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조영은 기자] 아주대(총장 박형주)는 4일 송영훈 생명과학과 교수가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팀이 자연 환경 조건에서 식물의 개화시기를 결정하는 핵심 유전자의 조절 원리를 규명해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실제 재배 환경에 가까우면서 보다 현실적인 조건이 반영된 환경에서 식물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송영훈 아주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자연환경에서 식물의 개화시기를 결정하는 핵심 유전자의 활성 조절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이후 ‘애기장대가 자연 장일 조건에서 개화하는 분자적 기초(Molecular basis of flowering under natural long-day conditions in Arabidopsis)’라는 제목으로 식물 연구 분야 유명 저널인 <네이처 플랜츠(Nature Plants)> 10월호에 게재했다.

이번 연구는 송영훈 생명과학과 교수가 공동 제1저자 및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했고 아주대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황대연씨가 공저자로 참여했다. 미국 워싱턴대, 영국 에딘버러대, 스위스 취리히대의 연구진도 함께했다.

공동 연구팀은 그동안 전 세계 식물 과학자들이 사용해온 단순화된 실험실 조건이 실제 현장의 식물 생장 조건과는 달라, 개화시기 조절 구조를 이해하는 데 과연 충분한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이번 연구를 시작했다. 개화는 작물 및 과일의 생산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중요한 형질로, 수분(受粉) 매개자들을 유혹하고 곤충과 동물들을 위한 먹이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개화시기를 이해하고 조정하는 것은 작물 연구에서 핵심적인 부분이다.

이에 공동 연구팀은 실제 자연 환경에서 개화를 조절하는 신호전달 과정을 규명해냈으며 식물의 생리 반응에 중요한 환경 요인들도 밝혀냈다. 연구진은 우선 애기장대(학명 Arabidopsis thaliana)라는 모델식물을 이용해 개화시기를 측정, 실험실 조건에 비해 야외 조건에서 개화가 빨리 일어남을 확인했다. 그 후 세계 여러 도시의 야외에서 애기장대를 재배한 후 4시간 간격으로 샘플을 채집, 유전자 발현을 조사했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야외 조건과 실험실 조건에서 애기장대가 서로 다른 메커니즘을 사용해 개화를 조절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이 실험을 통해 그동안 알려진 것과는 달리 하지 무렵 야외에서 재배된 애기장대에서 개화 유도 단백질 호르몬(플로리젠, florigen)을 암호화하는 FT 유전자(FLOWERING LOCUS T)가 아침에 더 높게 발현됨을 발견했다. 그동안의 실험실 연구에서는 FT 유전자가 낮의 길이에 반응하며 저녁에 매우 높게 발현해 개화를 촉진한다고 알려졌었다.

송영훈 교수는 “식물들은 낮과 밤의 길이 변화를 구분할 수 있는 분자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며 “많은 식물들이 낮과 밤의 상대적 길이 변화를 인식, 번식에 적합한 계절을 선택하여 개화한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이어 “올해의 기록적 폭염과 같은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인해 식물 재배에 적합한 계절에 개화와 수확 시기를 제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됐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실제 자연환경과 유사한 실내 재배 조건을 구축할 수 있게 됐고, 앞으로 정교한 개화 및 수확 시기 제어 기술 개발과 같은 성과를 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농촌진흥청 차세대바이오그린21사업 시스템합성농생명공학사업단 및 한국연구재단 기본연구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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