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의 새로운 아토피피부염 치료제가 미국 허가당국의 문턱을 넘었다. 화이자는 리제네론의 ‘듀피젠트’가 점령한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시장의 8% 점유율을 가져오겠다는 계획이다.

화이자는 지난 14일(미국 시간) 야누스 키나제(JAK) 억제제 기반의 아토피피부염 경구용 치료제 ‘시빈코(Cibinqo)’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화이자에 따르면 FDA는 1600명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5건을 기반으로 이 약을 승인했다. 화이자는 중증 환자에게서 비교군 대비 가려움증 증상과 질병의 정도를 개선하는 데 더 나은 결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회사가 목표로 하는 매출은 30억달러(약 3조5778억원)다.

시빈코를 이용할 수 있는 환자군은 생물학적제제를 포함한 다른 전신 의약품으로 질병이 조절되지 않는 난치성 중등 및 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다.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 지침(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가려움을 평가하는 습진 중증도 평가지수(EASI) 16점 이상의 환자를 중등도 아토피피부염, 23점 이상의 환자를 중증 아토피피부염으로 정의한다.

이 시장의 강자는 리네네론의 생물학적제제 듀피젠트다. 과도한 면역활성화를 유도하는 일부 인터루킨(IL-4, IL-13)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화이자는 시빈코가 듀피젠트가 점유한 시장의 일정 부분 빼앗아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복약 편의성 면에서 듀피젠트보다 앞선다. 듀피젠트는 피하주사로 맞아야 하지만 시빈코는 경구용 알약이기 때문에 복용하기가 더 쉽다. 또 화이자가 밝힌 임상 3상 결과에서도 가려움증과 습진을 개선하는 데 시빈코가 더 우수한 효과를 냈다.

하지만 안전성 면에서는 좀 더 유의해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난해 9월 FDA는 JAK 억제제가 심장마비 또는 뇌졸중, 암, 혈전 등 심장 관련 위험성을 높인다는 결론을 내렸으며, JAK 억제제 승인에 대해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FDA의 승인도 해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을 비롯한 유럽 허가당국보다 승인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11월 시빈코를 승인했다. 유럽 의약품청(EMA)은 지난달 이 약품의 유럽 판매를 승인했다.

시빈코의 임상3상 도중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2건 있었으나 이 약물이 사망에 영향을 주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우상 기자