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저희는 이번에 한국인 폐 선암(lung adenocarcinoma) 환자의 폐암 조직을 대상으로 대규모 전사체 분석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폐 선암은 폐암의 종류 중 가장 흔한 조직 형이며, 현재 폐 선암을 유발하는 3대 원인 유전자변이로 EGFR, KRAS 및 EML4-ALK 가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 폐 선암 발병자 중 40%에서는 이 변이들 조차 발견되지 않아 현재까지는 원인 유전자에 따른 치료제 선택 없이 경험적 치료에만 의존해 왔습니다. 저희는 총 200명의 한국인 폐 선암 환자 중 병원에서 행해지는 3대 원인 유전자변이 검사를 통해서도 원인을 알 수 없었던 87명의 환자에서 RNA 전사체 분석을 집중 시행하여 새로운 암유전자 변이 및 융합유전자를 찾아내었습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원인을 알 수 없었던 폐 선암에 대한 정확한 진단 뿐만 아니라 향후 표적치료제 개발 등으로 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기에 이번 연구가 가치를 지닌다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한편 흡연이 유전체 및 전사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여러 각도에서 분석을 시도해 보았는데요, 폐 선암 환자 중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점 돌연변이(point somatic mutation)를 가지고 있었고 점 돌연변이의 양상도 달랐습니다. 또한 흥미로웠던 점은 흡연환자의 전사체는 수많은 비 정상적인 발현을 보이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결과였습니다. 즉, 같은 폐암 환자라 하더라도 흡연을 하는 환자는 그만큼 복잡한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앞으로의 암 치료 또한 단순한 검사만을 통해 진행하기 보다 유전체 및 전사체 분석을 통해 환자 별 유전자 변이를 전반적으로 이해한 후 맞춤형 치료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점을 이번 연구 또한 보여 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이번 연구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유전체의학연구소(Genomic Medicine Institute: 소장 서정선 교수)와 서울대학교병원(흉부외과 김영태 교수),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종양내과 강진형 교수)의 공동 참여로 진행되었습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유전체의학연구소는 2009년 최초로 한국인 유전체 전체 염기서열을 해독하고(Nature, 460(7258):1011-5, 2009) "아시아인 유전체 다양성 프로젝트"를 통해 DNA에는 존재하지 않는 RNA 고유의 자체 염기서열 변이를 대규모로 찾아내는(Nature Genetics, 43(8):745-52, 2011) 등 유전체 분석 분야에서 앞서가는 연구를 수행해 왔습니다. 한편 유전체의학연구소는 서울대학교병원 및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과 함께 공동 연구팀을 만들어 암 유전체 연구에도 뛰어들어 지난 해 폐 선암을 유발하는 KIF5B-RET 융합유전자를 세계최초로 발굴(Genome Research, 22(3):436-445, 2011)한 데 이어 이번 연구 성과 또한 이루어 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요즘 많은 연구자들이 실험실에서의 연구를 실제 활용(임상에의 적용 등)하는 중개연구(translational research)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중 매년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 중 가장 높은 원인 빈도를 차지하는 암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에겐 중개연구가 더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지난해 폐 선암을 일으키는 새로운 융합유전자를 발굴하고, 이번 연구를 통해 새로운 암유전자 변이 및 융합유전자를 찾아냄으로써 이에 대한 표적치료제의 개발이 진행되고 여태까지는 원인을 알 수 없었던 다수의 폐 선암 환자의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을 생각하면 지금 하는 연구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또한 비록 인력이나 시설 면에서 세계 유수의 대학교나 병원에 비해서는 많이 부족하지만, 암 유전체 분야의 세계적인 연구자들도 관심을 갖는 연구 성과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점은 자부심을 느끼게 합니다. 한편 진행했던 연구기간을 다시 떠올려보면 어려운 문제에 부딪쳤던 시간 들이 생각이 납니다. 물론 그 중 몇몇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도 있지만, 그런 어려운 문제에 무엇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했을 때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 들이 떠오를 수 있다는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앞으로 연구활동을 할 때도 이런 경험을 항상 떠올리며 능동적인 연구자가 되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저는 학부 때 컴퓨터공학을 전공했고 석사 때부터 생물정보학(bioinformatics)를 접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생물정보학을 경험하고 이에 대해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 분야가 생물학과 전산학이 융합된 영역이긴 하지만 연구의 대상은 컴퓨터가 아닌 생물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무엇보다 생물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통해 생물학적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좋은 연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물정보학을 공부하시는 분들 중 저같이 뒤늦게 생물학을 접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학위과정과 같은 도움을 통하여 생물학적 지식을 쌓을 수도 있겠지만 자기 주도적으로 논문이나 책 또는 학회/세미나를 통해 생물학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전산학적 기술습득을 소외 시 해도 안됩니다. 깊게 파고들지는 못하더라도 전산학/통계학 적 기술을 넓게 익혀 놓는 것이 효율적으로 연구를 수행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너무 알아야 할 것이 많다고 불평하실 수도 있지만 그 것이 생물정보학을 공부하는 어려움인 동시에 현재 절실히 필요한 생물정보학자의 요건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지난해 처음 암 유전체 분석을 시작하여 그 동안 우여곡절을 겪으며 일반 유전체 분석과는 다른 성격의 분석 경험과 지식을 쌓았습니다. 이를 토대로, 그리고 이번 연구에 있어서 훌륭한 역할을 해주신 공동 연구자 분들과 함께 폐 선암의 새로운 측면을 살펴볼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또한 폐암과 같은 세계적으로 경쟁이 매우 치열한 연구 외에도 드물게 일어나 아직까지 큰 관심을 받지 못한 종류의 암에 대한 연구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번 연구의 전체적인 방향과 논문작성에 많은 지도를 해 주신 서정선 교수님께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늦은 밤/주말에 간식거리를 사놓고 서로 몸무게가 늘어가는 것을 걱정하면서도 같이 토론하며 연구를 이끌어 준 ㈜마크로젠의 주영석 박사님에게 감사를 드리며 연구과정 중 지속적으로 큰 도움을 주신 서울의대 김종일 교수님, 신종연 박사님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평생 후원자이신 부모님께 감사 드리며 한국연구재단에서 지원해주시는 글로벌박사펠로우십(Global Ph.D. Fellowship)이 박사과정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말을 남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