 구조연구를 수행 중입니다. 이번 NPY1R 논문을 준비하면서 동료 연구자분들의 숙련된 기술들을 많이 배웠고 이를 활용하여 보다 효율적으로 시료를 준비하고 있네요. 또한 이전에 꽤 고생했던 cryo-EM 데이터 수집 및 분석도 어느정도 손에 익어 다각도로 활성화 GPCR들의 삼차원 모델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에 맞춰 구조 기반 돌연변이를 디자인하고 세포주를 통한 기능연구를 병행하면서 재미있는 스토리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또 좋은 연구로 인사드릴 수 있으면 좋겠네요.
하지만 알파폴드2나 로제타폴드가 보편화되면서 실험 구조생물학자의 포지션에 대해 작년부터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unpublish 구조와 거의 동일하게 구조가 수 시간 내에 나오거나, 데이터 한계로 실험적 구조에서 보이지 않던 부분까지 적절하게 예측되는 것은 이미 많은 분들이 경험하신 것 같습니다. 거대 복합체 예측 또한 그럴듯하게 나오고 있는데요, 특히 이번 논문이 나오기 전 NPY1R-NPY-G-protein 구조 예측을 해봤더니 고생해서 규명했던 저희 구조와 거의 비슷하게 나와 다소 허탈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아직 실험적 검증이 필요하고 제한적 부분도 존재하지만 다른 tool들과 조합하면 쉽게 단백질의 구조를 예측하고 분석해볼 수 있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올해 단백질 구조 예측대회인 CASP15 에서는 또 어떤 발전이 있을지 기대되면서도 위기감이 느껴지네요. 그렇지만 예측결과를 토대로 효율적으로 단백질 디자인을 수행하고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 분석, 후보물질 발굴 등이 가능해 적극 활용 중에 있습니다. 이처럼 예전같이 구조를 규명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기보단 지금 가진 wet/dry 단백질 구조 분석 기술을 백그라운드삼아 좀 더 큰 범위에서 생물학적으로 재미있고 궁금한 현상들을 접하고 싶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항상 활발하게 연구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지도해주신 최희정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항상 연구의 에너지가 넘치시는 모습을 보며 게으른 저의 모습을 많이 반성하게 됩니다. 고생 많았던 공동 제1저자이신 박채희 연구원님 늦은 밤까지 시료 준비로, 또 논문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맘 고생 많이 하셨을 텐데 같이 잘 완주하게 되어 기쁩니다. 초기 BRET과 Ca-assay 등 세포실험들을 셋팅하고 알려주신 고승범 박사님과 연구주제를 시작하여 토대를 만들어 주신 강현욱 박사님, 방인진 박사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가 cryo-EM을 시작할 수 있게 가르침을 주시고 디스커션을 할 때마다 새로운 방법을 제시해주신 노성훈 교수님, 그리고 거기에 시너지를 주시면서 깊게 공부할 수 있도록 스승이자 동료연구자로 교류중인 한국기초과학연구원 (KBSI)의 정형섭 박사님께 많은 감사를 드립니다. 특히 새로운 논문이 나올 때마다 불타는 디스커션을 지금도 하고 있는 박준선 연구원님, 연구실에서 유익한 디스커션을 활발히 나누는 최철원, 배정남, 이현식 연구원님도 항상 화이팅 입니다. 여러 연구소와 교류하며 귀인을 많이 만난 것 같습니다. 데이터 수집과 처리에 많은 조언을 해 주신 KAIST 최진석 박사님, IBS 류범한 박사님, 든든하게 서버를 담당해주신 HPCLAB, MD 시뮬레이션 미팅을 하면서 분자의 움직임에 대한 insight 를 주셨던 임원필 교수님과 최열교 박사님, 구조가 풀리지 않았던 시절부터 모델링에 힘 써주신 석차옥 교수님과 우현욱 연구원님, 리비전까지 모델링을 또 하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끝으로 방황하는 포닥 입문 생활에서 가까이서, 멀리서 서로 응원하는 친구들, 고향에서 항상 지지해주시는 부모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GPCR
#Cryo-EM
#Structural biology
관련 링크
관련분야 연구자보기
소속기관 논문보기
관련분야 논문보기
해당논문 저자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