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세포 내에 핵을 가진 진핵생물의 유전자(DNA)는 염색사(크로마틴, Chromatin)라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유전정보를 포함하는 DNA와 히스톤(histone) 단백질로 구성되어 매우 복잡한 구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특정 유전자가 발현되기 위해서는 전사인자가 유전자 조절부위에 작용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그 유전자를 포함하는 염색사 주변의 복잡한 구조가 풀어져 전사인자와 같은 조절단백질이 쉽게 DNA에 접근할 수 있도록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야만 합니다. 이같이 염색사 구조의 변화를 통하여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과정을 후생유전학적 조절(epigenetic regulation)이라 하며, 이와 같은 염색사 구조의 리모델링 기능을 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것 중의 하나가 SWI/SNF 염색사 리모델링 복합체이다.
항원에 대한 면역 반응 시 말초의 비장이나 림프절 등의 면역 기관에 형성되는 배중심(Germinal center)에서는 항체를 다량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형질세포(plasma cell)와 침입한 항원을 기억하여 재침입시 더 효율적으로 반응하도록 하는 기억세포(memory B-cell)가 분화하여 생성됩니다. 이 같은 배중심의 형성은 감염균을 포함한 다양한 항원들로부터 몸은 보호하는 항체 면역반응에 있어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배중심 형성에 관련된 유전자와 이의 전자조절인자들에 관한 연구는 많이 되어 있으나, 이러한 과정을 조절하는 후생유전학적 인자에 대해서는 연구가 미진한 실정입니다.
본 연구에서는 SWI/SNF 염색사 리모델링 복합체의 활성이 배중심 형성에 필수적임을 밝혔습니다. 이 복합체의 기능이 제거된 생쥐에서는 배중심을 형성하는 B 세포와 이 세포의 분화를 조절하는 모낭 도움T 세포 (Follicular helper T cell)가 형성되지 않았으며, 이로 인하여 기억세포와 형질세포가 생성이 되지 않아 항원에 대한 항체면역 능력을 상실함을 증명하였습니다. 이로써, 배중심 형성에 중요한 유전자 부위의 염색사 구조가 이 복합체에 의해서 적절히 변형되어야만 항원에 대한 항체면역반응이 정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음을 밝혀내었습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배중심 형성에 있어서 후생유전학적 조절이 필수적임을 보임과 동시에, 배중심 형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들 간 상호작용의 구체적인 분자 메커니즘을 알아낸 것에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배중심 형성은 최종적으로 항체면역반응 특히, 백신의 효능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어, 본 연구 결과는 향후 백신의 효능을 높일 수 있는 연구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본 연구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다른 연구그룹들에서 다양한 종류의 epigenetic regulators들이 배중심 형성에 중요하다는 논문들을 발표하였는데, 이런 연구들이 저희의 연구결과의 중요성을 더해주는 것 같아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실험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제가 소속된 연구실은 분자면역학 실험실 (Laboratory of molecular immunology) 로서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유전공학연구소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성노현 교수님을 중심으로 박사 후 연구원 3명과 12명의 석, 박사 과정 학생들이 이끌어가는 실험실입니다. 본 실험실에서는 크게 다음과 같은 주제를 가지고 실험하고 있습니다. 첫째, SWI/SNF 염색사 조절 복합체가 면역세포와 조혈모세포의 분화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cancer 와 초기 배아의 발달과정에서 역할에 관하여 연구하고 있습니다. 둘째, B 세포의 발달과 분화에 미치는 다양한 신호전달 단백질과 수지상 세포 (Dendritic cell) 분화에 관여하는 조절 인자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셋째, 흉선에서 생성되는 T 세포의 분화와 세포사멸에 있어서 중요한 기능을 하는 전사조절 인자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말초 면역기관에서 조절 T 세포 (regulatory T cell) 와 Th17 세포의 분화에 영향을 주는 전사조절 단백질에 대해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3. 연구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면역학 실험은 기본적으로 생체 내에서 그 기능을 봐야 하기에 다양한 생쥐모델이 필요로 하며, 여러 종류의 유전자 변이 생쥐들과의 교배를 위해서 외국으로부터 다양한 생쥐모델을 구해야 하는 특성 때문에 실험 결과를 얻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종류의 면역 세포가 서로 영향을 주면서 분화가 일어나고 그 기능을 하기 때문에 많은 분야의 면역세포 연구자들과의 공동연구가 필요 합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는 면역학을 하는 연구실이 그리 많지 않아 공동연구를 통해서 다양한 각도에서 실험결과를 해석할 수 있는 기회가 적었던 점이 항상 연구를 하면서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환경에도 꿋꿋이 연구를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실험실 구성원들 간의 끈끈한 애정과 관심, 사랑(?) 덕분 이었던 것 같습니다. 