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선배를 따라다니며 열심히 배우고 있는 찜찜씨. 오늘은 SDS PAGE에 사용할 gel을 직접 만들어 봅니다. 학부 실험 때 해보긴 했지만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해보는 건 처음인데요. 찜찜씨의 사수는 gel을 만들 때 꼭 장갑을 끼고 실험대 위에 알루미늄 포일을 깐 뒤 그 위에서만 만들라고 했어요. 그런데 뒤에 앉은 선배는 세이퍼 매트를 깔고 만들고 있고, 저 멀리 다른 선배는 실험은 손맛이라며 맨 실험대 위에서 맨손으로 gel을 만들고 있네요? 지나가던 박사님은 ‘남자는 gel 만들면 안 되는데?’라면서 농담을 해요. 왜죠?? 찜찜씨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지식으로 극복하고 자신 있게 실험할 수 있도록 오늘도 함께 MSDS를 뒤적여 봅시다.

출처: BIO-RAD 출처: 위키피디아
아크릴아마이드는 흰색 또는 무색의 무향 결정성 비닐 단량체로, 생명과학, 고분자 화학, 농업, 화장품, 의학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사용되는 화학 물질입니다. 산업 분야에서는 대표적으로 산업 폐수 처리 시에 주로 사용되는 폴리아크릴아마이드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생명과학 실험에서는 N,N′-메틸렌비스아크릴아마이드와 혼합하여 폴리아크릴아마이드 gel을 만들어 단백질을 크기별로 분리하고자 할 때 주로 사용됩니다. 이 아크릴아마이드는 탄수화물이 많이 들어있는 식품을 120°C 이상의 고온으로 조리할 때도 생성되는데, 이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는 식품 내 아크릴아마이드에 대한 권고량을 정하여 섭취량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아크릴아마이드는 피부나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노출되며, 주로 신경계와 생식계에 독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생명과학 실험에서는 주로 30% 혹은 40%의 아크릴/비스아크릴 아마이드 혼합물을 사용하니, 그에 따른 MSDS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BIO-RAD 30% Acrylamide/Bis Solution, 29:1 MSDS (왼쪽)
출처: ThermoFisher 30% Acrylamide/Bisacrylamide 29:1, powder, 29:1 MSDS (오른쪽)
BIO-RAD사의 수용액 아크릴/비스아크릴 아마이드 29:1 제품과 ThermoFisher 사의 분말 형태 아크릴/비스아크릴 아마이드 29:1 제품의 MSDS를 살펴보면, 이 물질이 유전적인 결함과 암을 유발할 수 있고, 태아 또는 생식 능력에 손상을 준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BIO-RAD 사의 설명으로는 이 제품이 수생생물에게 유해하다고 쓰여있고(그림에는 없습니다), ThermoFisher 사의 설명으로는 육지 척추동물에게 유독하다고 쓰여있어(역시 그림에는 없습니다),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함도 알 수 있습니다.
미국 CDC(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에 따르면, 앞서 찜찜씨 실험실 박사님의 농담처럼 아크릴아마이드가 동물 수컷의 생식 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으며, 태반을 건너 태아에게 노출될 수 있고 모유에서도 발견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찜찜씨의 실험실 박사님이 말했던 것과는 달리, 비록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실험은 아닐지라도, 아크릴아마이드는 남성뿐 아니라 여성도 무방비하게 지속적으로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미국 보건복지부, 국제 암 연구청, EPA(U.S.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에 따르면, 역시 인간에게서는 아직 연구 자료가 부족하지만, 아크릴아마이드로 인한 암 발생 근거가 동물실험에서는 충분하기 때문에 인간에게서도 역시 발암물질일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 내리고 있습니다.
앞서 아크릴아마이드가 신경계 독성을 가지고 있다고도 언급했는데요. 아주 오래전이긴 하지만 아크릴아마이드에 과도하게 노출 된 석유화학업체 직원이 다발성 말초신경병증에 걸렸던 사례가 2009년에 있었습니다. 아크릴아마이드가 일으키는 급성중독으로는 졸음, 피로, 메스꺼움, 설사 등이 있고, 손가락에 통증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만성 증상으로는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말초신경장애로 인한 손발 저림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생명과학 분야에서 연구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비교해 암 발생률이 높다거나 생식 기능이 저하됐다는 연구 결과는 아직까지 없습니다. 제 주변 결혼한 선후배들도 아들딸 고루 낳아 생식기능에 이상이 없음을 증명하며 잘 살고 있습니다. 신경계에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도 저는 전해 들은 것이 없습니다. 아마도 대부분 안전 수칙을 잘 지키며 실험하기도 하고, 정기적인 건강 검진으로 경각심을 갖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 그래도 남들 하는 만큼의 안전 수칙은 지키는 것이 물리적 정신적 건강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참고]
미국 CDC ToxFAQs
Agency for Toxic Substances and Disease Registry (ATSDR). 2012. Toxicological Profile for Acrylamide. Atlanta, GA: U.S.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Public Health Service.
https://kiha21.or.kr/monthly/2017/1/SOBGBO_2017_1_44_s345.pdf
https://www.atsdr.cdc.gov/toxfaqs/ToxFAQS_Foreign_Language_PDFs/tfacts203_korean.pd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