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에 저임금까지…우울한 ‘박사후연구원(Post-Doc)’
상태바
취업난에 저임금까지…우울한 ‘박사후연구원(Post-Doc)’
  • 김한나 기자
  • 승인 2020.05.04 15: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국가과학기술 경쟁력 강화 위해 ‘포닥’ 지원책 마련 시급
- 열악한 취업여건과 처우 개선, 국가차원의 관리 혁신 필요
- 이공계 포닥 지원 '키우리' 사업…서울대·연대 등 4곳 선정

과학기술 역량이 국가 경쟁력에 미치는 중요성에 따라 2000년대 이후 박사 배출은 정부의 지원에 의해 큰 폭으로 증가했으나, 이들 인적자원에 대한 처우 및 노동시장 여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지난달 22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은 신규 박사후연구원의 진입 현황, 소속, 연구과제, 소득 등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간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은 박기범 선임연구위원과 박현준 연구원이 작성한 <국내 박사후연구원의 규모와 특성>이란 제목의 이번 보고서를 통해 국가 과학기술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할 박사후연구원의 열악한 취업여건과 처우에 대한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과 함께 이들에 대한 지원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박사후연구원(포닥·Post-doctoral researcher)은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독립된 연구자로 정착하기까지의 추가적인 교육‧훈련 과정을 통칭하는 개념으로 이공계 분야에서는 학계 진출을 위한 필수적인 과정으로 자리 잡았으며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도 점차 보편화 추세에 있다.

박사후연구원은 대학 R&D 체제에서 창의성이 가장 높은 인적자원으로 간주되며 많은 연구는 박사후연구원의 높은 연구생산성을 보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주요국 중 박사학위자 증가는 가장 빠른 반면, 이들이 원하는 학계 일자리 증가는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민간 부문 진출 비중은 낮아 일자리 경쟁은 매우 치열한 편이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박사후연구원의 일자리 지원에 나서면서 이들의 노동시장 여건과 취업난 등이 어느 정도 심각한지 주목 받고 있다.

◆ 박사후연구원의 규모와 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신규 박사학위자 1만3,170명 중 국내에서 박사후연구원(이하 포닥)으로 경력을 시작하는 인력은 약 3천명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공계열의 신규 박사는 총 8,178명으로 5,076명이 학업전념박사이며, 학위 취득 이후 포닥으로 경력을 시작하는 이공계 박사는 학업전념박사의 절반에 가까운 약 2,300여명 규모(전체 포닥의 80.5%)다.

이후 1년 여 기간 동안 약 700명이 다른 경력 경로로 이동하여 1.5~2년 경과 후 국내 이공계 포닥의 규모는 약 1,600여 명으로 추산된다. 그리고 해외로 진출하는 포닥은 매년 최대 700명 수준으로 이들은 대부분 이공계열이고 1년 이상의 박사후연구원을 수행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요컨대, 국내 이공계 포닥의 규모는 3년 이상 수행자를 제외하고 매년 1년차 약 2,300여 명, 2년차 약 1,600여 명이며 해외로 진출하는 포닥은 매년 약 700명 규모로 추산된다.

이들 고급 두뇌들은 학위 취득 후 갈 곳을 찾지 못해 학위 취득 시점에는 약 39%(10명당 약 4명)가 지도교수 연구실에 잔류했다. 학위취득 시점 지도교수 연구실 잔류비중은 이공계열일수록 높아 의약계열 54.5%, 자연계열 46.7%, 공학계열 41.3%였다. 반면 사회계열은 12.5%, 인문계열은 11.1%로 낮았다. 학위 취득 후 1.5~2년이 경과한 뒤에도 지도교수 연구실에 계속 머물러 있는 포닥의 비중은 약 27%로 분석됐다. 이는 “신규 박사 취업 시장의 어려움을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라고 박기범 선임연구위원은 진단했다.

