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저희는 이번 논문에서 차세대 초고속 DNA 서열 분석 기법 (NGS, Next Generation Sequencing Technology)를 이용하여 개인의 유전체(genome)를 분석하였습니다. 유전체는 생명 활동의 설계도로서 질병을 포함한 사람의 모든 표현형(phenotype)과 관련이 있습니다. 유전체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생명의 설계도 ‘전체’를 이해하게 됨으로써, 생명현상 및 질병의 메커니즘에 근본적으로 다가갈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1차 게놈 혁명(Human Genome Project) 에서는 13년 간 약 30억 달러 이상의 비용을 들여 인간 유전체 지도의 초안을 만들었습니다. 이 당시에는 개개인의 유전체를 분석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였습니다. 하지만 차세대 초고속 DNA 서열 분석 기법이 개발되어 서열분석 시간 및 비용이 각각 이전의 1/100, 및 1/10,000 로 감소하면서 2차 게놈 혁명기가 도래하였고, 이제는 개인의 유전체 분석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SNP 뿐만 아니라 구조 변이 (Structural Variation) 등, 개인, 민족 별로 특이적인 유전체의 변이가 상당히 많이 존재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앞으로 더 연구가 진행되어 유전체에서 질병 관련 변이 database가 완성되면, 개인의 질병 유전체 정보를 통한 질병의 예측, 예방, 진단 및 치료, 즉 개인 맞춤형 정보 의학이 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이번의 저희 논문에서는 개인별 유전체를 NGS를 통해 정확히 분석하는 방법을 보여 준 것으로, 미래 정보 의학으로 가는 하나의 초기 논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 대한 개인별 유전체 분석이 이루어 질 것이며, 유전체와 질병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더 활발해 질 것입니다.
유전체 정보는 너무나 방대해서 컴퓨터의 도움이 없이는 분석이 불가능합니다. 한번에 수십억 read들을 분석해야 합니다. 이 분야는 현재 발전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개발된 편리한 소프트웨어도 거의 없습니다. 연구를 해 나가면서 필요한 프로그램 코드를 스스로 제작하고, 버그를 잡고 나온 결과를 검증한 후 다시 더 나은 코드로 수정하는 작업을 반복하여야 했습니다. 밤을 꼬박 새면서 코딩을 하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신기하게도 다음날 새벽쯤 되면 항상 뭔가 실마리가 보였습니다. 결과를 놓고 교수님, 동료들과 가졌던 수많은 회의들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논문 제출 과정에서 저희 논문에 대해 nature로부터 첫 번째 긍정적인 comment가 왔던 날도 기억에 남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유전체 의학 연구소는 우리나라 생화학, 분자생물학 및 유전체 연구의 효시이신 故 일천 이기녕 선생님께서 설립하셨고, 그 후 반세기동안 꾸준히 유전체 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지금은 저희 지도교수님이신 서정선 교수님께서 소장이시고, 기능성 유전체 연구, 동북 아시아인의 질병 유전체 발굴 연구, 아시아인 100명의 개인별 유전체 분석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NGS 보유 수로는 세계 5 번째 규모로서, 세계 정상급의 유전체 연구 센터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저는 2007년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기초의학 분야(서울의대 생화학교실 학위과정)로 진학하였습니다. 임상 수련과정도 매력적이었지만, 조금이라도 더 어릴 때에 연구 쪽으로 training을 받고 싶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에서 ‘집중탐구’라는 시간이 있어서 1주일간 ‘연구’에 관심을 갖을 수 있게 하는 과정이 있었는데, 당시 주제가 집단 유전학 분야였습니다. 당시에는 이쪽 분야를 전공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돌이켜 보면 재미있는 일입니다. 기초 의학을 전공하면서 느끼는 것은 자유롭다는 것입니다. 임상 수련 과정과 같은 정형화 된 과정이 아니라, 여러 선생님, 동료들과 토의하면서 새로운 생각들을 하게 되고, 항상 새로운 분야에서 새로운 것을 접한다는 것이 매우 행복합니다. 인류가 현재 새롭게 알아가고 있는 최신의 지식들을 보고 듣고 생각하며 세계의 학자들과 의사소통 할 수 있다는 것이 즐겁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임상 의학 분야에 비해 기초 의학은 시간적 여유가 많다고 생각하는 것은 조금 잘못된 것 같습니다. 물론 강요하는 사람은 없지만, 자기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유전체 분야는 매우 방대하며, 이 분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물학(의학), 컴퓨터, 통계학 분야의 연구자들이 상호 협력하여야 하는 것 같습니다. 개개의 연구자가 이 분야들을 모두 이해할 수 있다면, 이들 지식을 하나로 fusion함으로써 유전체를 공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저는 박사학위 학생이기 때문에, 먼저 박사학위를 마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저희 연구소에서 이번 논문을 발판으로 아시아인 100명의 유전체에 대해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하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 역시 주도적으로 참여할 생각입니다. 또한 인간 유전체의 변이를 medical phenotype과 연관시키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되며, 의사-과학자로써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이번 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고 항상 격려해 주시는 서정선 지도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역시 저희 서울의대 생화학교실 교수님으로서, 이번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를 접목시킬 있도록 지도해 주신 김종일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항상 좋은 discussion을 통해 아이디어를 주시는 같은 연구실의 홍동완, 김시현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마지막으로 언제나 저에게 따뜻한 관심을 보내주시는 부모님, 불규칙한 실험실 스케쥴에도 언제나 잘 이해해주고 내조를 아끼지 않은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