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이용자 평가 긍정적…의료공급자 수용성 낮아
연구팀, 일원화된 체계 등 '명확한 진료지침 필요
적용 분야, 일차의료와 당뇨병·고혈압 등 만성질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뉴노멀 시대를 맞아 비대면의료가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지속 가능한 제도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일원화된 체계 등 명확한 진료지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는 최근 ‘COVID-19 대응을 위해 한시적으로 허용된 전화상담·처방 효과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연구팀은 건강보험 청구 자료를 이용해 전화상담·처방이 한시적으로 허용된 지난해 2월 24일부터 6월까지의 현황 및 영향을 분석한 결과, 42만1,053명의 환자가 56만1,906건의 전화상담·처방을 이용했고 총 7,031개 기관이 진료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지역별로는 지역 내 전체 의료기관 대비 약 7.6~17.4% 기관이 전화상담·처방을 제공했고, 대구·경북지역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의료기관 종별 이용 비중을 살펴보면, 의원이 약 47%로 전체 발생건수의 절반 가량을, 65세 이상 노령인구에서 전체 전화처방 이용건수의 42%인 23만7,640건을 차지했다.

전화상담․처방 이용량 시계열 경향(자료제공: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화상담․처방 이용량 시계열 경향(자료제공: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화상담·처방의 이용 추세는 코로나19 확산 시점과 지역에 따라 편차가 발생했는데, 초기 의원급의 참여는 낮았으나 전화상담관리료 도입 시점인 5월 중순 이후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전화상담·처방 이용환자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질환은 만성질환으로 ▲고혈압 ▲2형 당뇨병 ▲급성기관지염 순이었다. 또 각 종별로 협심증, 뇌경색, 조현병, 알츠하이머가 다빈도로 이뤄졌다.

전화상담·처방은 대면진료와 비교해 진료 및 처방 행태에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급성호흡기계 감염의 경우, 전화상담·처방과 대면진료 간 진단상병 비율, 평균 처방 약제 품목수, 항생제 처방률 간 차이가 없었다.

평균 품목수는 대면, 비대면 모두 약 4~5개로 나타났고, 항생제 처방률은 비대면 진료 시 소폭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상기도감염의 경우 비대면 37.1%, 대면 38.5%였고, 하기도감염은 비대면 53.5%, 대면 54.0%였다.

다만 연구팀은 “만성질환 진료의 평균 처방일수를 살펴보면 코로나19 후 대면, 비대면 외래 처방일수가 전반적으로 증가했지만 비대면 진료 처방일수 증가폭이 대면 진료에 비해 다소 높게 나타났다”며 “향후 전염병 재유행에 대비해 안전성 중심으로 이에 대한 사전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호흡기계 질환의 처방약제 품목수와 항생제 처방률은 주요 모니터링 및 평가 요인으로 비대면 진료 허용 시 상시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그러나 의료이용자와 공급자 간 전화상담·처방 만족도와 수용성에 대한 온도차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이용자는 전화상담·처방의 장점으로 감염노출 위험 감소와 편의성을 들었고, 제도 지속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반면 의료공급자는 기관별, 종별, 의료공급자별 다르게 운영되고 있는 전화상담·처방에 대해 대체로 낮은 수용성을 보이고 있었다.

연구팀은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시대에 필수의료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비대면방식의 의료서비스 전달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연구팀은 비대면의료에 대한 전향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고, 비대면의료의 위상을 사람과 지역중심의 보건의료 정책 일환으로 다시 설정해야 하며, 논의의 중심에는 일차적으로 국민건강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어떤 질환에, 어떤 상황에, 누구에게 얼마 만큼의 책임과 권한을 부여할지 섬세하고 명확히 계획돼야 한다”며 “지역적 의료 사각지대가 아닌 노인, 장애인, 코로나19 등 새로운 의료 사각지대가 생기고 있는 만큼 이들을 위한 보건의료 정책으로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연구팀은 안전하고 효과적인 전화상담·처방을 위해서는 의료이용자와 의료공갑자 간 전화상담·처방이 ‘진료’라는 명확한 인식 제고가 필요하고 체계적 제도화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 ▲전화상담·처방이 허용되는 상황 ▲전화상담·처방이 허용되는 범위 및 대상 ▲전화통화가 이뤄지는 환자와 의사의 장소 ▲전화상담 의뢰부터 진료, 처방전 전달, 수납 등 과정의 일원화된 체계화 등 명확한 지침이 제공돼야 한다는 것.

그러면서 비대면의료가 적용될 수 있는 분야로 일차의료와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꼽았다.

연구팀은 “만성질환 관리의 비대면의료의 유효성의 근거가 가장 많이 축적되고 있으며 긍정적인 환자경험이 보고되고 있다”라며 “의학적 안전망을 위한 방안이 간과돼서는 안 된다. 환자-의사 간 상호 라포가 형성된 관계에서 재진에 국한하고 비대면 횟수 제한 및 주기적 대면진료 필수화를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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