항상 모든 실험결과들에 선후배간의 위계질서 같은 것 없이 터놓고 자유롭게 Discussion 해주는 저희 방의 분위기와 힘들 땐 함께 아파하고 응원하며 술 한잔을 나눌 수 있었기 때문에 난관에 봉착했을 때 새로운 방향으로 실험을 할 수 있었고, 실험결과를 새롭게 해석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우리나라의 면역학 분야는 외국과 비교하였을 때 연구실의 규모와 그 다양성에서 조금은 뒤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국내에서 연구를 진행하다 보면 부딪히는 난관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꾸준히 논문을 읽고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새로운 방법이나 기술을 접목하여 자신의 연구를 진행하다 보면 분명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실험을 하다 보면 엄청난 좌절과 시련이 함께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저는 이런 것들을 실험실뿐만 아니라 다른 일을 하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실험실 사람들과 인간적으로 즐겁게 지내고 실험적으로는 자신 스스로가 조금만 더 노력한다면 분명 멋진 과학자로 성장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실험을 하는 사람, 특히 생물학을 하는 사람들은 배우는 기간이 참 길다고 생각합니다. 박사과정에서 박사 후 연구원 기간까지 하면 정말 많은 시간을 어찌 보면 비 정규직으로 불안한 시간을 보낸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공부를 하다 보면 국내건 외국이건 이 길을 같이 가는 친구들, 선후배들과 얘기 하다 보면 미래가 불투명하고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로 가는 길이 험난하게 느껴질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길이 어디로 이어지고 얼마나 복잡하게 이어져 있든 그 끝은 분명 있을 것이며, 함께 이 길을 가고 있는 사람이 나 말고도 많이 있으니 동료들과 나 자신을 믿고 조금만 더 부지런히 나아간다면 모두들 다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을 것 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학부시절 가장 큰 인생의 불빛을 주신 독어독문과의 전영애 선생님께서는 문학작품의 좋은 글귀들을 많이 소개해 주시곤 하셨습니다. 그 중 제가 좋아하고 마음속에 새기는 글귀가 있습니다. "Es irrt der Mensch, solang er strebt" 괴테가 쓴 파우스트에 나오는 글귀로서 인간이 지향점을 가지고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는 말입니다. 즉 방황은 노력의 또 다른 말인 것 입니다. 실험을 하면서 좌절과 벽에 부딪힐 때 이 모든 것도 내가 잘 해 나가고 있는 과정이라는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차분히 그리고 자신감과 열정을 가지고 노력한다면 정말 멋진 순간이 올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5. 연구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지금은 이곳 실험실에서 조혈모세포 생성에 있어서 영향을 미치는 몇 가지 조절 인자에 대한 연구를 마무리 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좀 더 깊게 면역학 연구를 할 필요성이 느껴져서 가능하다면 외국으로 박사 후 연구원 생활을 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면역세포는 우리 몸이 가지고 있는 가장 강력한 방어 체계이자 조절 시스템 입니다. 그래서 궁극에는 면역세포의 활성이나 기억세포를 이용하여 지금의 암이나 자가면역질환등과 같은 질병을 수술과 같은 외과적 방법에 뒤따라는 큰 부작용 없이 면역학적 방법을 통해서 치료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입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모든 일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실험은 나 혼자 잘나서 해 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주변 모든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자유로운 실험실 분위기를 만들어주시고 동기부여를 해주시는 지도교수님이신 성노현 선생님께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처음 실험을 가르쳐 주신 선미누나와 좋을 때나 슬플때나 항상 술잔을 기울여 주셨던 창진이형, 동호형, 규영이형, 동현이형, 그리고 나의 실험실 가장 믿고 의지했던 재학이, 나의 바로 밑 후배 신이와 인경이에게 가장 고맙단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 논문이 나오기까지 함께한 승진이와 경수도 참 고맙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 실험실을 떠받히고 이끌어 가능 정말 사랑하고 믿음직한 후배들에게도 못난 선배지만 고맙단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생명과학부 00학번 동기들과 "생명에 대한 사랑으로 하나되는 우리" 구호 아래 똘똘 뭉쳤던 지금도 이 길을 함께하고 있는 41회 전국대학생생물학 심포지엄 멤버들, 그리고 생명과학부 학술동아리 "TheBioneers" 친구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과학 저변이 많이 확대되고 발전해서 모든 과학하는 사람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아이들을 도맡아 키워주시며 뒷바라지를 해주시는 장인 장모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항상 힘들 때마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아내 하지민 여사님과 우리 든든한 두 아들 지우, 은우에게 말로는 부족하지만 정말 고맙단 말을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병상에서 4년 넘게 투병 중이신 제가 정말로 존경하는 아버지와 그 곁을 한결같이 함께 하고 계신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어머니와 동생에게 이 자리를 빌어서 정말로 사랑하고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가족이 없었다면 과학자의 길을 가지 못했을 것입니다. 자랑스런 아버지와 아들로 살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