포닥의 연간 근로소득(세전·학위취득 시점 기준)은 3,000만~4,000만원 구간이 전체의 1/3 이상으로 가장 많았으며 3,000만원 미만도 약 30%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00만원 미만이 6.7% △2,000만~3,000만원 미만이 22.6% △3,000만~4,000만원 미만이 35.9% △4,000만~5,000만원 미만 14.9% △5000만~6,000만원 미만 13.3% △6,000만~7.000만원 미만 2.1% △7,000만~8,000만원 미만 2.6% △8,000만~9,000만원 미만 1.0% △1억원 이상 1.0%였다. 전공별로는 이공계열이 인문·사회계열보다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우리나라 근로자 전체의 평균 소득이 월 297만원(연간 환산시 3,564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평균 근로소득에도 못 미치는 벌이를 하는 포닥이 10명당 3명 이상임을 추정할 수 있다. 또한 같은 해 국내 대기업 근로자 평균 소득이 월 501만원(연소득 환산시 6,012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포닥 10명당 9명은 대기업 평균 근로자에 못 미치는 처우를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내 고급두뇌의 급여 수준 현실화가 필요한 이유를 잘 보여주고 있다.

◆ 박사후연구원 지원 정책 방향

보고서는 포닥 지원 정책 방향으로 우선 역량에 따른 맞춤형 포닥 지원 사업 추진, 즉 포닥 지원 사업의 다각화를 제시했다. 개인기초연구사업과 마찬가지로 포닥에 대한 지원도 수요가 다양하므로 수월성과 안정성이라는 두 측면을 고려하여 사업 내용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舊)대통령포닥, 기초과학연구원 YSF, 고등과학원 연구원 등 최고 수준의 신진연구 인력에게는 안정적인 인건비와 함께 독자적인 연구비 지원이 병행되어 확대될 필요가 있고, 연구비는 있으나 포닥을 채용할 인건비가 부족한 교원에게는 포닥에 대한 안정적 인건비 지원을 통해 심화 연구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보고서는 3년차 이상의 포닥은 교육·훈련 보다는 노동의 측면이 강하므로 대학 내 연구전담인력 확대 등 직업의 안정성과 인건비 현실화 노력도 필요함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다른 정책 방향으로 포닥 경력 개발 지원의 확대를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포닥들이 희망하는 직장은 출연연 등 공공연구기관과 대학이 70% 이상이며, 민간부문보다는 학계 경력을 지향하는 특성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1.5~2년 경과 후에는 학계 지향성이 더 상승된다. 하지만 공공부문 정규직 연구개발 일자리 증가폭은 연간 최대 1,000명 수준으로 정체돼 있어 배출 학위자, 신규 포닥, 해외 유학박사 등 경쟁에 비해 크게 부족한 현실이며 단기간 내 확대도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국내 노동시장 환경의 변화로 신규 박사의 민간 부분 진출 확대는 공공 부문 일자리 정체에 따른 수급 불균형 해소 뿐 아니라 창의적 과학기술 전문지식에 대한 사회적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불가피한 과제이다. 따라서 박사과정에서부터 민간부문으로의 진출을 돕는 경력개발지원 확대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중소 및 중견기업의 연구개발(R&D)정책 차원에서 신진연구 인력 채용 및 활용에 대한 우대 정책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처럼 포닥은 학계 지향성이 매우 강하여 이들을 대상으로 한 산학협력 활동은 효과가 제한적이므로 박사과정에서부터 학위 취득 이후의 진로 다양화를 위한 노력, 민간 부문 취업을 고려한 산학협력 활동 제고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진단에 따라 보고서는 포닥 지원 사업이 보다 다양한 수요에 따라 ▷직업 안정성 제고 ▷인건비 현실화 ▷연구 역량 심화 지원 등 다각화될 필요가 있으며 ▷학위 취득 이전 박사과정에서부터 경력 경로를 고려한 지원 ▷박사후연구원의 지도와 훈련 등 멘토의 책임성에 대한 평가도 강화할 필요가 있음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포닥의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정책현황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박기범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박사후연구원에 대한 체계적인 통계가 없어 수행 기간이나 활동, 연구여건은 물론 전체적인 규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작성 과정에서도 기존의 국내 통계자료만으로는 정확한 실태파악이 어려워 한정된 인원의 표본 집단을 추적 조사해 전체 현황을 추계하는 차선책이 선택됐다.

◆ 과기정통부, 이공계 포닥 지원 '키우리 연구단' 4개 대학 선정

-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포항공대 4개 대학에 운영
- 이공계 포닥 연 1억원·3년간 지원, 교원에 준하는 지원·인프라 제공
- 3년간 총 375억원 투입, 신진 박사인재의 산업계 진출 촉진에 중점

이런 가운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공계 포닥 등 박사급 비전임연구원들을 지원하기 위해 3년간 총 375억 원을 투입하는 '혁신성장 선도 고급연구인재 성장 지원(KIURI 키우리: Korea Initiative for fostering University of Research & Innovation)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3일 밝혔다.

