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사 인터뷰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우리 우리 몸에서 가장 연구가 덜 이루어진 기관 중 하나가 뼈입니다. 가장 단단한 조직이라 기술적으로 접근이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 안을 들여다보는 연구는 미흡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뼈는 우리 몸을 지탱해주는 물리적인 역할 말고도 피를 만드는 장소로써도 중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피를 형성하는 백혈구와 적혈구, 그리고 그들의 모세포들이 기본적으로 생성되는 곳이 바로 골수이기 때문입니다. 뼈가 단단한 이유 중 하나도 이 골수를 보호해야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뼈 안에는 혈구 세포나 뼈 세포 이외에도 다양한 세포가 존재합니다. 그 중에서 제 연구는 우리 몸 구석구석 거미줄처럼 뻗어있는 혈관을 이루는 혈관내피세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골수 안 혈관내피세포는 피를 만드는 조혈모세포를 조절하고 지원하는 미세환경으로써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단순히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수송로의 부속품 역할만으로 그치지 않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러한 골수 안 혈관내피세포에 대한 연구 역시 앞서 언급한 기술적인 이유로 풍성한 연구가 진행될 수 없었습니다.
실험 대상으로 사람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생물학자들은 역사적으로 동물 모델을 사용해왔습니다. 지렁이나 파리나 개구리보다는 같은 포유류이면서 다루기가 여러 면에서 용이한 생쥐는 비록 몇몇 단점을 가지고는 있지만 지금까지 가장 훌륭한 유전학 모델이 되어왔습니다. 그러나 연구을 위해 동물 실험을 남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생물학자들은 가능한 동물을 사용하지 않고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생체 내의 세포를 꺼내어 시험관에서 배양하는 방법입니다.
세포를 배양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세포마다 잘 자라는 환경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생쥐 골수 안 혈관내피세포의 경우엔 배양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아무리 세포를 잘 꺼내어도 그들 자체만으로는 어떤 유전적 조작을 하지 않는 한 금방 죽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기서 한 가지 엉뚱한 발상을 하게 됩니다. 세포 배양시 환경을 골수 안과 가능한 비슷하게 만들어주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전통적으로 세포 배양은 다른 세포와 함께 키우지 않고 그 세포만 따로 키우게 됩니다. 저는 이러한 전통을 거스르며 골수 안의 다양한 세포를 모두 한꺼번에 배양해보기로 했던 것입니다.
저의 엉뚱한 발상과 시도는 마침 운도 따라주어 잘 들어맞았습니다. 기존의 방법과 비교해서 폭발적인 세포 증식을 유도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적어도 두 종류의 세포를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제 연구는 바로 이 새로운 배양 방법을 통해 발견하게 된 골수 안 혈관내피세포의 두 종류를 관찰하고 그들의 다른 기능과 분자 수준에서 보이는 성질의 차이점을 규명하는 내용이 되겠습니다.
제 연구는 기존의 세포 배양 방법으로는 관찰할 수도 연구할 수도 없던 골수 안 혈관내피세포의 다양성을 처음으로 생체 내가 아닌 시험관에서 보여준 첫 사례가 됩니다. 특히 전사체를 비교해본 결과 생체 내의 혈관내피세포와 제가 고안한 방법을 통해 시험관에서 배양한 혈관내피세포는 놀랍게도 상당히 유사했습니다. 즉, 제 배양 방법은 생체 내의 환경과 유사하여 혈관내피세포들이 변성되지 않고 유전자 발현을 거의 비슷하게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골수 안 혈관내피세포는 그들만 따로 배양할 때보다 골수를 이루고 있는 다른 세포와 함께 배양할 때 변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더 잘 자랐습니다. 특히 Macrophage는 혈관내피세포의 증식을 돕는다는 사실, 반면 Mesenchymal cells은 저해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습니다.
요즈음엔 과학기술이 발달하여 생체 내와 흡사하게 시험관에서도 세포들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Organoid 혹은 Blastoid 등이 있겠습니다. 저는 골수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생체 내와 비슷한 환경이 시험관에서 재현이 되어 동물 실험 빈도를 줄이는 동시에 오히려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연구를 할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모든 연구는 캘리포니아 엘에이 근교에 위치한 City of Hope 소속 Beckman Research Institute에서 진행되었고, 리비전 마무리 (실험을 제외한 문서 작업)를 현재 재직하고 있는 기초과학연구원 소속 유전체교정연구단에서 실행했습니다. City of Hope는 암 전문병원으로 암 연구는 물론이며, 당뇨를 포함한 대사질환과, 골수이식 같은 방법을 이용하는 혈액학이 강한 연구기관입니다. 여러 나라 출신 과학자들이 골고루 있어 다양성이 잘 확립된 곳이기도 합니다. 따뜻한 캘리포니아의 기후는 말할 것도 없지요. 그리고 이 자리를 통해 지난 7년 간 저의 샐러리를 책임져 주시고, 모든 연구비를 대시고, 2015년 당시 아무것도 없던 저를 받아주시고, 저의 공로를 인정하여 저에게 공동교신저자까지 주신 Nadia Carlesso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제가 고안한 세포 배양 방법으로 골수 안 혈관내피세포를 키우고 그 과정을 저 혼자 현미경으로 처음 관찰했을 때 (아래 사진 첨부) 느꼈던 전율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재미난 현상을 관찰하고, 왜 그런지 이유를 묻고, 그 뒤에 숨겨진 의미도 찾는 과정이 바로 기초과학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논리 정연하게, 충분히 설득력 있도록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디자인하고 실행하여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과정이 바로 기초과학자가 살아내는 일상이 아닐까 합니다. 그 누구보다도 먼저 생명의 숨겨진 현상을 발견하는 자가 바로 생물학자이기도 하구요. 이런 기초과학이 저에게 여전히 매력적입니다. 비록 눈에 보이는 결과로 쉽게 이어지지 않고, 그래서 일간에선 기초과학의 무용성을 주장하기도 하지만, 무언가를 처음으로 발견하고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맨발로 한 걸음씩 내딛는 건 언제나 장려되어야 하고 지속적인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초과학은 열매를 따먹는 행위가 아니라 씨를 뿌리는 행위에 비유될 수 있고 모든 연구의 시작이라는 타이틀과 맞먹는 가치를 지니기 때문입니다. 이런 면에서 저는 기초과학에 종사하는 모든 분들을, 그리고 이 분야에 인생을 걸 모든 미래 과학자 분들을 응원합니다. 화이팅입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11년 간의 미국 생활을 뒤로하고 지난 6월부터 기초과학연구원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아메리칸 드림에 성공하지 못한 만년 병장처럼 여전히 PI가 될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훌륭한 팀과 연구를 계속 할 수 있는 기회가 저에게 주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저는 감사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인생의 후반전에 들어선 저는 더 이상 앞이나 위가 아닌 옆이나 뒤를 돌아보면서 그동안 제가 닦은 기량으로 최선을 다해 더 젊은 과학자들을 도우면서 함께 연구를 즐기는 방향으로 앞으로를 살아갈 것 같습니다. 특히, 구본경 박사님이 이끄시는 유전체교정연구단에서의 공동연구가 기대가 됩니다. 마우스 유전학의 정수를 보여줄 수 있도록 즐겁게 그리고 치열하게 연구에 매진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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