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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 코로나19 게섰거라…K바이오 나가신다

김병호 기자
입력 : 
2020-11-27 04:02:01
수정 : 
2020-11-27 08:4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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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을 맞아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세가 강해지면서 방역당국이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를 올리는 등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마스크 사용이 일상화되고 대외 활동이 줄면서 일시적인 우울증을 겪는 '코로나 블루' 현상도 가속화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한창이지만 글로벌 의약품 사용 기준이 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판매허가를 받은 제품은 아직 많지 않다. 미국 제약 기업인 일라이릴리와 리제네론이 개발한 코로나19 항체치료제가 판매허가를 받았을 뿐 아직까지 일반인 대상으로 접종할 수 있는 코로나19 백신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블루 속에서도 국민의 사기를 높여주는 일 중 하나는 국내 제약바이오(K바이오)가 거두고 있는 성과다.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은 물론 진단키트, 위탁생산(CMO) 등 여러 영역에서 K바이오는 과거와 다른 발전하는 모습이 이번 코로나 사태 속에서 드러나고 있다.

먼저 글로벌 제약사인 화이자나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에서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이 90% 이상 효과를 냈다는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는 가운데 국내 업체들도 백신 임상시험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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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제넥신, SK바이오사이언스, 진원생명과학 등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이다. 제넥신은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코로나19 DNA 백신 후보물질 'GX-19'의 임상 1상 및 2a상을 동시에 승인받고 이달 말 1상 완료를 목표로 진행 중이다. 이후에는 임상 2a상을 연내에 들어가고 내년 상반기 2b상과 3상을 동시에 진행해 2021년 9월에는 식약처에 판매허가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임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국내 업체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내년 하반기부터 이뤄질 수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NBP2001'이 지난 23일 식약처로부터 임상 1상계획 승인을 받고 임상 절차에 들어갔다. 임상 1상은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건강한 성인 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하며 안전성과 함께 면역원성(면역반응)을 집중적으로 평가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임상 1상 시작과 동시에 임상 2상 준비도 착수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 측은 자사가 개발 중인 백신은 단백질을 이용한 합성항원 백신으로 안전성이 높다고 강조한다. 이 밖에 진원생명과학은 다른 코로나19 백신과 비교해 스파이크 항원 외에 1개 항원을 추가해 효능을 높이고 대규모 접종에 대비한 기기를 개발하는 등 시도를 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달 국내 바이오벤처인 셀리드 및 스마젠과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LG화학은 스마젠이 보유한 백신 개발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코로나19 백신 개발 및 생산, 상업화에 협력할 방침이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의 국내 대표주자는 셀트리온이다. 셀트리온은 항체치료제 임상 1상을 마치고 지난 9월 17일 식약처로부터 임상 2·3상을 승인받아 환자 모집에 들어갔다. 정부는 코로나19 항체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 2상 참가자 모집(300명 규모)이 마무리됐다고 전했다. 셀트리온은 연말까지 임상 2상을 완료한 뒤 식약처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해 위험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항체치료제를 투여할 예정이다. 셀트리온 항체치료제가 사용된다면 전 세계적으로 일라이릴리, 리제네론 제품에 이어 세 번째로 상용화된 항체치료제가 된다.

코로나19 진단키트는 처음부터 우리나라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선두에 있는 분야 중 하나다. 식약처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전 세계에 판매된 국산 코로나19 진단키트는 12억200만달러(약 1조3956억원) 규모에 달한다. 지난해 진단키트를 포함한 체외진단시약의 전체 수출액(4855억원)의 3배에 가깝다. 식약처가 해외 수출용 제품으로 허가한 코로나19 진단키트는 총 197개다. 이 중 유전자 진단키트는 100개, 항원 진단키트는 27개, 항체 진단키트는 70개다. 특히 미국 FDA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고 수출 중인 국산 진단키트만 해도 17개사의 19개 제품에 달한다. 19개 제품 중 유전자 진단키트가 14개, 항원 진단키트가 2개, 항체 진단키트가 3개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이 빨라지면서 우리나라가 주요 의약품 생산기지가 되고 있는 점도 코로나19로 높아진 국내 위상을 반영한다. 이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고품질 의약품을 안정적이고 신속하게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 들어 두 곳의 글로벌 제약사와 코로나19 항체치료제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4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 이어 5월에 일라이릴리와 계약을 맺었고 최근 초기 생산물량을 전달했다. 특히 릴리의 코로나19 항체치료제는 고객사로부터 기술이전 기간을 대폭 단축해 신속하게 생산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릴리의 항체치료제는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한 환자의 혈액에서 항체를 추출해 만든 의약품이다. 이는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FDA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제품이라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그동안 자체 개발해온 백신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다국적 제약사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7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코로나19 백신 CMO 계약을, 8월에는 미국 노바백스와 코로나19 백신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을 잇달아 맺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경북 안동 백신 전용 공장(L하우스)의 연간 생산량을 기존 1억5000만도스(dose·1회 접종분)에서 3배 이상인 약 5억도스까지 확대했다.

GC녹십자는 해외 제약사에서 개발하는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기로 국제민간기구인 감염병혁신연합(CEPI)과 합의했다. 어떤 제조사의 코로나19 백신을 얼마나 생산할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CEPI와 합의한 만큼 조만간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CEPI는 이미 GC녹십자에 2021년 3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코로나19 백신 CMO를 맡기겠다고 밝혔다. 이 기간 GC녹십자를 통해 5억도스의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는 게 목표다. 현재 GC녹십자가 한 해 생산할 수 있는 백신 물량은 완제품을 기준으로 10억도스다. 이 밖에 세계 최초로 승인된 러시아의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 역시 국내 바이오 업체인 지엘라파가 일부 생산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K바이오가 대규모 설비와 높은 기술력으로 해외와 견줘도 뒤처지지 않는 안정적인 생산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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