이 사업은 이공계 박사의 학계·연구계로 편중된 진로를 산업계로도 넓혀 포닥과 연구교수 등을 산업형 우수 R&D 인재로 키우기 위해 기획됐다. 이를 위해 대학과 기업이 협력해 포닥 중심으로 연구단을 구성, 관련 기업과 교류·연구하는 산·학협력 플랫폼을 구축하는 대학을 선정해 지원하는 것이다.

이들 대학에는 연간 20억원(3년 간)이 지원되며, 참여 포닥은 최대 3년 동안 연간 1억원 가량의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참여 기업은 R&D 자금을 공동 매칭하고, 공동 연구 및 우수 인력채용 기회를 갖는다.

과기정통부는 '키우리' 사업에 서울대와 성균관대, 연세대, 포항공대 등 4개 대학을 선정했다고 지난 30일 밝혔다. 이들 대학은 포닥 등을 중심으로 한 연구단을 구성해 인공지능(AI) 기반의 헬스케어, 정밀의료, 자동차 핵심소재 및 부품, 바이오분자집게, 에너지·환경 기술 등 분야의 인재를 육성한다.

서울대는 '케이-바이오(K-BIO) 신성장동력 KIURI 인력양성 연구단'(단장 김병기 교수)을 구성하고 인공지능 기반 헬스케어와 정밀의료, 중개의학 분야의 자기주도적 문제해결능력을 갖춘 융합형 바이오 인재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사업단은 서울대 생명공학공동연구원과 한미약품, GC녹십자, 테라젠이텍스 등 15개 바이오 관련 기업이 협력해 기술사업화 및 창업교육과 기업체 단기 연수 등을 추진한다.

성균관대는 '에너지환경바이오 융합 고급인재양성 연구단'(단장 이진용 교수)을 구성하고 연료·이차천지, 광촉매, 바이오마커 등 에너지·환경 및 바이오·의약분야 고급 연구인재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참여 포닥에게 교원에 준하는 지위와 인프라를 지원하고 참여 포닥 간 공동연구, 강의 기회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협력기업에는 경동제약, 코스맥스, 노루비케미칼 등 30개사가 참여해 스카우팅 연례 간담회,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 등을 통해 포닥의 기업 진출 및 창업 등을 돕는다.

연세대는 '극한물성 소재-초고부가 부품 KIURI 연구단'(단장 이우영 교수)을 구성하고 차량 구조·제어, 기능성 소재, 에너지 소재 등 미래 자동차용 핵심 소재·부품 분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신진 연구인재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연세대는 참여 포닥에게 학술연구교수 지위를 주고, 추가 인건비 지원 등 처우 강화를 통해 최고 수준의 신진 박사급 인재를 키운다. 산업체에선 현대자동차, 동국제강, 엘엠에스 등 12개 기업이 참여한다.

마지막으로 포스텍은 '바이오 분자집게기술 연구단(단장 이지오 교수)'를 구성하고, 항체, 펩타이드 등 바이오 분자집게 기술을 활용한 치료제, 진단 시스템 분야의 세계적 바이오 리더 연구자를 육성한다. 참여 포닥에게는 대형방사광 가속기, 극저온 전자현미경 등 세계적 수준의 연구시설과 장비를 활용한 최첨단 바이오 분자집게 연구개발 기회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참여기업은 포스코와 한미사이언스, 제넥신 등 27개 기업이다.

이번에 선정된 대학은 8월 말까지 참여 포닥 모집, 연구단 구성 등을 완료하고 사업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며 협력기업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과기정통부는 향후 이번 사업의 규모 확대를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 신청도 추진한다고 밝혔다. 연 400여명 포닥을 지원하는 10년 내외 장기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강상욱 과기정통부 미래인재정책국장은 “키우리 사업은 신분이 불안정한 비전임연구원에게 3년간 안정적 연구기회와 진로 모색 기간을 제공할 수 있다”라며 “바이오, 소재 부품분야 중심 연구단이 이번에 많이 선정된 만큼 한국이 바이오 및 소재부품 강국으로 자립하는 데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